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위치 8화

<2> (3)





***



거실 테이블 위에는 피자 박스와 맥주 두 캔, 콜라 한 병이 있었다.

한율이 씻는 도중 피자 배달이 왔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코로 스며드는 기름기 냄새에 저도 모르게 와아- 하고는 양반다리를 한 채 바닥에 앉았다.

권우는 기역(ㄱ) 자형 소파의 긴 세로 부분에 길게 누워 말없이 맥주만 들이켜며 대본을 읽었다. ‘피자 안 먹어?’ 입에 음식이 가득 들어간 한율의 볼이 부풀었다가 꺼졌다. 권우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대본을 들었다.

「고백」

저번에 침대에서 보던 것과 같은 대본이었다. 한율은 그 대본의 표지를 힐끔거리다가 시선을 돌려 텔레비전을 봤다. 별 내용 없이 아이돌이 떼거리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재방송 중이었다. 코스원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으므로 모니터링 했었다. 썩 재밌진 않았다. 가학적이고 자극적이었다. 팬들의 시선을 끌고, 인터넷에 웃긴 동영상으로 올라가기 충분한 코너만 기획했었다.

스윽-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율은 동시에 피자 조각을 뜯어냈다. 권우가 한 입도 먹지 않았기에 한율이 반 이상을 먹었다. 오늘따라 잘 들어가네. 평소에는 세 조각이 한계였다.

“영화는 언제부터 촬영 들어가?”

이 정도는 물어도 되겠다 싶었다. 평소에 권우의 스케줄은 모두 정현이나 성제를 통해서 들었다. 언제 무슨 일정으로 출국하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고, 드라마 촬영이 있고, 영화 촬영이 있다. 인터뷰는 어디에서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까지.

한율은 권우에게 말한 적 없지만, 그가 나오는 모든 잡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드라마 등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걸 매번 모니터링 했다. 영화는 직접 영화관에 갔고, 리플렛, 포스터도 받아 온 게 많았다. 잡지, 신문 기사까지 꼼꼼히 스크랩했다. 숙소 생활할 때는 들킬까 봐 서랍 문을 꼼꼼히 잠가 두었고, 시간 날 때마다 본가로 내려가 스크랩하고 모은 것을 모두 가져다 놓곤 했다.

같은 그룹이 아니라, 오히려 스토커 같네.

한율은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다음 주에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어, 도쿄.”

입술에 왠지 소스가 묻은 것 같아 혀를 내밀어 훑었다. 권우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왠지 민망해진 한율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움직였다.

“잘 갔다 와.”

“아쉽겠네.”

“아쉽긴.”

일정 때문에 보고 싶고 애달픈 감정은 진작 버렸다. 직업 특성상 몇 날 며칠을 해외에서 있는 날도 많았고, 그날 이후 더는 말도 섞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자제하는 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한율은 말을 마치고 콜라를 들이켰다. 그러곤 단내가 나는 입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쪽쪽 빨았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권우가 괜한 시비를 걸어왔다. 한율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 돌려 그를 바라봤다.

“배도 불렀겠다. 이제 들어가면 되겠네.”

권우는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앉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한율의 얄쌍한 턱을 틀어쥐었다. 한율은 눈을 깜빡이다가 제 쪽으로 다가오는 권우에게로 손대지 못했다. 급한 대로 입고 있던 바지에 쓱쓱 기름과 침이 섞인 손을 닦아 냈다. 권우는 한율의 윗입술을 빨았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느껴졌다. 턱을 쥔 손이 억셌다. 빈틈 사이로 혀를 밀어 넣자, 알싸한 맥주 맛이 느껴졌다.

“우움, 음, ……읍.”

권우는 한율의 뒷목을 받쳤다. 혀를 입 속 깊이 밀어 넣었다. 빈 곳을 모두 빨겠다는 심산으로 그의 모든 침을 다 빨았다. 목구멍까지 쑤셔 넣을 기세라 한율은 다급하게나마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럴수록 몸을 밀착시키고, 밀어붙였다. 하아. 입술이 떨어졌을 때 한율은 하도 빨아 퉁퉁 부은 입술을 매만졌다.

권우는 한율의 손목을 잡아 소파로 끌어당겼다. 한율은 졸지에 권우의 허벅지 위에 앉게 됐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눈을 마주했다. 밝은 빛의 눈동자 속 진한 동공 안엔 한율이 담겨 있었다. 권우는 입가가 경련하고, 제대로 된 표정도 짓지 못하는 한율을 보다가 비소를 내뱉었다.

“키스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은 한율에게 비수로 다가왔다. 두 번째 잠자리를 가졌을 때도, 권우는 그에게 키스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쩌다 했더라,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젯밤 키스 이후에도 욕을 내뱉었다. 본인이 해 놓고, 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자꾸만 한율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더러운 건가?

그래서 하기 싫은 건가?

한율은 목에 힘을 줘 애써 표정을 감췄다.

“만세.”

권우의 말에 한율은 두 팔을 높게 들었다. 권우는 티셔츠를 벗겨 냈다. 남들보다 유독 하얀 한율의 몸이 드러났다. 권우는 망설이지 않고 한율의 유두에 입술을 묻었다. 발기한 유두를 혀로 툭툭 건드리며, 아래로 손을 뻗었다. 바지의 버클을 풀고, 검정 드로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으음.”

한율은 앓는 소리를 냈다. 쪼옥, 한율의 유두를 빨던 권우의 입술이 떨어졌다. 고개를 숙여 밑을 바라봤다. 양쪽 유두 주변에 돌기가 서 있었다. 흐으. 권우는 한율의 손을 끌어당겨 제 아래로 가져다 댔다. 한율은 흥분으로 차가워진 손을 내려 그의 바지를 내리고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퉁, 거대한 성기가 드러났다.

권우는 한율의 몸을 돌렸다. 권우에게서 등 돌린 시야에 사절지 크기로 인화된 그의 사진이 보였다. 권우는 한율의 볼기를 벌린 뒤 구멍 위로 손가락을 매만졌다.

“쑤셔 줄까.”

“…….”

“뒤로 하는 거 좋아하잖아. 뒷구멍 쑤셔 줄까?”

“흐으…….”

“똑바로 말해.”

손가락이 멀어진 자리에는 아기 주먹만 한 귀두가 맞닿았다. 풀어 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쑤셔 박을 것처럼 구멍 위로 툭툭 두드렸다. 한율은 소파의 가죽을 손으로 짚었다.

“……줘.”

“안 들려.”

“……해 줘. ……풀어 줘.”

“난 뒷구멍 쑤셔 주냐고 물어봤는데.”

“흐으…… 윽.”

귀두가 구멍을 파고들었다. 소파를 짚은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율은 주먹을 쥐었다.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았다. 일부러 음란한 말을 내뱉게 하기 위함이었다. 풀지 않고 무작정 밀어 넣는다면 폭력에 가까운 무기가 될 터였다. 한율은 입술을 혀로 축이고 하아, 숨을 내뱉었다.

“쑤셔…… 줘. 뒷구멍, 쑤셔 줘.”

“말하니까 좋잖아.”

권우의 입술이 한율의 등에 닿았다. 닭살이 돋았다. 혀의 축축한 감각이 등에 느껴졌다. 권우의 귀두가 빠져나간 자리에 손가락 두 개가 자리 잡았다. 찔꺽찔꺽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다.

“젤 안 발라도 축축한 거 알아? 씨발, 후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야.”

권우는 말을 내뱉으며 남은 손으로 한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몸이 좀 더 붙었다. 손바닥까지 밀어 넣을 것처럼 푹푹 쑤셔 박았다. 아흐, 흐으, 읏. 한율은 여타 말없이 입 속을 맴도는 숨을 내뱉었다.

“자지 넣어 줄 때는 더 크게 소리 내야 돼.”

“흐읏, 아, 아파. 응, 아파아…….”

“씹, 목소리는.”

한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자 권우가 손목을 거칠게 움직였다. 몇 번 더 움직이곤 손가락을 빼냈다. 권우는 볼기를 벌린 채 구멍을 빤히 바라봤다. ‘보지 마.’ 한율은 손을 뻗어 엉덩이를 가렸지만, 권우에게 붙잡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한율이 고개를 들었을 땐 은빛의 머리통밖에 보이지 않았다. 권우는 한율의 구멍에 입술을 묻었다. 침으로 젖은 혀가 한율의 구멍을 마구 핥았다. 쭙, 츄윱. 일부러 게걸스럽게 빨았다. 한율의 몸에 힘이 빠져 상체를 앞으로 푹 숙였다.

“하으, 이상, 이상해. ……권우, 읏, 야, 제발, 으응, 그만.”

권우는 대답이 없었다. 한율은 제 손목을 마구 물었다. 그의 혀가 구멍 속을 파고들자 몸을 번쩍 띄우곤 뒤로 손을 뻗어 머리를 밀었다. 제발, 안 돼. 부끄러워. 안 돼. 숨소리 섞인 목소리가 애원하자 권우가 고개를 들었다.

“…….”

“…….”

한율은 물기 가득한 눈으로 권우를 바라봤다.

“씨발.”

권우는 욕을 내뱉곤 단단히 선 성기를 구멍에 밀어 넣었다. 악! 소리를 지른 한율은 몸 안 가득 찬 성기에 발작 일으키듯 허리를 둥글게 들어 올렸다가 등을 누르는 권우의 팔에 의해 푹 꺼졌다.

“후, 힘 좀 빼지그래. 좆 끊어 먹겠네.”

“아악, 아파, 아, 아파, 아파!”

권우는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율의 허리를 붙잡고 푹, 푹 쳐올렸다. 한율의 몸이 힘에 의해 앞으로 밀려났다가 뒤로 잡아당겨졌다. 권우가 허리를 붙잡고 쑤셔 넣으면 고개를 쳐올렸다. 내벽 이곳저곳을 찍어 누르는 뭉툭한 귀두는 폭력적이었다.

“아, 아! 하으…… 윽…… 읏!”

푹, 푹, 푹, 푹.

권우는 입술을 꽉 깨물곤 허릿짓을 했다. 한율의 어깨가 팔을 대신해 몸을 지탱했다. 소파의 끈적한 가죽에 이마가 닿았다가 고개를 옆으로 움직이니 볼이 닿았다.

“아파아, 아파.”

“아프기만 해? 자지를 잔뜩 세우고, 아파? 뒤로 쑤셔 주는데 어떤 새끼가 이렇게 세워.”

“아으…… 놔아, 놔 줘.”

권우가 한율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한율은 발작 일으키듯 몸을 뒤척였다. 권우가 허리를 밀어 넣을 때마다 엉덩이와 그의 몸이 부딪쳐 찰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퍽, 퍽, 퍽, 퍽. 발가락을 말아 모으고, 혀를 쭉 빼 내밀었다. 권우가 허리를 숙여 그의 등에 가슴을 붙였다. 찰흙 주무르듯이 한율의 뻣뻣하게 선 성기를 거칠게 주물렀다. 손톱을 세워 귀두를 찍어 눌렀을 때 한율의 성기에서 정액이 팟 터졌다.

“으응! 갔어어…… 갔어…… 아! 아, 앗!”

불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져 권우의 손가락을 타고 소파로 떨어졌다. 한율은 소파에 이마를 묻고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더 이상은 한계였다. 이미 정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데, 뒤로는 더 큰 쾌감이 몰아닥쳤다.

“아흐…… 무서워…… 악!”

내벽의 전립선을 쿡 찍어 내리자 한율의 성기에서 오줌처럼 투명한 액체가 줄줄 흘렀다. 안 돼, 안 돼. 한율은 손을 내려 액체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성기를 틀어쥐었다.

퍽, 퍽, 퍽!

“읏.”

마지막으로 거칠게 찍어 누른 성기가 구멍 안쪽 깊숙이 사정했다. 아아……. 한율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안을 가득 채운 정액에도 불구하고 권우는 후회를 즐기듯 허리를 돌려 그의 내벽 곳곳에 제 정액을 발랐다.

“흐으, 흐…… 으윽.”

곧 권우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한 번 사정했음에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크기를 키운 채였다. 검붉은 성기에 핏줄이 잔뜩 서서 한율을 위협했다. 한율의 몸이 돌아갔다. 무늬 없이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권우는 몸 위로 올라타 한율의 어깨 밑으로 팔을 넣어 감싸 안았다.

“한 번 더 해.”

권우가 땀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한율은 풀린 혀로 제대로 발음도 못 한 채 ‘못 해, 더 이상 못 해.’라고 말했다. 고작 한 번뿐임에도 온몸이 지쳐 버렸다. 쾌락이 감싸 안은 몸은 마치 제 것이 아닌 듯했다. 한율은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못 해, 못 해. 구멍 틈으로 권우가 싸 놓은 정액이 죽 흘러내렸다.

권우는 그 모습을 보다가 한율의 두 다리를 벌려 제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한율의 허리가 붕 띄었다가 가라앉았다. 저도 모르게 흘린 눈물이 양옆으로 흘러내렸다. 촉촉하게 젖은 속눈썹을 권우가 엄지로 닦아 내렸다.

“하아.”

권우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한율의 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허벅지를 붙잡아 벌린 구멍으로 제 것을 밀어 넣었다. 읏! 소리를 내지른 한율의 붕 띄어진 몸에 발기하지 않은 성기가 권우의 배에 철퍽철퍽 부딪쳤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하으…… 윽…… 읏!”

푹, 푹. 거칠게 밀어 넣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쑤셔 박을 땐 발가락을 모으고, 멀어지면 가슴팍을 띄었다. 권우는 한율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허리와 달리 목을 빠는 입술은 느렸다. 혀로 치덕치덕 제 타액을 발라내고, 이를 세워 짐승처럼 물어뜯었다. 한율의 손이 소파의 가죽을 죄다 뜯어 버릴 것처럼 쥐어 잡았다. 권우는 한율의 등과 소파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

“하읏, 아, 아!”

권우의 허릿심이 강해질수록 성기와 구멍 사이의 마찰로 생긴 투명한 액체가 윤활제 역할을 했다. 찔꺽거리는 소리와 살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한율의 입술을 머금은 공포와 쾌락이 담긴 신음도 두 사람의 몸처럼 뒤엉켰다.

권우가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다 찍어 올렸다. 동시에 권우의 배에 맞닿은 한율의 성기가 불투명한 정액을 토해 냈다. 아흐, 흐. 한율이 혀를 내민 채 헥헥거렸다. 한참 한율의 목에 고개를 묻고 있던 권우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굶주린 채 먹잇감을 앞둔 포식자 같았다.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트는 한율의 두 어깨를 붙잡아 꾹 눌렀다.

“아! 아, 히익…… 안 돼, 아!”

“후우, 차한율…….”

“키스…… 키스…… 아, 아! 해, 흐으, 줘. 키스…….”

한율은 권우와의 키스가 좋았다. 옷을 다 벗어 던진 채 나체로 쾌락에 몸부림치는 성행위도 좋았으나, 짐승처럼 제 입 속을 드나드는 권우의 거친 혀가 좋았다. 아니, 사실 권우와 뭘 하든 다 좋았지만 숨을 공유하는 느낌 자체에 매료되었다.

권우는 그런 한율을 타오를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씨발. 욕을 내뱉으며 허리를 움직여 들쑥날쑥 성기를 한율의 내장 곳곳에 문질렀다. 한율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젓다가 파르르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올려 권우의 얼굴을 붙잡았다.

“우움, 쭙, 쪼옥, 쪽.”

자신이 먼저 권우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의 입술에 마지막 숨이 붙어 있는 것처럼 매달려 정신없이 핥았다. 안으로 혀를 밀어 넣고, 그의 혀와 뒤엉켰다. 입술의 공간이 생기면 한율은 앓는 것처럼 말을 했다.

“너무, 읏, 좋아아. 하앗, 권우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성을 지운 자리에는 본능적인 감정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제 감정을 알고 있는 권우였지만, 아는 것과 직접 듣는 건 달랐다.

한율은 권우가 했던 것처럼 혀 기둥끼리 문지르고, 입천장을 뾰족하게 세워 핥았다. 권우는 미간을 좁혔지만, 그를 피하진 않았다. 한율은 몸이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면서도 권우의 숨을 죄다 삼켜 냈다.

퍽!

거침없이 흔들던 권우의 허리가 안쪽 깊숙이 사정하곤 빠져나왔다. 한율은 제 안에 뜨거운 액체가 부어지는 것도 모른 채 눈을 꼭 감고 권우의 혀와 입술을 빨았다. 축축한 혀를 마치 제 것처럼 씹었으며, 일부러 제 타액을 밀어 넣기도 했다.

권우가 한율의 뒷목을 붙잡아 들어 올리곤 제 허벅지 위에 그를 앉혔다. 엉망이 된 아랫배와 벌게진 엉덩이, 눈물이 맺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과 숨이 부족해 달아오른 얼굴, 뜨거운 숨결이 고스란히 보였지만 눈을 감았다.

한율은 그가 자신과의 키스를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입술을 문지르다가 권우에 의해 멀어졌다.

“하, 씨발.”

권우가 한율의 두 허벅지를 붙잡아 안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곧장 침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