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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비행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사람의 기력이 이토록 바닥을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득바득 끌어모아 발산하고 난 뒤 속 빈 강정만 남아 기계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탑승객을 배웅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의 설렘으로, 누군가는 그리워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리면서, 또는 누군가는 출장과 업무 일정으로 긴장하면서 입국 수속을 마치지만, 기내에 남은 캐빈 크루들은 그들의 흔적을 지우며 새 탑승객을 맞을 준비를 한다.
소영은 걸을 때마다 구두 속에서 발이 짓무르는 기분이었다. 퀵턴 하는 크루들과 달리 그녀는 목요일까지 오프였다. 일을 마무리하고 캐리어를 끌었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자주색 유니폼의 대열에 슬그머니 합류했다.
염색 일절 없이 소라 머리로 틀어 올린 작은 두상들이 보인다. 그녀도 그 개미 떼 중 한 명이다. 스프레이를 뿌려 잔머리를 다듬어 붙이고 팽팽하게 끌어 올린 머리 스타일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핀으로 사정없이 찔러서 고정해야 한다. 그중 몇 개가 두피를 찌르고 있었다. 풀메이크업 상태인 얼굴이 기름졌다. 여백을 두지 않고 달라붙는 유니폼에 죄인 살들이 간지러웠다. 무광 검정 구두에 갇힌 스타킹 신은 발은 발가락 사이에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끈적하고 습해졌다. 또각또각 걸을 때마다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일 다 끝났지? 이제 나 좀 쉬게 해 줘, 라고 온몸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그녀처럼 오프인 이들이 MTR 스테이션에 많이 내렸다. 소영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눈만 도르륵 굴려 출입구 위에 표시되는 역명을 보면서 내릴 역이 뜰 때까지 기다렸다.
손이 떨려 왔다. 휴대용 가방에 들어 있을 작은 물체에 온통 신경이 쏠렸다. 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갈. 그러나 지금 흐트러질 수 없다. 집에 도착해서 이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 전에는 그녀의 오프가 시작된 게 아니다.
지하철이 멈췄다. 소영은 잰걸음으로 역을 벗어났다. 카드 지갑을 꺼내 오피스텔 입구에 갖다 대자 자동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도 카드를 인식했다. 17층. 17층. 17층. 제기랄.
소영은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복도를 내달렸다. 도어록을 열고 현관문을 쾅 닫았다. 만세. 구두에서 퉁퉁 부은 발을 꺼냈다. 기계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주름이 지지 않게 옷걸이에 걸어서 스프레이형 탈취제를 뿌려 스타일러에 보관했다. 집에 온 지 2분도 안 됐는데 소영은 외출하려고 옷을 입었다. 후드티에 면바지로 대충 입었다. 핸드백에서 소지품을 챙겨 주머니에 찔러 넣고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로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정된 흡연 구역에 도착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 방해되는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 벤치에 걸터앉아 그녀는 퉁퉁 부은 다리를 쭉 뻗었다.
‘살겠네.’
한숨을 쉬었다. 본목적은 다리 스트레칭이 아니었다. 소영은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술에 물었다. 내내 그녀가 신경 쓰던 소지품은 다름 아닌 담배와 휴대용 재떨이였다. 그녀의 유일한 기호품.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담배는 어쩌다 어릴 때 배워서 지금껏 끊지 못했다. 아니, 끊지 않는 것이다.
벤치 옆 햇빛을 과도하게 받아 말라 죽어 가는 나무가 심어진 화단에 손을 넣자 라이터가 잡혔다. 점화기를 누르고 불을 붙였다.
소영은 해갈하듯 담배를 쭉 빨았다. 파운데이션이 무너진 뺨이 홀쭉하게 패였다. 희뿌연 날숨을 립스틱 바른 입술 사이로 뱉으며 소영은 왼손을 올려 핀을 빼냈다. 당고 형태로 매달려 있다가 지지대가 완전히 사라지자 무게를 못 이긴 긴 머리카락이 출렁이며 풀어졌다. 지끈거리던 두피도 편안해졌다. 그래, 이거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소영이 다시 담배를 빨았다. 매운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지나갔다.
이틀간 오프다. 금요일은 스탠바이.
나가면 좋고, 안 나가도 좋고. 소영은 그녀를 찾는 콜이 토요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없었으면 바랐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소망하듯 그녀는 쉬는 날에는 집에만 처박혔다. 외출해 봤자 장 보러 갈 때, 엄마가 한국에서 부친 국제 우편 찾으러 갈 때, 은행 업무 같은 각종 자질구레한 일들 처리할 때다.
홍콩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관광지를 가 본 적이 없다. 친한 크루들끼리 놀러 갈 때 껴서 다닐 수도 있겠지만 소영은 직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사생활에서까지 친근하게 지내는 성향이 못 되었다. 그녀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지평선 너머 뿌옇게 보이는 홍콩 빌딩의 마천루를 바라봤다.
매일같이 보는 풍경인데 조감도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악하게만 보인다. 꾸며 놓은 남의 집 정원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낯설다. 이 도시.
소영은 중국에 자회사를 둔 홍콩 K항공사 스튜어디스이다. 경력은 10년. 한국에서 D사를 다녔던 2년의 기간을 더한다면 비행을 시작한 지 12년이나 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2년 다니다가 중퇴하고 취업에 뛰어든 이유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안 사정이 천천히 위태로워졌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급속도로 나빠졌다. 소영은 2년간 가족들 뒷바라지를 했다. 신입이었고, 사회 경험도 별로 없었고, 들어오는 족족 집으로 돈이 빠져나가니까 일에 흥미를 붙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돈을 벌어야 하니까 했다.
홍콩으로 오게 된 이유는 그런 수렁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중국에 자회사를 두고 홍콩을 중점으로 노선을 운행하는 기형적인 회사였지만 대우는 한국보다 나았다. 영어를 베이스로 의사소통하고 일본어가 된다면 플러스, 중국어는 비즈니스급 정도 가능하면 된다.
소영은 망설임 없이 홍콩행을 선택했다. 업무는 비슷해 금방 적응했다. 분위기도 전 회사와 비슷했다. 낯선 건 이곳이 타국의 땅이라는 것이다. 소영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독립의 자유에는 그만큼의 대가도 따른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이 도시의 맨땅에 접붙이려 허덕이면서 깨달았다.
그녀에게 홍콩은 영화 화양연화에서 봤던 몽환적인 도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극한직업과 같은 이미지의 도시였다. 인생의 좋은 나날 따위 스펀지처럼 쫙쫙 빨아먹는 괴물 같은 도시였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낫다.
낯설지만 적응했다. 이 삶에, 이 외로움에, 이 삭막함에.
적응해서 무덤덤해지는 게 맞는 걸까. 의문은 든다. 소영은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동전처럼 쨍그랑거리며 주머니 속에 가득한 핀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지던 그녀는 17층으로 내려갔다.
***
근무할 때 소영은 수용적이다. 12년간 업계에 몸담으면서 조직이 요구하는 이미지에 능숙하게 몸을 꿰어 넣을 줄 안다. 스튜어디스는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업무가 시작된다. 유니폼은 소영을 보호하는 갑옷이기도 하면서, 그녀의 자유를 제어하는 고문 도구이다.
흡연자일 경우 그 고문 강도가 더욱 커진다. 소영은 공항 내에 비치된 흡연 부스를 그림 속의 떡처럼 바라보며 선망한다. 유니폼을 입고 풀메에 헤어까지 한 상태로 담배를 꼬나물 수 있는 강심장이 되고 싶다고, 속으로만 상상한다. 이윽고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개미 떼에 합류한다. 소라 머리에 목에는 리본을 묶은 작은 두상들처럼 그녀의 뒤통수에선 끌어 올린 흑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빛에 반짝였다.
1화
비행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사람의 기력이 이토록 바닥을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득바득 끌어모아 발산하고 난 뒤 속 빈 강정만 남아 기계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탑승객을 배웅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의 설렘으로, 누군가는 그리워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리면서, 또는 누군가는 출장과 업무 일정으로 긴장하면서 입국 수속을 마치지만, 기내에 남은 캐빈 크루들은 그들의 흔적을 지우며 새 탑승객을 맞을 준비를 한다.
소영은 걸을 때마다 구두 속에서 발이 짓무르는 기분이었다. 퀵턴 하는 크루들과 달리 그녀는 목요일까지 오프였다. 일을 마무리하고 캐리어를 끌었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자주색 유니폼의 대열에 슬그머니 합류했다.
염색 일절 없이 소라 머리로 틀어 올린 작은 두상들이 보인다. 그녀도 그 개미 떼 중 한 명이다. 스프레이를 뿌려 잔머리를 다듬어 붙이고 팽팽하게 끌어 올린 머리 스타일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핀으로 사정없이 찔러서 고정해야 한다. 그중 몇 개가 두피를 찌르고 있었다. 풀메이크업 상태인 얼굴이 기름졌다. 여백을 두지 않고 달라붙는 유니폼에 죄인 살들이 간지러웠다. 무광 검정 구두에 갇힌 스타킹 신은 발은 발가락 사이에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끈적하고 습해졌다. 또각또각 걸을 때마다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일 다 끝났지? 이제 나 좀 쉬게 해 줘, 라고 온몸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그녀처럼 오프인 이들이 MTR 스테이션에 많이 내렸다. 소영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눈만 도르륵 굴려 출입구 위에 표시되는 역명을 보면서 내릴 역이 뜰 때까지 기다렸다.
손이 떨려 왔다. 휴대용 가방에 들어 있을 작은 물체에 온통 신경이 쏠렸다. 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갈. 그러나 지금 흐트러질 수 없다. 집에 도착해서 이 유니폼을 벗어 던지기 전에는 그녀의 오프가 시작된 게 아니다.
지하철이 멈췄다. 소영은 잰걸음으로 역을 벗어났다. 카드 지갑을 꺼내 오피스텔 입구에 갖다 대자 자동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도 카드를 인식했다. 17층. 17층. 17층. 제기랄.
소영은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복도를 내달렸다. 도어록을 열고 현관문을 쾅 닫았다. 만세. 구두에서 퉁퉁 부은 발을 꺼냈다. 기계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주름이 지지 않게 옷걸이에 걸어서 스프레이형 탈취제를 뿌려 스타일러에 보관했다. 집에 온 지 2분도 안 됐는데 소영은 외출하려고 옷을 입었다. 후드티에 면바지로 대충 입었다. 핸드백에서 소지품을 챙겨 주머니에 찔러 넣고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로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지정된 흡연 구역에 도착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 방해되는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 벤치에 걸터앉아 그녀는 퉁퉁 부은 다리를 쭉 뻗었다.
‘살겠네.’
한숨을 쉬었다. 본목적은 다리 스트레칭이 아니었다. 소영은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술에 물었다. 내내 그녀가 신경 쓰던 소지품은 다름 아닌 담배와 휴대용 재떨이였다. 그녀의 유일한 기호품.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담배는 어쩌다 어릴 때 배워서 지금껏 끊지 못했다. 아니, 끊지 않는 것이다.
벤치 옆 햇빛을 과도하게 받아 말라 죽어 가는 나무가 심어진 화단에 손을 넣자 라이터가 잡혔다. 점화기를 누르고 불을 붙였다.
소영은 해갈하듯 담배를 쭉 빨았다. 파운데이션이 무너진 뺨이 홀쭉하게 패였다. 희뿌연 날숨을 립스틱 바른 입술 사이로 뱉으며 소영은 왼손을 올려 핀을 빼냈다. 당고 형태로 매달려 있다가 지지대가 완전히 사라지자 무게를 못 이긴 긴 머리카락이 출렁이며 풀어졌다. 지끈거리던 두피도 편안해졌다. 그래, 이거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소영이 다시 담배를 빨았다. 매운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지나갔다.
이틀간 오프다. 금요일은 스탠바이.
나가면 좋고, 안 나가도 좋고. 소영은 그녀를 찾는 콜이 토요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없었으면 바랐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소망하듯 그녀는 쉬는 날에는 집에만 처박혔다. 외출해 봤자 장 보러 갈 때, 엄마가 한국에서 부친 국제 우편 찾으러 갈 때, 은행 업무 같은 각종 자질구레한 일들 처리할 때다.
홍콩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관광지를 가 본 적이 없다. 친한 크루들끼리 놀러 갈 때 껴서 다닐 수도 있겠지만 소영은 직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사생활에서까지 친근하게 지내는 성향이 못 되었다. 그녀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지평선 너머 뿌옇게 보이는 홍콩 빌딩의 마천루를 바라봤다.
매일같이 보는 풍경인데 조감도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악하게만 보인다. 꾸며 놓은 남의 집 정원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낯설다. 이 도시.
소영은 중국에 자회사를 둔 홍콩 K항공사 스튜어디스이다. 경력은 10년. 한국에서 D사를 다녔던 2년의 기간을 더한다면 비행을 시작한 지 12년이나 된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2년 다니다가 중퇴하고 취업에 뛰어든 이유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안 사정이 천천히 위태로워졌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급속도로 나빠졌다. 소영은 2년간 가족들 뒷바라지를 했다. 신입이었고, 사회 경험도 별로 없었고, 들어오는 족족 집으로 돈이 빠져나가니까 일에 흥미를 붙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돈을 벌어야 하니까 했다.
홍콩으로 오게 된 이유는 그런 수렁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중국에 자회사를 두고 홍콩을 중점으로 노선을 운행하는 기형적인 회사였지만 대우는 한국보다 나았다. 영어를 베이스로 의사소통하고 일본어가 된다면 플러스, 중국어는 비즈니스급 정도 가능하면 된다.
소영은 망설임 없이 홍콩행을 선택했다. 업무는 비슷해 금방 적응했다. 분위기도 전 회사와 비슷했다. 낯선 건 이곳이 타국의 땅이라는 것이다. 소영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독립의 자유에는 그만큼의 대가도 따른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이 도시의 맨땅에 접붙이려 허덕이면서 깨달았다.
그녀에게 홍콩은 영화 화양연화에서 봤던 몽환적인 도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극한직업과 같은 이미지의 도시였다. 인생의 좋은 나날 따위 스펀지처럼 쫙쫙 빨아먹는 괴물 같은 도시였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낫다.
낯설지만 적응했다. 이 삶에, 이 외로움에, 이 삭막함에.
적응해서 무덤덤해지는 게 맞는 걸까. 의문은 든다. 소영은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동전처럼 쨍그랑거리며 주머니 속에 가득한 핀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지던 그녀는 17층으로 내려갔다.
***
근무할 때 소영은 수용적이다. 12년간 업계에 몸담으면서 조직이 요구하는 이미지에 능숙하게 몸을 꿰어 넣을 줄 안다. 스튜어디스는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업무가 시작된다. 유니폼은 소영을 보호하는 갑옷이기도 하면서, 그녀의 자유를 제어하는 고문 도구이다.
흡연자일 경우 그 고문 강도가 더욱 커진다. 소영은 공항 내에 비치된 흡연 부스를 그림 속의 떡처럼 바라보며 선망한다. 유니폼을 입고 풀메에 헤어까지 한 상태로 담배를 꼬나물 수 있는 강심장이 되고 싶다고, 속으로만 상상한다. 이윽고 그녀는 캐리어를 끌고 개미 떼에 합류한다. 소라 머리에 목에는 리본을 묶은 작은 두상들처럼 그녀의 뒤통수에선 끌어 올린 흑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빛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