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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 1권 (7화)
2장 세상으로 나가다 (3)
“여기예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소은설이 모퉁이의 양화루라는 주루를 가리켰다.
그다지 고급은 아니었으나, 삼층으로 이루어진 제법 규모가 큰 주루였다.
“어서 옵쇼!”
안에 들어서자 점소이가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꾸벅 절을 했다.
“두 분이시면 이쪽으로 오시지요!”
능숙한 몸놀림으로 점소이가 두 사람을 빈 탁자로 안내했다.
점소이의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은 순간이었다.
“어라? 이게 누구신가? 소 낭자가 아니신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텁석부리 장한 하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소은설을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키는 칠 척이 훌쩍 넘어갔고, 온몸이 근육질로 뭉쳐 있는 것이 힘깨나 쓰게 생긴 자였다.
호랑이 눈에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뒤덮인 장한이 소은설과 진운룡을 향해 다가왔다.
“오호라! 그새 나를 놔두고 다른 놈팡이랑 바람을 피운 것인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띤 장한이 주먹을 우두둑 거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퍽!
소은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장한의 정강이에 발길질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악!”
정강이를 야무지게 가격당한 텁석부리 장한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누님한테 뭐? 어이 소 낭자?”
눈에 쌍심지를 켠 소은설이 주먹을 추켜올리자 거구의 장한이 재빨리 팔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누, 누님! 잠깐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뭘 그러세요!”
아픔 때문인지 장한의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거렸다.
“뭐, 장난? 내가 지난밤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 지나 알고 니가 성질을 건드리냐? 엉?”
소은설의 주먹이 사내의 팔을 피해 뒤통수에 작렬했다.
퍽!
“아야! 누, 누님 살려 주세요! 용태 죽습니다!”
씩씩대며 몇 대를 더 때린 소은설이 주먹질을 멈췄다.
“됐고, 숙부님은 어디 계셔?”
“사, 삼층에서 제검문 분들을 만나고 계세요.”
스스로를 용태라 밝힌 장한이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평상시에도 자주하던 장난이었는데, 갑자기 소은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소은설은 용태의 불만 어린 모습을 외면한 채 생각에 잠겼다.
‘제검문이라면 이번 무림맹 조사대를 말하잖아? 대체 무엇 때문에 숙부님을 찾아온 거지?’
지금 당장 올라가 숙부를 만나고 싶었지만, 무림맹 조사대가 있는 데서는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혹시 그들도 무언가 실마리를 발견한 거라면 이야기하기 편할 텐데…….’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하오문 분타주인 아버지 소진태 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일을 제검문에서 알아냈을 리가 없었다.
“일단 식사나 하면서 기다리죠. 제검문 사람들이 나오면 그때 올라가야겠어요.”
“그러든지.”
소은설의 말에 진운룡이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은설 누님? 한데,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그때 탁자 옆에서 눈치를 보며 쭈그리고 있던 용태가 슬그머니 물었으나, 소은설이 고개를 돌려 째려보자 흠칫 놀라 자라목을 하곤 움츠러들었다.
“아버지 찾는 것을 도와줄 분이야. 보기엔 샌님 같지만 고수거든.”
“분타주님을요?”
용태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에이, 별로 고수같이 보이지 않는데요? 사내가 이렇게 여리여리해서야 힘이나 쓰겠어요?”
진운룡은 아무리 봐도 무공을 익힌 사람 같지가 않았다.
용태가 어렸을 때 몰래 훔쳐보곤 했던 동네 무관의 사범들만 해도 근육이 쇠처럼 단단했고, 눈을 부릅뜨면 움찔하게 하는 서늘한 기세가 느껴졌다.
한데 진운룡은 근육은커녕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호라! 지금 내말에 토를 달았다 이거지?”
소은설의 눈꼬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누님이 분타주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고수분이 도와주시게 되었으니 이제 좀 마음이 놓입니다!”
얼른 표정을 바꾼 용태가 허겁지겁 허리를 숙이며 몇 번씩 감사 인사를 했다.
“흥! 그만하면 됐어.”
소은설이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용태에게 화가 난 것 보다는 초가장 무사들에게 쫓기며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괜한 화풀이를 한 것뿐이었다.
게다가 진운룡때문에 쌓였던 울화도 용태를 두드려 패고 나니 조금 후련해지는 듯했다.
물론 용태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다.
진운룡은 두 사람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용태라는 털복숭이 장한이 소은설 보다 열 살은 더 먹어 보였는데, 하는 모양은 마치 누이와 동생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 아이는 하오문 제녕 분타 막내 용태예요. 생긴 건 이래도 아직 열다섯밖에 안 됐어요. 어릴 적에 산에서 약초를 잘못 주워 먹어서 이렇게 됐다네요.”
진운룡이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소은설이 재빨리 용태를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하오문의 귀염둥이 용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요!”
용태가 해맑게 웃으며 진운룡에게 꾸벅 절을 했다.
“열다섯? 허……. 서른이라 해도 믿겠는데?”
“헤헤, 그렇죠, 형님?”
“웃기는?”
소은설이 흘겨보자 용태가 얼른 웃음을 멈췄다.
“어? 누님. 제검문 사람들이 내려오는데요?”
그때 용태가 갑자기 계단 쪽을 보며 속삭였다.
동시에 소은설과 진운룡의 시선이 계단으로 향했다.
여섯 명이 함께 이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가장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제검대 부대주 홍천상과 소은설의 숙부인 소진혁이었다.
소진혁은 현재 실종된 분타주 소진태를 대신해 제녕 분타를 이끌고 있었다.
“숙부님!”
소은설이 얼른 소진혁에게 달려갔다.
“은설이 아니냐? 어제는 어딜 갔던 게냐? 게다가 그 상처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이고?”
소진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혈귀곡에서 나온 뒤 옷을 바꿔 입기는 했으나, 얼굴의 긁힌 상처들은 가릴 수 없었던 것이다.
“실은…….”
말을 꺼내려던 소은설이 제검문 사람들을 슬쩍 쳐다봤다.
“숙부님께 따로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소은설이 제검문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을 눈치챈 소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위로 올라가도록 하자. 이거 질녀(姪女)가 중요한 용건이 있는 듯하여 멀리 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부디 살펴 가십시오.”
소진혁이 홍천상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기로 하신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눈을 빛내며 소은설과 진운룡을 살피던 홍천상이 괜찮다며 수하들을 이끌고 주루를 나섰다.
* * *
삼층으로 올라간 소은설과 소진혁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소진혁은 소진태의 동생으로 가는 눈과 좁은 턱, 세 갈레로 뻗어난 얇은 수염 등 전체적으로 쥐를 닮은 추레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아 나이보다 늙어 보이긴 했으나, 실제 나이는 올해로 쉰두 살에 불과했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나, 무인으로 본다면 아직 한참 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의 젊은이는…….”
눈을 가늘게 뜬 소진혁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진운룡을 바라봤다.
하오문 분타는 함부로 공개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데 자신의 조카가 처음 보는 자를 데려온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아! 아버지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한 분이에요. 이봐요. 숙부님께 인사드리세요.”
소은설이 진운룡의 팔을 툭 쳤다.
“진운룡이라 하오.”
진운룡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던지듯 내뱉었다.
“크흠…….”
소진혁이 떨떠름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자신보다 서른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진운룡이 어이없게도 평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오문 소속이라면 워낙에 강호에서 무시를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아마도 진운룡이 어딘가 중견 문파의 후기지수라 생각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성질머리 하곤……. 숙부님 원래 이런 사람이니 개의치 마세요.”
소은설의 비난에도 진운룡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코웃음을 쳤다.
“크흠……. 흠, 인사는 뭐 됐고,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진혁이 물었다.
제검문 사람들을 보내고 따로 이야기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의아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실종에 대한 일이에요.”
소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현재 제녕 분타에서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분타주 소진태를 찾는 일이었다.
게다가 소진태는 자신의 친형이었다.
분타주 대리라는 위치 때문에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혹시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 초가장을 조사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나요?”
“초가장을?”
소진혁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소진태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도 아버지가 실종되신 후 집에 남기신 자료들을 확인하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에요.”
“형님께선 초가장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 여기신 건가…….”
소진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2장 세상으로 나가다 (3)
“여기예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소은설이 모퉁이의 양화루라는 주루를 가리켰다.
그다지 고급은 아니었으나, 삼층으로 이루어진 제법 규모가 큰 주루였다.
“어서 옵쇼!”
안에 들어서자 점소이가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꾸벅 절을 했다.
“두 분이시면 이쪽으로 오시지요!”
능숙한 몸놀림으로 점소이가 두 사람을 빈 탁자로 안내했다.
점소이의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은 순간이었다.
“어라? 이게 누구신가? 소 낭자가 아니신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텁석부리 장한 하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소은설을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키는 칠 척이 훌쩍 넘어갔고, 온몸이 근육질로 뭉쳐 있는 것이 힘깨나 쓰게 생긴 자였다.
호랑이 눈에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뒤덮인 장한이 소은설과 진운룡을 향해 다가왔다.
“오호라! 그새 나를 놔두고 다른 놈팡이랑 바람을 피운 것인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띤 장한이 주먹을 우두둑 거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퍽!
소은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장한의 정강이에 발길질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악!”
정강이를 야무지게 가격당한 텁석부리 장한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누님한테 뭐? 어이 소 낭자?”
눈에 쌍심지를 켠 소은설이 주먹을 추켜올리자 거구의 장한이 재빨리 팔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누, 누님! 잠깐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뭘 그러세요!”
아픔 때문인지 장한의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거렸다.
“뭐, 장난? 내가 지난밤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 지나 알고 니가 성질을 건드리냐? 엉?”
소은설의 주먹이 사내의 팔을 피해 뒤통수에 작렬했다.
퍽!
“아야! 누, 누님 살려 주세요! 용태 죽습니다!”
씩씩대며 몇 대를 더 때린 소은설이 주먹질을 멈췄다.
“됐고, 숙부님은 어디 계셔?”
“사, 삼층에서 제검문 분들을 만나고 계세요.”
스스로를 용태라 밝힌 장한이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평상시에도 자주하던 장난이었는데, 갑자기 소은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소은설은 용태의 불만 어린 모습을 외면한 채 생각에 잠겼다.
‘제검문이라면 이번 무림맹 조사대를 말하잖아? 대체 무엇 때문에 숙부님을 찾아온 거지?’
지금 당장 올라가 숙부를 만나고 싶었지만, 무림맹 조사대가 있는 데서는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혹시 그들도 무언가 실마리를 발견한 거라면 이야기하기 편할 텐데…….’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하오문 분타주인 아버지 소진태 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일을 제검문에서 알아냈을 리가 없었다.
“일단 식사나 하면서 기다리죠. 제검문 사람들이 나오면 그때 올라가야겠어요.”
“그러든지.”
소은설의 말에 진운룡이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은설 누님? 한데,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그때 탁자 옆에서 눈치를 보며 쭈그리고 있던 용태가 슬그머니 물었으나, 소은설이 고개를 돌려 째려보자 흠칫 놀라 자라목을 하곤 움츠러들었다.
“아버지 찾는 것을 도와줄 분이야. 보기엔 샌님 같지만 고수거든.”
“분타주님을요?”
용태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에이, 별로 고수같이 보이지 않는데요? 사내가 이렇게 여리여리해서야 힘이나 쓰겠어요?”
진운룡은 아무리 봐도 무공을 익힌 사람 같지가 않았다.
용태가 어렸을 때 몰래 훔쳐보곤 했던 동네 무관의 사범들만 해도 근육이 쇠처럼 단단했고, 눈을 부릅뜨면 움찔하게 하는 서늘한 기세가 느껴졌다.
한데 진운룡은 근육은커녕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호라! 지금 내말에 토를 달았다 이거지?”
소은설의 눈꼬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누님이 분타주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고수분이 도와주시게 되었으니 이제 좀 마음이 놓입니다!”
얼른 표정을 바꾼 용태가 허겁지겁 허리를 숙이며 몇 번씩 감사 인사를 했다.
“흥! 그만하면 됐어.”
소은설이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용태에게 화가 난 것 보다는 초가장 무사들에게 쫓기며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괜한 화풀이를 한 것뿐이었다.
게다가 진운룡때문에 쌓였던 울화도 용태를 두드려 패고 나니 조금 후련해지는 듯했다.
물론 용태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다.
진운룡은 두 사람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용태라는 털복숭이 장한이 소은설 보다 열 살은 더 먹어 보였는데, 하는 모양은 마치 누이와 동생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 아이는 하오문 제녕 분타 막내 용태예요. 생긴 건 이래도 아직 열다섯밖에 안 됐어요. 어릴 적에 산에서 약초를 잘못 주워 먹어서 이렇게 됐다네요.”
진운룡이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소은설이 재빨리 용태를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하오문의 귀염둥이 용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요!”
용태가 해맑게 웃으며 진운룡에게 꾸벅 절을 했다.
“열다섯? 허……. 서른이라 해도 믿겠는데?”
“헤헤, 그렇죠, 형님?”
“웃기는?”
소은설이 흘겨보자 용태가 얼른 웃음을 멈췄다.
“어? 누님. 제검문 사람들이 내려오는데요?”
그때 용태가 갑자기 계단 쪽을 보며 속삭였다.
동시에 소은설과 진운룡의 시선이 계단으로 향했다.
여섯 명이 함께 이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가장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제검대 부대주 홍천상과 소은설의 숙부인 소진혁이었다.
소진혁은 현재 실종된 분타주 소진태를 대신해 제녕 분타를 이끌고 있었다.
“숙부님!”
소은설이 얼른 소진혁에게 달려갔다.
“은설이 아니냐? 어제는 어딜 갔던 게냐? 게다가 그 상처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이고?”
소진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혈귀곡에서 나온 뒤 옷을 바꿔 입기는 했으나, 얼굴의 긁힌 상처들은 가릴 수 없었던 것이다.
“실은…….”
말을 꺼내려던 소은설이 제검문 사람들을 슬쩍 쳐다봤다.
“숙부님께 따로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소은설이 제검문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을 눈치챈 소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위로 올라가도록 하자. 이거 질녀(姪女)가 중요한 용건이 있는 듯하여 멀리 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부디 살펴 가십시오.”
소진혁이 홍천상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기로 하신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눈을 빛내며 소은설과 진운룡을 살피던 홍천상이 괜찮다며 수하들을 이끌고 주루를 나섰다.
* * *
삼층으로 올라간 소은설과 소진혁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소진혁은 소진태의 동생으로 가는 눈과 좁은 턱, 세 갈레로 뻗어난 얇은 수염 등 전체적으로 쥐를 닮은 추레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아 나이보다 늙어 보이긴 했으나, 실제 나이는 올해로 쉰두 살에 불과했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나, 무인으로 본다면 아직 한참 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옆의 젊은이는…….”
눈을 가늘게 뜬 소진혁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진운룡을 바라봤다.
하오문 분타는 함부로 공개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데 자신의 조카가 처음 보는 자를 데려온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아! 아버지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한 분이에요. 이봐요. 숙부님께 인사드리세요.”
소은설이 진운룡의 팔을 툭 쳤다.
“진운룡이라 하오.”
진운룡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던지듯 내뱉었다.
“크흠…….”
소진혁이 떨떠름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자신보다 서른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진운룡이 어이없게도 평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오문 소속이라면 워낙에 강호에서 무시를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아마도 진운룡이 어딘가 중견 문파의 후기지수라 생각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성질머리 하곤……. 숙부님 원래 이런 사람이니 개의치 마세요.”
소은설의 비난에도 진운룡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코웃음을 쳤다.
“크흠……. 흠, 인사는 뭐 됐고, 할 말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진혁이 물었다.
제검문 사람들을 보내고 따로 이야기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의아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실종에 대한 일이에요.”
소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현재 제녕 분타에서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분타주 소진태를 찾는 일이었다.
게다가 소진태는 자신의 친형이었다.
분타주 대리라는 위치 때문에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혹시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 초가장을 조사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나요?”
“초가장을?”
소진혁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소진태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도 아버지가 실종되신 후 집에 남기신 자료들을 확인하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에요.”
“형님께선 초가장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 여기신 건가…….”
소진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