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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 1권 (15화)
4장 신위를 드러내다 (5)
우우우우우웅!
진운룡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강력한 기운이 그의 온몸을 터뜨려 버릴 듯 압박하고 있었다.
“커헉!”
숨조차 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임덕화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 공자! 이게 무슨 짓이오! 우리 대공자께서 아직 강호경험이 적어 실수를 한 것이니 이,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오.”
홍천상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운룡을 말렸다.
“실수라?”
홍천상을 한 번 돌아본 진운룡이 피식 한 번 웃더니 기세를 거두었다.
털썩!
임덕화가 얼이 빠진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머릿속에 그대들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사실, 그대들이 죽건 말건 아무런 관심이 없단 말이지. 난 오로지 초진도만 잡으면 그만이거든. 그러니 괜히 쓸데없이 내 성질을 건드리지 말도록 해. 보다시피 내가 성질이 좀 더럽거든?”
한기 어린 진운룡의 목소리에 홍천상의 몸이 살짝 떨렸다.
갑작스런 소란을 틈타 초진도가 천천히 장원 입구 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진운룡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네놈 역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비릿한 조소와 동시에 진운룡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스으으윽!
“엇!”
깜짝 놀란 초진도가 재빨리 임설향의 목을 비틀었다.
한데 손에서 아무런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초진도의 시선이 임설향에게로 향했다.
푸악!
“꺄악!”
순간 초진도의 팔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새 그의 손이 팔목부터 잘려져 나간 것이다.
“어어…….”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초진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퍼퍽!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초진도의 육신이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초진도가 서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진운룡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구도 진운룡이 어떻게 초진도의 손목을 자르고 그를 쓰러뜨렸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핏물을 뒤집어쓴 임설향이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 진운룡을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 그야말로 절세의 미남이라 할 수 있는 조각 같은 얼굴, 그가 자신을 구해 줬다고 생각하니 임설향은 두려운 가운데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주님을 구하라!”
그때, 총관 공탁과 무사들이 초진도의 앞을 막아섰다.
“어리석군.”
피식 웃은 진운룡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가 노랗게 물들었다.
스스스스!
동시에 초진도의 손목에서 쏟아져 나온 핏물이 허공으로 떠올라 진운룡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손 위로 모여든 핏물들은 천천히 회전하며 둥근 구체를 이루었다.
피의 구체가 점점 커져 주먹만 해지자 진운룡이 가볍게 손을 튕겼다.
슈우우욱!
파열음과 함께 구체가 터져 나가며 수십 개의 핏방울이 마치 암기처럼 쏘아져 나갔다.
퍼퍼퍼퍼퍼퍽!
“크악!”
“아악!”
핏방울이 진운룡 앞을 막아선 무사들을 꿰뚫었다.
무사들의 육신뿐 아니라 그들이 들고 있는 검까지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비명과 함께 무사들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으으…….”
이 한 수로 초진도와 그의 수하들 중 온전히 서 있는 이는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진운룡의 강력한 무력과 잔혹한 손속에 제검문은 물론 하오문도들도 숨을 죽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 고마워요…….”
임설향이 홍조가 도는 얼굴로 말했다.
“널 위해 한 게 아니다.”
무뚝뚝한 진운룡의 말에 임설향은 순간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차가운 모습마저도 오히려 진운룡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어쩜. 정말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야!’
진운룡을 바라보는 임설향의 눈빛이 당과를 보며 침을 삼키는 아이처럼 빛났다.
임설향의 마음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진운룡은 담담한 얼굴로 초진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으으으……. 네놈이 감히…….”
초진도는 독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진운룡을 노려봤다.
무시무시한 진운룡의 신위를 확인하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어이. 네가 원하는 것을 물어봐라.”
진운룡이 소은설을 보며 손짓을 했다.
그제야 충격에서 헤어 나온 소은설이 얼른 진운룡 옆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두려운 눈으로 진운룡을 흘끔거렸다.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것이 왠지 뜨끔했다.
‘혹시라도 나한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만일 진운룡이 억하심정을 가지고 자신에게 손을 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에 소은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진운룡이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소은설이 말을 더듬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궁금한 게 없으면 말고.”
“아!”
그제야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를 떠올린 소은설은 초진도를 바라봤다.
“개 같은 놈! 대체 우리 아버지는 어디로 보낸 거야?!”
금세 힘이 났는지 소은설이 증오가 담긴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네년의 아버지는 아마도 이미 뒈졌을 것이다. 그게 다 제 분수도 모르고 이리저리 쑤셔 댄 대가지. 큭큭큭!”
팔목이 잘린 고통도 잊었는지 초진도가 즐겁다는 듯 비열하게 웃었다.
소은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거짓말 마! 어디로 보냈는지 빨리 말하란 말이야!”
소은설이 달려들려는 것을 진운룡이 막았다.
“팔이 잘렸다고 해도 네가 덤벼들 상대가 아니다.”
“젠장!”
초진도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소은설을 격동시켜 자신에게 달려들도록 만들려 했는데, 진운룡이 어느새 눈치를 챈 것이다.
“아버지의 행방은 걱정할 것 없다. 놈이 알고 있다면 결국 말하게 될 테니까.”
진운룡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크으윽! 아무리 고문을 한다 해도 내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진운룡이 다가오자 초진도가 욕지기를 토해 냈다.
“고문 따위 귀찮은 짓을 할 이유가 없지.”
그에게는 번거로운 고문 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방도가 있었다.
바로 제령안을 사용하는 것이다.
순간, 진운룡의 두 눈에서 황금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화아아악!
“크아아악!”
갑자기 머릿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초진도가 비명을 질렀다.
진운룡이 경련하는 초진도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맞췄다.
초진도의 가느다란 눈이 눈동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덜덜덜!
두 눈 가득 핏발이 선 초진도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진운룡의 송곳 같은 눈빛이 초진도의 머릿속을 후벼 파고 의식을 송두리째 끄집어냈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소은설을 비롯해 하오문과 제검문 사람들은 두려운 얼굴로 그 기괴한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진운룡이 초진도를 고문하고 있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한 채 진운룡은 천천히 초진도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시체들……. 무인……. 제남?”
소은설의 아버지가 옮겨진 곳은 제남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여섯 명과 함께 배로 옮겨졌다.
진운룡은 소진태가 옮겨진 곳이 정확히 제남 어디인지, 그리고 소진태와 다른 사람들을 옮긴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좀 더 초진도의 기억을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부르르르!
갑자기 초진도의 입에서 거품이 일더니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머리가 불룩거리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금제?!”
퍼억!
깜짝 놀란 진운룡의 외침과 동시에 초진도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것은…….”
진운룡의 눈에 묘한 빛이 일었다.
초진도의 머리에 행해진 금제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리가 터지고 뇌수가 흩어지는 잔혹한 모습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와 뇌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 내는 진운룡의 모습이 괴물처럼 보였다.
“아, 아버지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거죠?”
소은설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초진도가 죽었으니 아버지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그렇다고 진운룡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초진도의 머리가 터져 나갈 줄은 진운룡도 알지 못했던 듯 보였기 때문이다.
소은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버지……. 흐흑……!”
소은설이 흐느끼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진운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남으로 옮겼군. 네 아버지뿐 아니라 여섯 명이 함께 끌려갔어.”
소은설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아, 아버지가 있는 곳을 알아낸 건가요? 호, 혹시 초진도가 죽기 전에 이야기 나요?”
뒤쪽에 있던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기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먼저였다.
“뭐, 어떻게 보면 그런 셈이지.”
“정말인가요! 상태는요? 아직 살아 계신 거죠?”
조바심이 인 소은설이 연달아 질문을 쏟아 냈다.
“그가 마지막 봤을 때까지는 분명 살아 계셨다더군.”
소은설의 얼굴이 밝아졌다.
“숙부 들으셨어요? 아버지가 제남에 계시대요!”
“형님이 살아 계시다니!”
“누님! 정말 다행이에요!
소진혁과 용태도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기뻐했다.
4장 신위를 드러내다 (5)
우우우우우웅!
진운룡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강력한 기운이 그의 온몸을 터뜨려 버릴 듯 압박하고 있었다.
“커헉!”
숨조차 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임덕화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 공자! 이게 무슨 짓이오! 우리 대공자께서 아직 강호경험이 적어 실수를 한 것이니 이,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오.”
홍천상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운룡을 말렸다.
“실수라?”
홍천상을 한 번 돌아본 진운룡이 피식 한 번 웃더니 기세를 거두었다.
털썩!
임덕화가 얼이 빠진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머릿속에 그대들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사실, 그대들이 죽건 말건 아무런 관심이 없단 말이지. 난 오로지 초진도만 잡으면 그만이거든. 그러니 괜히 쓸데없이 내 성질을 건드리지 말도록 해. 보다시피 내가 성질이 좀 더럽거든?”
한기 어린 진운룡의 목소리에 홍천상의 몸이 살짝 떨렸다.
갑작스런 소란을 틈타 초진도가 천천히 장원 입구 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진운룡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네놈 역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비릿한 조소와 동시에 진운룡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스으으윽!
“엇!”
깜짝 놀란 초진도가 재빨리 임설향의 목을 비틀었다.
한데 손에서 아무런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초진도의 시선이 임설향에게로 향했다.
푸악!
“꺄악!”
순간 초진도의 팔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새 그의 손이 팔목부터 잘려져 나간 것이다.
“어어…….”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초진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퍼퍽!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초진도의 육신이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초진도가 서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진운룡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구도 진운룡이 어떻게 초진도의 손목을 자르고 그를 쓰러뜨렸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핏물을 뒤집어쓴 임설향이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 진운룡을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 그야말로 절세의 미남이라 할 수 있는 조각 같은 얼굴, 그가 자신을 구해 줬다고 생각하니 임설향은 두려운 가운데에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주님을 구하라!”
그때, 총관 공탁과 무사들이 초진도의 앞을 막아섰다.
“어리석군.”
피식 웃은 진운룡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가 노랗게 물들었다.
스스스스!
동시에 초진도의 손목에서 쏟아져 나온 핏물이 허공으로 떠올라 진운룡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손 위로 모여든 핏물들은 천천히 회전하며 둥근 구체를 이루었다.
피의 구체가 점점 커져 주먹만 해지자 진운룡이 가볍게 손을 튕겼다.
슈우우욱!
파열음과 함께 구체가 터져 나가며 수십 개의 핏방울이 마치 암기처럼 쏘아져 나갔다.
퍼퍼퍼퍼퍼퍽!
“크악!”
“아악!”
핏방울이 진운룡 앞을 막아선 무사들을 꿰뚫었다.
무사들의 육신뿐 아니라 그들이 들고 있는 검까지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비명과 함께 무사들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으으…….”
이 한 수로 초진도와 그의 수하들 중 온전히 서 있는 이는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진운룡의 강력한 무력과 잔혹한 손속에 제검문은 물론 하오문도들도 숨을 죽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 고마워요…….”
임설향이 홍조가 도는 얼굴로 말했다.
“널 위해 한 게 아니다.”
무뚝뚝한 진운룡의 말에 임설향은 순간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차가운 모습마저도 오히려 진운룡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어쩜. 정말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야!’
진운룡을 바라보는 임설향의 눈빛이 당과를 보며 침을 삼키는 아이처럼 빛났다.
임설향의 마음이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진운룡은 담담한 얼굴로 초진도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으으으……. 네놈이 감히…….”
초진도는 독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진운룡을 노려봤다.
무시무시한 진운룡의 신위를 확인하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어이. 네가 원하는 것을 물어봐라.”
진운룡이 소은설을 보며 손짓을 했다.
그제야 충격에서 헤어 나온 소은설이 얼른 진운룡 옆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두려운 눈으로 진운룡을 흘끔거렸다.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것이 왠지 뜨끔했다.
‘혹시라도 나한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만일 진운룡이 억하심정을 가지고 자신에게 손을 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에 소은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진운룡이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소은설이 말을 더듬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궁금한 게 없으면 말고.”
“아!”
그제야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를 떠올린 소은설은 초진도를 바라봤다.
“개 같은 놈! 대체 우리 아버지는 어디로 보낸 거야?!”
금세 힘이 났는지 소은설이 증오가 담긴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네년의 아버지는 아마도 이미 뒈졌을 것이다. 그게 다 제 분수도 모르고 이리저리 쑤셔 댄 대가지. 큭큭큭!”
팔목이 잘린 고통도 잊었는지 초진도가 즐겁다는 듯 비열하게 웃었다.
소은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거짓말 마! 어디로 보냈는지 빨리 말하란 말이야!”
소은설이 달려들려는 것을 진운룡이 막았다.
“팔이 잘렸다고 해도 네가 덤벼들 상대가 아니다.”
“젠장!”
초진도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소은설을 격동시켜 자신에게 달려들도록 만들려 했는데, 진운룡이 어느새 눈치를 챈 것이다.
“아버지의 행방은 걱정할 것 없다. 놈이 알고 있다면 결국 말하게 될 테니까.”
진운룡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크으윽! 아무리 고문을 한다 해도 내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진운룡이 다가오자 초진도가 욕지기를 토해 냈다.
“고문 따위 귀찮은 짓을 할 이유가 없지.”
그에게는 번거로운 고문 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방도가 있었다.
바로 제령안을 사용하는 것이다.
순간, 진운룡의 두 눈에서 황금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화아아악!
“크아아악!”
갑자기 머릿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초진도가 비명을 질렀다.
진운룡이 경련하는 초진도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맞췄다.
초진도의 가느다란 눈이 눈동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덜덜덜!
두 눈 가득 핏발이 선 초진도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진운룡의 송곳 같은 눈빛이 초진도의 머릿속을 후벼 파고 의식을 송두리째 끄집어냈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소은설을 비롯해 하오문과 제검문 사람들은 두려운 얼굴로 그 기괴한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진운룡이 초진도를 고문하고 있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한 채 진운룡은 천천히 초진도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시체들……. 무인……. 제남?”
소은설의 아버지가 옮겨진 곳은 제남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여섯 명과 함께 배로 옮겨졌다.
진운룡은 소진태가 옮겨진 곳이 정확히 제남 어디인지, 그리고 소진태와 다른 사람들을 옮긴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좀 더 초진도의 기억을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부르르르!
갑자기 초진도의 입에서 거품이 일더니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머리가 불룩거리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금제?!”
퍼억!
깜짝 놀란 진운룡의 외침과 동시에 초진도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것은…….”
진운룡의 눈에 묘한 빛이 일었다.
초진도의 머리에 행해진 금제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리가 터지고 뇌수가 흩어지는 잔혹한 모습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와 뇌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 내는 진운룡의 모습이 괴물처럼 보였다.
“아, 아버지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거죠?”
소은설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초진도가 죽었으니 아버지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그렇다고 진운룡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초진도의 머리가 터져 나갈 줄은 진운룡도 알지 못했던 듯 보였기 때문이다.
소은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버지……. 흐흑……!”
소은설이 흐느끼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진운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남으로 옮겼군. 네 아버지뿐 아니라 여섯 명이 함께 끌려갔어.”
소은설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아, 아버지가 있는 곳을 알아낸 건가요? 호, 혹시 초진도가 죽기 전에 이야기 나요?”
뒤쪽에 있던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기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먼저였다.
“뭐, 어떻게 보면 그런 셈이지.”
“정말인가요! 상태는요? 아직 살아 계신 거죠?”
조바심이 인 소은설이 연달아 질문을 쏟아 냈다.
“그가 마지막 봤을 때까지는 분명 살아 계셨다더군.”
소은설의 얼굴이 밝아졌다.
“숙부 들으셨어요? 아버지가 제남에 계시대요!”
“형님이 살아 계시다니!”
“누님! 정말 다행이에요!
소진혁과 용태도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