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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술사 1권(25화)
Chapter 12 전설의 재림(2)
“안녕하신가.”
“……흐음!”
어두운 방 안.
촛불 하나도 일렁이지 않는 방 안은 음침하기까지 했다. 그런 방 안에서, 두 명의 사내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다만, 한 명은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하자르.”
“무슨 일로 나의 거처를 찾았는가?”
“꼭 그걸 답해야 하나?”
이욱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하자르를 내려다보며. 그 눈빛에는 엄청난 살기가 가득했다. 폭풍 같은 살기에 하자르는 숨이 턱턱 막혔다.
어떻게 이런 괴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이런 괴물이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스마엘이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란 말인가?
아니면…… 정말로 모래술사의 후계자란…… 말인가.
“모르겠는데…….”
하자르는 살기를 이 악물고 버텨 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심복들을 불렀다. 이 어둠에 심복들은 숨어 있었다. 명령을 내리는 순간, 이욱을 공격하리라!
이욱은 그것도 모르고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저번에 보낸 경고. 받지 못했나?”
“…….”
“분명 벌레들의 머리와 함께 보냈는데 말이야.”
벌레들은 곧 암살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리라.
하자르는 말이 없었다. 점점 더 짙어지는 살기! 차마 입조차도 열 수 없는 압박감에 정신이 혼미하기까지 했다. 호흡조차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독을 썼다……?”
“도대체 무슨 소린가!”
“호? 몰라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이젠 그만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그게 무슨!”
쾅!
순간 이욱의 기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욱의 온몸에 타고 흐르는 마나! 마나는 살기를 담고 있었다. 지나가는 생명체를 졸도하게끔 할 만한 엄청난 살기!
광폭함!
흉포함!
모든 걸 다 집어삼킬 야수의 형상!
“커, 커컥!”
“암살, 독……. 죽어야지.”
꽈악!
이욱은 입을 닫았다. 그러자 엄청난 힘이 하자르를 무겁게 짓눌렀다. 당장이라도 터질듯 부풀어 오르는! 하자르는 공포에 밀려 정신을 잃었다.
그저 가래 끓는 소리로.
간신히, 간신히!
“주, 죽여!”
파파팟!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심복들이 뛰쳐나왔다. 날카로운 예기가 가득한 검을 내지르는 그들!
하지만!
쿠웅! 푸악!
갑자기 등장한 장대한 체구에 그들은 모조리 잘려졌다.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에, 아니 압도적인 스피드에 그들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잘라졌다.
어떻게 죽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몸 자체가 완전히 잘라지는 것이 아닌가?
“허, 헉!”
“화, 황금괴물?”
“오크다. 오크! 카, 카푸르! 오크 대족장!”
아직 살아남은 심복 몇몇이 골든 몬스터를 보고 경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욱은 슬쩍 눈짓을 줬다. 그러자 골든 몬스터는 장대한 체구를 날렸다.
푸악! 파악!
“끄어어억!”
“커헉!”
단 한 번의 손짓으로.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그들은 모조리 잘려졌다.
“크헉, 헉.”
하자르의 두 눈망울에 두려움이 가득 서렸다.
괴물! 갑자기 나타난 저 황금괴물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신이 몰랐던 이욱은 얼마나 더 있단 말인가!
“자……. 잘 가라고.”
냉소.
이욱은 하자르를 살려 줄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조건 죽여야 하리라.
이욱은 악랄했다.
단 한 번에 죽일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 하였던 만큼.
이욱도 고통을 주려 하였다.
“네가 나한테 쓴 킬링 더스트라는 독이다.”
이욱은 왼손에 작은 병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 병을 본 순간 하자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찌 저 독이 저자에게 있단 말인가?
저건 사막에서 내로라하는 이도 구할 수 없는 극독이다. 그나마 자신에게 한 병이 있었는데…… 설마? 그것을 가져갔단 말인가?
이욱은 그 병의 뚜껑을 열었다.
순간 엄청난 독기가 치솟았다. 그 독을, 하자르의 입안으로 강제로 퍼부었다.
꿀꺽, 꿀꺽!
“커, 커허헉!”
하자르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자신이 구했던 독에 이리 당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설마……. 설마…….
“크……흐으으.”
하자르는 끝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버린 하자르. 이욱은 그런 하자르를 보기도 역겹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꽝!
원로장 하자르.
그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어쩌면 그의 죽음은 미리 예정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욱이 모래부족에 왔을 때부터, 아니 이 사막에 등장한 순간부터!
* * *
둥! 둥! 둥!
북소리가 거대한 홀에 널리 울렸다.
전장의 북소리처럼!
북소리에 맞춰 사람들의 흥분은 고조됐다.
홀에는 성대한 식이 열리고 있었다. 수많은 모래부족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그 중앙에 원로들이 차려입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둥! 둥! 둥!
북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빨라졌다.
둥! 둥! 둥! 둥! 둥!
흥분과 열기는 더해졌다.
고조됐다.
“모두 배(拜)!”
차차착!
이스마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원로들은 그대로 바닥에 몸을 바싹 붙였고, 주위에서 식을 보고 있던 사람들 역시 모두 공손히 절을 하였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일사불란했다.
터벅. 터벅. 터벅.
“…….”
주위는 이욱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려올 정도로 고요했다. 그런 고요함 속에 이욱은 천천히 원로들의 중심에 섰다.
차차착!
원로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이욱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이스마엘이 이욱에게 다가왔다.
“…….”
“…….”
이욱과 시선을 마주한 이스마엘. 이스마엘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맺혔다. 1년의 짧지 않은 시간, 이 엄청난 성장을 이룬 이욱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었다. 비록 자신이 제대로 스승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르쳤던 이가 끝내 성공했다는 사실은, 그의 가슴을 뿌옇게 만들었다.
약간의 침묵.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의 입이 다시 열렸다.
“원로회의 증인으로서 나 이스마엘은 이욱 님을 차기 모래술사로 인정함을 사막의 신께 맹세합니다.”
이스마엘의 시작으로 이어진 총 59명이라는 원로들의 인정.
그것은 사막의 명실상부한 모래술사임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이어진 축복!
원로들이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일종의 ‘축복’을 내렸다.
20명씩 무리를 지어진 원로들이 하나의 형태를 갖추었다. 마치 진법, 또는 마법진을 이룬 모습.
잠시 후 그 진법은 완전한 형태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욱은 그 중심에 우뚝 솟아 있었다.
순간 각 원로들에게서 신비한 기운이 뿜어졌다.
각기 다른 힘.
각기 다른 색의 힘.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하나.
이욱에게로 집중되었다.
“사막을 돌봐주는 신께 고합니다. 우리의 염원과 에너지를 담아 모래술사님께 축복을 내리고자 하니 부디 도와주소서!!”
대전을 울리는 장엄한 외침.
이어서 쏟아지는 커다란 섬광!
검은 하늘에서 터지는 섬광들은 장관이었다.
어둑하던 하늘이 마치 새벽녘처럼 붉게 물들어 갔다.
바람은 사막을 휩쓸었으며, 어둠에 잠식된 대지는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섬광은 그들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모래부족 전체를 휘감았다.
마치 신의 축복처럼…… 뜨겁고 활발했다.
그 축복이 사막에 나타난 순간.
붉게 물든 대지가 들썩였다.
사막을 이루고 있는 모래가 움직였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있는 모래란 모조리!
그리고 자력에 끌려가듯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갔다.
붉게 물든 대지 아래서 움직이는 황금빛 줄기.
그 줄기는 곧 수십 가닥으로, 수백 가닥으로 변했다.
공중으로 치솟는 찬란하기 그지없는 황금의 소용돌이.
신의 축복의 결정체!
그리고 그 화려하고 웅장한 빛줄기는 커다란 파장이 되어 하나의 인물에게 쏟아졌다.
모래술사이자, 사막의 중심에 서 있는. 이욱에게로!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 사막에 전설이 재림하리라.’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
언젠가 다시 재림한다는 전설!
그리고 지금.
그 전설이 비로소 재림했다.
다음 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