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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다시 쓰다 1권(14화)
5장 만물사(萬物士) 현칠(2)
“어제는 제가 혼란스러워 무례하게도 이렇게 저희를 도와주러 오신 분들에게 실례를 했습니다.”
“아닙니다.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어디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떠돌이 무사가 와서 이러는가 싶었겠지요.”
유소문의 숨김없는 말에 나백천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이내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어제는 나약한 문사의 모습을 풍기던 나백천도 오늘은 실로 한 문파의 책임자다운 기품이 흘렀다. 평소에 차분하고 의를 중요시하는 나백천이기에 나씨세가가 이류 문파에 속하면서도 강호에서는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하! 소협의 말씀이 실로 맞습니다.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시니 저도 말하기가 편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실력을 믿지 못해 그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아니, 오히려 처음부터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어찌 보면 잘못된 일이겠지요.”
나백천은 그런 유소문의 당당함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그를 잘 살펴보지도, 아니 신경도 안 쓰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그의 인물이 출중하고 말하는 기개 또한 호탕했다.
나백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례인 줄 알면서도 그에게 은근슬쩍 잠력을 불어넣어 보내고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유소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나백천의 일신 무공은 유소문에 비해 한참이나 낮았다.
한 문파의 수장이라고는 하지만 무공으로 손꼽아 보자면 무림고수 이백 위 안에 드는지도 정확하지 않은 그가 은근슬쩍 보내오는 잠력은 유소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하는 것이었다.
잠력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유소문을 바라보며 나백천의 얼굴에 감탄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유소문의 실력에 대해 자신이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어쩌면 그는 은거기인의 제자로서 이번 강호에 처음 출도한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거 손님을 너무 세워 두었군요. 우선은 앉으시지요. 그런데…… 저분은 왜 실내에서 삿갓을 쓰셨는지……?”
나백천은 자신의 잠력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유소문 때문에 약간은 무안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내 말꼬리를 돌리려는 듯 시선을 돌려 현칠을 바라보았다.
현칠은 실내에서도 검은 삿갓을 쓰고 있었다. 아니, 처음 나윤정과 독고은니를 만나면서부터 단 한 번도 그들 앞에서 제대로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다.
기림성의 객점에서 잠시 나윤정에게 얼굴을 보인 적이 있긴 했지만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삿갓을 벗어 보이지 않았었다. 여행 중 한 번은 독고은니가 삿갓을 쓰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으나 현칠은 그에 대한 설명을 피했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요.”
껄렁껄렁한 현칠의 대답에 문득 머쓱해진 나백천은 헛기침을 하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현칠이 남들 앞에서 삿갓을 벗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자신이 강호에서 만물사로 다닐 때 신비함을 더해 주려고 자색 머리카락을 보여 주었기에 혹시라도 그의 정체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귀찮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만물사란 별호를 사용하면서 그에게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중 대부분이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몰려오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현칠의 신비한 능력을 탐내며 그를 위협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은 현칠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삿갓을 쓰고 다녔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자색 머리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는 생각, 단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이유야 귀찮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쳐도 두 번째 이유는 자기 취향의 문제였다.
아무튼 나백천은 유소문과 현칠이 자리에 앉자 내일 있을 대사자 결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독고은니에게 들은 내용 그대로 들려주는 나백천의 설명에 지루해진 현칠은 어느새 딴청을 피우고 있었고 유소문만이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그나마 나백천의 이야기 중 새로운 내용이라면 대사자 결투 방식이었는데, 당귀문의 대사자 두 명과 독고세가와 나씨세가의 대사자 각각 한 명씩 두 명이 연륜전으로 싸워 승부를 본다는 것이었다.
연륜전이란 한 명이 다른 상대와 싸워 이기면 다음 상대자와도 승부를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나백천의 말을 들은 유소문은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당귀문에서 어떤 고수가 나오든 간에 자신이 한 명이라도 잡으면 승부가 오히려 쉽게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백천의 지루한 설명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내일 독고세가의 대사자로 나오는 붕권일수 노광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내일 독고세가의 대사자로 붕권일수 노광권 대협께서 오셨으니 그분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아니, 독고세가의 대사자가 붕권일수 노광권입니까?”
“그렇소만, 왜 그리 놀라시오?”
유소문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나백천은 그의 행동에 궁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저도 그분의 존성대명을 들어 놀란 것뿐입니다.”
그러자 나백천은 그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유소문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며 그 자리를 일어날 수 있었다.
“이런, 붕권일수 노광권이라니…….”
방을 나선 유소문은 뭔가 걱정이 되는 듯 조용히 노광권이란 이름을 되새겨 보았다.
사실 유소문이 비무신마로 백대고수들과의 대결을 벌이며 명성이 쌓여 갈 무렵, 천태문의 붕권일수 노광권은 비무신마란 놈이 자신에게 도전만 해 오면 단 십 수 만에 물리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며 그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적이 있었다.
결국 그 소문이 유소문과 현칠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되었고 격분한 현칠 때문에 광서까지 찾아간 유소문은 단 일 수로 패배시켜 버리고는 그를 무림서열록 100위에 올려놓았었다.
그러니 이곳에 붕권일수 노광권이 있다면 혹시라도 자신이 비무신마라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아직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유소문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칠은 아직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방을 나와서도 계속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웃을 일이 아냐!”
“크크크크! 미안. 그래도 웃음이 안 멈춰. 붕권일수 노광권만 믿고 걱정 말라니, 너는 웃기지도 않냐? 크크크!”
현칠의 말에 자신도 약간은 동의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하긴, 그놈은 입만 산 놈이었지!’
유소문 역시 처음 노광권을 만났을 때 어찌나 얄밉게 말만 많은지 그의 입을 베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참았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노광권이 날 알아보면 어떡하지?”
“걱정도 팔자다. 그가 널 어떻게 알아보겠어, 단 일 초에 끝나 버렸는데. 그리고 그때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잖아. 걱정하지 마.”
아직도 얼굴에 웃음기가 남아 있는 현칠은 별걸 다 걱정한다는 듯한 말투로 손사래를 쳤다.
그런 현칠의 말에도 유소문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나씨세가의 정문을 들어오는 노광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들먹거리기를 좋아하는 노광권은 아침부터 독고세가를 쭉 한번 돌아보고는 이제 나씨세가를 들르려는 참이었다.
노광권과 유소문의 눈이 마주치자 노광권은 잠시 그를 바라본 후 거만하게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다른 한 손으로 까닥거리며 유소문을 불렀다.
기가 막힌 유소문은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주춤거리더니 곧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노광권은 유소문을 얼굴부터 위아래로 쭉 한번 훑어 내려가더니 이내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새끼는 뭘 처먹고 자랐기에 이리도 잘생겼냐?’
유소문의 조각 같은 얼굴이 같은 남자로서 맘에 안 드는지 곧 그의 시비 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어제 나씨세가의 대사자로 왔다는 어중이떠중이요?”
순간 울컥한 유소문은 노광권의 얼굴에 일격을 먹일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간신히 그런 마음을 억누를 수 있었다.
평소에 이런 감정을 가지지 않는 유소문이었지만 어느새 현칠과 오래 다니다 보니 가끔은 현칠처럼 욱하는 성질이 생겨 버린 그였다.
“하하! 이름 높으신 붕권일수 노광권 대협을 이렇게 만나 뵈어 무척이나 영광스럽습니다.”
시비조의 말에도 오히려 웃으면서 자신을 높여 주는 말을 건네자 기분이 좋아진 노광권은 그런 유소문을 깔보는 듯 비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일 대사자 결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혹여나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려.”
정녕 사람의 인내를 시험하게 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유소문의 이마가 꿈틀거렸지만 그는 참고 또 참으며 이내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내일은 대협만 믿고 있겠습니다.”
유소문의 아부성 말투에 노광권은 속으로 배알도 없는 놈이라 생각하며 그를 향해 코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나백천을 만나러 사랑채 쪽으로 발을 옮겼다.
노광권이 사라지자 유소문의 뒤쪽에 있던 현칠이 자지러지는 웃음을 참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크크! 잘했어! 아주 잘 참았어. 멋진 연기이던걸. 크크!”
현칠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유소문은 노광권이 자신을 못 알아봤다는 사실 하나에 그저 편하게 마음을 놓았다. 그 후 점심때쯤에 찾아온 나윤정, 독고은니와 함께 간단히 차를 마시고 별다른 일 없이 그렇게 밤이 다가왔다.
저녁 식사는 나씨세가에서 내일에 있을 결투를 생각하며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독고세가의 가주인 독고현은 유소문과 현칠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알은체도 하지 않자 현칠은 기분이 나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고 역시나 주접대왕인 노광권은 밥을 먹으면서도 쉴 새 없이 자기 자랑을 해 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유소문과 현칠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런 노광권의 내일 활약을 기대하며 그를 치켜세워 주었다.
심지어 나윤정마저도 그런 노광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노광권이 식사 중에 술을 달라고 하자 내일 결투를 생각하며 오늘 자제하라는 나백천에게 자신은 싸움 전날 술을 먹어야지 잘 싸운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며 결국에는 술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들어간 술에 어느새 취해 버린 노광권은 이제는 주접에다가 술주정까지 같이 부리는 것이 아닌가.
결국 술에 취한 노광권은 나백천의 옆에 앉아 있던 나윤정의 손목을 덥석 잡아 버렸다.
“헤헤, 나 소저의 미모가 무척 출중하시군요.”
손목을 잡힌 나윤정은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노광권의 억센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백천과 독고현이 크게 놀라며 노광권의 행동을 말렸지만 술에 취한 노광권은 오히려 더욱 막무가내였다.
“아니, 내일 이 손에 나씨세가와 독고세가의 운명이 좌우되는데 이게 무슨 짓이오!”
노광권의 한마디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된 나백천과 독고현을 바라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한 유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현칠이 그의 소매를 잡으며 다시 끌어 앉혔다.
그러고는 자신의 품에서 공책과 만년필을 꺼내더니 뭐라 적어 내려갔다.
―노광권은 지금부터 밤새 죽도록 설사한다.
현칠이 그렇게 만년필을 이용하여 소원을 빌자 갑자기 노광권은 뱃속에서 뭔가가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심한 배탈에 나윤정의 손을 놓은 노광권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변소로 신형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노광권의 행동에 영문을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은 이때다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모두들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고, 이렇게 두 가문의 사활이 걸린 결투 전날은 진지함보다는 난잡함 속에 지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대사자 결투의 날이 찾아왔다.
결투 장소는 나씨세가 장원 뒤편에 위치한 연무장에서 진시(辰時)에 벌어지기로 되어 있었다.
이미 연무장에는 당귀문의 이백 명이 넘는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당귀문의 문주 당랑귀혼(幢郞鬼魂) 당석원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 무리 중 한가운데에서 거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뒤로 서서 흉흉한 안광을 내뿜는 이백 명의 무사들은 이류 문파라 무시했던 당귀문이 언제 저런 세력을 거느리게 되었나 하는 놀라움이 들 정도로 그들의 기도가 대단했다.
그런 자신만만한 당귀문과는 달리 나씨세가와 독고세가는 똥줄이 타 들어가고 있었다.
기문정천(技門頂天) 나백천이 자신 앞에 서 있는 하인에게 애가 타다 못해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 아직도 그곳에 계신다는 말이냐?”
나백천의 물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하인은 연신 땀을 흘리며 긴장한 듯 대답했다.
“그, 그게…… 노광권 대협이 어젯밤부터 설사병이 나셔 가지고서 지금도 벼, 변소에…… 계십니다.”
“그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이냐!”
나백천은 이런 어처구니없이 황당한 경우는 처음 당해 보는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독고현은 이미 절망한 듯 눈동자가 허망하게 풀려 있었다. 가문의 사활이 걸린 대결을 앞두고 당사자가 설사병에 걸려 변소에 있다니,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곧이어 진시가 다가오자 당귀문의 문주 당석원은 특유의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연무대 앞으로 다가와 나백천을 마주 보았다.
“나 문주, 그리고 독고 문주,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으니 어서 대사자 결투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능구렁이가 담 넘어가는 듯한 당석원의 느끼한 말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고 싶어질 정도로 혐오스러웠지만 지금 나백천과 독고현의 귀에는 마치 그의 목소리가 자신들의 죽음을 알리는 장송곡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저기…… 당 문주, 잠시 시간을 연기를 해 주었으면 하는데, 어떻소?”
나백천은 이마에 연신 땀을 흘리며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당석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그런 나백천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석원은 더욱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 문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이번 결투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각기 문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거요? 저기 내 뒤로 이백의 우리 문파 사람들이 안 보이시오?”
당석원은 여차하면 이백 명의 고수들로 쓸어버리겠다는 협박적인 말로 나백천의 말을 단번에 무시해 버렸다. 이제 정녕 끝이라는 생각에 지켜보던 나씨세가와 독고세가의 식솔들 중에서는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나백천의 시선이 유소문에게 향했다.
단상 뒤에서 한 점 흐트러짐도 없이 서 있던 유소문은 그런 나백천의 시선을 느끼고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옆에 있던 현칠이 잠시 그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