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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14화)
5. 사업(2)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4월 중순.
한국에서 최고로 큰 강이자 아름다움을 간직한 4대강 주변의 모든 경찰서에 비상이 걸렸다. 그것은 비단 금강과 영산강, 그리고 낙동강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한강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제…… 제길.”
서울 경찰청의 모든 형사들과 현직 검사들이 한 번 이상은 내뱉은 말이었다. 그 이유는, 최근에 4대강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함께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거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해서였다.
한강의 남쪽에 있는 강남에 자리 잡고 있는 4대 조직인 칼치파, 표창파, 황룡파, 청룡파를 비롯하여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온천파, 칼침파, 계란파, 자석파 등등의 거물 조직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종로를 거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 조직들의 숫자를 모두 합하면 20개가 조금 넘었고, 조직의 조직원들 머릿수만 세어 보아도 3만이 넘었다. 물론 들어온 정보로서는 그들 조직원들이 전부 서울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그들 중에서도 꽤나 이리저리 굴러다녔던 자들 100명과 보스만 올라왔다고 하지만, 일시에 20개가 넘는 조직이 서울에서 모였다는 것은 한국 경찰로서는 최악이자, 깡패 역사에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다. 각 조직의 머리들과 100명 정도의 조직원이 서울로 들어온 것을 확실했건만 그들의 자취는 어딜 뒤져 보아도 없었다.
최근 서울에서는 놀랍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깡패들 간의 세력 다툼과 구역 다툼이 일절 없었다. 그리고 불법 업소와 나이트클럽은 왜인지 날개를 접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들이 이 잡듯이 수색을 해 보아도 결국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그런 상황에 기뻐해야 정상이었지만, 검찰청과 경찰청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로 싸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놈들이 한 지역에 모였건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불안함에 휩싸인 것이었다.
경찰들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만약 그들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서울에 모인 것이었다면 최악이었다. 서로 세력 다툼을 해도 최악이었고, 무언가를 도모해서 일을 터트린다면 그건 더욱 최악이었다.
‘이놈 새끼들이, 얌전히 지들 구역에 있을 것이지 왜 올라와서 난리야.’
그리고 그들을 수사해야 하는 한 남성이 지금 담배를 피며 대검찰청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이구, 김 검사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 여 형사님…… 히유…….”
검찰청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김윤종 검사였다.
최근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심심치 않게 비리가 터지는 상황에서 김윤종 검사는 일절 검은돈을 받지 않는 청렴함과 날카로운 수사력,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불과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검사였다.
물론 뒷돈으로 비리를 저지르던 검사들이나 판사들은 그를 아니꼽게 보았지만 그는 그 어린 나이에 각종 상들을 수상 받고, 잡지에도 여러 번 나온 검사였다.
그리고 그가 반기는 형사는 다름 아닌 여승호 형사였다. 뭐, 그도 그 나름대로 다른 형사에게는 꿀리지 않는 경력과 수사력을 갖고 있는 실력파 형사였다.
사실 지금쯤이면 무궁화 2개를 당당하게 달고 형사계장, 경감의 직위에 있어야 했던 그였지만, 몇 년 전에 한 살인미수범을 잡는 도중에 범인이 휘두른 칼에 반응하여 위협사격을 했다가, 그 총알이 범인이 아닌 아스팔트에 박힌 사건이 있었다.
물론 총을 발포해서 어느 정도의 경찰청 내에서의 규제는 감수하고 있었지만, 언제 냄새를 맡았는지 매스컴에서 과대 포장된 사실을 보도하였고 일이 커지자 여 형사의 출셋길은 꽉 막혀 버리게 된 것이었다.
물론 경찰청 내에서는 그가 경감만큼이나 대우를 받고 존경을 받지만, 아쉽게도 그의 실질적인 직위는 경사에 불과했다.
이리됐든 저리됐든, 실력파 형사와 검사가 만난 이유는 다름 아닌 최근 서울에 생긴 일 때문이었다.
“형사님도 한 대 피시겠습니까?”
“아니, 난 됫수다. 딸내미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끊었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윤종은 담배를 한 번 빨면서 눈을 몇 번 끔뻑였다.
사실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는 꽤나 질긴 인연을 갖고 있는 사이었다. 윤종이 해결한 사건의 3할은 모두 여승호 형사의 도움으로 해결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실수로 위협사격 한 번 한다고, 그것도 맞춘 것도 아니고 아스팔트에 한 번 갈군 건데 참…….”
“검사님, 그 이야기 그만하수. 내 일이고 이제 신경도 안 쓰는데 귀에 딱지 앉을 것 같수다.”
“것보다. 형사님, 뭐 알아낸 건 있습니까?”
“으음……. 조금 있긴 한데…….”
“오! 역시 형사님이십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오. 한번 들어 보겠소?”
윤종은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알고 싶었다. 사실 오늘도 상사에게 엄청 깨지고 오는 길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여 형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사실 그도 그의 사비를 탈탈 털어서 알아낸 정보였다.
강남 종로구에 위치한 표창파의 한 업소.
표창파의 두목인 김도환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에게 전해져 온 편지를 읽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해 봐, 칼치야.”
“으음……. 형님,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예전 청룡파 두목도 아니고 강북의 사나운 야수라고 불리는 유시후입니다. 곽현진 놈이 아닌 이상 헛소리할 인물이 아닙니다만…….”
“그렇지? 하지만 4대강 주변의 모든 거대 조직을 모은다는 것은 그 주변의 거대 조직에 속한 중소 조직들도 딸려 온다는 것이지……. 그리고 그 숫자는 도합 3만은…… 아니, 어쩌면 4만은 될지도 모르고.”
“형님, 편지에도 적혀 있듯이 한 조직에 100명의 수행원, 그리고 보스만 참석 가능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와 내용은 적혀 있지 않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한마디만 해 주다니……. 함정 아닐까요?”
칼치는 은근히 목소리를 낮추며 김도환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말했듯이 이걸 보낸 것이 유시후야. 그 녀석이 언제 함정 같은 것을 쓰던?”
“그럼 형님, 한번 가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요즘 불경기라서 업소도 잘되지 않고 하니.”
“그래, 칼치야. 그럼 주먹 좀 쓰는 애들로 100명 모아 봐.”
“알겠습니다, 형님!”
칼치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이것이 바로 강남, 강북을 비롯한 4대강 주변의 조직들에게서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편지에 4대강 주변의 거대 조직들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최근 불경기로 출혈이 심한 것과 유시후의 지명도, 그리고 최근 심한 출혈로 세력이 약화되어 버린 것에 대한 회복을 위해 요청을 수락했다.
처음은 표창파만이 요청에 응했지만, 서로 눈치만 보면서 우물쭈물대던 조직들도 표창파를 따라 하나둘씩 요청에 응했다.
회담 장소는 종로에 위치한 청룡파의 최대 크기의 업소였다.
물론 그 이후에도 유시후가 힘을 썼다. 도합 2,500은 되는 각지의 깡패들이 머무를 숙소와 음식들을 비롯한 각종 물품들을 구입했고, 좋은 회담 분위기를 위해 꽤나 큰 출혈을 감수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그렇게 며칠 뒤 종로의 청룡파 소속 한 업소에 거대 깡패 조직 23개가 모이게 되었다. 업소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인테리어와 설비도 최신식으로, 고풍적이지만 모던틱한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어찌 됐든, 그 청룡파 소속의 술집에 각자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고, 큰 덩치에 하나같이 얼굴에 큼지막한 상처 하나씩 달고 있는 자들 23명이 모였다. 그렇게 처음의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그들은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기싸움을 하느라 여자도 들이지 않았고, 술과 음식도 거부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싸움을 하는 것을 눈치채고 있던 영원은 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회담 장소에 들어섰다.
순간 모두의 눈길이 쏠렸지만, 모두 잘못 들어온 소년으로 보고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아, 영원아, 왔구나.”
“네, 형님. 저 왔습니다.”
순간 주위의 기온은 싸늘하다 못해 추워졌다.
지금 각지의 거대 조직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거사인데, 그런 거사에 저런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학생 놈이 들어온 것이다. 거기다 그의 손에는 프린트되어 있는 종이가 들려 있었고, 무슨 처음 보는 영사기도 있었다.
“자, 지금부터 우리에게 사업의 개요를 설명할 황영원 학생입니다.”
쾅!
유시후가 웃는 얼굴로 영원을 소개하자 영산강 은어파의 두목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며 일어섰다.
“지금 우릴 희롱하는 거요? 저 어린 새끼가 뭐를 안다고 우리에게 설명을 한다는 이야기요!”
“그래! 이 씨발. 내가 아무리 어린 두목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오!”
금강의 칼날파의 어린 보스도 다혈질적인 성격에 들고 일어섰다.
그렇게,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회담의 분위기는 영원의 등장으로 더더욱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조용히들 해 보세요. 저 소년이, 곽현진 그 망할 놈으로부터 저에게 청룡파를 돌려준 놈입니다.”
유시후의 한마디에 욕지거리를 하고 테이블을 치던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변하였다. 이 암지의 세계에서 사나운 야수 유시후로 불리고 있는 그가 이렇게 사람을 칭찬하고 고마운 듯한 어조로 말하는 것도 놀라운데, 청룡파를 되찾은 것이 저 소년의 덕이라는 유시후의 말에 경악한 것이었다.
“끄응……. 그래, 한번 들어 주지.”
“일리 없으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것이야.”
그렇게 일단 영원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 영원은 미소를 지었다. 말은 못했지만 유시후에게 나이스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가라앉자 영원은 영사기를 연결하여 노트북 전원을 켰다. 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열고 영사기의 전원을 키자 회담 자리의 정면에 있는 하얀 벽에 프레젠테이션이 올라갔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내용은 다름 아닌 사업입니다.”
“그건 다 알고 왔으니 빨리해라, 아가야.”
누가 했는지 굵직한 목소리가 영원의 귀에 들려왔지만 영원은 미소를 지으며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 진행했다.
“최근 4대강에 대한 현 정부의 반응은 어떤지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하반기에 사업 착공식을 하여 금년, 그러니까 2009년 6월 달에 4대강 개발 공사가 추진되기 시작하지요. 그때 추진 본부가 구성됐습니다. 벌써 4월 초순입니다. 이미 4대강 사업을 진행할 기업들은 모두 정해졌고, 착공식도 거행했습니다. 정부가 주체하는 거대 사업이기 때문에 뒤쪽으로도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영원의 말에 모든 조직의 보스들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사실 그 사업 때문에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던 업소들이 모두 단속을 받았고, 조직원들도 엄청난 숫자가 체포된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해서 외부 노동력으로 약간을 대체하는 기업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저희들이 시작할 사업은 그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것이 모험이기는 하지만 여기 있는 거대 조직의 보스 분들의 돈과 힘, 그리고 저기 청룡파 보스이신 유시후 형님의 아시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면 무조건 성공하게 될 것입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니까 빨리 설명이나 하자, 아가야. 우리 바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저희는 지금부터 4대강 사업에 채택이 된 기업 하나를 주식을 사용해 무너트리게 됩니다.”
“그 정도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 이상은 해 본 일일 거야. 더 이야기해 봐.”
영원은 유시후의 말을 시작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교회나 학교에서 하는 재미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이유로 밋밋한 디자인과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