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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15화)
5. 사업(3)
“자, 여길 보십시오. 제가 여러분의 조직을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여러분의 조직의 재력과 조직원들의 수는 이 정도입니다.”
영원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직의 보스들에게 손에 들고 있었던 두꺼운 프린트물을 돌렸다. 그 이유가 서로의 힘을 서로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그들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로써 사실 그들은 영원에 대한 이유 모를 적대심과 두려움이 생겨났다. 자신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세세한 것들까지 영원이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프린트물의 맨 뒷장을 보시면 여러분들이 주식을 이용해 무너트릴 기업들이 있습니다.”
“저기, 물어볼 게 좀 있다.”
영선강의 양말파의 보스였다.
“네, 말하시죠.”
“무너트린다고 하자. 물론 각자 쉽고 정확한 방법들이 조직들마다 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1억에서 3억 사이밖에 못 벌 것이야. 그리고 이 정도는 우리들이 알아서 해도 되는데 어째서 여기 모이게 한 것이지? 혹시 그것으로 나라에 한 방 먹여 준다는 생각이면 오해야. 정부에서 곧장 후보로 되어 있는 기업을 하나 끌어들일 테니까.”
“날카롭습니다. 바로 그걸 이용하는 것이에요.”
“뭐?”
“자, 다음 장을 넘겨보시면 후보로 되어 있는 기업들이 쭉 적혀 있습니다.”
“아…… 아니, 이걸 어떻게 조사했지……?”
정보전에 능한 강남의 황룡파가 혀를 내둘렀다. 수억을 사용하여 전국의 흥신소에 의뢰를 하더라도 이렇게 자세하게 비밀로 되어 있는 나라의 사업에 관련된 기업은 알아내기 힘든 것이었다.
“그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찌 되었든, 여러분은 힘을 모아 각자 정해진 기업을 무너트리고 후보로 된 회사를 아직 경찰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조직원의 이름으로 인수해야 합니다.”
“나랏놈들이 알아차릴걸?”
“아니요. 못 알아챌 것입니다. 공사 추진 발표 후 공사 중에 기업을 무너트리게 제가 조치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마침 매스컴들도 세금 낭비하는 정부라고 비난하면서 일이 커지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 추진 본부에서는 허겁지겁 후보로 채택된 기업을 끌어들이겠지요. 그리고 그때는 벌써 저희 조직 연합이 인수한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순간, 아까 전 기싸움으로 인한 정적인 분위기와는 또 다른 의미에 정적이 찾아왔다. 지금 말한 모든 계획이 저 소년의 머리에서만 나온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에 앉아서 실실 웃고 있는 청룡파의 두목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잠…… 잠깐. 그럼 우리가 무너트린 기업들은 어떻게 되지? 우리가 먹고살자고 남을 짓밟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나?”
정이 많기로 유명한 표창파의 두목이었다. 물론 적에게는 가차 없는 스타일이었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들에게는 도저히 깡패라고는 볼 수 없는 의리와 상냥함을 갖고 있는 자였다.
“물론 저희가 무너트린 기업의 사람들은 저희가 새로 인수한 기업에 끌어들일 것입니다. 물론 연봉도 똑같이 해야겠지요. 하지만 계약금은 주지 않기로 하면 될 것입니다.”
“네가 지금 나라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아무리 그런 상황에서 안달이 난 추진 본부가 허겁지겁 후보 기업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이 4대강 사업을 하던 기업이 차례로 무너진다면 그건 누구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거기 적힌 기업의 주가를 조금씩 높여 놓아야 합니다.”
“뭐라고?”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소문을 흘리는 것입니다. 물론 전국에 말이지요. 자,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보스님들께서 받으신 무너트릴 기업 리스트는 두 조직에 한 기업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라에서 정할 정도의 기업이다 보니, 꽤나 기반이 탄탄해서 쉬이 무너지지 않지요. 그러니 두 조직이 하나의 기업을 무너트리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을 한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벌써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정해진 기업의 주식을 폭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사세요.”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주식으로 돈을 벌기는 하겠지만 그걸로 끝 아닌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까 전에 소문이라는 말을 꺼냈지요? 바로 여러분들이 전국에 몇몇 기업이 뭐가 됐다, 주식 투자하면 대박을 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소문을 퍼트려 놓습니다. 그럼 그 기업은 주가의 가격이 꽤나 높아집니다. 그때, 여러분들이 다시 소문을 하나 퍼트리는 것입니다. 그 기업에 사고가 일어났다. 세무조사가 되고, 불법을 행했다는 것을 들켜서 이제 그 기업은 주가 폭락을 할 것이다. 벌써 큰손들도 손을 떼고 있다.”
“올 커니, 그때 타이밍 좋게 우리 조직들이 손을 빼면 개미 투자자들도 따라올 것이고, 그건 무너진다. 이 말이냐?”
“네, 그런 거죠.”
“그래도 내 질문에는 대답이 되지 않았어. 나라 놈들을 어쩔 생각이야.”
“제가 말한 것이 답입니다. 지금부터 일어난 일은 도저히 일부러 무너트렸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 저희는 한 기업뿐만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업도 무너트리고 다른 회사로 교체하는 등 교묘하게 사업에 끼어들 것입니다. 몇 분은 용달을 하는 기업을, 몇 분은 시멘트 공장을. 그렇게 누구도 알아챌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을 경력과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 보았던 한국의 거대 깡패 조직의 보스들은 영원의 말이 끝나자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청룡파의 유시후는 유쾌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얼음물을 마시고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들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공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다면 이런 치밀한 계획은 세울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건 정말 공상이었다.
그렇게 영원이 준 프린트물의 약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계속해서 딴죽을 건 유시후 외의 22명의 보스들이었지만, 결국 그 어떤 반론도,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그들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사실 시골에 집 하나 짓는 것도 억 단위의 돈이 든다. 그런데 나라에서 추진하는 거대 사업이었다. 그 규모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총합 예산만 해도 수십 조에 이르렀다. 그런 사업에 지금 끼어드는 것이었다.
“대단해. 껄껄! 대단해! 맘에 들어!”
정적 속에 한 남성이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다름 아닌 강남의 황룡파의 보스였다.
“내가 어린놈이라고 얕잡아 봤더니 그게 아니군! 잘하면, 우리들이 굳이 불법에 손을 담그지 않더라도 인수한 기업만으로 살 수 있겠어! 이거 여차하면 사업 하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역시 황룡파의 보스답습니다. 제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기도 합니다.”
영원의 말이 끝나자 보스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했는지 고개를 스윽 들어 올렸다.
그렇다, 사실 영원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기도 했다.
영원은 이 사업으로 돈을 벌기는 하겠지만, 사실 원래 목적은 전국의 거대 기업들에게 불법이 아닌 제대로 된 수입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영원은 이것으로 비롯해서 전국에 힘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은 서울에서 제가 부탁한 일들을 해 주십시오. 필요한 분들은 경기도와 각자의 구역으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럼 서로 주어진 일들을 끝내고, 다음 회담은 2주 뒤 이 시간에 이 장소에서입니다. 이 시간 이후로 저희들은 조직 연합, 즉 유니온(Union)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전대미문의 뒷세계 거대 조직들의 연합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연합이 아닌 거대 조직들만의 연합!”
순간 보스들의 눈빛이 번뜩 뜨였다.
그동안 경찰들에게 얼마나 달달 우려먹어지고, 구역 다툼으로 영창 간 것이 몇 번이던가. 그런데 그 구역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연합이라는 게 생긴 것이었다. 그럼 굳이 자존심에 상처가 가지 않더라도 모두 한 연합에 있으니 구역 다툼의 근본 적 원인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뿐인가, 지금 만약 연합이 되면 한국 뒷세계 최고의 힘을 가진 연합에 속하게 되는 것이었다.
“좋다! 하자, 애송아!”
“애송이가 뭐냐! 이 돌머리야. 이 일을 이루어 낸 것도 저 소년이니 저 소년이 이제부터 뭐? 유니? 유니콘? 어찌 됐든, 거기의 두목이야!”
“그래! 좋다. 어차피 연합이면 두목이든 뭐든 위아래 개념이 없는 거잖아. 까짓것 네가 해라!”
“그래! 그게 좋겠다! 너는 보기보다 머리도 좋고, 그 유니온이란 연합의 필두가 되는 게 좋겠어!”
“그래, 그러도록 해라, 영원아.”
순간 영원은 마지막으로 말하는 유시후의 권유에 당황한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손사래를 쳤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사실 이것도 일기에 적혀 있어서 예상했던 일이었다. 전대미문의 깡패 조직들의 연합. 23연합으로 이루어진 최강의 조합인 유니온의 수장이 자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형님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으로 축하 파티를 열 것이니 즐겨 주십시오!”
“좋다. 그래! 어디 서울물이 얼마나 좋은지 보자!”
영원의 말이 방아쇠가 되었는지 문을 열고 웨이터 몇 명이 쟁반 채로 음식들과 술을 날라 왔다. 양주부터 소주, 맥주, 막걸리까지, 와인을 제외한 각종 술들이 날라져 왔다.
“유니온 만세!”
“거참, 웃기는 놈일세. 요즘에 누가 그런 걸 한다든?”
“닥치고 술이나 마셔!”
“좋다, 그래!”
그렇게 단숨에 난장판을 만드는 조직의 두목들이었지만 영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슬쩍 빠져나왔다.
밖의 공기는 조금씩 따끈한 기운이 슬슬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업소 밖으로 나오자 유흥가다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것들 중 반 이상이 모두 유니온에 속한 조직의 업소들이었다.
“이제 난 국내에서 최고의 집단의 필두가 됐어.”
물론 상하 관계는 아니었다. 그저 이제 새로 신설된 연합, 유니온에서의 23개 조직들 간의 조정이나 그들의 각종 문제를 불법이 아닌 합법으로 해결해 주는, 마치 해결사와도 같은 역할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뿐이었다.
이제 그들은 단 1년 만 자신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힘은 후일 레지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었다.
“자, 지금부터 기본 다지기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