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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18화)
5. 사업(6)


“걱정 마십시오. 그러니 제가 정부의 눈을 돌려 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어떻게. 말해 봐라.”
“음……. 이건 사실 말하면 안 되지만, 2009년 6월 25일에 전 세계적인 유명인이 타계합니다.”
“음?! 설…… 설마!”
“네, 전설적인 가수인 마이클 잭슨이 죽게 됩니다.”
“커헉!”
순간 회담장 내의 분위기가 신기하게 달아올랐다.
마이클 잭슨이 누군가.
자신들이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노래가 그의 노래였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여기의 반 이상이 모두 그의 이름을 알고 좋아하고 있었다. 아직 자신들이 청춘이었을 때 그의 노래는 최신인기가요보다 더 유명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금강의 칼날파의 어린 보스는 그저 마이클 잭슨이라는 유명인이 죽는 것에 충격을 받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4대강 사업이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혹시 S자동차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십니까?”
“S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 기업 중 하나 아니냐. 나도 그곳에서 만든 차 쓰고 있어.”
영원은 눈빛을 빛냈다.
“유시후 형님께서 우리나라 안에 퍼진 네트워크와 국외로 퍼진 것을 사용해서 S자동차에 방아쇠가 되게 해 주셔야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S자동차의 지금 현 상황은 뒤숭숭한 것이 아니라 위험합니다. 그러니 그 누르면 터질 것 같은 상황을 형님께서 터트리는 것이지요.”
유시후는 아직 못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원을 계속 바라보았다.
영원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S자동차를 파산시켜 주셔야겠습니다. S자동차가 파산되는 이유는 중국 자본에 인수되기 때문입니다. 유시후 형님께서 중국의 S자동차라는 곳을 이용해서 국내의 S자동차에 본 설계 및 기술도를 대거 가져올 것을 요구하게 하십시오. 거기까지만 해 주시면 알아서 하겠습니다.”
“노조가 대거 반대할 텐데? 기술 유출이 명백하잖아.”
“아니요, 사실 중국의 S자동차에서는 꽤나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을 약속할 것이에요. 그럼 노조가 쌍수 들고 환영하겠지요. 하지만 그때 마침 미국 금융이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으로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지자 중국 S자동차가 슬쩍 발을 뺄 것입니다. 물론 받아먹은 설계도를 가지고요. 물론 실질적으로 그것들은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 시나리오를 저희가 만들고 저희가 행한 것이지요.”
“영원아, 그렇게 큰일이 어찌 됐든 된다고 치고. 그럼 우리나라의 경제에 엄청난 영향이 있을 텐데? 우리가 불법이라는 삶으로 똘똘 뭉친 놈들이지만 그런 일까지 하려니 망설여지는구나.”
유시후는 걱정을 하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이 그런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디젤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찍 만든 것이 S자동차였다. 그것뿐인가, S자동차는 수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엄청난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의 파산과 노조의 파업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사실 미국 금융이 무너지는 것은 레지스가 벌인 일입니다. 뭐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S자동차 파산인 것이지요. 저도 이렇게 계획적이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일을 도모하고 진행하는 레지스가 무섭고요.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요. 어찌 됐든, 레지스가 중국 S자동차에 압력을 줘서 대한민국 S자동차를 무너트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레지스가 이 일을 벌이면 대한민국 S자동차는 재기는 둘째 치고 철저히 무너질 것입니다.”
“레지스?!”
순간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일반인들만 있는 회담 장소면 몰라도, 이곳은 한국의 암흑가에서 놀고 긴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도 레지스에 관한 소문은 알고 있었음으로 이리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어째서 거기서 레지스가 나오지?”
“레지스는 우리나라에 빨리 지부를 두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사실 중국의 대부분의 기업에 레지스가 미치는 영향력은 큽니다. 그러니 레지스는 한국의 경제를 매우 요동치게 만든 후 불법으로 제조한 중독성이 높은 술이나 마약을 밀반입해서 현실로부터 도피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본으로 한국의 경제와 암흑가를 포함한 정부까지 휘어잡으려고 하겠지요.”
지금 회담 장소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말이 됐다. 개연성이나 사실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오히려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중국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유럽의 마피아들이 한다면 그나마 의심만 하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레지스는 다르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기업 한두 개를 희생시켜서 대한민국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할 것이리라.
“그러니 유시후 형님께서 나서 주십시오. 그러면 처음은 힘들겠지만 점점 S자동차는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레지스를 막고, 후일을 도모할 찬스를 주고, 일석이조란 이야기냐?”
“네, 그렇습니다. 귀띔을 드리자면 중국의 천지회…… 아니, 삼합회지요? 삼합회가 중국 S자동차에 영향력이 조금 있다니 그쪽으로 하면 될 것입니다.”
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했다.
회담 분위기는 지금 너무나도 가라앉아 있었다.
레지스에 S자동차 파산, 마이클 잭슨의 타계 등등의 너무나도 큰일들을 한 번에 알려 주니 마음이 심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미리 예견하고 대처하는 영원에게 자신들과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뭐 말할 것도 없이 주변의 분위기는 그쪽으로 쏠립니다. 4대강 사업 제치고, 너무나도 여러 가지 일이 국외에서 벌어지니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눈길이 가기 마련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렇겠구나.”
무적파의 김철수가 입꼬리를 올리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착잡한 마음과 흥분되는 마음에 각자 주먹을 쥐거나 입맛을 다시고,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눈을 감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동안 암흑가에서 매일 싸움질과 술집을 전전하며 살아왔고, 머리 쓰는 일부터 돈을 버는 일도 철저히 단순한 것만을 고집해 왔던 자신들이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여러 일들을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호승심이라고 하면 호승심이리라. 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래, 자부심이라고 하면 정말 잘 어울렸다. 지금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굳이 두 주먹이 아닌 머리를 쓰는 것으로도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았다.
“자자!”
탁탁!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영원이 손바닥을 크게 부딪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좀 있다 나가시면서 제가 웨이터한테 부탁해 놓았으니까 다음 달까지 해야 할 일들이 적힌 종이 받으시고요. 지금은 우선 즐기십시오. 조금만 기다리면 가공할 만한 금액의 돈이 저희 손에 쥐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놀 때는 놀아야지!”
그동안 머리 아픈 작업을 계속하느라 심신이 지친 조직의 두목들은 눈빛을 빛내며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저는 그럼, 아직 미성년자니까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왜 그러냐. 너 솔직히 미성년자 아닌 것 같은데, 야.”
그래도 연령이 비슷한 금강의 칼날파의 어린 보스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의 이름은 이인호였다.
곰처럼 생긴 덩치에 호쾌한 성격을 가진 자였다.
영원과는 5살의 나이 차이로, 선대 보스였던 아버지가 세력 다툼 때 눈먼 칼에 맞아 돌아가신 후 분노에 휩싸여 대학을 때려치우고 이 세계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래도 배운 것이 많은 그여서 조직을 잘 이끌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다른 보스들과는 달리 나이가 어려서 호승심과 분노를 조절 못하고 다혈질인 성격이 흠이었지만, 다행히 금강 쪽에는 그리 큰 세력들이 많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는 처음 영원이 유니온의 앞에 섰을 때 욕지거리를 했던 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그게 아니라 전 자금 문제로 집에 돌아가 봐야 합니다. 죄송해요.”
“으음……. 그래도 유니온의 연합주께서 빠지니 아쉽네…….”
이인호가 아쉽다는 마음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문질렀다. 사실 이곳에 있는 자들이 모두 40∼50대의 사람들이다 보니 그가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인호는 영원과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칼날파 어린 두목! 거 좀 놔줘라. 아직 어린 연합주가 우리 때문에 자리 빠진다는데 우리가 잡으면 어찌하누.”
누군가 사투리를 하며 이인호에게 장난처럼 말을 걸어왔다.
그제야 이인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영원을 잡은 팔을 놓았다.
“죄송합니다. 어찌 됐든,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영원이 한 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짐을 들고 정문 앞에 서자 유시후가 뒤에서 영원을 불렀다.
“영원아! 내가 애들 시켜서 데려다 줄까. 짐도 많더만.”
유시후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서운 인상의 그였지만, 최근에 자신과 지내면서 꽤나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유시후였다. 그렇긴 해도 무서운 인상인 것은 변함없었다. 그 얼굴로 인상을 쓰며 걱정하니 여간 웃긴 것이 아니었다.
영원은 올라오는 웃음을 한 번 숨을 들이마시며 참았다.
“걱정 마세요, 형님. 지금 누구랑 좀 만나야 하니까요.”
그렇게 표정을 갈무리한 영원은 정문 밖을 바라보며 그곳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색 자가용을 바라보았다.
“저건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혹시?!”
“네,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예요.”
영원은 그 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유시후는 더욱 걱정되는 표정으로 얼굴에 주름을 더 만들어 냈다.
저쪽 안에 있는 두목들은 벌써 노래 틀고 여자 들여서 놀고 있건만 가장 중요한 인물인 연합주 영원은 형사와 씨름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역시 애들한테 이야기할 테니 차 타고 가라.”
“아니요, 그럼 더 눈길을 끌어요. 그리고 형님들은 자동차 면허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여승호 형사가 또 길게 늘어트리며 정보 뜯어낼 거예요.”
“그건…… 그렇다만…….”
유시후가 고개를 떨궜다.
사실 모두 면허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있는 놈들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청룡파 빌딩에 있었다.
이곳에 온 놈들은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디가드 삼아 데려온 애들이니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저들도 한 번쯤은 만나야 돼요.”
“그럼 조심하거라. 네가 하겠다니 내가 어찌 말리겠냐.”
“감사합니다.”
영원은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목례를 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정문을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줄근한 모습의 아저씨 한 명과 갈색 양복을 걸친 남성이 걸어왔다.
그들이 바로 여승호 형사와 김윤종 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