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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19화)
5. 사업(7)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는 회담이 열렸다는 청룡파의 업소의 앞 골목길에 차를 대고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날짜를 정확히 몰랐던 이유로 2일 전부터 철야로 잠복을 하다 보니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는 초췌해지고, 눈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졌었다.
그렇게 오늘, 마침 회담을 끝내고 나오는 영원이 그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어? 김…… 김윤종 검사! 검사!”
“아, 음……. 아, 죄송해요. 깜빡 잠에…….”
“저기 한 명 나온다. 쌍원경 줘 보소.”
“아! 네, 여기 있습니다.”
김윤종 검사는 실수로 흘린 침을 닦은 후 곧장 자신의 품속에 있던 쌍원경을 건넸다. 거리가 약간 있던 이유로 정확히 보려면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유시후다! 음? 그 옆에는 누구지?”
“유시후라면 청룡파인데…… 그 옆에 누가 또 있습니까?”
“한번 보소. 아들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승호 형사는 유시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김윤종 검사에게 쌍원경을 내밀었다.
쌍원경을 받은 김윤종 검사는 몸을 길게 내빼서 술집의 입구 안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초점을 잘 못 잡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소년과 체격이 좋은 남성의 신형이 보였다.
“어라? 유시후는 결혼을 안 했는데?”
그리고 김윤종 검사도 여승호 형사처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에 가족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했다는 이유로 유시후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단정한 옷차림의 소년이 유시후와 친근한 모습으로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유시후의 입술을 읽어 보니 소년을 걱정하는 듯했다.
“어, 그 소년 나옵니다. 우선 가 보죠.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도록 합시다. 짐도 많아 보이니까 데려다 준다고 하고, 제가 배찌 하나 보여 주면 따라오겠지요.”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는 유시후가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자 곧장 차 문을 열고 입구로 다가갔다.
소년은, 그러니까 영원은 마치 그들을 기다리는 듯 자리를 뜨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안녕, 학생. 혹시 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좋아요. 짐이 많아서 그런데 좀 들어 주실래요?”
의심 하나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승낙해 버리는 소년을 보며 뒤에서 따라오던 김윤종 검사는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윽고 소년이 다가오자 잡념을 털어 버렸다.
“나는 김윤종 검사야. 그리고 저쪽에 너에게 말을 건 분은 여승호 형사님이시고.”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음, 우선 네 짐이 많으니까 집에 데려다 줄게. 밤도 늦었잖니. 그리고 가면서 이야기를 좀 하자꾸나.”
“좋아요.”
그렇게 김윤종 검사는 영원의 짐을 트렁크에다 실고 나서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부웅!
김윤종 검사의 검은색 BMW는 기분 좋은 기동음을 자아내며 출발했다.
“너 이름은 뭐니?”
“황영원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니 나이는 18살이에요. 만으로 17살이구요.”
“집은 어디지? 어디로 가면 돼?”
“연신내 아시죠? 그럼 그쪽으로 가시면 돼요.”
길게 답이 이어지는 것 없이 말이 중간 중간에 계속 툭툭 끊기자 김윤종 검사는 무언가 굉장히 기분이 나빠 왔다.
그래도 검사라는 직업이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을 받고 있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에게는 형사라는 직종은 멋있고, 범인을 잡는 영웅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년은 왜인지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대하는 듯 말이다.
“혹시 넌 유시후의 아들이니?”
“네?! 아아, 아니에요. 절대.”
영원은 순간 당황해서 웃고 말았다. 물론 일기에 적혀 있어서 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갑자기 받으니 또 재미있었다.
어딜 보아서 자신과 그 덩치 큰 어른이 닮아 보이는지.
“아까 왜 시후 아저씨와 같이 있었니?”
“형님입니다.”
“친형?!”
“미쳤어요? 친형이면 그분과 전 서른 살이나 차이 나요.”
순간 앞에서 놀라며 물어본 자신이 부끄러운지 김윤종 검사는 크흠 하며 고개를 다시 모로 돌렸다.
“그럼 어째서 그 술집에서 나온 거냐? 넌 아직 미성년자야.”
김윤종 검사가 아닌 그의 옆자리에 있는 여승호 형사가 고개를 약간 돌리며 물어왔다.
영원도 고개를 돌리며 약간 생각을 했다.
여기서 말을 잘하면 재밌어지겠지만, 실수로 말을 잘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그들에게 계획이 들킬 수 있는 것이었다.
“꼭 말해야 하는 건가요?”
“어린놈이 당돌하구먼. 허허.”
여승호 형사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의 마음은 지금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분명 그 조직의 보스 놈들이 23명이나 되니 미행해도 누구를 미행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었다.
그것뿐인가, 또 그들은 놀기 시작하면 밤낮 모르고 퍼마시고, 놀고 깽판 부리기 때문에 3일째 철야를 해야 할지도 몰랐던 일이었다.
그렇게 암울한 상황에서 간신히 증인이나 도움이 될 만한 소년을 찾았건만, 그 소년은 이렇게 자신들에게 적의를 있는 대로 풀풀 풍기면서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니 속이 바싹바싹 마르다 못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럼 말을 바꾸자. 너는 누구니?”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서정 고등학교 3학년 6반에 재학 중인 황영원이라고 하는데요?”
“끄응…….”
그 정도는 이름을 알았으니 어떻게든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영원아, 너는 지금 그 술집에서 일어난 일이 뭔지 알고 있니?”
“알고 있다고 하면?”
김윤종 검사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을 걸자 영원은 의미심장한 말로 대답했다.
“넌 재밌는 아이구나.”
“감사합니다.”
김윤종 검사가 운전을 하다 말고 뒤를 돌아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순간 영원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다 왔구나. 이야기하느라 연신내역을 지나 구산역까지 와 버렸구나.”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짐도 있는데 데려다 주셔서.”
“나중에 한번 또 보도록 하자.”
“네.”
영원은 가볍게 목례를 한 후에 트렁크에서 짐을 빼냈다.
짐을 빼자, 곧장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의 자동차는 출발해 버렸다.
“여승호 형사님.”
“왜 그러우?”
여승호 형사는 뒤에서 점점 잘 보이지 않는, 자신을 황영원이라고 이름 밝힌 소년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 영원이라는 아이, 잘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검사님도 그런 생각하셨다니. 이거 참, 제가 구산동에 있는 파출소의 아는 동생한테 말 좀 넣어 놓을까요?”
여승호 형사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저 녀석은 문제를 일으키는 타입이 아니에요. 오히려 뒤에서 조종하는 타입이지요.”
여승호 형사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며 김윤종 검사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조종하는 타입이라는 것이 참으로 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금 김윤종 검사의 눈빛이 꽤나 진지하게 변한 탓이었다.
그와 꽤나 오랫동안 친분을 갖고 있던 여승호 형사였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지금 김윤종 검사가 하는 말은 꽤나 흔치 않은 것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던 상대는 아직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깡패 조직도 한두 개 무너트린 적이 있는 그고, 그 조직의 머리를 딴 것도 여러 번 있었던 김윤종 검사였지만,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한 것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었다.
“요컨대, 찾으려 해 봐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끄응…….”
여승호 형사는 창문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들을 씁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회담이 열리는 술집으로 가려면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때 동안 무언가 변화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지금 여승호 형사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그의 형사로서의 감이었다.
“어재 뭐가 뒤숭숭하우.”
여승호 형사가 한마디를 툭 내뱉자 김윤종 검사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6. 새로운 시작(1)


2008년 하반기에 착공식이 진행된 이후 2009년 6월에 공사를 시작하기 시작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진행되기 시작했다.
6월 중순에는 해외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여러 일들이 있어서 국민들의 눈길이 그리 많이 쏠리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는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진행되었다.
공사는 진행되기 시작했고, 점점 더 여러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그것을 보도하는 매스컴의 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찬성하는 의견도 꽤나 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관광자원으로나 이동 경로로나 많은 이득을 불러올 수 있었고,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이점들이 많았다.
이리됐든 저리됐든.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점점 시작되고 있었다.
“때인 듯합니다.”
영원은 이제 4번째를 맞이한 회담 장소의 앞에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행동에 덩치가 산만 한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의 웃는 표정을 갈무리하며 진지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딱 좋게 매스컴이 달아올랐어요. 달아오르고 이제 한풀 꺾이며 눈길이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일 것입니다. 마침 추진 본부도 긴장 상태일 것이구요. 원래 감기 같은 병들도 다 낫고 나서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영원이 말을 진행하자, 여러 조직의 두목들이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지금 우선 제가 정한 순서대로 하나씩 시작해 주십시오.”
“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청룡파의 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무적파의 두목에게 눈짓을 했다.
무적파의 두목인 김철수는 눈빛을 받아 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회담 장소를 떠났다.
“지금부터 제가 말한 타이밍에 일을 진행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에요. 유시후 형님, S자동차 지금 어떻게 됐는지 가볍게 설명을 조금 해 주세요.”
“음, 알았다.”
유시후는 앞으로 나가면서 영사기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장의 프레젠테이션이 나왔다.
“요즘 S자동차는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지. 뭐, 그래도 영원이의 말대로 철저히 무너지지는 않아서 파산 신청을 할 찰나에, 존속가치 덕에 무너지지는 않았지. 내가 생각해도 만약 레지스가 했었다면 이거 이루 말할 수 없는 큰일이 됐을 거야. 어찌 됐든, 돈도 없고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도 심해지니 2,000명을 대량 해고했다더군. 그리고 이제 그 잘린 놈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지. 왜 노동자 3권에도 단결권이 있으니 그들이 그걸 들먹이며 일어선 것이지. 공장 문을 틀어 잠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하더군. 이제 뭐 말할 것도 없이 잘리지 않은 노조 VS 잘린 노조, 이런 구조가 됐다고 하더군. 물론 이대로 간다면 최악의 상황, 노조고 뭐고 다 폭삭 망해 버리겠지만 말이야.”
유시후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진행하자 놀랄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목들은 그저 한 번 정도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만약 레지스가 이 일에 관여했다면 이건 수복 불가능한 거대 사건이 됐을 것이다.
레지스의 방식대로 공식적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뒤에서만 조종하는 그들은 한번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이 그들에게 최고의 상황을 줄 때까지 한다. 한마디로 S자동차를 완전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역시 한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S자동차의 실업자를 대상으로 레지스가 활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돈으로 그들은 한국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었다.
“이거, 레지스가 가만히 있을까?”
젊은 두목인 칼날파의 이인호가 고개를 양옆으로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 가만히 있으면 그게 레지스겠습니까? 절대 가만히 않았겠지요.”
그야 그렇다.
물론 그들은 우리가 고의로 일을 진행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이렇게 멈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영원이 진행한 일 때문에 심각한 여러 일들이 합쳐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잘된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S자동차의 일로 레지스와 대립하게 될 수 있고, 이 세계에서 꽤 유명한 검사, 형사 두 명이 자신들의 뒤를 캐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은 지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흥분이랄까, 자신들의 본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못할 일들이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으니 묘한 흥분감을 느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