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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20화)
6. 새로운 시작(2)


“자, 비록 공사가 완공되기까지 힘들겠지만 한번 해 봅시다.”
“오! 물론! 우린 지금까지의 일들만으로도 돈 엄청 벌었다고. 또 벌라고 하니 감지덕지지. 흐흐흐.”
영산강 무적파의 두목 구영훈은 입꼬리를 들썩이며 웃었다.
물론 그는 기분이 좋아 웃는다고 웃은 것이지만, 누가 보면 살기를 내뿜어 내는 야생동물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 그리고 죄송한 것이 있는데…….”
“뭐냐. 설마 뭔가 일이 틀어진 거냐?”
영원이 말을 흐리자, 조직원들이 모두 걱정된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영원을 바라보았다.
물론 말이 걱정하는 거지 그들의 표정은 잡아먹겠다는 포식자의 표정이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이제부터 학교생활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시험 기간이기도 하니까…….”
“뭐? 크하하! 걱정 말그라! 그 정도 갖고 뭘 죄송하다고 하누. 이제 우리는 가족 아니더냐!”
웃는다는 것이 엄청 험악했지만 영원은 그 장면을 보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겠지만, 깡패라는 족속들은 나쁜 놈들이고, 뼈도 갈아 마시는 사람 같지 않은 무서운 악인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악인은 맞다. 합법적이지 않은 일들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심성까지 나쁜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들이 자신에게 가족이라고 말해 주고, 걱정해 주고, 하는 것이 물론 그들의 사업에 타격이 있고, 연합에 문제가 있어서겠지만.
그들에게는 다정한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도 있었다.
물론 그들의 표정이 험악하고, 하는 행동이 좀 과할 때도 있지만, 그들과 적만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매우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 영원아. 혹시 일 생기면 내가 연락하거나 내 선에서 해결할 테니 걱정 말고 할 일 하거라.”
“감사합니다, 형님.”
“거참, 뭐 이렇게 감정 모드입니까? 그리고 황영원, 너 이 자식아!”
“예?”
갑자기 이인호가 큰소리로 외치자 영원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오늘은 같이 놀다 가야 한다. 술? 거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
“오! 젊은 두목 놈! 말 잘했다!”
누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한 남성이 이인호의 어깨를 툭 치면서 탄성을 질렀다.
일기에 적혀 있어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돌발 상황은 처음이었다.
“저…….”
갑자기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져서 유시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보았지만, 유시후는 훗 하며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팩 돌려 버렸다.
“악!”
물론 자신은, 예전의 자신은 상사와 어울리는 이유로 4차까지는 거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술에 내성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 이 몸으로?
한 잔 마시면 뻗어 버릴 것이 분명 했다.
“형…… 형님들!”
“거, 아서라. 애 술 마시면 머리 나빠진대드라.”
“아유, 장난이잖수. 걱정 마우.”
영원은 간신히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른이 많은 데서 술에 취해 술주정을 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래, 고것 참. 놀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 나이가 어리니…….”
“나중에 성인이 되면 꼭 같이 술 한잔 마시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야지, 암!”
영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살기를 내뿜어 대던 사람들이 지금은 걱정하고, 좋아하고, 이렇게 달라붙고 있었다.
“그럼 지금 가려고 하누?”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밤도 아닌데? 지금 아직 5시야.”
“음……. 사실 학교생활도 학교생활이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끄응. 그러면 어쩔 수 있누? 거 부하들 내보낼 테니까 조심히 가련?”
“아니요. 혼자 가겠습니다. 오늘은 짐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영원은 두 손이 빈 것을 보여 주듯 양손을 들썩이며 그들을 안심 시켰다.
“그래, 거 김윤종 검사랑 여승호 형사 조심하고. 그놈들 악날해.”
분명 저 사람은 낙동강의 조직의 두목일 텐데 서울에서 활동하는 형사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 두 명이 유명하다는 것이리라.
“그럼 우선 가 보겠습니다.”
“음, 조심히 가거라. 미안하지만 우리들은 좀 놀아야겠다. 요즘에 어울리지도 않게 머리 쓰는 일을 했더니 좀이 쑤셔서 원.”
“하하. 네, 그럼 열심히 노세요. 제가 조직원분들 있는 숙소에 불고기 주문해 놓았으니 그분들도 지금쯤 먹고 있을 것입니다.”
“오! 거참, 이거 미안해서 어찌하누? 2,300명이면 돈이……. 허허. 거참.”
“지금, 저한테 돈 걱정하세요? 형님?”
“이거 내가 또 바보 같은 짓을 했구먼. 어찌 됐든, 잘 가라.”
“네! 그럼 형님들 열심히 노십시요!”
영원은 소리를 높이며 고개를 숙였다.
“허허! 거참, 네가 우리들 조직의 애들이냐! 고개 숙이게. 거 그냥 빨리 가거라! 허허허!”
‘왠지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뭐 상관없겠지.’
영원은 거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그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영원이 향한 곳은 집이 아니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5시였다. 영원이 지금부터 향할 곳은 다름 아닌 범블비가 있는 곳이었다.
저번의 만남으로부터 이제 1달하고도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영원은 매일 같은 식으로 진행되는 회담의 준비나, 김윤종 검사와 여승호 형사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기를 통해서이기도 했지만, 흥신소에도 의뢰를 넣었다.
그리고 영원은 그 1달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생활도 소홀히 하면서 일기를 미친 듯이 뒤졌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라는 인물이 범블비와 같은 유능한 인물을 그냥 그런 곳에서 썩게 놓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일기를 뒤지던 영원은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옆에서 뒷세계의 일의 수족이 되어 주고 있는 범블비가 적혀 있는 일기를 말이다.
1년분을 다 뒤져도 없었던 내용이 2년, 3년분을 뒤졌더니 나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기에서는 범블비를 자신에게 귀속시킬 방법이 적혀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택시!”
택시가 온 것을 눈으로 확인한 영원은 6차선 도로를 달리는 하얀색 택시를 잡고 올라탔다. 그러고 보니 예전 같았으면 돈 아까워서 버스 탔을 것을 이제 수억, 수십억을 만지게 되니 택시를 쉽게 탔다.
영원은 한 번 쓴웃음을 지으며 청룡파의 본거지로 향했다.
이미 종로에 있으니 청룡파로 향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종로 2가 쪽에서 종로 3가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빌딩이었다.
수웅!
도저히 깡패들의 건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영원이 문 앞에 서자 자동 회전문이 돌아갔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몇 명이 들어온 사람이 영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째려보았지만 이윽고 눈에 익은 소년을 인식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오! 오랜만이구나, 영원아.”
“아, 넙치 형님.”
영원은 고개를 한 번 숙이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유시후의 믿음직한 오른팔이자 실질적으로 유시후 다음의 행동대장인 넙치 이정훈이었다.
넙치는 미소를 지으며 영원을 안으로 안내했다.
“형님, 제가 여기 온 것은 지하를 가야 돼서…….”
“알고 있다. 형님도 없는데 네가 일로 올 리가 없으니 말이다.”
넙치, 그러니까 이정훈은 영원을 끌고 안으로 쭈욱 올라갔다.
그렇게 4층에 도착했을 때, 영원과 이정훈은 가장 안쪽 방에서 2번째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사실 엘리베이터 자체는 원래 좀 개방된 곳에 있었다.
하지만 범블비가 들어서고 난 후 조립식으로 복잡한 곳에 엘리베이터의 문을 설치해 놓았다. 물론 이것은 영원이 시킨 일이었다.
이리됐든 저리됐든, 영원은 꽤 깊이 들어가 낡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덜컹! 콰강!
역시 아무리 바꿔도 이것만은 바뀌지 않은 것인지, 역시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는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향했다.
솔직히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영원이었지만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비록 그가 이제 자신을 죽일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영원이었지만, 만약 자신이 말 하나 잘못해서 그의 마음을 건들면 아무리 묶여 있는 범블비라고 하지만 자신은 죽임당할 수 있었다.
그가 비록 지금은 무기력하게 자신에게 잡혀 있었지만 만약 그가 진심을 발휘하면 충분히 누구든지 죽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자신도 미래일기가 없었으면 죽임당했을 테고 말이다.
우웅!
마치 커다란 맹수의 굴속으로 들어가는 듯 감옥에는 끝이 없는 심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단 하나뿐인 형광등으로는 이 어둠을 모두 비출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 빛이 간신히 어둠에 먹히지 않고 있었다.
탁.
영원은 고개를 한 번 털어 내며 그 어두운 장소로 발을 옮겼다.
“또 왔군. 대략 1달?”
“역시 당신은 대단해요. 어떻게 빛도 비춰지지 않건만,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죠?”
“사람 몸은 신기해서 굳이 햇빛을 받지 않아도 잠을 자는 횟수는 비슷하니까 말이야.”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한 달 전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그저 앉아 있었지만 지금은 상의가 모두 젖을 정도로 격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탈출하려고?”
“그걸 몰라서 묻나?”
범블비는 한 번 조소를 흘리더니 계속하던 일을 진행했다.
도저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몸을 단련하는 사람들도 따라 하기 힘든 동작들이었다.
마치 무술영화를 보는 듯하다고 말해야 할까? 언제라도 저 손에서 푸른색 기가 방출될 것 같았다.
“권법인가요? 처음 보네요. 우리나라의 태권도 품세 같은 것인가요?”
“애초에 품세라는 것이 권법이니 할 말 없지 않나?”
확!
갑자기 영원이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이 요동쳤다.
바람 하나 불지 않는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범블비가 정권을 지르듯이 주먹을 내지른 것으로 그런 바람이 일어난 것이었다.
“굳이 단련하지 않아도 당신은 쉽게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텐데요?”
“내가 사회의 어둠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지만, 난 아직 임무를 포기하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범블비는 싸늘한 눈빛으로 영원을 바라보았다.
순간 영원은 온몸의 털들이 모두 하늘로 뻗치는 듯한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범블비 씨가 어째서 돈을 받고 레지스에 귀속되어 있지요?”
간신히 살기에서 벗어난 영원은 범블비를 보았다.
“네가 알 바 아니다. 그만 가 보도록 해라. 내 답은 전과 같다. 우선 거절한다.”
“당신의 가족이 레지스에 인질로 잡혀 있지 않습니까.”
“…….”
범블비는 영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렇게 차가운 기운과 냉혈한 기운을 풍겨 내던 범블비였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당혹함과 슬픔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