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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23화)
6. 새로운 시작(5)


중국 상하이의 한 무인도.
가끔씩 저 멀리서 신기루처럼 고기잡이배가 지나가는 것 외에는 사람과의 접촉이 없는 곳이었지만, 왜인지 오늘은 몇 개인가 배가 정박하고 있었다.
그 수가 꽤나 많아서 섬의 한 부분의 해안가를 모두 배가 차지하고 있었다.
“범블비 씨, 아무리 킬러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거죠?”
“사업상 비밀이다.”
그렇다.
사실 이 배들의 주인은 다름 아닌 영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범블비였지만, 이제 그도 영원과 손을 잡기로 했으니 영원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배의 숫자가 숫자이다 보니 모두 한곳에 모여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했다면 중국의 해군이 적의 군대로 알고 폭격을 할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영원이 이끄는 그룹, 그리고 범블비가 이끄는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게 영원이 조직한 조직원들과 범블비 사이에 마찰이 생겨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바로 범블비를 잡은 장본인들이었다. 그런데 어찌 범블비에 대해 반감이 없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범블비는 당시에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말이다. 영원은 친분도 있고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괜찮았지만, 범블비는 그들의 생각 속에 무능한 자였다.
물론 그런 어이없는 이야기는 범블비가 기운 한 번 폭사하고 끝났지만 말이다.
“이런 곳이 있다니. 어떻게 고등학생이 이런 걸 알고 있지?”
“꽤 유명해요. 뭐, 저는 형님한테 들은 것이지만요.”
영원은 시후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 필요하면 쓰라고 알려 준 섬이었다. 가끔씩 중국과 거래할 때 쓰는 섬이라고 하면서.
사람의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고, 정말 손바닥만 한 섬이라서 자원도 없었다. 그러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도를 준 것이었다.
뭐 그것 외에도 돈이나 총이나 중국 지역의 도움이 될 만한 장소를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무기 살 돈은 충분해요?”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저건. 모두 말이야.”
“네? 저 많은 양이?”
“임무가 끝나면 창고에 매일 총을 사 두었지. 왜 영화에도 나오지 않나. 킬러들이 몰래 자택에 무기를 숨기는 것 같은 것.”
영원은 솔직히 기겁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그냥 그가 어찌어찌 구할 수 있었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물어보니 아주 의외였다. 권총 50정에 탄창만 150이 넘었다. 그런데 그걸 모두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니.
이게 일부일 텐데 그럼 전체는 얼마나 많을 것인지…….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지? 여기까지 온 것은 좋지만 상하이에서 하남성은 멀다고.”
“시후 형님 도움으로 형님의 조직이 가는 것으로 했어요. 그러니 아무리 레지스가 낌새를 맡아도 저희는 청룡파이지 범블비와 황영원의 부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찌 됐든, 우선 육로로 소림사를 향해 가자고요.”
“으음, 내 가족들이 있는 곳이 태산 중에서도 레지스에 의해서 관광지로 격리된 곳인데…….”
영원은 미소를 지으며 짐을 나르고 있는 청룡파의 조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꽤 양이 많았는데 언제 모두 내렸는지 반절 이상이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총만을 따지면 금방 나를 수 있지만, 영원이 옮긴 것은 총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인데 이렇게 살벌한 여행을 해야 한다니. 저도 참…….”
미래에는 몇 번 출장으로 해외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관광은커녕 정말 일만 붙잡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자신으로 따지면, 해외여행은 둘째 치고 여행이라는 것 자체를 가 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기념할 만한 첫 번째 해외여행이 이렇게 살벌하다니. 아무리 결심한 일이었지만 힘이 빠지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영원아, 짐 모두 날랐다.”
“오? 그래요?”
얼마나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벌써 일이 끝난 조직원들이 달려왔다.
영원은 자리를 옮겨 해변에 있는 하얀 암석 위에 섰고, 범블비는 귀찮다는 듯 그 하얀 암석의 옆에 있는 앉기에 알맞은 돌에 앉았다. 그리고 그 밑에 3열종대로, 마치 해군 같은 똑바른 자세로 조직원들이 서 있었다.
‘또 이런 분들이 이렇게 있으니 감회가 새롭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이랬을까 하면, 그건 또 절대 아니었다.
이것이 모두 유시후가 매타작과 돈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어찌 됐든, 영원은 지금 그들에게 명령을 하달할 예정이었다. 이곳에 도착하는 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지금부터 최대한 빨리 계획에 착수해야 했다.
“그럼 우선 계획을 설명드리겠습니다.”
“…….”
영원이 말을 시작하자 각자 수근대며 떠들던 조직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우선 저희는 청룡파 조직원의 신분으로 하남성의 시내에 있는 빌딩에서 한 조직과 거래를 합니다. 만약을 위해 범블비 씨와 저, 그리고 여기 있는 50명의 조직원들 중에서 25명의 조직원들은 숙소에서 대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거래를 마치게 되면 형님들이 거래한 물건을 숙소로 가지고 와 주십시오.”
영원은 손짓을 해 가며 조직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조직원들은 흠, 흠, 이러며 계속 수긍을 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두목에게로부터 들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 오는 동안 거래한 조직의 뒤통수를 칠 것입니다.”
“뭣?”
조직원들은 영원이 담담하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자 놀랐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어린놈이 헛소리한다고 욕을 했겠지만, 그동안 영원이 하는 일들을 지켜보고 들어오면서 지금 영원이 하는 말이 헛소리는커녕 오히려 큰일의 전초전이라고 생각됐다.
“물론 저희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구요. 뭐, 전쟁을 한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영원아, 아무리 우리가 총을 갖고 있어도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숫자 차이가 너무 난다. 이 인원이면 한국에 있는 중소 조직이랑 싸워도 질 판이었다.
“아니요. 음, 아직 말씀을 드리지 않았네요. 혹시 저기 내려놓은 물품이 총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아세요?”
“아직 내용물은 못 봤어. 우리들 모두.”
영원의 질문에 조직원들은 무언가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깡패라는 족속이지만 참을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 바닥이 원래 호기심을 자제하고 참을성을 기르지 않으면 힘든 바닥이니까 말이다.
“그건 폭약이다.”
범블비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면서 말을 꺼냈다.
“내가 직접 만든 폭탄이지. 아직 시중에, 아니 전 세계를 뒤져도 하나도 없을 거야.”
범블비가 감은 눈을 살며시 뜨며 말을 이어 갔다.
물론 범블비가 말을 진행하자 몇 명이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으로 한 번 범블비를 째려보았지만, 범블비가 살기를 뿜어내자 모두 꼬리를 말았다.
“큼. 어찌 됐든, 이 폭탄의 이름은 F5. C4 폭탄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플라스틱 폭탄이야. 하지만 기폭 방식이 간편하고, 터질 때 다른 폭탄처럼 무식하게 범위만 넓은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한 지점만을 터트릴 수 있는 폭탄이다.”
“이것의 사용에 대해서는 범블비 씨가 다시 설명해 드릴 것이고. 우선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분은 거래 직전에 2개의 조로 나누어질 것이에요. 그중 한 개의 조는 각 지정된 기둥에 폭탄의 설치를, 그리고 남은 조는 거래를 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25명이면 그쪽에서 너무 적은 수라서 눈치를 챌 텐데. 또 나누자고?”
“네, 괜찮습니다. 그쪽은 이쪽이 뒤를 칠 거라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 뭐라고 했겠지만 영원이 말하니 모두들 순응하는 눈치였다.
“경찰은?”
“중국 경찰이 뭐하는 놈들입니까. 돈을 조금 찔러 주었어요. 그리고 깡패 조직 하나 없앨 것이라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하니 더 좋아하더군요.”
영원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원이 하는 일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너무나도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해 두어서 뭐라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폭약이 터져도 일부만 죽고 모두 살아 있을 거예요. 그리고 회담 장소에서 폭약이 터지기 전에 어찌 됐든 슬쩍 빠지셔야 해요. 폭탄 터지기 전에 제가 호루라기로 신호 드릴게요. 그럼 빠져나오셨다가 다시 총을 들고 난입해서 뒷정리하시면 됩니다.”
“어째서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하는 거냐? 거기다 총으로 쏴 죽여야 돼? 뭐 원수라도 졌냐?”
조직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사실 그동안 영원의 일 처리가 매우 철두철미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잔인하지는 않았다. 폭탄만 터져도 얼마나 큰 타격일 텐데 총을 들고 가서 죽이라니.
“사실 저희 거래 상대가 바로 저희가 나중에 태산에 가서 상대할 천산파예요. 그러니 철두철미하게 타격을 줘야지요. 그리고 그곳에 오는 게 단순히 원로 정도 위치의 사람이 아니라 부두목이어서 그의 친위대 1,000명도 함께예요. 원래 그 건물이 부두목의 것이라 거기에 1,000명이 자리 잡고 있지요. 모두 전투원으로요.”
“천…… 천 명.”
천명이 뉘 집 개도 아니고, 말하는 영원을 바라보며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실 천산파가 처음부터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레지스의 밑에 붙은 후 산동성을 비롯한 하남성, 하북성을 먹은 후 각지로 세력이 퍼져서 그들의 숫자가 기만은 된 것이었다.
전체 조직원의 수가 6만이 넘어가니 할 말은 다한 것이었다.
“그 후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육만이 모두 우리를 노리면?!”
조직원들이 모두 경직되어 영원에게 질문하자, 영원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부두목이 죽었어요. 두목이 반응하겠죠?”
“그렇겠지. 넙치 형님이 돌아가시면 유시후 형님이 정신줄 놓을 테니까.”
조직원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동감했다.
사나운 야수 유시후가 한 번 정신줄을 놓으면 수라도가 펼쳐지니까 말이다. 그만큼 유시후 형님은 넙치 형님을 아꼈으니까. 이런 큰 조직의 두목과 부두목의 사이는 어떨까.
“하지만 천산파는 달라요. 부두목 자리를 두고 세력 다툼이 곧장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겠군.”
범블비는 영원의 말을 듣고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천산파의 두목은 천산파에서는 절대자였다.
물론 조직이 레지스에 속해 있기는 했지만, 레지스의 명령을 내리는 것도 천산파의 두목이었고 이렇게 천산파를 키운 것도 두목이었다.
그러니 두목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부두목은?
조직원 6만의 거대 조직의 2인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누가 버리겠는가. 친위대가 1,000명이고 밑에 들어오는 업소가 10개가 넘는다. 큰 거래가 있으면 언제나 두목에게 붙어 있을 수 있고, 두목이 여차해서 죽으면 차기 두목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 누가 이 좋은 시기를 놓치겠는가. 천산파의 구조가 원래 두목 다음이 부두목이고 그다음이 10원로다. 그러니 10원로가 서로 치고받을 것이었다.
말하자면, 머리는 크지만 수족은 따로 노는 것이었다.
“물론 저희는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이곳에 잠적할 것입니다. 그렇게 1주일 후에는 두목이 통제를 한다고는 하겠지만, 천산파는 사실상 부두목 쟁탈전으로 세력 싸움이 말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그때 타이밍 좋게 나타나서 일망타진. 후에 천산파 본진에 가서 폭약 설치 후 폭파. 그럼 끝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진수였다. 이렇게만 돼 준다면 이쪽 전력은 일절의 피해도 없을 것이리라.
물론 6만의 조직원들이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 영원의 계획 때문에 최소 수천이 죽게 될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정말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짓을 하는 자들이었지만 말이다.
“제갈공명이 따로 없군.”
순간 한 명이 말한 이야기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모두 순간 인정하고 만 것이었다.
어찌 됐든, 우선 칭찬으로 알아들은 영원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복장도 제각각이고 공통점이라고는 몸에 하나씩은 달고 있는 큼지막한 문신밖에 없는 집단이었지만, 영원이 모은 만큼 꽤나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배움이 얕아서 그렇지, 명령이나 부탁을 하면 군소리하거나 다른 것으로 정신이 쏟지 않고 그대로 행동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기가 성공을 말하고 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하리. 미래일기가 성공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가도록 하는 것은 어떠냐?”
“아니요. 거래가 내일이니 오늘은 우선 여기서 좀 쉬고 장비들을 숨겨야 해요. 필요한 장비도 구별해 놓아야 하구요.”
“아, 그렇겠구나.”
“우선 이야기가 끝났으니 텐트를 치시고 준비하세요. 아, 그리고 여기는 밤이 좀 위험하다고 하니 불을 먼저 지피시고요. 그리고 폭약이랑 세세한 설명은 범블비 씨가 할 것이니 들어 주시고요.”
“알았다. 텐트가 어디 있었지?”
“음, 저 상자 아니었냐?”
“몰라. 그냥 다 뒤져 봐.”
영원이 말을 끝내자마자 조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옮긴 짐 중에서 무기와 장비가 담긴 짐은 혹시 모르니 섬의 안쪽으로 옮겼다. 텐트와 음식, 물이 든 상자는 우선 영원이 서 있던 암석 위에 쌓아 두었고, 범블비와 몇 명은 장작에 불을 지피며 텐트를 설치할 자리를 뒤졌다.
의외로 이 중에서는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텐트를 치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이었던 영원과 노숙을 수없이 해 봤다는 범블비가 도맡아서 쳤다.
그렇게 짐을 모두 풀고 불 앞에 모여서 밥을 먹고 있자니 어느샌가 밤이 찾아왔다.
중국의 하늘은 한국보다 더 심한 매연, 그리고 황사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곳은 조금 달랐다.
한국의 시골에서도 이런 많은 별을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입이 떡 벌어졌다.
은하수에 놓여 있는 별들의 강은 뭐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분명 별빛보다 더 밝은 모닥불이 옆에 있었지만, 그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의 별들은 매우 밝게, 그리고 광대하게 보여졌다.
정말 영화의 CG에서나 만화책에서 볼 수 있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청룡파의 조직원들도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가 조금씩 하늘을 흘겨보더니 지금은 아예 대놓고 드러누워서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폭풍전야라고 말할 수 있는 고요한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