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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1권(24화)
6. 새로운 시작(6)


하남성의 시내에 있는 15층짜리 빌딩 천용가.
최근 빠른 속도로 세력이 팽창 중인 천산파의 부두목의 소유의 빌딩이었다.
오늘은 그 천산파가 한국 청룡파라는, 조그마한 나라의 조직치고는 꽤 큰 세력을 가진 조직과 거래가 있는 날이었다. 거래의 물품은 몇 정의 총기류였다.
처음에는 청룡파에서도 많은 인원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어째서인지 천산파에서는 100명 이하의 조직원이 올 것을 요구했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그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청룡파에서는 25명의 조직원들만이 왔다.
물론 그들은 처음에 의심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25명은 너무 적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실질적으로 회담 장소에 온 것은 10명이었다. 나머지 15명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뭐 최근 청룡파가 권력이 바뀌고 지반 다지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천산파여서 그러려니 넘어갔었다.
어찌 됐든.
천용가의 맨 위층, 부두목의 개인 집무실에서 청룡파의 한 조직원과 천산파의 부두목이 대면하고 있었다. 물론 천산파의 부두목인 왕유우는 이곳에 온 청룡파의 조직원을 청룡파의 부두목이라고 알고 있었다.
청룡파에서 거짓을 고한 것이었다.
뭐 어찌 됐든,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거래는 진행되었다.
“그래, 청룡파는 요즘 기반을 잘 다지고 있습니까?”
왕유우가 말을 끝내자 청룡파 쪽에 있는 조직원이 통역사를 통해 말을 들었다.
“네. 저희는 차근차근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쪽은 물어볼 필요가 없겠군요. 레지스를 등에 업고 있으니 말입니다.”
왕유우도 또한 그의 옆에 고혹적인 자세로 앉아 있는 섹시한 차림의 통역사에게 통역을 들었다.
레지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의 눈썹이 움찔하였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미소를 지어 보냈다.
“그래, 돈은 가져왔소?”
“물론입니다. 그전에 물건을 좀 보고 싶습니다만?”
“아, 그래 그러도록 하지요. 그럼 조금만 기다리시오.”
삐이이이이이!!!!
“음? 뭐지?”
왕유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어디선가 큰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왕유우는 경찰이 나타났을까 봐 문 앞에 있는 그의 조직원 둘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청룡파의 조직원들은 눈을 빛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물건을 보기 전에 담배 좀 하나 피러 나갔다 와도 되겠소?”
왕유우는 천천히 다가와 다시 소파에 앉은 후 그의 통역사로부터 통역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다.
그와 동시에 청룡파 조직원들은 서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씩 꺼내서 입으로 물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굳이 밖에서 피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왕유우였지만 한국인들 중에 깔끔 떠는 사람들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며 생각을 접고, 그의 옆에 있는 통역사를 지긋한 눈빛으로 위아래로 훑었다.
“흐흐흐.”
왕유우는 진득한 눈빛을 통역사에게 보냈고, 통역사도 주위를 살피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타다닥!
천용가의 지하 1층.
주차장이고, 별로 차가 그리 많이 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정찰하는 자들이나 대기 중인 천산파의 조직원들이 없었다.
그런 곳에서 신형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천산파의 조직원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조직의 청룡파의 조직원들이었다.
그들은 기둥에 검은색 비닐봉지로 밀봉되어 있는 무언가를 붙이고 있었다. 기둥은 여러 개였고, 어두워서 필요한 기둥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그들은 마치 잘 훈련된 군인처럼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지정된 곳으로 달려가 폭탄을 설치 중이었다.
지직!
―형님들, 됐습니다. 이제 호루라기 불 것이니 복귀하세요.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전자음과 함께 들려오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에 그들은 모두 빠르게 뛰어서 자리를 떴다.
삐이이이이이익!
그리고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끄러운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기둥에 장착된 비닐봉지 속의 무언가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포폰이었다. 그것들에게서 갑자기 똑같은 진동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담배를 핀다는 거짓말을 하고 자리를 뜬 청룡파 조직원들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담배를 버리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들의 눈빛이 향한 것은 시침이나 분침이 아니라 초침이었다.
띠리리링!
그렇게 비장한 눈빛으로 초침을 확인하고 있던 그들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띵동!
벨이 울리는 것과 단 일 초도 어긋나지 않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발에 불이 날세라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천산파의 조직원들은 무슨 일이지, 하면서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덩치 큰 3명의 남자가 미친 듯이 정문을 향해 달려가자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곳에 온 청룡파의 모든 조직원들이 순서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처음 내려온 자들을 제외하면 6명이었지만 말이다.
자신들의 계획을 눈치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천산파의 조직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청룡파 조직원들을 쫓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 거래 상대인 이들을 배신하고 돈만 고스란히 먹을 예정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마치 도망치듯 달려 나가니 뭔가 이상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었다.
“거기 서라!”
하지만 그 순간.
콰르르릉!
용의 포효가 이럴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 땅이 꺼지는 듯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가공할만한 소음이 들려왔다. 비단 소음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전체가 엿가락이 휘는 것처럼 휘기 시작하더니 이내 건물의 몇 부근이 부서지며 땅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진일까, 라는 생각에 밖을 내다본 천산파 조직원들은 밖의 아무렇지도 않은 평화로운 광경에 기겁하며 아까 전 달려 나가던 청룡파의 조직원들을 생각해 냈다.
그들이 이런 사단을 벌인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엄습해 왔다.

천용가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며 놀라고 있었다.
갑자기 천용가의 빌딩이 푹 하며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마침 그 빌딩의 양옆은 모두 공터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용가 앞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은 경찰과 소방서에 전화를, 몇 명은 휴대폰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그룹의 사람들이 동시에 연결하던 전화의 전원을 껐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몰랐다. 그들의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건물이 내려앉은 것을.
“나 왔다.”
“우리도 왔다.”
그리고 그 한국인 그룹에게로 그 무너진 천용가에서 뛰쳐나온 큰 덩치의 사람들이 합류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눈빛을 교환한 후 무너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그들을 말린다고 말을 했지만, 그들이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 만무했다.
“심하군.”
무너진 건물에 들어온 청룡파 조직원들이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동시에 터져서 건물이 옆으로 기울거나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대로 그냥 땅을 향해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어찌 됐든, 그들은 입구의 닫힌 문을 밀고 실내로 들어섰다.
탕! 탕!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총을 들어 보이는 대로 쏘기 시작했다.
폭발에서 운 좋게 살아난 사람들은 온몸에 피를 흘리며 신음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위로 청룡파의 조직원들의 총알이 빗발쳤다.
그렇게 그들은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탄창을 계속 바꾸었다. 몇 명은 자동 권총까지 들었다.
그렇게 피의 향연이 벌어진 채로 그들은 결국 15층에 도달했다.
청룡파의 조직원들은 탄창을 새로 갈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15층은 가장 위층이어서 그런지 피해가 컸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앞에 있는 잔해들을 부숴 버리고 앞으로 전진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신기한 것은 기둥 주위의 몇 미터만 엄청난 피해를 보고, 그 외에는 땅이 조금 꺼지거나 천장이 무너져 내렸을 뿐이었다.
“끄으으으…….”
청룡파 조직원들은 이윽고 가장 위층이자 아까 전까지 자신들이 있었던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왕유우가 하의를 모두 벗어 던진 채로 괴로움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그래도 부두목이라고 목숨은 끈질겼다.
“네놈들!!!”
왕유우는 뭐라고 소리쳤다.
청룡파의 조직원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탕!
한 줄기의 총소리.
그와 동시에 청룡파의 조직원들은 자리를 피했다. 이로써 작전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