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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연금술사 리덴 1권(16화)
4. 선생님이 자고 계셔(2)
“뭐야?”
세나가 중얼거렸다.
“모릅니다.”
이븐이 답했다.
“……!”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도 세나와 이븐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대로 발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정도가 흐르자 세나가 하품을 했다.
“졸려. 잘래.”
세나가 그렇게 말하고는 만들어 둔 쉼터 적당한 곳에 누워서는 눈을 감았다. 아니, 눈을 감으려고 했다. 이번에도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이 사라진 방향과는 90도 틀어진 오른쪽 방면에서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이 나타났다.
“길이라도 잃을 듯합니다.”
이븐이 말했다.
“알게 뭐야. 바보도 아니고 길을 왜 잃어? 아무튼 난 잘 거야.”
세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이에 이븐은 리덴이 자기 전 세나에게 했던 지시를 떠올렸다.
“세나, 스승님께서 당신에게 주변을 돌아보라 하셨습니다.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이븐이 말했다.
“드르렁, 휴.”
세나는 잠이 들었다. 코를 골다 가끔씩은 숨을 멈추고, 가끔씩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에 이븐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달걀 형태의 바위가 되어 버린 리덴을 한 번 바라보다 모르겠다는 식으로 잘 준비를 했다. 리덴이 이 사실을 알면 분명 혼나겠지만 잠이 든 세나를 깨우느니 세나의 행동을 리덴에게 고자질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버린 것이다. 깊이 잠든 세나를 깨우는 일은 마법사 이븐에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되고 위험한 노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븐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이븐이 살짝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어째서인지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이 곁에 있었다. 그들도 꽤 피곤했는지 잠에 빠져 있었다. 세나야 여전히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었고.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어 버린 걸까? 이븐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생각을 거듭해도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다시 잠을 청했다.
자신의 몸을 연성한다, 라고 하는 것은 쿠벤베르크 연금술사에게 있어 비의이기도 하면서 금기이기도 했다.
인간의 몸은 인간이라고 하는 틀을 벗어난 힘을 소유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근력이든 체력이든 영력이든 기력이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와 싸우기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악마를 빙의시킨다든가, 천사를 강림시킨다든가, 다른 차원에서 조력자를 불러온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쿠벤베르크 연금술의 창시자 쿠벤베르크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크리스트교에 몸담고 있던 수도사였다. 엑소시스트 비슷한 존재였다. 인간이 아닌 자와 싸워야 했고 마녀사냥이 횡행했던 중세 유럽에는 그런 것들에 관한 제보가 많이 있었다.
아무튼.
수도사 쿠벤베르크는 인간이 아닌 자들과 싸우기 위해 천사의 힘을 빌어다 자신의 몸에 강림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 번 사용하면 그 후유증으로 3일 밤낮은 앓아누워야 했다. 인간의 몸에 천사를 강림시킨 대가였다. 천사의 힘이란 선하고 또 선해서 온전한 선함이었기에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몸으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은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니까 말이다. 어쨌든 훗날 쿠벤베르크가 고대의 지식을 얻게 되면서 신이나 천사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닌 시스템일 뿐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신과 천사라는 시스템으로부터 신성을 끌어내어 사용한다는 이론이었다.
이는 무척이나 위험한 발상이며 위험한 시도였다. 쿠벤베르크도 한 번 사용하고는 죽을 뻔했다. 그렇기에 금기가 되었다. 리덴은 수차례의 생애를 반복하여 얻은 기술과 힘으로 쿠벤베르크의 이론을 발전시켜 하나의 기술 체계로 정립하였다.
쿠벤베르크 연금술 정식 연금술사 오의.
자가 신체 연성 9식.
쿠벤베르크 연금술은 세계의 모든 물질은 9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파악했고 그것을 9가지 속성이라고 말했다.
속성의 9개 도형―빛, 어둠, 물, 불, 땅, 바람, 에테르, 신성, 무.
쿠벤베르크 연금술 정식 연금술사 오의, 자가 신체 연성 9식은 속성의 9개 도형이 말하는 9가지 속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신체에 부여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9가지 속성을 전부 가지고 있었기에 한 가지 속성으로 자신의 몸을 가공하면 다른 8개의 속성이 파괴되었다.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덴은 한 가지 과정을 추가하였다. 방대한 양의 생명 에너지를 다른 8가지 속성에 공급하여 강대해진 하나의 속성에 파괴되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작업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 블러드 루비를 삼켰다. 보석은 인간의 소화기관이 소화할 수 없는 돌멩이였다. 보석을 돌멩이라고 부르면 조금 이상한 이야기지만 여하튼.
블러드 루비는 삼켜도 될 만한 적당한 크기의 루비 원석에 자신의 피를 생명력으로 변환하여 가공하고 응축하고 기타의 공정을 거쳐 만드는 연금 재료였다. 소체의 순도가 특정 구간에서 벗어났다거나 채집하는 과정에서 직사광선을 조금이라도 쏘였다면 소체는 연성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어쨌든.
만들어진 블러드 루비는 리덴의 육체를 신과 천사라고 하는 시스템으로부터 끌어낸 강대한 신성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홀리 다이아몬드는 신과 천사라고 하는 시스템으로부터 끌어낸 강대한 신성을 리덴의 육체로 인도하는 안테나 같은 기능을 했다.
그렇게 해서 리덴은 인간의 몸으로는 가질 수 없는 강대한 신성력을 마음대로 펑펑 쓸 수 있는 반신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블러드 루비의 효력이 떨어질 때쯤이 되면 리덴은 체내에 있는 홀리 다이아몬드를 파괴하여 신과 천사라는 시스템으로부터 전해지는 신성력의 통로를 끊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리덴은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을 끊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단단한 물질 중에 하나인 다이아몬드가 신성을 받아들여 만들어진 홀리 다이아몬드를 부수는 일이다. 눈앞에 있다고 해도 간단하지 않은데 몸속에 있는 놈을 부수어야 하는 것이다. 간단하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다.
좌우간.
그렇기에 리덴은 홀리 다이아몬드의 파괴를 위해 비의를 사용하였다.
쿠벤베르크 연금술 정식 연금술사 비의.
절대 방어 연성 아스트레이드(Asteroid).
자신과 자신의 주변의 일부를 소행성과 같은 단단한 물질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본래 이 기술은 먼 거리까지 날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음속을 돌파하면 대기 저항에 의해 부서질 테니까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자신을 대기 저항 따위는 가볍게 버틸 수 있는 소체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달걀 모양의 껍질을 만들고 그 안에 산소라든지 하는 것을 채워 넣는 것이다. 거기다 또 혹시 모르니까 달걀 모양의 껍질 내부에 산소라든지 하는 것을 채워 넣을 때 그것을 고체 형태가 되도록 초고밀도로 응축하는 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리덴은 자고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고 외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열심히 체내에 있는 홀리 다이아몬드를 공격하여 부수고 있는 중이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열흘.
하지만 절대 방어 연성 아스트레이드는 일단 사용하면 무조건 1달은 그 상태로 있어야 했다.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때문에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기 저항은 물론 핵폭발이나 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된 만큼 그동안은 절대 안전했다.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은 황궁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도중에 소이 엘렌이 어째서인지 미네를 부르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 미네를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아무튼.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은 얼마를 걸어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해괴한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어째서일까? 리덴이 황실 비밀금고 문을 부수었기 때문일 테지만 미네와 소이 엘렌 외 1명에게 있어 그것은 짐작일 뿐이었다. 그들은 황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들이 있을 곳은 황궁이었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다. 어떻게 해도 원점으로 돌아오고 마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쉴 만한 곳을 만들어서 자고 있는 세나와 이븐의 곁으로 와 잠을 청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세나와 이븐은 그들을 해치려고 하지 않았기에 같이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리덴이 인간으로 돌아(?)오면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이는 미네의 생각이었다. 소이 엘렌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리덴에게 당한 수치와 모욕이 세나와 이븐마저도 나쁜 인간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세나가 잠에서 깨어났다. 이븐처럼 잠깐 깨어난 것이 아닌,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어?”
세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다가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며 누굴 깨울까 고민을 했다.
소이 엘렌?
별로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인데다가 말이 통할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덤으로 붙어 있는 황실 근위대 기사 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국 미네를 깨우기로 하고 미네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고 하다가 잠시 움츠렸다. 상대는 황녀임을 인식하고 만 것이다.
황녀.
귀족에게 있어서 절대 충성하고 봉사해야 하는 존재인 황제의 딸을 뜻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없음에도 세나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잠시 주저하다가 이븐을 깨웠다.
“무슨 일입니까?”
이븐이 불쾌하다는 얼굴로 일어나서는 질문을 건넸다.
“야야, 쟤 좀 깨워 봐.”
세나가 미네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입니까?”
이븐이 묘하다는 얼굴로 세나에게 질문을 했다.
“응. 쟤. 저기 누워서 속 편하게 자고 있는 쟤.”
세나가 구체적인 설명을 보탰다.
“위대하고 절대 충성해야 하는 황녀에게 쟤입니까? 타락했습니까?”
이븐이 약간 빈정대는 투로 물었다.
“그러지 말고 좀. 깨워 봐. 무슨 상황인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거 아냐. 아니면 대화 안 할 거야?”
세나가 반론을 폈다.
“전 졸립니다. 더 자겠습니다.”
이븐은 모른 척, 도로 누워 버렸다. 그리고 세나는 미네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븐을 슬쩍 노려보고는 이븐을 향해 달려들었다.
덥썩.
세나는 일말의 주저도 하지 않고 이븐의 가슴 봉우리를 콱 움켜잡고는 마구 흔들어 댔다. 덕분에 이븐은 잠이 확 깨며 상체를 벌떡 일으켜서는 세나의 이마를 이마로 받아 버렸다.
쾅.
바위가 부딪히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악. 무, 무슨 짓이야! 네 머리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 이 돌대가리가 씨.”
세나가 한쪽 눈을 찌푸리며 항의를 했다.
“그 말, 그대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무슨 짓입니까. 미쳤습니까? 왜 남의 가슴을 멋대로 만지고 난리입니까.”
이븐도 항의를 했다.
“네가 모른 척하니까 그렇지. 이게 나만의 일이야? 아니잖아. 모른 척하지 말라구.”
세나가 받아쳤다.
“당신은 손이 없습니까? 발이 없습니까? 손으로 깨우지 못하겠으면 발을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기사인 당신과는 달라서 몹시도 피곤하단 말입니다. 그러니 잘 겁니다.”
이븐은 그렇게 말하고는 홱 도로 누워 버렸다.
“이, 이게!”
결국 열불이 뻗힌 세나가 이븐의 상체 위로 올라가서는 마구 가슴을 주물러 버렸다.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
덕분에 이븐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조용히 1써클 마법 파이어를 세나의 앞머리 부분에 시전하였다.
화르륵.
작은 불길이 세나의 눈앞에서 솟구쳐서는 세나의 앞머리를 홀랑 태워 버렸다.
“꺄악.”
세나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손을 빠르게 움직여 앞머리에 붙은 불꽃을 없앴다.
“야!”
세나가 버럭 소리쳤다.
“도를 넘은 것은 당신입니다.”
이븐이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으로 대꾸했다.
“그래도 그렇지. 머리를 태우냐! 여자에게 머리카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세나가 항의했다.
“당신도 여자였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여자 위에 올라타 가슴을 주무르는 행위는 하지 말길 바랍니다. 나도 여자입니다.”
이븐이 논리적으로 대응했다.
빠직.
세나의 관자놀이에 위치한 혈관이 불거지며 세나의 인내심이 끊어졌다. ‘그래, 결국 깨우지 못하겠다는 거지? 그 정도는 해 줘도 되잖아. 넌 한솥밥 먹은 정도 없냐!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녀. 틀림없이 네 피는 얼음으로 되어 있을 거야. 치사한 것.’이라며 분노를 토할 정도였다.
빠직.
이븐 역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 발언. 지금 싸움을 거는 것입니까? 원한다면 나도 그에 걸맞는 대응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만.”
라고 말할 정도였다.
“에헴.”
그때, 세나와 이븐의 사이를 파고드는 제3자의 헛기침이 있었다. 미네였다. 그녀는 세나와 이븐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고는 ‘저, 싸움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넌, 끼어들지 마!”
머리에 열이 오른 세나가 미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븐은 달랐다. 미네가 깨어 있으니 더 싸울 이유가 없음을 알았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도로 누웠다.
“…….”
이븐의 빠른 행동 전환에 세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멍하니 이븐을 바라보다가 미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미네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그게 말이죠. 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정이 있어요. 제가 7황녀라는 점을 봐서라도 조금 양보해 주시면 안 될까요? 폐는 끼치지 않겠어요. 그것만큼은 황실의 이름으로 약속드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
이번에는 세나가 말문이 막혔다. 미네의 대응에서 미네가 황녀라는 점을 상기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하지만 답은 없었다. 그래서 세나는 누워 있는 이븐의 곁에 가서 넙죽 절을 하며 말했다.
“도와줘. 부탁이야. 도와줘. 뭐든지 한 가지 부탁 들어줄게.”
라고.
“세 가지라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븐이 답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세 가지로 어떻게 좀 해 줘.”
세나는 절박했다.
“좋습니다.”
이븐이 승낙을 표하고는 일어났다. 세나가 미네에게 끼어들지 말라고 할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