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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연금술사 리덴 1권(22화)
6. 쿠벤베르크 연금술 견습 연금술사로서의 시작점(3)
“읍!”
미네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입을 여는 순간 탕약이 들어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간질간질.
리덴은 미네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우헤헤헤…… 읍.”
미네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 결과 탕약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반 강제로 탕약을 마시게 된 미네는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털썩하고 쓰러졌다.
“이제 반항아를 불러서 돌보게 하면 되겠군.”
리덴은 그렇게 말하고는 최근 긴을 괴롭히는 데 재미 들린 소이 엘렌을 찾아가 미네와 그 동료들을 부탁했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무리 미네 전하의 스승이라고 하나, 미네 전하의 솜털이라도 하나 상한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소이 엘렌이 소리쳤다.
“잡소리 하지 말고 어서 가기나 해. 조금 있으면 토하고 난리 날 거야.”
리덴이 말했다.
빠득.
어금니를 깨문 소이 엘렌이 번개처럼 7황녀 미네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리덴은 긴을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재밌냐?”
라고.
“아하하. 재, 재미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소이 엘렌 님 성격이 좀 그래서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상관이 괴로워하는 일을 보고 즐거운 기분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긴이 답했다. 하지만 입가는 웃고 있었다. 미네가 리덴의 제자가 된 이후 긴은 쭉 소이 엘렌의 화풀이를 받아 주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나, 이븐, 미네는 탕약의 여파로 몸져누워 있다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그들은 토하거나 설사를 하거나 허물을 벗거나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그랬다. 그동안 리덴은 쿠벤베르크 연금술 견습 연금술사가 사용할 만한 연금 물품들을 제작하였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자신의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할 테니, 그를 위한 준비였다.
수업 시간.
세나와 이븐, 미네 모두 불편한 얼굴로 리덴을 바라보았다. 탕약 때문이었다. 이유도 모른 체 마신데다가 죽는다 해도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게다가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을 떠올리면 웃으면서 리덴을 맞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큭.”
리덴이 숨죽여 웃었다. 그러다가 헛기침을 하고는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그녀들은 이제부터 쿠벤베르크 연금술의 상징이랄 수 있는 연금 도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탕약은 평범한 인간의 육체를 쿠벤베르크 연금술사로 변모시키는 약품이었다.
리덴이 이를 설명하자 이븐과 미네의 얼굴이 다소 풀어졌다. 세나만이 여전이 뚱했다. 하지만 곧 반쯤 풀어졌다. 조만간 여기를 잠시 떠나야 하는데 흉흉해져 있을 바깥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리덴의 추가 설명 덕이었다.
그리고.
리덴은 쿠벤베르크 연금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연금 도형에 관한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세나는 빛 속성과 화염 속성 연금 도형을, 이븐은 빛 속성과 물 속성 연금 도형을, 미네는 바람 속성의 연금 도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미네가 항의했다. 세나와 이븐은 두 개씩 사용하는데 자신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불만인 것도 당연했다.
“알았다. 그 점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지. 먼저 세나와 이븐이 사용할 수 있게 된 두 개의 연금 도형 중 빛 속성의 연금 도형은 세나와 이븐 너희들의 힘이 아니다. 너희들과 하나가 된 호문클루스의 힘이지.”
리덴은 그런 말을 하고는 호문클루스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했다. 추가로 세나와 이븐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옷이나 무기를 재구성하는 능력에 관해서도 설명을 했다.
“저도 그거 받을 수 없을까요?”
수업의 끝자락에 미네가 그런 말을 했다.
“없어.”
리덴이 답했다.
“그러지 말고 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미네는 포기하지 않았다.
“까불지 마. 호문클루스가 하루 이틀에 만들 수 있는 건 줄 알아? 한 30년은 공을 들여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만든 호문클루스를 일부러 파괴해서 잔재를 만들라고? 네가 아직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데, 분명히 말해 주마. 그건 미친 짓이다. 그런 아까운 짓을 하는 연금술사는 없어. 그러니까 헛소리하지 마. 정 가지고 싶으면 깍쟁이 네가 만든 호문클루스로 해.”
리덴이 분노를 토했다.
“호문클루스, 저도 만들 수 있어요?”
미네가 물었다.
“20년 정도 수련해서 30년 정도 공을 들여서 네가 꼬부랑 할머니가 될 쯤에는 완성할 수 있겠지. 매우 열심히 노력한다면.”
리덴은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네! 열심히 하겠어요. 스승님!”
미네의 눈이 의욕으로 불타고 있었다. 뭘까? 어째서일까? 리덴은 바보 같다고 느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제자가 학구열에 불타는 것은 좋은 거니까 말이다.
세나, 이븐, 미네가 연금 도형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자 리덴은 이제 나갈 때가 되었다며 황실 비밀금고 광장에서 커다란 배낭 두 개를 꺼냈다. 둘 다 그냥 가방은 아니었다. 무한의 가방만큼은 아니지만 용적의 10배 정도의 아이템을 담을 수 있었다. 리덴은 그중 하나는 자신이 메고 다른 하나는 이븐에게 주었다. 그러고는 세나에게는 토파즈와 루비, 이븐에게는 토파즈와 사파이어, 미네에게는 다이아몬드를 주었다. 물론 단순한 보석들은 아니었다. 이제 막 견습 연금술사가 된 연금술사들이 연금 도형을 좀 더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도구였다.
“이만하면 연금 도형을 한 번에 하나밖에 쓰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다. 돈줄은 검술을 사용할 줄 아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앞장서도록 하고. 그사이 노예와 깍쟁이가 힘을 합치면 어지간한 상황은 해결할 수 있겠지. 그럼 출발한다. 모두 내 뒤를 따라오도록.”
리덴이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계의 진실과 예언의 서’에는 황실 비밀금고라고 부르는 이 시설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 있었다.
공간은 하나가 아니며 무수한 공간이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겹쳐 있다거나, 그래서 축을 살짝 비틀면 일상적인 공간과는 별개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였는데 결론은 지정된 키워드를 사용하면 출입구를 만들고 폐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빛이여. 쿠벤베르크 연금술사에게 길을!”
리덴이 말했다.
고오오오.
빛이 일렁이더니 낯선 풍경으로 인도하는 구멍이 생겼다.
‘망할. 키워드를 정해도 꼭.’
리덴이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임시로 생성된 출입구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오자 리덴이 출입구를 봉쇄하는 키워드를 입에 담았다.
“빛이여. 쿠벤베르크 연금술 비전에 은폐를!”
라고.
고오오오.
출입구가 사라졌다.
밖은 어두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껴서 태양을 가리고 있었고 대지는 진득진득했다. 위치는 리덴이 부순 황실 비밀금고의 돌문 앞이었다.
‘이해를 못하겠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만든 시설이야. 망할.’
리덴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밖은 아직도 어둡네요.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아요.”
미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있던 그곳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공간축을 뒤틀어 만든 거다. 시간축은 건드리지는 않았어. 이쪽에서도 시간이 흐른 것은 확실해.”
리덴이 설명을 했다.
“스승님,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이븐이 물었다.
“어디로 갈까?”
리덴이 물음으로 답했다. 미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미네는 순간적으로 그 점을 눈치채고는 ‘황궁으로 가면 안 될까요? 지금쯤이면 태자 오라버니께서 돌아와 계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가면 뭐 있냐?”
리덴이 물었다.
“그럼요. 제가 태자 오라버니께 잘 말씀드릴게요.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븐이 답했다.
“그래? 좋아. 그렇게 하지.”
리덴이 결정을 내리자 잠자코 있던 소이 엘렌이 나서서 ‘황궁으로는 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사옵니다. 미네 전하.’라는 말을 했다.
“어째서죠? 소이 엘렌.”
미네가 물었다.
“그건.”
소이 엘렌은 말을 잇지 못했다.
“불에 타 버렸을…….”
긴이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그런 말을 하려다가 소이 엘렌에게 입막음을 당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소이 엘렌, 무슨 뜻이지요? 설명을 부탁해요.”
미네가 날카로운 어조로 질문을 건넸다. 이에 소이 엘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이 긴에게 업혀 황실 비밀금고를 향해 이동했을 때, 황궁 쪽에서 커다란 불길을 보았다는 말을 했다.
“……!”
미네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 보면 알아.”
리덴이 나섰다. 소이 엘렌이 뭐라고 하든 황궁이 있는 타로스 쪽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챙길 것도 있었다.
하지만 리덴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있었다.
“빨리 안 와!”
리덴이 버럭 소리쳤다. 그제야 세나와 이븐이 움직였고 그 뒤를 미네가 이었다. 소이 엘렌은 한동안 망설이는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긴을 데리고 미네를 따라 발을 옮겼다.
7. 만드라고라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상(1)
황궁이 불탔다는 소이 엘렌의 발언으로 인해 리덴들은 소이 엘렌이 말하는 황실 근위대 비상통로를 사용하기로 했다.
황실 비밀금고는 지리상으로 보면 타로스 내부에 위치해야 했지만 타로스 외부에 위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겹겹이 성벽을 쌓아 외부인의 출입을 금했다. 그리고 그 사각지대에 황실 근위대가 사용하는 비상통로가 있었다.
수도 타로스.
리덴들은 먼저 황궁을 향했다. 황궁이 불에 탔는지 어쨌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거리는 어두웠고 퀘퀘한 냄새 같은 것이 진동했다. 비위가 약한 미네가 손수건을 마스크 대용으로 해서 입과 코를 가릴 정도였다.
“죽이는데.”
리덴이 말했다.
“선생님, 뭐가요?”
세나가 물었다. 뜬금없이 들떠 있는 리덴의 태도가 수상쩍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리덴은 ‘환경이다. 환경. 이런 생태계는 정상적으로는 만들기 어려워.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이 더해지면 만드라고라가 출현하게 되지. 만드라고라는 무리더라도 동충하초 정도라면 어딘가 있을 거다. 흙도 상당히 쓸 만해. 손을 좀 쓰면 죽음의 흙가루로 만들 수 있겠어.’라며 혼자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
일행들은 전부 질린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검은 지네 둥지도 구할 수 있을 거다. 블러드 엔트도 어딘가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역시 음, 아니야. 그건 좀 곤란한데. 하지만 분위기를 보니 있을 것 같네. 냄새가 난단 말이지.”
리덴이 약간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을 늘어놓았다.
“뭐가 곤란해요? 선생님.”
세나가 물었다.
“아아, 육신을 입은 사신이 어딘가 배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처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이래저래 곤란한 일이 벌어지거든. 그러는 과정에서 진귀한 연금 재료를 잔뜩 얻을 수 있긴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해.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너희들 중에 누군가는 거의 틀림없이 죽겠지.”
리덴의 설명에 세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의외라는 식으로 리덴을 바라보았다. 이에 리덴은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는 ‘뭘 그렇게 바라봐? 내가 못할 말했어?’라고 말하고는 길을 재촉했다.
황궁이 있던 자리.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의 영향인지 잿더미조차 눈에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검게 눌어붙은 흔적만이 여기저기 한 군데씩 남아 있었다.
“같군.”
리덴이 중얼거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승님.”
이븐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황궁은 인간의 짓이야.”
리덴이 말했다.
“저도 연금술사 길드 타로스 지부와 마법사 길드 타로스 지부를 습격한 녀석들의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븐이 답했다.
“하지만 조금 묘하군. 확실히 이상해. 황궁에는 황실 근위대 기사들이 있고 제2내성 성벽에는 제2내성 수비군이 있었지.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도 잔뜩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시체의 흔적은 물론이고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도 보이질 않아.”
리덴이 의문을 제기했다.
“흑마법사들의 짓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합니다.”
이븐이 말했다.
“즉, 또 다른 놈들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연금 물품을 가지고 있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리덴은 그런 말을 하고는 일행들을 전부 한 곳으로 불러모았다. 모두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특히 미네는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로 울고 있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 아, 그렇지!”
리덴은 깜빡하고 있었다는 얼굴로 묘한 반응을 보이고는 이븐에게 작은 시약병을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땅으로 떨어지는 미네의 눈물을 받기 시작했다.
“…….”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미네의 눈물을 받으면서 히죽이는 스승의 얼굴이라니, 기괴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