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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연금술사 리덴 1권(24화)
7. 만드라고라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상(3)
“선생님, 미쳤어요?”
세나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의문을 토했다. 이에 리덴이 이븐에게 눈짓을 했고 이븐이 그 즉시 세나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당신은 조용히 있는 것이 돕는 겁니다. 세나.”
이븐이 말했다.
“부탁이 뭐냐.”
셋 중 하나가 대표로써 물었다.
“내가 뭘 좀 가지고 와야 하는데 거기에 네 동료들이 있으면 곤란하거든. 그러니까 불청객이 제2내성이 있는 방향에서 나타나 저 둘을 죽이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네 동료들에게 알려 줘. 내 목적은 본래 내 물건이었던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리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정체가 3급 연금술사 리덴이며 연금술사 리덴의 집이라는 건물의 주인이라는 것도 말했다.
“그거면 되나?”
리더가 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충고인데 말이야. 그 일이 끝나면 어딘가 먼 곳으로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계속 타로스에 머무르다가 내 눈에 다시 한 번 띄면 그때는 죽었다고 생각해. 아니지. 죽는 것이 행복하려나. 이해했으면 가 봐.”
리덴은 그렇게 말하고는 소이 엘렌에게 눈짓을 했다.
끄덕.
소이 엘렌이 리덴의 말을 이해하고는 물러났다. 그리고 사로잡혔던 자들이 일어나서 사라졌다.
그들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소이 엘렌이 리덴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저들은 황궁을 불태운 자들의 동료입니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드라고라 농지를 확보하는 일이야. 그리고 놈들은 거기서 또 처형식을 하려고 하지.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사신(Grim Reaper)이 탄생하게 되면 그때는 농지로 쓸 수 없게 되거든. 하지만 지금 당장 놈들 전체와 싸울 수는 없어. 여러 가지로 곤란하잖아. 안 그래?”
리덴은 그렇게 말하며 미네를 향해 곁눈질을 했다. 그러자 소이 엘렌은 한발 물러났다. 확실히 2명이나 되는 비전투원을 보호하면서 전투를 행하는 일은 무리였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 패를 나누지. 노예, 반항아. 너희 둘만 이리 와 봐.”
리덴의 말에 세나의 입을 막고 있던 이븐과 소이 엘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옮겼다. 그리고 리덴이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고 이에 따라 팀을 2개로 나누었다.
먼저 이븐과 미네, 소이 엘렌, 긴을 한 팀으로 묶었다. 그들은 연금술사 리덴의 집으로 가서 리덴이 지시한 물건을 챙긴 후 아지트로 귀환. 이후 소이 엘렌이 단독으로 식물의 씨앗을 가지고 중앙광장에 있는 리덴과 세나의 팀에 합류.
그때까지 리덴과 세나는 중앙광장에서 처형식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곳을 지킨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어둠의 길드와 전면전을 치른다는 뜻이었다.
정보에 의하면 현재 10만 길드원을 자랑하는 어둠의 길드 길드원 가운데 타로스에 머무르고 있는 숫자는 약 5천. 그들이 전부 몰려온다고 하면 리덴이 7써클 흑마법사를 가볍게 물리칠 정도라 해도 승산이 없었다. 이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리덴은 그걸 하겠다고 한다.
소이 엘렌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고 세나와 이븐은 리덴을 믿고 있었다. 무모한 일을 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틀림없이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미네와 긴만이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리덴은 세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중앙광장이었다. 가면서 세나가 리덴에게 물었다.
“이길 수 있어요? 선생님. 싸우는 건 전문이 아니라면서요.”
“응. 전문이 아니야. 하지만 이길 수 있어.”
리덴이 답했다.
“어떻게요? 아, 맞다. 그때 흑마법사와 싸우실 때처럼 그거 사용하게요?”
세나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니, 그걸 사용했다가는 쓸데없이 정화되어 버려. 지금 상태가 만드라고라를 키우는 데 딱 좋아.”
리덴이 답했다.
“그럼요? 숨기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세나는 궁금했는지 졸라 댔다.
“돈줄, 때가 되면 어련히 알 수 있을까. 재촉하지 마라. 지금은 중앙광장 근처로 가는 게 중요해.”
그렇게 말한 리덴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한동안 리덴을 보채던 세나도 지쳤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중앙광장 서쪽 골목.
아직 리덴과 세나는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리덴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추고는 배낭에서 수정을 잔뜩 꺼냈다. 아무 가공도 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에 세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들에게는 아무 힘도 없지만 잘 봐 둬.”
리덴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에테르 연금 도형을 사용하여 수정들을 가공하더니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뿌렸다. 그러고는 땅 속성 연금 도형과 응집, 혼돈, 융합, 질서, 환상, 고체 연금 도형을 사용하여 복잡한 연금 수식으로 가공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세계의 구조 연금 도형이라는 쿠벤베르크 연금술의 극의를 사용하였다.
우웅.
지면에서 흙이 솟아나더니 리덴과 똑같이 생긴 것들로 변했다.
“우와! 서, 선생님이 잔뜩.”
세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돈줄. 아, 해 봐.”
리덴이 말했다.
“네?”
세나가 고개를 기울였다.
“입 벌리라고 이 멍청아.”
리덴이 신경질을 부렸다.
“왜, 왜 신경질을 부려요. 입 벌리면 되잖아요. 자, 아.”
세나가 입을 벌렸다. 그와 동시에 리덴은 수정 하나를 툭 하고 세나의 입에 던졌고 그것은 무척이나 매끄럽게 세나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컥.”
세나가 신음을 토했다.
“토할 생각하지 말고 잘 들어. 네가 지금 먹은 것은 저것들의 활동 영역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너를 중심으로 일정 영역 이상으로는 움직일 수 없지. 반경이 꽤 넓어. 그러니 약간 정도는 움직여도 된다만 네가 지금 서 있는 지점에서 반경 100m 밖으로는 나가면 안 돼. 그렇게 되면 중앙광장을 지킬 수가 없다. 알았지?”
리덴이 말했다.
“선생님은요?”
세나가 물었다.
“놈들의 혼을 빼놔야지.”
리덴이 답했다.
“혼을 빼놔요?”
세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처형당할 놈들을 구할 거다. 꽤 숫자가 많은 모양이니까 구해 두면 밥값 정도는 하겠지. 참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빛 속성 연금 도형은 사용하지 마라. 흑마법사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안 돼. 너보다는 만드라고라 농지가 중요하거든. 알았지? 내 말.”
리덴이 그런 말을 하고는 발을 돌렸다.
“으.”
세나는 질렸다는 듯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리덴은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던 것이다.
세나의 시야가 닿지 않는 지점.
리덴은 중력 제어를 사용하여 허공으로 떠올랐다. 세나에게는 세나보다 만드라고라 농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애초부터 리덴은 세나에게 위험이 갈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 첫 번째로 자신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도록 무차별 폭격을 준비했다.
리덴은 호수의 사파이어(다량의 물을 압축하여 가두어 둔 사파이어)를 잔뜩 꺼냈다. 그러고는 형질의 5개 도형 중 고체의 연금 도형을 사용하여 물(액체)을 얼음(고체)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
지상에서 약 50m 높이.
리덴은 지상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어둠의 길드에 속한 자들의 움직임과 처형될 자들이 있는 수용소의 위치를 포착하였다. 그러고는 좀 더 높이 올라가 호수의 사파이어를 사방으로 뿌렸다.
“연금식 해제.”
리덴이 소리쳤다. 그러자 호수의 사파이어들이 쩌적, 하며 깨지더니 100리터가 넘는 물 덩어리로 변하였다. 이어 초대형 고체의 연금 도형을 만들어 물을 통과시켰다.
쩌적.
물은 얼면 부피가 오히려 커지는 속성이 있었다. 그것이 대기 저항에 직면하여 산산이 부서졌고, 조각들은 대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대기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바로 섰다. 예리한 흉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크아아악.”
“아아아악.”
“대피! 대피!”
멋모르고 걷고 있던 어둠의 길드 길드원들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지거나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직경 수 센티에 달하는 얼음 칼날에는 자비가 없었다. 머리를 맞은 자는 머리가 깨져서 즉사하고 어깨 같은 곳에 맞은 자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마법사 길드의 습격이다!”
“모두 방어 태세!”
지상은 난리가 났다. 리덴이 뿌려 대는 얼음 조각을 마법사의 공격으로 오해해서는 대마법 방어진을 구축하는 놈들부터 마법사의 위치를 찾는 써치 스크롤을 찢는 놈까지 다양했다.
‘그냥 죽지. 용쓰네.’
리덴은 그렇게 한 번 비웃어 주고는 우박을 계속 뿌려 주었다. 그러다 보니 거리에 머리를 내민 어둠의 길드 길드원이 한 명도 없게 되었다.
“조금 본격적으로 해 볼까.”
리덴은 호수의 사파이어 다섯 개를 5개 방향에 띄우고는 각 사파이어를 2개의 연금 도형으로 감쌌다.
응집, 고체.
연금식이 해제된 호수의 사파이어에서 대량의 물이 나타났고 그것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얼어붙었다.
직경 5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우박이었다.
부우웅.
굉음이 울리며 다섯 개의 초대형 우박이 지상을 향했다. 그것들 중 2개는 포로가 갇혀 있다는 수용소의 외벽을 향했고, 나머지는 그들이 사용하거 있는 임시 거처 위로 떨어졌다.
콰콰쾅.
어둠의 길드는 타로스에 10개의 임시 거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3개가 완전히 박살 났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는 약 500명. 임시 거처 3개의 총수용 인원인 1,500의 1/3가량이지만 단 한 번의 공격치고는 상당한 전과였다.
‘그럼 다음에는 뭘 사용해 볼까. 폭풍의 다이아몬드면 되려나. 아깝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지.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만들어 놔야 반격을 못해.’
리덴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단 한 개밖에 없는 폭풍의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5써클 마법사의 토네이도를 이용하여 100번 정도 가공한 초강력 연금 물품이었다.
휙.
리덴은 폭풍의 다이아몬드를 타로스 남쪽 성문을 향해 던졌다. 그러고는 연금식을 해제하였다.
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대기가 흔들렸다. 이에 리덴 자신도 균형을 잃고 중력을 제어하던 구역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런.’
리덴은 낭패감을 느꼈다.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폭풍의 다이아몬드에 갇혀 있던 바람은 확실하게 해제되어 남쪽 성문을 점거하고는 하늘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
‘잘못하면 구름이 걷히겠는데.’
리덴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중력 제어 영역을 재구축했다. 하지만 떨어지고 있던 힘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다. 가속이 사라졌을 뿐이다. 때문에 리덴은 역중력을 일으켜야 했고 지상을 수 미터 남겨 두고 낙하 에너지를 겨우 해소시켰다.
착지.
리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복면인 하나가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쌔액.
날카로운 단검이 날아들었다. 리덴은 그걸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는 호주머니에서 보석 하나를 꺼내 던졌다.
“연금식 해제!”
리덴이 소리쳤다.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울렸다. 단지 그뿐이었다. 천둥을 담아 둔 수정이었던 것이다. 실제적으로 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놀랐는지 뒤로 반보 물러났다. 그에 리덴은 바람 속성 연금 도형과 응집 연금 도형을 사용하여 공격을 가했다.
콰직.
바람 속성 연금 도형이 만들어 낸 바람이 응집을 거치면서 단단해졌고 그것이 적의 상체를 날려 버렸다.
일격에 적이 사망했다.
“날붙이를 지금 누구에게. 역시 이런 짓은 안 좋아.”
리덴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배낭을 뒤져 수정 하나를 꺼냈다. 잠깐 주저하더니 먹었다. 그러고는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영혼의 수정.
이승에 강한 미련을 가진 영혼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써 리덴이 원할 때 그가 생전에 쌓았던 기술과 지식, 힘을 빌려 주겠다고 하는 계약의 증표였다.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으며 지속 시간은 단 하루였다.
―소드 마스터 레아스트롱 데이런, 약속에 따라 그대를 돕겠다.
리덴의 의식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것도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지. 자가 신체 연성 9식을 사용했다가는 한 달 정도 움직일 수 없게 되니. 아까워 죽겠네.’
리덴은 그런 생각을 하며 땅을 박찼다. 소드 마스터 레아스트롱 데이런이 생전에 쌓은 힘과 기술이 있으니 타로스에 머물고 있는 어둠의 길드 길드원들을 무찌르기에는 충분했다. 리덴의 연금술사로서의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