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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지로 1권(8화)
三章. 무전취식(無錢取食)(2)


또한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컸던 눈망울은 마치 여인의 봉목과 같았으며, 그 검은 눈동자는 깊고 깊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빨려 들 듯한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었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두 눈과 외형의 부드러운 기질은, 보통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목해운을 보통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신비함을 자아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함에 사람들은 목해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으나, 목해운은 그런 것에 더 이상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주변 사물을 구경하는 데에 바빴다.
그렇게 목적 없이 걷기를 얼마가 지났음인가.
무언가를 발견한 목해운은 지체 없이 걸음을 놀려 자신의 시선을 끈 물건에 다가가 가만히 살펴보았다.
“이것을 뭐라 합니까?”
“엥?”
가판대 위에서 경단(瓊團)을 팔던 사내는 갑자기 웬 백의서생 같은 남자가 다가와 되지도 않는 질문을 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경단이라 함은 세 살박이 꼬마도 아는 군것질거리이건만, 이 사내는 어찌 그걸 모른단 말인가.
‘혹시 날 놀리는 건가?’
고작 거리에서 경단이나 판다고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니 없던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에 두 눈 가득 힘을 준 사내가 눈앞의 목해운을 노려보나,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치밀었던 화가 눈 녹듯 사라지니, 사내의 입은 절로 열려 질문에 대한 답이 흘러나왔다.
“헤헤, 손님, 이것은 경단이라 하는 것입니다. 경단은 수수나 찹쌀 따위의 가루를 반죽해 밤톨만 한 크기로 둥글게 만든 다음, 끓는 물에 삶아 건져 고물을 묻혀 만든 떡입죠. 어디 한번 잡숴 보시겠습니까?”
‘어랍셔, 내가 미쳤나?’
자신도 모르게 경단을 만드는 과정까지 친절히 설명해 준 사내는 황당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목해운의 물음에 사내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간판대 위의 경단 중 하나를 집어 목해운에게 건네줘야만 했다.
“하나 먹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아, 예예. 물론입니다요. 자자, 여기 이거 하나 드셔 보십시오. 이래 봬도 이놈이 제 가게에서만 특별히 파는 호박 경단이란 것입니다. 그 맛은 꿀같이 달고 입 안엔 향긋함이 감도니, 가히 중원 제일이라 할 수 있는 것입죠. 헤헤, 맛이 어떻습니까?”
“음……. 정말 맛있군요! 이거 하나만 더 주실 수 있나요?”
갈색 빛이 나는 경단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목해운의 입가로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한 함박웃음이 걸린다. 그 모습에 기이하게도 마냥 기분이 좋아진 사내는 냉큼 호박 경단을 한 아름 집어 목해운의 손에 쥐어 줬다.
“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아, 여기, 여기 이것도 많이많이 잡수십시오! 손님이 기분 좋다 하니, 이상하게 제 기분 역시 하늘을 날아갈 듯 좋습니다요.”
“이런, 이리 많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전 아직 둘러볼 곳이 있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예. 시간 나면 또 들려 주십시오!”
떠나려는 목해운의 말에 사내는 기꺼운 마음으로 손까지 흔들며 보내 주었다. 이어 목해운이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지자 왠지 모를 흐뭇함에, 사내는 미소 지은 채 희희낙락 웃어 보였다.
“하아, 거참, 말하면 할수록 기분 좋아지는 손님일세. 히히, 저 손님한테 오늘 팔 경단을 다 팔았으니, 이거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 마누라 궁둥짝이나 만져 볼까?”
룰루랄라 휘파람까지 불며 가판대를 정리한 사내는 오늘 일한 노동의 대가가 들어 있을 두둑한 전대를 만져 보았다.
그러나…….
‘없어?!’
한 푼도.
단 한 푼도 없다.
오늘 첫 개시 손님으로 맞이한 목해운에게 받았어야 할 돈이 없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 사내는, 곰곰이 자신이 한 행동을 되짚어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행동을 되짚던 사내.
그의 두 눈으로 점점 흉광이 짙어지더니, 이내 그 흉광은 고성이 되어 시장바닥을 떠돌았다.
“이 쳐 죽여도 시원찮을 후레자식 놈아! 아침 댓바람부터 무전취식(無錢取食)을 하다니, 내 네놈을 잡아 쳐 죽여 버리겠다!”

“뭐야, 웬 미친놈이 지랄을 한다고?”
“그렇다니까. 왜 거 있잖나, 포목상 앞에 장씨. 그놈이 아침부터 미쳐서 지랄발광을 하더라니까. 그 이유란 것이 글쎄, 어떤 미친놈이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장씨 놈의 물건을 그냥 날로 먹었다는 거야.”
“엥, 그게 진짠가? 장씨라면 혼례 치르기 전 힘깨나 쓰며 저잣거리에서 행패를 부렸던 자가 아닌가? 그런 장씨의 물건을 그냥 날로 먹다니, 먹은 놈도 정말 대단한 놈이로군.”
가게 앞을 싸리 빗자루로 쓸던 이씨는 지나던 대장간 하씨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경단 장수 장씨라면 어렸을 적 남해검문에서 삼 년간 무공을 익혀 그 근본이 다져져 있었으며, 또한 성질마저 고약해 남해검문에서 쫓겨나고는 저잣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던 불한당 같은 놈이었다.
그런 그놈이 어쩌다 심성 고운 마누라를 얻어 마음을 고쳐 잡고 장사를 하고 있으나, 그 성질이 어디 가겠는가. 그런 장씨의 물건을 날로 먹은 놈이 있다니, 객점 주인 이씨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 그 날로 먹었다는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들었나?”
“음……. 듣긴 들었는데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이상하다니?”
“의복은 백의서생에 평범하기 짝이 없는데, 고놈을 마주하자 왠지 여우에 홀린 듯 그저 달라는 대로 다 줬다는 게 장씨의 말이거든. 자네도 생각해 보게,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자기 밑천을 달라는 대로 다 줄 수 있겠나? 쯧, 내 보기에는 그 장씨 놈이 어제저녁 마누라한테 뭔 꼬투리를 잡혀 새벽까지 혼나고, 아침 장사에 나와 그 화를 푸는 것 같아. 괜히 지랄발광하는 게 무안하니까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는 것이겠지.”
“과연…….”
이씨는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다.
장씨가 자신의 처를 끔찍이 아끼나, 그 심성 고운 마누라가 한번 화나면 무섭기 짝이 없었으며, 장씨는 그 화가 풀릴 때까지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달래야만 했던 것이다. 또한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에는 꼭 누군가를 트집 잡아 자신에게 쌓인 화를 푸는 장씨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지금 내 객잔에도 백의서생이 와 있지 않은가? 에이, 설마 아니겠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설마하니 무전취식을 하려고? 게다가 그 공자님은 서생이라기보다는 무인 같기도 했으니 절대 아닐 거야. 암, 아니고말고. 허리에 그 비싸 보이는 검을 찬 공자께서 설마하니 땡전 한 푼 없을까?’
불현듯 스치는 생각.
조금 전 자신의 객잔에 들른 인상 좋은 얼굴의 사내를 떠올린 이씨는, 곧 고개를 휘휘 내저어 보였다.
절대 아니라는 자신감에 찬 채.

‘사람 인심이란 게 좋긴 좋구나. 섬을 나올 때 돈이라는 것이 없어 걱정했는데, 이렇게 공짜로 먹여 주다니.’
객잔 창가에 앉은 목해운은, 눈앞에 놓인 소면을 보며 만족감에 찬 미소를 그려 보였다.
섬을 떠날 때 혜각이 돈이 없음을 걱정했었는데, 그것은 목해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오랜 기간 여행을 하자면 먹어야 할 것이며, 또한 입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돈이란 한 글자에 얽매여 있으니, 목해운의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해서 목해운은 거리를 지나며 우연히 보게 된 경단을 보고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돈이 없어 차마 사겠단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 경단 장수가 먹어 보겠냐 물어보자, 목해운은 먹어 보아도 되겠냐고 청을 넣었던 것이다.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뜻밖에도 경단 장수는 먹어도 좋다 허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떠날 때는 경단을 한 아름 싸 주기까지 했다. 손에 들린 경단을 먹으며 이곳저곳 구경하던 목해운은 경단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 점심시간이 되어, 이번엔 객잔이란 곳에 들렀다.
말로만 듣던 객잔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던 목해운이, 계산대에 앉은 주인 이씨를 보고 들어가 앉아도 되겠냐고 묻자, 이씨는 두 손을 활짝 펴 환대하며 앉으라 했을 뿐만 아니라, 객잔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를 내준 것이다.
그 속셈이야 돈 좀 있어 보이는 목해운을 뜯어내려는 심사였으나, 그것을 알 리 없는 목해운은 주문을 받으러 온 점소이가 무엇을 먹겠냐 질문하자, 오히려 먹어도 되느냐 반문하였다. 이에 점소이는 웃으며 물론 먹어도 된다 하니, 목해운은 돈 없이 먹는 게 미안해 그나마 제일 싸다는 소면을 시킨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목해운 자신의 몸에서 저절로 이는 유(柔)의 기운 탓임을 그는 알지 못했다.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한없이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기운은 오행심공이 바탕이 됐으며, 그 기운이 외부로 직접 표출된다 할 수 있는 두 눈은 마치 마교의 섭혼마공(攝魂魔功)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치 못한 목해운은 사람들의 인심이 좋은 것에 마냥 흐뭇할 뿐이었다.
‘토령, 너의 생각은 틀렸다. 아니 어쩜 지금 내 생각은 그저 섣부른 판단에 지나지 않을지도……. 하지만 지금 현재 내 생각은 네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인간은 악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코…….’
인간을 미워하다 못해 증오한 토령.
토의 정령왕 토령을 떠올린 목해운의 마음속으론 쓸쓸함이 일었다.
처음 토령이란 존재를 마주했을 때 자신은 그를 좋아했었다.
언제였던가…… 아마도 여덟 살 때쯤이라 생각된다.
오행심공에 이어 형인 선무(仙舞)를 배우던 때였을 것이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수련 속에 놀고 싶은 마음이 일었던 목해운은 그날따라 홀로 숲 안쪽까지 들어갔으며, 그 깊은 곳에 그가 있었다.
마치 목해운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입가론 짓궂은 미소를 그린 채 그가 있었다.
처음 그에게 던졌던 질문은 넌 누구냐란 거였고, 그가 목해운에게 해 준 답은 친구였다.
친구.
목령은 끝끝내 누나라 부르라 했다.
수적령은 처음부터 친구가 될 수 없는 존재였다.
금강령은 다가가기엔 너무 과묵했으며, 화령은 목해운의 친구라기보다는 혜각의 친구였다.
결국 목해운에겐 친구란 존재가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토령은 자신을 친구라 했다.
목해운은 그 말을 믿었고, 그와 함께 놀았으며, 그와 함께 우정을 나눴다.
그 모든 것이 함정인지도 모른 채…….
덜컹!
“……?!”
오랜 기억 속에서 깨어난다.
어느새 식은 소면을 바라본 채 회상 속에 잠겨 있던 목해운은 갑자기 들려온 의자 소리에,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상념을 방해한 정체를 알고자 시선을 돌렸으며, 곧 정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탁자를 하나로 합쳐 자리한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여인들이 분명한데 머리를 깎다니? 아, 알겠다. 이들이 바로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던 여중, 비구니들이로구나.’
그의 눈 속으로 비쳐 든 여인들이 신기했던 목해운은 실례인 줄 알면서도 계속 그녀들을 관찰했다.
일행은 총 일곱 명이었는데, 그중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근엄한 얼굴의 여인이 상석에 앉았으며, 그녀의 오른쪽엔 뚱뚱한 체구에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비구니가 앉아 이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연방 손부채질을 해 댔다.
한시도 손을 가만히 있지 않는 그 비구니의 반대편엔 특이하게도 가사가 아닌 남자들이나 입는 흑의무복을 갖춘 차가운 얼굴의 소녀가 자리했다.
반쯤 감기듯 잠긴 눈매가 매력적인 소녀는 이제 갓 열일곱에서 여덟 정도로 보였으며, 다부지게 닫힌 입 모양이 제법 고집이 세 보였다.
상석의 노파를 중심으로 그 나이 대를 가르듯 좌우로 자리한 중년의 비구니와 묘령의 소녀 옆으론, 자신들과 비슷한 연배의 비구니들이 각각 두 명씩 의자를 꿰찬 채 앉아 있었다. 또한 그녀들은 한결같이 탁자 위에 검을 올려놔, 결코 자신들이 평범한 비구니가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분명 이곳이 남해도라 했으니, 저들이 바로 보타문의 제자들이겠군.’
어린 시절 무공을 배우며, 혜각으로부터 여러 중원 사정과 문파들에 관해서도 들어 왔던 목해운이다. 비록 자신이 몽유도에서 이십 년을 보낸 게 바깥세상에선 이백 년에 해당한다고는 하나, 보타문과 남해검문의 역사가 오백 년을 넘다 보니 목해운 역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혜각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해운은 혜각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행 중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남해도이며, 그 당시 보타문과 남해검문이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은 문파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리 없었다. 만약 혜각이 남해도를 들르지 않았다면 그 또한 보타문과 남해검문이란 이름은 아예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
남해검문과의 비무가 있기 전 객잔에 들른 보타문의 제자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목해운의 눈으로, 차가운 시선이 꽂혀 들었다.
소녀.
시리도록 차가운 눈망울을 지닌 소녀가 반개했던 두 눈을 번쩍 뜨며, 자신들을 살피던 목해운을 바라본 것이다. 순간 머쓱해진 목해운이 한줄기 미소로써 무안함을 감추나, 그 미소를 마주한 소녀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린다.
‘섭혼마공?! 마교(魔敎)의 교도인가? 아니, 눈에 사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결코 마교의 섭혼마공은 아니다. 게다가 저자에게선 특이한 기질을 뺀다면 무공을 익힌 흔적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리만치 기이한 평범함밖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자 소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직접 가 물어볼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였으나, 그런 그녀를 보타문의 십일 대 문주 보타신니가 말렸다.
“연아, 자리에 앉거라.”
“하지만, 스승님!”
씩씩하다 해야 하는가, 순수하다 해야 하는가.
기이하게도 스승을 향한 소녀 서연의 말투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사내의 말과 같으니, 그 독특한 말투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지켜보던 목해운의 미소가 더욱더 짙어진다.
그리움이 인 것이다.
마치 그녀의 말투가 힘이 깃든 목령과 잔잔한 어조의 수적령을 섞어 놓은 듯했기 때문이다. 그녀만의 독특한 말투 속에 몽유도의 극과 극인 두 여인을 떠올린 목해운의 미소가 짙어지자, 오히려 그 뜻을 오해한 서연의 눈엔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속내를 눈치 챈 보타신니가 지나가듯 툭 한마디 던지자, 결국 서연은 다시 의자 위로 몸을 앉혀야만 했다.
“앉으라 했다.”
“…….”
비록 마음속엔 반발심이 일었으나, 스승의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은 서연은 목해운에 대한 감정을 끊듯 두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켰다. 고집이라면 황소고집보다 더 질긴 서연의 마음이 불만으로 가득 찼음을 아는 보타신니는, 제자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지기 싫어하는 성정인 서연이 자신 때문에 의지를 꺾어야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서연의 마음대로 저 사내에게 다가가게 할 순 없었다.
지금 서연이 익히고 있는 보타문의 비전심공인 빙설천공(氷雪天功)은, 무엇보다 남녀 간의 정을 끊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