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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지로 1권(17화)
六章. 돈을 벌자!(3)


그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하기 그지없어, 홍수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호객꾼들의 재치 있는 말과는 그 과를 달리했던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그에겐 그 말투가 더욱 잘 어울리는 건지도. 쓰…… 이거 두 눈 딱 감고 한번 시켜 봐? 하루 시키고 안 되면 말지 뭐.’
호객꾼들에겐 일정하게 지급되는 급료가 따로 없다.
그들은 직업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거다 보니, 자신들이 데려온 사람 수와 그 사람들이 쓰고 간 돈의 일정액 중 얼마를 떼서 그것을 하루 품삯으로 대신 받는 것이다. 단지 따로 나가는 것이 있다면, 호객꾼들을 관리하는 뒷골목 패들에게 호객꾼을 소개받은 소개료를 줘야 하지만, 그 또한 어차피 목해운이 그들에게 예속되어 있지 않은 것이니 돈을 따로 줄 필요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지라, 이곽은 답을 기다리는 이은영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다! 내 너의 말대로 그에게 한번 일을 시켜 보마!”
아비로부터 답이 떨어지자 이은영은 마치 제 일인 양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 기쁨이 좀 지나친 감이 있어 눈살을 찌푸린 이곽이었으나, 그저 딸아이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기뻐하는 것이라 이해하며 가벼이 넘겼다.

“무림 사정이라 하셨습니까?”
“호홋, 왜 그리 정색을 하는가? 자네도 어차피 무공을 익혀 세상에 나온 이상 강호인이 된 것이니, 무림 사정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가벼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내어 준 차를 입가에 가져가 마시던 목해운은, 서연과 두 사질에겐 따로 자리에 앉게 하고 자신과 단둘이 앉은 보타신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세상에 나온 이상 현 무림의 정세 정도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낀 것이다.
한편 보타신니는 목해운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자, 옅은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할미가 손자에게 옛이야기를 해 주듯 자상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현 무림은 하남에 위치한 무림맹(武林盟)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세. 현 무림맹의 맹주(盟主)는 이십 년 전 삼합회와의 싸움에서 정과 마를 결속해 무림맹을 창건하신, 도신(刀神) 백무극 대협께서 맡고 계시네.”
“삼합회라 하시면?”
이야기 속에 나온 삼합회를 알지 못하는 목해운의 당연한 질문에, 보타신니는 찻물로 입을 축인 후 답해 주었다.
“이십 년 전 변방의 설화곡(雪花谷), 귀곡(鬼谷), 흑천마궁(黑天魔宮)이 연합하니, 이를 일컬어 삼합회(三合會)라 하네. 따로 놓고 본다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들이 흑천마궁의 궁주 흑천(黑天)을 중심으로 힘을 합해 중원을 넘보니, 그들의 힘은 하늘을 뒤엎을 정도로 강맹하여, 가장 가까운 곤륜이 먼저 멸문지화를 면치 못했으며, 청해, 감숙, 사천, 섬서의 무림세가가 차례로 삼합회의 손에 떨어졌네. 당시의 무림은 정사가 나뉘어 서로 헐뜯고 화합치 못하니, 하나로 단일된 삼합회의 힘에 변변한 대항도 못하고 차례로 무너진 것일세. 이에 당시 검으로 유명한 화산파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화산제일도(華山第一刀)란 칭호를 얻은 도신 백무극 대협께서 살아남은 정파의 힘을 하나로 규합해 무림맹을 만들었으나, 삼합회를 상대론 그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네. 중원무림의 힘 중 절반이라 할 수 있는 사파가 일신, 일선, 일봉, 일마 중 하나인 마제(魔帝) 기뢰음의 발아래 모여, 힘을 합치자는 도신의 제의를 거절한 것이네. 마교의 당대 교주인 기뢰음은 본시 삼합회가 중원을 노리기 전, 무림을 자신의 발아래 두려 했던 효웅일세. 그런 그가 오직 강함만을 추구하며 비무행을 행하던 검선(劍仙) 유학종에게 패해 꿈을 접었으나, 어찌 자존심을 버린 채 정과 힘을 합해 삼합회와 싸우겠나? 그는 스스로 말하길 마의 힘이 정의 힘을 압도함이니, 삼합회 따위는 마의 힘만으로도 능히 물리칠 수 있다 하였네. 하나 도신께선 그런 그의 우매함을 지적하며,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홀로 마교를 찾아감이니, 마교의 일만 궁도가 모두 모여 정파의 정신적 지주인 도신을 비웃었네. 그 이유가 무언지 아는가?”
“무엇입니까?”
“아미타불, 아마 자네는 상상도 하지 못할 걸세. 도신이라 하면 훗날 마제를 이긴 검선을 꺾어 고금제일인이라 불리신 분일세. 당시에도 이미 그 강함을 예측하기 힘들어 정파의 정신적 지주가 된 분이 바로 도신일세. 그런 그분이 마제에게 정과 마가 하나로 합친 무림맹을 만들자 하며 맹의 부맹주 자리를 부탁하니, 마제는 차갑게 비웃고 그분을 내치려 했다네. 하나 도신께선 비웃는 마제에게 자신의 뜻을 받아 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스스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니, 일만 마인은 도신의 행동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네.”
“……!”
목해운의 눈으로 이채가 떠올랐다.
하늘 위에 선 자가 다른 이에게 무릎을 꿇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무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마제에게 무릎 꿇었다 하니, 그의 사람됨이 어떠한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도신 백무극이란 인물에게 자신도 모르게 호감이 인 목해운의 귀로, 또다시 보타신니의 말이 흘러들었다.
“모든 마인들이 도신의 행동을 비웃는 중에도, 오직 단 하나 비웃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마제 기뢰음이었네. 그는 말없이 자신의 처소로 가 잠을 청하였으며, 다음 날 일어나 똑같은 자세로 무릎 꿇은 도신을 보고도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하네. 도신 역시 그를 보고도 입을 굳게 다문 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으니, 답답한 것은 그 소문을 들은 정파의 협객들과 마제가 아무 말 없으니 도신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일만 마인들이었네. 그렇게 나흘이 지났을 무렵,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도신의 정신이 한계에 이름이니, 침묵하던 마제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일으키며 말하기를 ‘도로만 천하제일이 아닌 고집으로도 천하제일이니, 내 어찌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리오.’란 말로써 도신의 제안에 응해 주었다네. 그 일이 있은 직후 도신과 마제의 친분은 정과 마를 떠나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워졌으니, 그 둘을 중심으로 모인 마도와 정파는 서로 다툼을 잊은 채 하나로 화합할 수 있었다네. 하나, 아직도 힘이 부족하다 느끼신 도신께선, 당시 나를 포함한 십검룡에게 일부러 들으라 우스갯소리를 강호에 퍼뜨려, 우리가 제각기 뜻이 달라 화합치 못함을 꼬집으니, 결국 우리는 그분의 지적에 부끄러워하며 도신께서 내미신 무림맹 십장로의 지위를 받아들였다네.”
“그 말씀은?”
“호홋, 내가 비록 이리 초라해 보여도, 현 무림맹의 장로원 소속일세.”
“…….”
약간은 놀란 듯 목해운은 새삼스런 눈으로, 빛바랜 가사를 입은 보타신니를 바라보았다.
도저히 현 무림을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무림맹의 장로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보타신니의 눈빛과 기도는 평범해 시골 할머니와도 같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보타신니는 우스갯소리로써 화답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말게나, 그리 본다 해도 떡고물은 줄 수 없으니. 호홋, 비록 장로원 소속이라 하나 무림맹에서의 내 힘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장로원은 두 분류로 나뉘는데, 그중 육장로라 일컬어지는, 화산파의 늙은이인 매화검(梅花劍) 곽윤과 무당파 장문인인 창천비검(蒼天飛劍) 현학진, 남궁세가의 젊은 가주 놈인 학사검(學士劍) 남궁유사 꼬마 놈과 마문(魔門)의 문주인 극마검(剋魔劍) 관평, 요화곡(妖花谷)의 요녀인 요설검(妖雪劍) 정가영과 마교의 부교주인 천혈검(天血劍) 사무영이 실질적인 무림맹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네. 이에 속하지 않은 나와 주광영 그 친구는 중원과는 떨어진 남해도가 근본이다 보니,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무림맹을 찾지 않는 명예 장로가 되었네. 또한, 성별도 나이도 본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비봉(飛鳳)이 관리하는 자객문(刺客門)의 비검단(秘劍團) 단주 무영검(無影劍) 흑우(黑雨)는, 무림맹의 그림자로서 표면상으론 결코 떠오르지 않아 그 또한 명예 장로 직을 맡고 있네. 호홋, 그러고 보니 자네에게 비봉에 관한 설명도 안 해 줬구먼. 아까 내 말했다시피 현 강호의 최정상에 오른 일신, 일마, 일봉, 일선을 일컬어 강호인들은 천외사신(天外四神)이라 일컫네. 그중 일봉인 비봉은 강호의 살수들이 모여 만든 자객문의 당대 문주로, 도신께선 마제 기뢰음을 부맹주로 추대한 후 상상치 못할 거금으로 백 년간 무림맹의 그림자가 되어 줄 거래를 비봉과 하셨다네. 당시 그와의 거래를 두고 무림맹에선 수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지. 천외사신 중 하나인 비봉을 뺀다면 미천한 살수들에 불과한 자객문의 자객들을 무림맹에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야. 하나, 자객문의 비검단 단주인 무영검 흑우가 삼합회와의 싸움에서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 그 불만들을 일시에 잠재웠다네. 호홋, 그의 검술은 내가 직접 목격하진 못하였으나, 일개 살수라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강하여, 그는 그 한 번의 등장으로 십검룡에 오른 인물이지. 지금 말한 이들 중, 몇몇은 이십 년 전 삼합회와의 싸움이 끝나고 강호에서 은퇴한 십검룡의 뒤를 새로이 이은 인물들일세. 아마 기억해 두면 무림 생활이 편할 것이네.”
“저어, 한 분이 빠지신 것 같습니다만.”
“……?!”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입이 아파 잠시 쉴까 했던 보타신니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던 목해운의 뜻하지 않은 집요함에 식은땀을 흘리며, 곰곰이 자신이 나열한 이름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
일일이 손가락을 구부리며 수를 세던 보타신니는, 그제야 무언가를 떠올린 듯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목해운을 바라봤다.
“그렇지, 검마(劍魔)! 내 검마 독연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구먼! 호홋, 나이가 들어 아무래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나 보이. 흠, 지금 말한 독연이란 이 역시 무림맹의 명예 장로 직을 맡고 있네. 도신께서 처음 무림맹을 만들 당시 십검룡의 이름을 부여받은 자 그 누구라도 무림맹의 장로가 될 수 있다 말하였으니, 독연 역시 신원이 불투명함에도 무림맹의 장로가 된 인물이지. 하나, 처음 그를 두고 장로로 받아들이는 데 무림맹에선 찬성보단 반대가 많았다네. 이제 갓 이십 중반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십검룡의 하나였던, 음령검(音玲劍) 양위를 이길 만큼 강하며 그 강함에 비해 너무 알려진 것이 없었던 게지. 또한 그의 신분이 떠돌이 낭인이다 보니, 무림에선 천대하는 낭인을 무림맹의 장로로 받아들이는 게 탐탁지 않았던 게야. 하나 우습게도 독연 스스로 무림맹의 장로 직 제의를 거부했다네. 그의 말이 내 아직도 강하게 인상에 남아 기억하는데, 그가 말하길 자신은 거목의 그늘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자이나, 무림맹은 자신의 주인이 될 거목으로선 부족하다 하였지. 호홋, 그 말에 무림맹의 모두가 기가 막혀 하였으나, 나중에 가선 오히려 독연의 다리라도 부여잡고 장로가 되어 달라 빌 정도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네. 우습게도, 강호에 퍼진 수많은 낭인이 그를 낭인지왕(狼人之王)이라 칭하며 하늘 보듯 우러르니, 독연은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한마디 말로 십만 낭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거대한 힘을 가진 것이네. 개방의 거지들이 많고 많다지만, 낭인의 수 역시 헤아릴 수 없음이요, 개개인의 힘은 비할 수 없이 약하나 모인다면 그 힘이 구파와 어깨를 견줄 만큼 강한 것이 낭인이니, 어찌 독연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있겠나? 해서 무림맹의 도신께선 몸소 나서 독연을 만나 장로원의 지위를 받아들이길 제안하니, 이에 더 이상 거부치 못한 독연이 그 직분만을 받아들임으로 명예 장로가 된 것일세. 하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그늘이 되어 줄 거목을 찾아 강호를 떠도니, 그 역시 무림맹에선 실질적인 힘은 없다 할 수 있지.”
“…….”
왠지 모르게 강한 호기심이 인다.
검마 독연이란 자가 찾는 거목(巨木)의 의미가 궁금했던 것이다.
무림의 정점에 선 도신이 직접 찾아왔음에도 단순히 명예 장로 직만을 받아들인 것은, 도신 역시 자신의 주인으로선 부족하다는 말과 같으니, 목해운으로선 그 말의 뜻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강한 자가 거목이 될 수 없다면, 그가 찾는 주인이 결코 강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며, 또한 도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그의 참된 심성을 알려 줌이니, 올곧은 성품만을 갖고 있다 해서 독연의 거목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가 찾는 거목의 참뜻이란 무엇입니까?”
“허, 이 사람 그걸 내가 어찌 아나? 내가 검마가 아닌 이상, 오직 검마만이 그 말의 의미를 알겠지!”
뚱딴지같이 들려온 목해운의 질문에, 보타신니는 어이가 없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목해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는 질문인지라 어색한 미소를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신니께서 이리 무림 사정을 자세히 알려 주시니,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허, 말 한마디에 은혜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쯧쯧, 그리 아무 때고 고개 숙이다간 자네 목이 성치 않겠네. 또한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내가 자네에게 이리 말해 주는 본목적이 남았으니 말일세.”
“……?!”
예상치 못한 보타신니의 말에 목해운은 의혹 어린 눈으로 주변을 슬쩍 돌아봤다.
어느샌가 그와 보타신니의 주변을 보이지 않는 기운이 감싸, 외부와의 소리를 차단시켜 놓은 것이다. 외부의 소리가 들려오지도, 그렇다고 내부의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가지도 않게 만든 보타신니의 신기에 짧게나마 감탄한 목해운이었으나, 이어지는 신니의 신중한 말에 감탄은 놀람의 빛으로 바뀌어야만 했다.
“자네, 진정으로 검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나?”
“……제가 만약 검선의 제자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자꾸만 검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보타신니의 물음에, 약간은 심통이 난 목해운이 슬쩍 농을 던진다. 그저 가벼운 농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그 말을 듣는 보타신니의 자애로운 눈으론 푸른빛의 살광이 돌았으며, 입에서 나오는 말마저 얼음같이 차가워 듣는 목해운의 가슴마저 서늘하게 만들었다.
“자네가 검선의 제자라면, 난 내 모든 힘을 다해서라도 자네를 죽일 것이네.”
“……?!”
은은한 긴장감이 감돈다.
정색한 채 한 자 한 자 힘주어 내뱉는 보타신니의 말에, 목해운과 그녀 사이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설마하니 그녀의 입에서 이런 유의 말이 나올 줄 몰랐던 목해운.
그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보타신니의 경직된 얼굴을 풀어 주었다.
“앞으론 농을 삼가야겠습니다. 자칫 말 한마디 잘못해, 신니께 죽음을 당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아미타불, 설사 내가 죽이려 한다 해도, 자네가 호락호락 죽어 줄 만한 사람으론 보이지 않는구먼. 하긴 이 늙은 것이 무슨 힘이 있어 자네 같은 젊은이를 죽일 수 있겠나?”
비록 말은 가벼운 웃음이나, 눈 속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목해운이 검선의 제자라면, 그를 죽이겠다는…….
“대체 검선이란 분과는 무슨 원한이 있어 그리 정색을 하십니까?”
“원한이라……. 훗, 그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네. 하나 그의 제자가 강호에 나온다면, 나를 포함한 모든 십검룡들이 그를 죽이려 들 것이네. 아마도…….”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녀의 말속에 무언가 사정이 있음을 안 목해운이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으니, 그의 질문을 어느 정도 예상한 보타신니가 지그시 두 눈을 감아 보였다.
“자네를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이 나이니, 알려 주는 것이 도리겠지. 하나, 결코 지금 이 말을 다른 자들에게 해 무림에 혼란을 주어서는 아니 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