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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지로 1권(18화)
六章. 돈을 벌자!(4)
슬며시 한쪽 눈을 떠 목해운을 바라보니, 목해운은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말없이 그려진 미소가 어찌 저리 순수해 보이는지, 일순 목해운을 불신했던 보타신니는 스스로 부끄러워 낮은 헛기침을 토해 냈다.
“흠, 검선 유학종이란 인물은 날 때부터 타고난 싸움꾼일세. 그는 어떤 세력도 원치 않고, 어떤 지위도 원치 않는, 오로지 단 하나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또한 끝없이 싸워 나가는 전형적인 외골수에 싸움꾼이라 할 수 있지. 그런 그가 유일하게 단 한 번 다른 이의 밑에 들어간 적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십 년 전 삼합회와의 싸움이 일던 시기였다네. 세인들은 도신이 말로써 검선을 일시나마 무림맹의 힘으로 끌어들였다 알고 있으나, 그건 뜬소문일 뿐 진상은 따로 있었네.”
“…….”
잠시 말을 끊은 보타신니가 목이 타는 듯 찻물을 들이켰다.
단지 과거를 회상했을 뿐인데 어찌 이다지도 긴장감이 인단 말인가.
‘아니, 긴장감이 아닌, 두려움이겠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눈을 떠 보니, 눈앞의 사내 목해운은 여전히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에 절로 마음이 편해지니, 보타신니 역시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그린 채 말을 이었다.
“이십 년 전, 도신께선 말로써 검선을 무림맹에 끌어들일 수 없음을 알고는 그에게 비무를 청하였다네. 강한 자를 향한 그의 끝없는 도전 정신을 이용하신 게지. 모두가 추앙해 마지않는 도신의 비무 신청을 검선이 거부할 리 없었으며, 두 분의 대결에 우리 십검룡이 참관인으로서 나섰다네. 또한 그 대결이 시작되기 전 도신께선 승부에서 패한 이가 이긴 자에게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무기를 맡기기로 하였다네. 그 말인즉 검선이 지면 도신의 수족이 됨이요, 도신께서 지면 검선의 수족이 되는 것이었지. 도신의 제의에 검선은 한참을 웃었다네. ‘다 늙은 노인을 수족으로 받아들여 봐야 쓸모는 없으나, 자신이 천하제일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터이니 어찌 응하지 않을 수 있겠냐’ 하며 그는 한참을 웃었지. 그의 웃음이 끝나고 시작된 검선과 도신의 비무는 하루가 지나 이틀 동안 계속되었네. 그 지루한 싸움 속에 우리 십검룡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네. 전율을 느낀 게지. 몸 구석구석 퍼져 흐르는 공포를……. 과연 내가 그의 도를, 그의 검을 막을 수 있겠는가? 후훗, 그것이 당시 자부심에 빠져 있던 우리 십검룡의 공통된 생각이었네. 천외사신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 격차가 결코 크지 않다 자부하던 우리 십검룡의 자만심을, 도신과 검선은 철저히 비웃듯 전혀 다른 무의 경지를 우리 앞에 펼쳐 보였다네. 그것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었고, 자만심에 감긴 눈을 뜨게 함이니, 그 누구도 두 강자의 싸움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지. 하지만 그 긴 싸움도 마침내 승부가 났으니, 도신의 도에 검선의 가슴 위로 긴 도상이 그려지며, 검선은 마침내 자신의 검을 땅에 떨어뜨렸다네. 찢어진 옷깃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검선은 불현듯 미친 듯이 웃어 대기 시작했지……. 마치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참을 웃던 그는 말없이 자신의 검을 도신에게 던졌으며, 그의 검을 받아 든 도신 역시 말없이 몸을 돌렸네. 그런 그의 뒤를 검선이 따르니, 우리는 그가 약조한 대로 무림맹의 일원이 되었음을 알았지. 하나,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찬 위험한 생각을 우린 그때 당시만 해도 알지 못했네……. 마침내 삼합회가 전 무림의 힘이 모였다 할 수 있는 무림맹에 변변한 대항도 못한 채 변방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자, 도신께선 맡아 두었던 검선의 검을 그에게 돌려주려 하였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우리는 검선이 가진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네. 내밀어진 도신의 손을 차갑게 거절하며 던진 그의 말속에서 말일세…….”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자꾸만 목이 타는 듯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며 입술을 축이는 보타신니를, 목해운은 처음과 같은 자세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추호도 동요가 없어 도저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며, 그런 그의 두 눈을 홀린 듯 바라보던 보타신니가 긴 이야기를 끝맺었다.
“‘내 손에 검이 있을 때 그것이 검인 줄 알았으나, 이리 다른 이의 손에 들려 장식품에 지나지 않음이니, 내 손에 검이 있어도 검이 아님을 오늘에야 알았음이라. 난 아직도 부족해 도신 그대를 이길 수 없으니, 차후 지금의 나와 같은 말을 내뱉는 자가 강호에 나와, 내가 그대에게 맡겨 둔 검과 그대의 목숨을 찾아가리라…….’ 이것이 검선이 마지막으로 도신께 던진 말이라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강호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지금까지 그의 종적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지.”
“…….”
비슷했다.
검선이 남겼단 말과 목해운 자신의 말은 얼핏 들으면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제야 보타신니와 주광영이 자신을 검선의 제자라 오해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목해운은, 침묵한 보타신니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저에게서 무엇을 바라십니까?”
“……순진한 줄만 알았더니, 그 순수함 속에 날카로움이 들었음이라. 호홋, 내 역시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구먼. 자네가 그리 나오니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기탄없이 얘기하겠네. 검선의 마지막 말은 곧 자신의 제자가 강호에 나와 도신을 죽인다는 말과 같네. 우린 맨 처음 그 얘기를 믿지 않았지. 아무리 타고난 자질을 갖춘 자를 검선이 가르친다 해도 어찌 도신을 해할 수 있겠나? 검선마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몸을 돌린 터에, 그 제자가 강호에 나와 도신을 해한다? 훗, 우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그의 말을 단지 자존심을 지키려는 허언에 불과하다 여겼네. 하나…… 시간이 흘러 도신께서 우연히 하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허언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느꼈지. ‘주인을 잃은 검이 매일 밤 구슬피 우니, 내 어찌 이 검을 계속 맡고 있을 수 있겠는가? 주인 된 자가 이제 곧 검을 찾아옴이니, 내 이제 그에게 검을 돌려줘야 함이라.’ 그 말과 함께 미소 짓는 도신의 모습은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네. 마치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듯 말일세……. 하나, 우리 십검룡은 그리할 수 없었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도신께선 누가 되었든 검을 찾아온 자에게 검과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는 말과 같았으니, 우리는 절대로 그분을 뜻대로 하게 놔둘 순 없었던 것일세. 무림맹의 핵인 도신이 사라진다면, 지금 유지되고 있는 강호의 평화는 한순간 무너져 혼돈만이 일 것일세. 유일하게 도신만을 인정한 마제 기뢰음이 먼저 등을 돌릴 것이요, 그리되면 무림맹에 가담된 모든 사파인들이 마제를 따라 뿔뿔이 흩어질 걸세. 정과 마가 나뉜다면 이는 혼란을 초래함이니, 변방에 숨은 삼합회의 무리가 그 혼란을 틈타 다시 강호를 노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 게지. 해서 우리는 도신보다 먼저, 강호에 나올 검선의 제자를 죽이기로 결심했네. 그것만이 지금 유지되고 있는 평화를 계속해 이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기 때문이지.”
“저한테 힘을 빌려 달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
핵심만 짚어 내는 목해운의 예리한 말에 보타신니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눈은 깊고 깊어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었으며, 결국 그의 속마음을 읽지 못한 보타신니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어찌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읽는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지금 들려주신 검선이란 분의 이야기를 다른 자에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은, 곧 그 이야기로 야기될 혼란을 방지키 위함이요, 또한 그 뜻은 검선의 제자가 나온다 해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십검룡만이 힘을 합쳐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임을.”
“……맞네. 자네의 말이 맞네. 하나 십검룡 중 절반 가까이가 이십 년 전 맹세했던 이들과는 다른 자들로 바뀌어 그 생각이 제각기 다름이니 과연 그들이 우리 늙은이들의 말을 따라 줄 것이란 보장을 할 수 없네. 주광영 그만 해도 새로이 십검룡에 오른 인물이며, 그는 비록 검선의 이야기를 전대의 십검룡이자 자신의 아비인 주가 늙은이에게 들었지만, 우리에게 협조한단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네. 그의 속내를 짐작키 어려우며, 그것은 새로이 십검룡에 오른 모두가 마찬가지이니 우리 늙은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지. 그러던 찰나 자네가 내 눈에 비쳐 든 것은 나에게 있어 행운이라 할 수 있네.”
“…….”
“지금 자네가 가진 힘은 결코 내 아래가 아님을 아네. 무공을 익혔음에도 그것이 밖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음은, 곧 자네의 경지가 반박귀진(返璞歸眞)에 들었음이요, 주광영 그의 기도에도 위축되지 않음은 우리와 같거나 그 이상이란 증거가 되는 것이지. 해서 난 이십 년 전 보았던 검선의 힘을 그대로 물려받은 채 강호에 나올 그의 제자를 상대할 때, 자네의 힘을 빌리고자 하네. 이 늙은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죄송한 말씀이나, 거절하겠습니다.”
“……?!”
차갑게마저 느껴진다.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한마디 말로써 거절하는 목해운의 뜻하지 않은 답에, 보타신니의 얼굴이 굳어 들었다.
“내가 자네를 잘못 본 것인가? 아님 나의 설명이 부족했던 겐가?”
“절 어찌 보아 주신지는 알 수 없으나, 신니께서 하고자 하는 말씀의 의도는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신니의 부탁을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알려 주겠나?”
미소 짓는다.
살짝 입가로 그려진 미소는 얼핏 보면 보타신니 자신의 우매함을 비웃는 듯했으나, 정작 그 미소를 마주한 보타신니의 마음속에는 이렇다 할 악감정이 일지 않았다. 그 기이함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바라보는 보타신니를 향해, 목해운은 나지막한 어조를 흘림으로 이번 이야기를 끝맺었다.
“도신께 직접 물어보신다면, 소인이 신니의 뜻을 거절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그 말을 끝으로 고집스레 입을 다문 목해운은 마치 철부지 어린아이 같아, 보타신니가 한마디만 더 물어보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 더 이상 강요할 수도, 물어볼 수도 없었던 보타신니는, 어느새 어둠이 깔린 창밖으로 고개마저 돌린 목해운의 모습에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휴우, 도대체 알 수가 없구나. 마주하면 할수록, 처음 그를 보았던 깊이가 더욱더 깊어져 그 속내를 알 수 없게 함이니…… 기이한 아이로다. 아미타불, 하나 그렇다고 이 아이가 싫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짧은 실소를 흘린 보타신니는, 주변에 쳐 놓았던 기운을 거둬들이며 육성이 아닌 전음을 목해운의 귀로 흘려보냈다.
“정 자네의 뜻이 그러하다면, 내 강요를 할 순 없는 일이지. 좋네. 자네의 속뜻이 무엇이 되었든, 내 자네 말대로 도신을 만나는 날 그분에게 직접 물어보겠네. 그러고 보니 이거 말고도 자네에게 연이에 대해 부탁할 게 있었는데…….”
돌아본다.
깊은 어둠 속에 잠긴 거리를 내다보던 목해운은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제자인 서연에 관한 이야기에도 별다른 흥미가 없는 듯, 전혀 변하지 않은 그의 시선에 보타신니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그만두도록 하지. 왠지 자네에겐 부탁을 한다 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구먼. 하긴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 먼저 자신 스스로 끝까지 행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 아미타불.”
“…….”
알 수 없는 말로써 끝을 맺은 보타신니는, 졸린 눈을 비비는 사질들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서연을 향해 다가갔다. 그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목해운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니, 그의 얼굴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났다.
‘검을 가진 자는 자신의 손에서 검을 가져갈 참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나, 복잡한 굴레에 속한 자들은 그 참뜻을 알지 못함이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은가? 과연 그 누가 있어 도신의 마음을 읽고, 그의 손에서 검을 받아 갈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또 답답했다.
이미 보타신니의 말속에서 도신이 뜻하고자 한 바를 읽을 수 있었던 목해운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했다.
하나 그 자신이 보타신니에게 답을 줄 수도, 그렇다고 스스로 그 검의 주인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자신은 지켜보기 위해 세상에 나왔을 뿐, 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복잡한 실타래를 온몸에 감을 생각은 없었다.
‘백무극이라 했던가? 그분을 한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잠시 생각에 잠긴 목해운의 곁으로 서연과 두 사질이 다가와 작별을 고했다.
그 모습에 목해운 역시 앉아만 있을 수 없어 일어나니, 보타신니는 또 보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서연을 이끌고 객잔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객잔을 나서기 전 서연이 뒤따라온 목해운을 향해 목 형이라 불러도 되겠냐 조심스레 질문하자, 목해운은 그녀의 남정네 같은 말투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서 소저께서 편한 대로 부르도록 하십시오.”
“정말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그럼, 이제부터 목 공자가 아닌 목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목 공자, 아니, 목 형님께서도 절 편하게 동생이라 불러 주십시오.”
“……전 서 소저라 부르는 것이 제일 편합니다.”
“……?!”
언제나 냉정하던 입가로 피어올랐던 미소가 한순간 사라진다.
어려서부터 품어 왔던 협이라는 한 글자를 몸으로써 보여 줬던 목해운이란 인물에 호감이 일어 청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청을 들어주었음에도, 그는 자신을 동생이라 여기지 않으려 한다.
이에 괜스레 속이 상한 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어조를 흘렸다.
“제가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하긴 오늘 처음 만나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형 아우라 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요.”
“이런, 오해를 하셨나 보군요. 전 그저 편하기에 그리한 것뿐인데……. 하긴 서 소저께서 절 형이라 부르는데, 제가 서 소저라 부르면 그 또한 이상한 것일 테니, 지금부터 서 소저를 서 동생이라 부르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 고개를 번쩍 치켜든 그녀의 투명한 눈망울 위론 밝은 빛이 떠 있었다. 입가엔 사라졌던 미소마저 떠올라 있음이니, 시시각각 변화는 그녀의 표정에 목해운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소녀에게 이처럼 다양한 얼굴이 있었던가? 마치 해맑은 어린아이와도 같구나.’
그녀의 눈 속엔 주서운이나 주광영에게서 볼 수 있었던 세상의 속됨이 묻어 있지 않았다.
마치 칠하지 않은 백지장처럼 하얀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투명한 눈망울이 마음에 든 목해운의 눈으론 절로 흐뭇함이 일었다. 그 다정한 눈빛으로 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다음을 기약하며 흥겹게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니, 그녀는 한차례 웃어 보이고는 몸을 돌려 앞서 걷는 보타신니의 뒤로 따라붙었다. 이에 보타신니가 짓궂은 빛을 눈가에 머금은 채 서연을 향해 한줄기 말을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