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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지로 1권(19화)
六章. 돈을 벌자!(5)


“그 아이가 마음에 든 것이냐? 단지 형 아우라 칭하였을 뿐인데, 어찌 그리 좋아하느냐?”
“……네, 마음에 듭니다. 형님이야말로 제가 언제나 그려 오던 협객의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과 형 아우라 칭할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뜻이 깃든 보타신니의 말에 서연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당연한 듯 답을 전했다. 그런 그녀의 답변에 두 사질과 스승인 보타신니는 어이가 없어, 걸어가던 걸음도 멈춘 채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뜻을 짐작 못한 서연은 이상한 눈초리로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니, 두 사질은 입을 가린 채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으며, 보타신니는 억장이 무너지듯 무거운 마음이 되어 긴 탄식을 내뱉었다.
“휴우,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 아미타불, 너에게 필요한 것은 강함이 아닌, 여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먼저였건만……. 문에 돌아간다면 우선 너에게 치마부터 입혀야겠구나.”
“……?!”
치마란 말에 화들짝 놀란 서연이, 자신도 모르게 사부의 팔을 잡은 채 소리쳤다.
“당치도 않습니다, 스승님! 거치적거리는 치마보다 이 바지가 훨씬 활동하기에 편합니다. 치마를 입힐 바에는 차라리, 승복을 내어 주십시오!”
“떽! 아직 머리도 깎지 않은 것이, 무슨 승복이란 말이냐?! 으휴, 이 무슨 말이 통해야 뭘 해 먹던가 하지. 됐다, 됐어! 내 너같이 꽉 막힌 애한테 뭔가를 바란 것이 잘못이지. 아까 그놈은 그래도 순수함 속에 칼이 들어 있었건만, 어찌 넌 이다지도 꽉 막힌 채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느냐? 하긴 이 모든 게 널 이리 키운 내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느냐, 아미타불…….”
“스승님…….”
더 이상 서연과는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어둠 속을 걸어가는 보타신니의 꾸중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서연은, 옆에서 들려온 사질들의 웃음소리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아무 말도 않더니, 왜 하필 오늘따라 내 옷을 갖고 트집을 잡으시는 걸까? 그리 마음에 안 드셨던 것인가? 내가 여자임에도 남정네의 옷을 입은 것이…….’
보타신니가 화를 낼 만큼 마음에 안 들었다 생각하니, 왠지 입기 싫던 치마도 한 번쯤 입어 봐야겠다 생각하는 서연이었다. 그렇게 생각 속에 빠진 채 멀거니 선 서연에게 보타신니가 호통 치니, 그녀는 미처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스승의 뒤를 쫓았다.

한편 어둠 속으로 사라진 서연과 보타신니를 뒤로한 채 객점 안에 들어선 목해운의 앞으론, 심각한 분위기에 끼어들 수 없어 한참을 기다린 이은영이 밝게 미소 지은 채 서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서연의 차분한 미소와는 달리, 활발한 생기가 그 미소 속에 깃들어 있음이니, 자연 목해운의 입가로도 미소가 떠올랐다.
“어찌 되었습니까?”
미소 속에 그려진 질문의 의도야 뻔한 것이기에, 이은영은 쌩글쌩글 웃어 보이며 그가 기다리던 답을 전해 주었다.
“어찌 되었으면 좋으시겠어요? 훗, 소녀 이은영, 목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답을 얻어 왔습니다!”
“……!”
마치 군부의 병졸들이 상관을 향해 보고를 올리듯, 장난스레 터져 나온 그녀의 말에 목해운은 기쁨보다 웃음소리를 먼저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 약간은 화가 난 듯 이은영은 고개 돌린 목해운을 쫓아 몸을 움직여, 그를 빤히 노려보았다.
“어라, 지금 웃었죠? 흥, 남은 기껏 아빠를 설득해 목 공자님을 일하게 해 줬는데, 웃기나 하다니. 흥이네요, 흥!”
여인으로서의 부끄러움도 잊은 채 사내의 눈을 직시하던 이은영은, 나중에 가선 팩 하니 몸을 돌린 채 턱 하니 허리에 두 손마저 얹어 보였다. 많이 화가 난 듯한 그녀의 모습에 당황이 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던 목해운이 다가가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하니, 그제야 그를 돌아본 이은영은 토라진 모습과는 달리 밝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장난이에요, 장난! 후훗, 설마하니 바다같이 넓은 마음의 소유자인 제가 그깟 일로 화를 내겠어요? 이래 보여도 속 좁은 여인네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게다가 감사는 오히려 저희 쪽에서 할 일인지도 모르구요. 어쨌든 잘 부탁드려요, 목 ·공·자·님!”
“…….”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했건만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 그녀의 언행에, 목해운은 어색해 하면서도 악수를 청한 손을 뿌리칠 수 없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은영의 입가론 옅은 미소가 그려져 그 미소 속에 뜻이 깃들어 있음이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무안해진 목해운은 그녀의 미소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다음 날이 돼서야 그 입가에 그려진 미소의 뜻을 알 수 있었을 뿐…….



七章.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1)


‘뭘 보고 있지?’
‘응, 어제 누나가 나한테 준 거야. 예쁘지?!’
‘단순한 백지잖아? 그게 그렇게 예뻐?’
‘응, 예뻐! 하얀색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 헤헤, 나 사실 종이란 건 처음 보거든! 누나가 이제부터 이 종이 위에 글씨란 걸 쓸 수 있게 가르쳐 준대! 토령, 너도 같이 배우자! 참참, 내 정신 좀 봐. 토령이 나와 만나는 건 비밀이었는데, 헤헤.’
‘……어차피 관심 없어. 인간의 글씨 따윈 알고 싶지도 않고.’
‘왜? 토령 너도 사람이면서 왜 그런 말을 해? 그러고 보면 토령 넌 이상해. 가끔 사람들 얘기가 나오면, 너무 싫어하잖아.’
‘싫어한다고? 그럴지도……. 알려 줄까, 내가 싫어하는 이유를?’
‘…….’
‘이것 봐, 네가 좋아하는 백지는 흰색이지? 이 흰색 위에 네가 글씨를 쓰면 종이는 금세 검게 변할 거야. 칙칙한 검은색으로……. 그게 인간이야. 그들이 처음 이 세상에 나올 때는 백지와도 같아. 아무것도 없지. 하지만 그 백지 위에 작은 점이 찍히듯 한번 마음속에 어둠이 깃들면, 그들은 그 어둠 속으로 하염없이 빨려들어. 자신들도 모른 채 조금씩, 조금씩……. 결국 그들의 마음은 어둠 속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색으로 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해. 검게, 더욱더 검게……. 네가 좋아하는 하얀색인 이 세상을 그들은 검게만 물들이려고 하는 거야! 후훗, 왜 그럴까? 왜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나무도, 풀도, 하늘조차 검은색 따윈 원하지 않는데, 그들은 왜 자꾸만 자신들과 같은 색으로 이 세상을 바꾸려 할까? 그건 그들이 원래 흰색이 아닌 검은색이기 때문이야. 칙칙하고 음울한 검은색. 빛이 없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만이 가득한 검은색이 인간이고, 난 그런 인간이 싫어.’
‘모르겠어. 토령이 하는 얘기 하나도 모르겠어!’
‘알 필요 없어. 지금 넌 내 말을 알아들을 필요 없어.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이제 곧…….’

“…….”
눈을 뜬다.
감겨 있던 눈이 떠지며 새벽빛에 푸르스름하게 변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뭘까.
무언가 꿈을 꾼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주 오래전 있었던 일에 대한 꿈을 꾼 거 같은데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으니, 답답함이 인다. 그러나 그 답답함은 이내 한줄기 실소로 흘려보낸다.
인간이 살아오는 생은 짧으면서도 길다.
그 생 중 과연 인간은, 얼마나 많은 기억의 파편을 떠올린 채 살아갈 것인가?
아마도 자신이 지나온 길의 채 삼 할도 안 되는 기억만을 가진 채 살아갈 것이다. 나머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떠올리려 한다 해서 떠오르는 게 아니다.
우연한 기회로 저절로 떠오르면 모를까…….
‘생각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게 당연한 것이다.’
마음을 편히 먹으니, 몸마저 편해지는 듯하다.
애써 기분 좋지 않은 꿈을 떠올리기보다 잊기로 마음먹은 목해운은, 작은 골방에서 몸을 일으켜 보았다. 침대조차 없는 방 안에는 헝겊데기를 엮어 만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잠을 청하는 한 사내가 보였다.
돌아누운 사내의 덩치는 비록 이불에 가려져 있다 하나, 일견하기에도 커 보였다.
‘박건이라 했던가?’
잠잘 데가 없는 목해운에게 방을 구해 줄 수도 없었던 이은영은, 지금 이렇게 돌아누운 유선객잔(遊船客棧)의 주방장 박건이란 사내와 목해운을 한방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박건은 올해 스물넷으로 본시 중원인이 아닌, 조선 사람이라 했다.
태조(太祖) 이성계가 세운 동방의 작은 소국에서, 박건이 이 머나먼 남해도까지 온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곽이 오래전 해변에 쓰러진 박건을 주웠을 땐, 그는 이미 자신의 이름 두 자와 나이를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열다섯이었으며, 지난 구 년간 자신을 구해 준 이곽의 집에서 허드렛일과 말을 익힌 박건은, 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선 유선객잔의 주방을 맡을 만큼 그 요리 솜씨가 뛰어났다.
‘그러고 보니 말이 없는 사람이었지. 마치 금강령처럼…….’
무뚝뚝함으로 따진다면 천 년을 대지에 버티고 선 거석의 굳건함보다 더 단단했던 금강령이다. 그런 금강령에 견줄 만큼 박건은 말이 없었다.
단지 어제 처음 본 목해운과 주방에 딸린 방을 같이 쓰라는 이은영의 말에, 지나가듯 ‘박건이오’ 하고 툭 한마디 던졌을 뿐이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굵직하고 늠름했던지, 목해운은 단 한 마디 말에 박건에 대한 인상이 뿌리 깊이 박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 역시 조선 이전에 존재했던 고려 사람임을 알지 못한 채, 목해운은 친근한 미소로써 박건에게 화답했다. 무뚝뚝한 박건의 모습에서 금강령을 떠올린 그의 미소에, 박건은 그저 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니, 오히려 무안해진 건 그를 소개했던 이은영이었다.
하지만 박건의 그런 점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던 목해운은, 괜찮다는 말로 무안해 하는 이은영을 돌려보낸 채, 먼저 드러누운 박건의 옆에서 잠을 청했던 것이다. 잠이라고 해 봐야 고작 두 시진밖에 자지 않은 목해운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유선객잔의 주방을 지나면 이곽과 그 식구들이 거처하는 뒤뜰과 연결되었는데, 비록 넓진 않았으나 목해운이 언제나 이른 아침 해 오던 아침 수련을 하기엔 결코 좁지 않았다.
목해운은 이곽의 부인인 하청월이 손수 가꾸고 키운 화초를 밟지 않게 조심하며, 제법 넓은 마당의 중심에서 심호흡을 다졌다.
오행심공의 모든 것은 이 호흡법에 달렸으며, 또한 그 자세를 취함에 있어 규제가 없이 자유로이 펼칠 수 있기에, 지금 목해운의 행동은 단순히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마시려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10세가 넘은 후에는 이리 따로 의식해 호흡을 행하지 않아도, 이미 몸이 먼저 반응해 내부로 들어온 기운 중 반을 몸 안에 자유로이 퍼뜨리며, 나머지 반은 다시 외부로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 말은 곧 평소에 목해운 자신이 숨 쉬는 하나하나가 모두 이 호흡법을 따른다는 말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새벽에 이리 의식해서 하는 것은 목해운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 습관 속에서 익혀 온 목해운의 내공은 삼 갑자에 달했다.
비록 어떤 영약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현세와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몽유도에서 내력을 다진 목해운에겐 그것 자체만으로도 기연이었던 것이다.
영물들이 몽유도에서 수련을 하는 목적.
현세와는 그 흐름이 다른 몽유도의 특성을 이용한 영물들과 똑같이, 목해운 역시 내력을 다진 지 그 기간은 불과 이십 년이 채 안 되나, 이미 백팔십 년을 지난 삼 갑자의 내력을 몸 안에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고승이 벽을 보고 60년 내내 수련을 쌓아 내력을 얻은 것을 일 갑자라 칭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하루 종일 내공 수련만을 할 수 없기에 그 수치는 불투명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진다면 몸에 습관이 배어 잠잘 때조차 내기를 다지는 목해운의 내력은 삼 갑자 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휴우…….”
마지막으로 의식한 몸의 기운 중 반을 내부에 자유로이 퍼뜨리며, 나머지 반을 다시 세상 밖으로 돌려보낸 목해운은, 일각이 지난 시점에서 호흡법을 중단했다. 비록 중단했다 하나 그가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뿐, 그의 몸은 여전히 변함없이 오행심공의 호흡법을 따라 움직였다.
그것을 의식지 못한 채 마당의 중심에 선 목해운은, 내기를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바탕 춤사위를 펼쳐 보였다. 혜각에게서 배운 선무는 총 십삼무(十三舞)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각의 뜻이 깃든 선무는 그 변화가 심하고 예측하기 힘들었다.
파밧!
짤막한 소음과 동시에 움직여진 양팔은 때로는 가벼우면서도, 때로는 빨랐다.
또한 그 가벼움 속에 부드러움이, 빠름 속에 산악도 쪼갤 듯한 거친 힘이 깃든 선무를 멈춘 것은 동이 터 오는 시점에서였다.
약 한 시진 반가량 계속된 선무에도 불구하고 목해운의 얼굴엔 땀 한 방울 없었으며, 긴 호흡으로 아침 수련을 끝낸 목해운은 몸을 돌려 자신을 보고 있던 한 사내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지어 보였다.
“일어나셨습니까?”
“…….”
박건.
육 척 장신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사내 박건은, 주방 일 하는 데 방해가 된다 하여 스스로 자른 짧은 머리칼과 턱밑으로 자란 까칠까칠한 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호걸형의 사내였다. 수염 덕에 본 나이가 스물넷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 박건은 팔짱을 낀 채 목해운을 지켜보다, 그가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자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없이 고개를 까닥임으로 인사를 대신한 박건은, 팔짱을 푼 채 몸을 돌려 자신이 왔던 주방으로 향하며 짧은 말을 목해운에게 전했다.
“밥 먹어.”
“…….”
굵직한 저음이 대기를 타고 흘러들었으나, 목해운은 박건의 행동을 따라 하듯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박건에게 있어 그의 답은 상관이 없었기에 그는 일정한 보폭으로 주방을 향했으며,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유지되는 박건의 보폭을 이채가 감도는 눈으로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곽의 식구들과는 따로 객잔에서 아침을 끝낸 목해운은, 객잔 열 준비를 서두르는 박건과 아침 출근이 늦어 헤픈 웃음을 짓고 있는 점소이 아칠을 보고도 뭘 해야 할지 몰라 멀거니 서 있었다.
단 한 벌뿐인 의복인 백의는 이은영이 손수 빨래를 해 준다 하여 맡겼으며, 대신 박건의 흑삼을 빌려 걸친 목해운이 멀뚱멀뚱 선 모습을 본 아칠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뭐 하오? 일을 하기로 했으면 도와주셔야 할 것 아니오?”
“죄송합니다, 뭘 먼저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느라…….”
‘아주, 실실 쪼개? 허, 이걸 그냥 콱!’
두 눈 가득 심술이 덕지덕지 붙은 여드름 소년 아칠은 올해 열일곱으로, 이 년 전부터 유선객잔의 점소이로 일해 왔다. 그는 비록 어제는 손님이었다 하나, 오늘은 자신의 후배가 된 목해운이 미안함을 미소로 대신하자, 심술이 일었다.
그 이유인즉슨 자신이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은영이, 아침부터 목해운에게 붙어 그의 옷을 벗겨 가자 질투심이 인 것이다.
가뜩이나 허옇게 생긴 놈이 오관까지 반듯해 마음에 들지 않던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