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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지로 1권(22화)
八章. 오룡무(五龍舞)(2)


드디어 약조된 날짜가 다가오자 보타신니는 서연을 불러, 이수아는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일 것이니 넌 곧 산 아래로 내려가 사매인 이수아를 데려오라 명하였다.
사부의 명에 평상시 차림 그대로 마을로 향하려는 서연의 다리를 부여잡은 보타신니는, 그녀에게 마을에서 구입한 치마를 한 벌 내주며 이것을 입고 가라 말하니, 결국 사부의 성화에 못 이긴 서연은 치마를 입은 채 혜가촌에 들러야만 했다.
자신을 기다리던 이수아에게 이제부터 내가 너의 사저라 밝힌 서연은 그녀를 데리고 집을 나섰으나 바로 보타산으로 향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해운과 헤어졌던 유선객잔에 들렀다.
자신의 예상대로 그곳에서 일하는 목해운을 본 서연은, 오랫동안 떨어졌던 형제를 다시 만난 것과 같은 기쁨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러나 오히려 목해운은 처음 보는 서연의 치마 입은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니, 이에 화보다는 서운함이 먼저 인 서연은 처연히 몸을 돌려야만 했다.

“뭐?”
“좋아한다고!”
방에 있던 자신을 인적이 드문 뒤뜰로 불러 세운 아칠의 엉뚱한 고백에, 이은영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는 아칠의 두 눈엔 진심이 담겨 있어, 그 눈빛이 이은영에게 더 이상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슨 소리야? 아칠, 우린 친구잖아. 근데 갑자기 좋아한다니…….”
그래, 친구다.
같은 나이이다 보니, 객잔에서 일한 지 이 년이 된 지금에 와선 그녀와 자신은 친구가 되었다. 본시 사람을 대함에 스스럼없는 이은영이었기에, 아칠과 제법 친하게 지낼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론 그것이 아칠에게 오해를 사 그녀를 향한 연정을 키운 것이다.
그 연정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나간 지금 더 이상 아칠에겐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아니, 달라! 친구이기 이전에, 널 좋아한단 말이야! 모르겠어? 매일같이 네 생각만 하는 내 마음을 모르겠냐고?!”
“미, 미안해. 하지만 난…… 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정말 미안해. 그냥 우리 이대로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거절당하니 가슴에 고통이 일었다.
그 고통은 더욱더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집착을 불러일으키니, 아칠은 기어이 미안해 하는 이은영의 손을 우악스럽게 움켜잡았다.
“그놈 때문이지?! 너 그 목해운인가 하는 그놈 좋아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날 보지 않는 거지, 그렇지?!”
“왜 이래, 아프단 말이야!”
아무리 같은 나이라고는 하나, 사내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이은영은 손에 이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아칠의 흥분을 자극시키니 그는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어깨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아퍼? 웃기지 마! 이따위 육신의 고통보다, 지금 내 마음이 더 아프단 말이야! 빨리 말해! 그놈 때문이지! 그렇지?!”
“그래, 나 목 공자님 좋아해! 그게 뭐?!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반발심이 일었음인가.
아칠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당히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이은영의 모습에, 아칠은 비웃음을 띠어 보였다.
“훗, 웃기지 마. 너 따위가 그놈과 어울리기나 할 것 같아? 그놈은 무공을 익힌 놈이라고. 그것도 남해검문의 소문주를 이길 만큼 강한 무공을! 그놈은 조금 있음 금방 유명해져 너 따위는 금세 잊어버릴걸. 그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너처럼 평범한 객잔 집 딸을 기억하겠어? 넌 그저 평생 객잔 일을 도우다, 널 위해 주는 나와 혼례를 올려 가정을 꾸미고 사는 게 어울린다고. 알아?”
“……!”
아칠의 비웃음에, 얼굴이 굳어 들며 그녀의 자유로운 좌수가 그의 뺨을 힘껏 때렸다. 짝 소리와 더불어 뺨 위로 붉은 손도장이 난 아칠은 노해 이은영을 노려보니, 그녀 역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알아! 나도 그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안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아. 그냥 그렇게 그분과 얘기하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늘어놓는 아칠의 말에, 이은영의 두 눈은 투명한 눈물로 채워진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 눈물에 잠시 멍해진 아칠이었으나, 곧 마음 가득 질투심이 차오른 그는 이은영을 차가운 바닥 위에 거칠게 쓰러트렸다.
간밤에 쌓였던 눈이 여인의 체중을 이기지 못한 채 허공 위로 날아올랐으며, 너무 놀라 말도 못하는 이은영을 무시한 채 아칠은 그녀의 옷가지를 잡아 뜯듯 벗겨 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웃기지 마! 그놈이 너 같은 계집을 상대할 것 같아! 흥, 너 같은 년한텐 차라리 나 같은 놈이 어울린다고! 모르겠다면 알게 해 주겠어! 지금 네 몸뚱이로, 내가 알게 해 주겠다고!”
“뭐, 뭐 하는 거야? 이러지 마, 그만 하지 않으면 소리 지를 거야!”
“크크, 맘대로 해! 어차피 주인어른은 네년의 어미와 동생을 데리고 밖에 나가 이곳엔 없다고! 게다가 네년이 좋아하는 목가 놈은 나 대신 객잔 일을 돌보느라 바쁘니 이곳에 올 리도 없을 테고, 네년의 목소리 따윈 객잔에 들리지도 않을 테니 어디 마음껏 소리쳐?!”
팍!
거친 바람 소리와 동시에, 간사한 웃음을 짓던 아칠의 몸이 순식간에 삼 장 가까이 허공 위로 떠올랐다. 그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른 채 배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오물과 피를 함께 쏟아 내며 눈밭 위를 나뒹굴어야만 했으며, 그가 겨우 정신을 차려 가까스로 고개를 드니 그의 눈앞에 한 사내가 태산처럼 우뚝 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박건.
주방에 있어야 할 박건이 자신의 눈앞에 있자 아칠의 눈은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었으며, 그 두려움을 증명해 주듯 큼지막한 손을 든 박건은 아칠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그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나머지 우수로 주먹질을 해 대기 시작했다.
퍽, 퍽!
“…….”
말도 없다.
표정 변화도 없다.
단지 묵묵히 이것만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듯 박건은, 괴력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간단히 아칠을 들어 올려 쉼 없이 주먹질을 해 댔으며, 그런 그의 행동에 아칠은 입술이 터지고 코뼈가 부러져 나가 전신이 피로 물들었다.
처음 질러 대던 비명도, 살려 달라 외치던 울부짖음도 어느새 멈춘 채, 힘없이 맞고만 있는 아칠의 모습은 이미 죽은 자와 같았으며, 그 끔찍한 광경에 겨우 몸을 일으킨 이은영이 박건의 팔을 부여잡은 채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됐어! 이러다 사람 죽이겠어! 그만 됐다고, 오빠!”
“……!”
오빠란 말에 쉼 없이 움직이던 박건의 굵은 팔뚝이 우뚝 멈췄다.
그는 구 년이나 한집안 식구처럼 지내며, 코흘리개 시절부터 자신을 친오빠처럼 따르던 이은영을 말없이 돌아봤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의 무뚝뚝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이은영은, 그 눈물 사이로 한줄기 미소를 피워 올렸다.
“난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이제 제발…… 이제 제발 그만 해.”
“…….”
아칠의 멱살을 움켜쥔 박건의 팔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순 없었으나, 박건은 더 이상 아칠을 잡지 못한 채 그를 눈밭 위에 놓아 보였다. 털썩 소리와 동시에 쓰러진 아칠은 차가운 감촉이 얼굴에 닿자 혼미하던 정신이 깨어났으며, 힘없이 고개 드는 그를 향해 박건은 지나가듯 무심한 한마디를 던졌다.
“꺼져.”
“……!”
무섭다.
단 한 마디 말이지만 그 말을 내뱉는 박건의 눈빛은 자신을 죽이고 있다.
이미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는 이은영이 말리지 않았다면 자신을 죽였을 것이다. 그 살기를 눈으로 대신하니, 아칠은 이은영에 대한 집착보다 살고자 하는 욕심에 겨우 몸을 일으켜 도망치듯 뒤뜰을 벗어났다.
비칠비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사라지는 아칠의 뒷모습을 본 박건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다시는 이 유선객잔을 찾는 일은 없을 것이란걸…….
“괜찮아?”
“……응.”
이은영을 향한 박건의 말은 평소의 그에게선 볼 수 없는 다정함이 묻어났다.
유독 자신에게만큼은 잔정을 보여 준 박건이었기에, 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이은영은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방긋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왜 이리 애처롭게 보이는가.
그 애처로운 모습은 한 아이와 겹쳐져 박건이 잊고 싶던 기억을 떠올리게 함이니, 박건은 자신도 모르게 이은영의 뺨 위에 난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아 주며 무뚝뚝한 말을 흘렸다.
“내 앞에선 무리할 필요 없다.”
“……!”
비록 말은 무심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 말속에서 어지럽던 마음이 평정되는 것을 느낀 이은영은 그의 품에 매달려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웠다고.
하지만 그 무서움보다 더 큰 게 분함이었다고.
자신보다 힘이 센 사내의 손을 뿌리치지 못해 너무도 분했다고……. 이은영은 박건의 품에 매달려 울며 말한다. 그 말을 듣는 박건의 눈으론 짙은 아픔이 배 나와, 떠올리고 싶지 않기에 억지로 잊었으며, 잊었기에 기억조차 없는 것이라 말했던 옛 기억이 피어올랐다.
그때도 이 아이와 같은 여린 자신의 동생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울었다.
한없이 울며 자신에게 도와달라 소리쳤으나, 그 모습을 보고도 박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힘이 없기에.
지금과 같이 이은영을 도울 힘이 그때 당시엔 없었기에.
타고난 신력(神力)을 갖고 있다 해도, 어찌 열 살밖에 안 된 꼬마가 어른들의 힘을 당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울며 소리치는 동생의 모습이 볼 수 없어 눈을 돌렸으며, 피가 배어 나오도록 움켜쥔 주먹에선 끊임없이 분한 마음이 들끓었다.
왜 자신은 힘이 없는가.
왜 자신은 동생조차 구할 힘이 없는가.
그 분함은 곧 박건에게 힘을 추구하게 만들었으니, 조선팔도를 떠돌던 박건이 겨우 스승을 만나 힘을 얻었으나, 그가 힘을 얻어 다시 한 번 동생을 찾아갔을 땐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싸늘히 식은 동생의 시체는 보란 듯 박건의 눈앞에서 썩은 육신을 드러냈으며, 분해 하는 박건을 비웃는 웃음소리가 허공 위를 맴돌았다.
그 웃음소리에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피어오른 박건은, 눈앞에 보이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죽였다. 죽이고 또 죽였으며, 절규 어린 비명과 피비린내만이 가득한 그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왔을 때, 박건은 더 이상 조선에 머무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어차피 아픈 기억만이 가득 찬 조선 땅이었기에, 박건은 무작정 바다로 나가 배를 얻어 탔으며, 그 배 위에서 화장한 동생의 뼛가루를 흘려보냈었다.
언젠가 바다에 한번 가 보고 싶다며 웃음 짓던 동생의 마지막 흔적을 바다 위로 뿌렸을 때, 그의 마음속에 깃든 슬픔과 분노를 대변하듯 거친 폭풍우가 배를 덮쳤으며, 박건이 눈을 떴을 땐 머나먼 이국땅인 남해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해 준 이곽을 따라 유선객잔에 온 박건은 놀람에 차, 쌩글쌩글 웃고 있는 어린 이은영을 하염없이 바라봤었다.
어찌 이리 닮을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이리도 닮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죽은 동생이 눈앞에 살아나 웃고 있는 듯한 이은영의 모습에, 박건은 그녀가 자신의 동생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를 동생처럼 여겼다. 오빠가 없었던 이은영 역시 박건을 친오라비처럼 따랐으며, 그런 그녀를 두고 박건은 평생을 지켜 주겠노라 맹세했었다.
그러나 그 맹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뒤뜰에서 키우던 닭 모이를 주기 위해 나왔던 박건은 이은영을 겁탈하려던 아칠을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분노가 사그라질 즈음, 자신의 약함에 분해 하는 이은영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 왔다.
‘이 아이를 지켜 주겠노라 맹세했지만, 난 오늘 이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언제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착잡한 생각에 잠겨 박건이 이은영을 내려다보니, 그녀는 어느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후련해진 모습으로 쌩긋 웃어 보인다.
“오빠, 고마워. 하지만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헤헤, 괜히 아빠 걱정시켜 드릴 필요 없잖아!”
“……힘을 갖고 싶으냐?”
“……?!”
예상치 못한 박건의 말에 이은영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박건을 바라보았으며, 그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마주한 박건은 다시 한 번 힘이 깃든 어조를 발했다.
“답해라. 아까 그자보다 강한, 더욱더 강한 힘을 갖고 싶으냐?”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런 건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아니, 가질 수 있다.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난 너에게 힘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힘엔 책임이 따른다.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 역시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남는 건…… 슬픔과 고통뿐이다. 어쩌면 네가 오늘 맛본 괴로움보다 더 큰 괴로움이 너를 맞을 것이다. 그래도 힘을 갖고 싶으냐?”
“…….”
진심이다.
박건의 말은 진심만이 깃들어, 이은영의 안정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 흔들리는 마음속에 무언가 짚이는 게 있었던 이은영은, 신중한 눈으로 박건의 굳건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절할래.”
“……!”
깊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단 한 마디 말로 거부한다.
신중치 못한 그녀의 답에 박건이 눈살을 찌푸린 채 바라보니, 이은영은 한줄기 미소로써 화답했다.
“그렇잖아, 갑자기 강해진다니…….”
“날 믿지 못하는 것이냐? 난 너에게 힘을 줄 정도의 능력은 있다.”
“……알아, 오빠가 힘이 있다는 걸 이젠 알아. 분명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더 강한 힘이 있겠지! 그 힘이라면 오늘 같은 경우는 당하지 않을지도 몰라. 분하고 또 분한…… 힘이 없어 아칠의 손을 뿌리치지 못한 그 분함을 겪지 않을 수 있겠지. 하지만 꼭 강하다는 게, 육신만은 아니잖아? 난 마음의 강함도 강함이라 생각해. 오늘 같은 경우도 만약 오빠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힘이 없어 아칠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겠지. 하지만 그뿐이야. 그가 의도했던 뜻대로 되진 않았을 거야. 단순히 육체를 빼앗겼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아칠의 뜻대로 살아갈 만큼 내 마음은 약하지 않은걸. 비록 육신은 약할지 몰라도 내 마음만은, 무너진 육신만큼 나약하지 않아. 어쩌면 지금 이 말은 그에게 당하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지 못해서 온 자만심일지도 몰라……. 그래도 난 아마 울며 그의 손을 뿌리쳤을 거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육신이 무너진다 해도, 내 마음만은 다시 그를 거부할 거야.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만큼은 그에게 지지 않을 만큼 강하다고 난 생각해! 그렇게 따지면 난 오빠한테서 힘을 얻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걸! 흠…… 좀 건방진가? 말을 하고 나니, 히히, 너무 건방진 것 같아. 앗,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오빠가 나에게 힘을 준다는 것만은 고마워. 그 마음만은 고맙지만…… 난 이대로가 좋은걸. 평범한 이대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