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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5화)
제01화 검에 미친 아이(4)
센드 마을의 아이들이 루카스가 숨어 있는 수풀을 지나갔다. 그사이 루카스가 재빨리 움직여 뒤를 경계하는 아이 앞에 나타났다.
“앗, 루카스다!”
“뭐? 막아!”
아이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순식간에 나타난 루카스는 맨 뒤에 있는 녀석을 단 한 번의 휘둘림으로 쓰러뜨린 후 반대편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윽!”
“제길!”
“또 당했어?”
“완전 쥐새끼 같은 놈이라니까.”
아이들이 투덜거리며 쓰러진 아이를 부축했다. 그 아이는 배를 움켜쥔 채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젠장, 루카스가 이 근처에 있다. 전에 말한 진형으로 바꿔!”
쿠퍼가 소리쳤다.
이런 작전을 너무 많이 사용해 아이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작전을 생각해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 쿠퍼의 지시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들었다. 서로 등을 맞댄 채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때 또다시 수풀이 들썩이며 루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쐐액!
루카스의 목검이 바람을 가르며 한 녀석에게 날아들었다. 그때 어느새 나타난 존슨이 검을 휘둘러 루카스의 검을 막았다.
탁!
루카스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 앞에 자신만만한 눈으로 지켜보는 존슨이 있었다. 그때 쿠퍼가 소리쳤다.
“포위해!”
쿠퍼의 지시에 뭉쳐져 있던 아이들이 재빨리 떨어지며 루카스를 에워쌌다. 매우 신속한 아이들의 움직임이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연습을 한 모양이었다.
그들 중앙에 갇힌 루카스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녀석을 보며 입술을 이죽거렸다.
“조금 생각을 한 모양이네. 하지만 너무 허술해!”
루카스가 검술이 제일 약한 한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그 아이는 루카스가 다가오자 ‘어, 어!’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에워싸고 있던 원이 허물어졌다.
“이 자식들아, 대형이 허물어지잖아. 어서 놈을 막아. 녀석이 도망 못 치게 막으라고!”
쿠퍼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루카스는 워낙에 뛰어난 검술을 가졌다. 물론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말이다. 제일 약한 한 녀석에게 달려가 목검으로 가슴을 후려친 다음에 옆에서 덤벼드는 녀석의 검을 막고, 몸을 회전시켰다.
그다음 뒤에 있는 녀석들을 차례대로 공격하자 포위하고 있던 진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루카스를 빨리 없애라고 이런 멍청한 놈들아.”
쿠퍼가 계속해서 윽박지르며 소리를 질렀지만, 도저히 일대일로는 루카스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때 루카스와 센드 마을의 아이 사이로 또 한 명의 아이가 재빨리 날아들었다. 그러곤 빠르게 휘두르는 루카스의 목검을 튕겨 내었다.
루카스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나타난 인물은 기사 수업을 받고 있다던 존슨이었다.
존슨은 루카스를 째려보며 쿠퍼에게 말했다.
“이 새끼는 내게 맡기고, 넌 어서 본진이나 점령해.”
“정말이야?”
“이런 시시한 병정놀이 따위에 시간을 끄는 것도 웃기는 일이야. 야, 그만 까불고 내게 덤벼. 내가 상대해 주지.”
존슨이 목검을 탁 내리고 건방지게 말했다. 그의 절도 있는 행동에 루카스는 조금 긴장을 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워졌다. 그사이 쿠퍼는 나머지 아이들을 이끌고 본진을 향했다.
“존슨, 부탁해!”
“어서 가기나 해!”
쿠퍼가 히죽 웃으며 달려가고, 루카스는 입술을 깨물며 그들을 막으려 움직였다. 그러나 갑자기 날아오는 목검에 멈칫했다. 루카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존슨이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네 녀석은 내 몫이야.”
“좋아, 기사 수업을 받은 네 녀석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번 보자.”
루카스가 그리 말을 하며 매섭게 달려들었다. 루카스의 목검이 단숨에 존슨의 머리를 후려치기 위해 날아들었다.
“어딜!”
그러자 존슨이 머리를 뒤로 빼며 한 발을 물러서는 것으로 피했다. 그 행동이 매우 절도 있어 보이며 역시 기사 수업을 받은 녀석이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카스도 나이에 비해 제법 체격이 있지만 존슨보다는 못했다. 완력이 있기에 밀어붙이면 될 것 같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면 상대보다는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이 적절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루카스는 빠른 발을 움직이며 열심히 목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존슨은 너무나도 쉽게 그 목검을 막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루카스가 점점 숨이 차오르고 지쳐 갔다.
휘두르는 목검의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움직임도 둔해졌다. 그 모습에 존슨이 피식 웃었다.
“훗. 고작 이 정도였어?”
존슨이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하긴 존슨은 열다섯 살이고, 루카스는 열두 살이다. 삼 년 차이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삼 년은 엄청난 성장의 차이였다.
원래는 병정놀이에 열다섯 살은 참여할 수가 없다. 그때쯤 되면 기사 수업을 받기 위해 아카데미에 들어가거나 영지 기사단에 견습 기사로 들어가게 된다.
한마디로 병정놀이를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쿠퍼가 계속해서 지니까, 복수를 위해 일부러 존슨을 이번 병정놀이에 참여시킨 것이다.
존슨이 이죽거리며 목검을 몇 번 휘둘렀다.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목검이 휘둘러졌다. 루카스는 재빨리 검을 막아 내었다.
그러나 3살 차이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완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목검으로 간신히 막고 있는 루카스의 온몸에 짜릿하게 전해져 왔다. 오금이 저릴 정도의 충격이 루카스 몸에 전해졌다. 뼈가 부서질 정도의 고통이 밀려왔다.
루카스는 이를 악물며 그것을 견뎌 냈다. 그럴수록 존슨이 휘두르는 목검의 강도는 더욱 올라갔다.
팍, 파파파팟!
무지막지한 공격,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온몸이 들썩거렸다. 다만 간신히 치명타를 피하며 막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본진에서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아악!”
루카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쓰러뜨린 녀석들은 고작 여섯 명밖에 안 되었다. 10명으로 나머지를 상대하기에는 솔직히 역부족이었다.
‘제길, 내가 좀 더 쓰러뜨려야 하는데…….’
루카스가 이를 악물며 속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그도 간신히 존슨의 공격을 막고 있는 상태였다.
“으아아악!”
루카스가 힘을 주며 날아드는 존슨의 목검을 튕겨 내었다. 존슨은 갑자기 공격하는 루카스의 목검을 막고 뒤로 물러났다.
루카스는 이를 악물며 존슨을 노려봤다.
“가야 해. 내 친구들이 기다려.”
“이 새끼가. 이런 독한 놈을 보게.”
존슨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 순간 자신을 지도한 기사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끈질긴 자를 상대할 때에는 단 한 번의 살수로 적을 쓰러뜨려야 한다.”
“좋아, 가만두지 않겠다.”
존슨의 기세가 달라졌다. 그 기사의 가르침에 따라 존슨도 가문의 필살기를 펼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루카스는 달라진 기세에 잔뜩 긴장을 하며 목검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온 신경은 친구들에게 가 있었다.
“받아랏!”
존슨이 고함을 내지르며 루카스에게 달려들었다. 루카스도 검을 앞에 곧추세웠다. 존슨의 목검이 밑에서 올라오며 루카스의 목검을 쳐올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리며 루카스의 가슴을 후려치는 일종의 소드 브레이커 공격이었다.
그 기술에 걸려든 루카스가 첫 번째 목검을 팍 올려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존슨이 몸을 돌려 루카스의 빈 가슴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루카스도 존슨 못지않게 독한 구석이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며 들어오는 존슨의 목검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등으로 그 공격을 받았다.
퍽!
“윽!”
등에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루카스는 잔뜩 인상을 찡그렸지만 참고 견뎠다. 앞으로 주춤 몸이 넘어가려고 할 때 루카스의 검이 회전했다. 정확히 존슨의 옆구리를 노리며 후려쳤다. 루카스가 앞으로 넘어졌고, 제대로 옆구리를 강타당한 존슨이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으아아악, 아파, 너무 아파!”
존슨은 자신의 목검을 떨어뜨리고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눈물마저 흘렸다.
반면 루카스는 앞으로 넘어진 후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몸을 일으켰다. 입술 사이로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존슨은 자신이 죽는다는 둥 엄청난 비명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존슨은 이렇듯 제대로 맞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고통이라는 것을 몰랐다. 이번에 처음으로 느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처는 루카스가 더했다.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루카스가 존슨에게 다가갔다. 손에 들린 목검을 높이 들고 때리려고 할 때, 존슨이 두 손을 들며 외쳤다.
“항복! 항복할게. 때리지 마. 너무 아파! 흐흑!”
존슨이 눈물을 보이며 그만 때리라고 말했다. 그 모습에 루카스는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고, 저런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존슨을 보니 더 이상 때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찌질한 새끼!”
루카스가 존슨을 향해 한마디를 내뱉고는 비틀거리며 몸을 돌렸다. 비명을 흘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가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아이들이 지키고 있는 진지에 도착한 루카스는 흠칫하고 말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쿠퍼를 비롯한 일곱 명의 센드 마을 아이들과 온몸에 멍이 잔뜩 든 채 간신히 서 있는 세 명의 바네아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여섯 명의 바네아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세 명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진지를 방어하고 있었다. 그때 루카스를 발견한 카알이 소리쳤다.
“루, 루카스다.”
“루카스가 나타났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쿠퍼가 고개를 돌렸다. 비록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지만 루카스가 분명했다.
“제, 제길, 존슨 녀석. 큰소리를 치더니.”
쿠퍼가 입술을 깨물려 중얼거렸다. 그사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바네아 친구들의 얼굴에 기쁨이 나타났다. 루카스가 나타났으니 다시 한 번 힘을 얻게 되었다. 독기 어린 눈빛은 더욱 독을 품었다.
“빌어먹을, 젠장!”
“또, 루카스야.”
“제길!”
루카스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쿠퍼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거의 승기를 잡은 센드 마을의 아이들은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 보는 것과 같았다.
루카스가 목검을 크게 휘두른 후 남은 세 명의 친구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정리해 볼까?”
제02화 강한 이유(1)
1
약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부축하며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 루카스 일행과 병정놀이를 했던 센드 마을의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는 붉게 부어오른 상처가 있었고, 코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패잔병처럼 보였다. 부축을 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끼리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길, 빌어먹을.”
“저 새끼 왜 저렇게 센 거야?”
“낸들 알아.”
“아, 그 자식 아빠가 예전에 기사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팔 병신 된 그 기사?”
“응.”
“그런데 팔 병신인데 어떻게 검을 가르쳐?”
“야, 아무리 팔 병신이라고 해도 기사는 기사야. 어떻게든 가르쳐 줬겠지.”
“제길,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아이들은 서로 불만을 터뜨리며 루카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루카스의 아버지 얘기가 나오고, 아이들은 허탈감을 내비쳤다.
“젠장. 우리 아버지도 기사인데 난 왜 이럴까?”
“후후. 그야 넌 검에 소질이 없어서 그렇지.”
“뭐, 이 자식아!”
두 친구가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자, 쿠퍼가 나섰다.
“둘 다 조용히 못해!”
쿠퍼의 한마디에 두 녀석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눈은 서로를 날카롭게 째려보고 있었다.
그때 쿠퍼 옆에 있던 한 녀석이 뭔가 억울한지 중얼거렸다.
“에잇, 쓰벌. 다 이겨 논 싸움이었는데……. 막판에 루카스 녀석이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오늘은 이길 수 있었어.”
“맞아, 맞아.”
한 아이가 아쉽다는 듯 말을 하자, 다른 아이들도 동조를 했다. 그 순간 쿠퍼의 눈이 번쩍하고 떠지며 소리쳤다.
“씨팔! 모두 조용히 못해! 다 이겨? 뭘 다 이겨!”
쿠퍼의 언성에 모두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쿠퍼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병신 같은 새끼들, 어디서 그따위 말을 지껄이고 있어.”
그 말과 함께 고개를 홱 돌려 사촌 존슨을 째려보았다. 존슨도 쿠퍼의 날카로운 눈빛을 대하자 몸을 움찔했다. 그는 약간 뻘쭘한지 쿠퍼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그의 모습에 쿠퍼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제기랄, 도움 좀 될까 하고 데려 온 놈은 고작 한 대 쳐 맞고 울고불고 난리라니. 빌어먹을.”
그 소리에 존슨도 자존심이 상하는지 고개를 홱 돌려 소리쳤다.
“방금 나에게 한 소리야?”
“씨팔, 귀는 더럽게 밝네.”
“야, 쿠퍼. 너 뒈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