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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16화)
제07화 창술을 가르쳐 주마!(1)


1

루카스가 속한 소년 보급대와 정규 보급병들은 라할트 지역 전선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거의 일주일째 행군을 한 상태였다.
처음으로 행군이라는 것을 하는 소년병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런 일이었다. 몇몇은 발에 물집이 잡혀 절뚝거리는 이들도 나왔다.
하지만 행군의 속도는 늦추지 않았다.
선두에 말을 타고 인솔하고 있는 디온 남작은 말을 천천히 몰며 뒤에서 걸어오는 병사들의 걸음에 맞추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이동하자 해가 서서히 서쪽 산 능선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디온 남작은 곧바로 옆의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곧 있으면 밤이 찾아올 것 같으니 적당한 곳에서 야영 준비를 하도록 하게.”
“네, 남작님.”
지시를 받은 기사는 재빨리 말을 앞으로 몰았다. 야영을 할 곳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야영을 하기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행렬이 멈춘 것은 그때였다.
“이곳에서 야영을 한다. 모두 서둘러라.”
기사의 말에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야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분주히 야영 준비를 하였다.
어느덧 해는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왔다.
여기저기에 병사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식사를 서둘렀다. 비록 소금으로 간을 한 따뜻한 스튜와 빵 한 조각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좋은 저녁 식사였다.
루카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식사를 하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따뜻한 스튜 한 접시에 빵 한 조각을 찍어 먹으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친 병사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신발을 벗어 물집이 잡힌 발을 어루만졌다.
“아, 또 물집 잡혔어. 젠장.”
“씨팔, 더럽게 따갑네.”
처음으로 긴 행군을 하는 소년병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집 잡힌 발바닥을 보며 중얼거렸다.
루카스도 물집이 잡힌 것은 매한가지였다. 신발을 벗어 커다랗게 잡힌 물집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제법 크게 잡힌 물집을 본 루카스는 자신의 창끝으로 물집을 터뜨렸다. 순간 물이 흘러나오며 부어올라 있던 것이 바로 가라앉았다. 헝겊으로 대충 닦아 낸 후 발바닥을 모닥불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모닥불의 열기에 얼얼하던 발바닥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여섯 명의 무리가 루카스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곧바로 루카스를 에워쌌다.
루카스와 함께 있던 몇몇은 그들의 등장에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이!”
다가온 한 녀석이 발로 루카스를 툭 건드렸다.
루카스가 고개를 들어 그 녀석을 보았다.
“……?”
“우리 좀 잠깐 볼까?”
그 녀석은 고개를 까닥거리며 뒤쪽 숲 속을 가리켰다.
루카스가 그쪽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지.”
대답을 한 루카스가 벗어 놓은 신발을 신고는 무리들과 함께 이동을 하였다.
그때 디온 남작이 기사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디온 남작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뭐지?”
디온 남작의 말에 기사가 곧바로 그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기사는 낮게 중얼거렸다.
“저 녀석들이……. 제가 가 보겠습니다.”
기사는 곧바로 말을 한 후 그곳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디온 남작이 말렸다.
“됐다, 그냥 둬라.”
“하지만 그냥 두면 위험할 텐데요.”
“어차피 치러야 할 일이야.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나, 남작님…….”
기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디온 남작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섯 명의 무리에 이끌려 어두운 숲 속에 들어온 루카스는 앞에 선 녀석을 보았다. 제법 덩치가 있어 보이는 녀석은 팔짱을 끼며 루카스를 째려보았다.
루카스가 말했다.
“볼일이 뭐지?”
그러자 선두에 있는 녀석이 대뜸 말했다.
“내가 두고 보자고 했지. 네놈 때문에 우리들이 라할트 지역으로 가는 거잖아. 어떻게 보상할 거지?”
그 녀석의 말에 루카스는 피식 웃었다.
“훗! 보상? 지랄하고 있네. 하려면 빨리해!”
“뭐? 지랄? 이 새끼가 겁을 상실했네.”
앞에 있는 녀석이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대뜸 주먹을 날렸다.
퍽!
루카스는 가만히 선 자세 그대로 녀석의 주먹에 얼굴을 맞아 넘어졌다.
털썩!
넘어진 루카스는 손으로 맞은 부위를 만졌다. 입안에는 어느새 피가 고였다.
“퉤!”
고인 피를 뱉어 낸 루카스가 고개를 들어 웃고 있는 녀석을 보며 말했다.
“주먹이 완전히 솜방망이네.”
“이런 개새끼가.”
루카스의 말에 더욱 화가 난 녀석이 곧장 다리를 휘둘렀다.
순간 루카스는 뒤로 몸을 굴려 피한 후 벌떡 일어섰다. 루카스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여섯 명이 루카스를 상대하기 위해 서 있었다.
‘여섯이라…… 힘들겠는데.’
맨손으로 여섯 명을 상대할 수 없었다.
‘목검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필 나뭇가지가 녀석의 발 옆에 있었다.
루카스는 나뭇가지와 녀석을 번갈아 봤다. 기회를 봐서 저 나뭇가지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쥐새끼 같은 놈!”
루카스에게 주먹을 날린 녀석은 다리 공격을 피하자 더욱 성을 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루카스에게 달려갔다.
“넌 죽었어!”
루카스의 눈이 번쩍였다.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몸을 웅크려 앞구르기를 하며 피했다. 헛손질을 한 녀석은 뒤뚱거리며 섰다.
앞구르기로 피한 루카스는 녀석 옆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었다. 어둠이라 잘 몰랐는데 제법 굵은 몽둥이였다. 손에 감기는 느낌도 좋았다.
‘좋았어, 이거라면 해볼 만하겠어.’
루카스는 병정놀이를 할 때 언제나 혼자서 다수를 상대해 왔다. 비록 목검은 아니지만 몽둥이라면 여섯 명쯤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몽둥이를 든 루카스가 천천히 녀석에게 걸어갔다. 주먹을 쥔 채 몸을 돌린 녀석은 루카스가 들고 있는 몽둥이를 보며 움찔했다. 하지만 곧바로 피식 웃었다.
‘쳇. 병신 새끼, 아까 창을 휘두르는 것을 봤다고. 아주 꼴값을 떨더군. 그렇다고 몽둥이를 들었다고 해서 다를 것이 뭐가 있겠어.’
녀석은 몽둥이를 든 루카스를 보며 속으로 어이없어 했다.
“몽둥이를 들었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지랄하지 말고, 그냥 덤벼!”
“이, 이 새끼가!”
덩치 큰 녀석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루카스는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날아오는 주먹에 한 방, 곧바로 배에 한 방을 꽂았다.
퍼퍽!
“커억!”
루카스의 공격을 받은 녀석은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루카스는 다시 몽둥이를 들어 녀석의 등을 강하게 내려쳤다.
퍼억!
“크악!”
등을 가격당한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창을 들고 있을 때와 목검처럼 몽둥이를 들고 있을 때의 루카스는 정말 달랐다.
눈빛부터 시작해서 움직이는 모습까지 영 딴판이었다. 루카스가 몸을 돌려 남아 있는 녀석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한 명씩 말고 한꺼번에 덤벼!”
매서운 눈빛으로 말을 하는 루카스를 본 나머지 녀석들은 잠시 움찔했지만 곧바로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죽어!”
“이 새끼가!”
한꺼번에 다섯 명이 동시에 달려 들어왔다. 검을 든 자세를 취한 루카스는 다섯 명의 무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루카스의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퍽! 퍼퍼퍼퍽!
그와 동시에 여러 번의 타격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루카스에게 덤벼들었던 다섯 명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들 모두 팔과 다리, 배를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으윽.”
“크으.”
“아, 아파.”
몽둥이를 내린 루카스가 맨 처음 자신에게 덤빈 녀석에게 걸어갔다. 녀석은 상체를 일으킨 상태였다. 루카스가 다가오자 녀석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이, 이 새끼…….”
잔뜩 날이 선 눈빛으로 루카스를 째려봤다. 루카스는 그 녀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 하지만 그곳에 가서 공을 세우면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왜 그 생각은 못하지?”
“다, 닥쳐! 라할트 지역은 지금 한창 전쟁 중이란 말이야. 그곳에서 우리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
그 녀석도 굽히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에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겠지.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이미 정해진 일 아니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어. 그리고 나의 뜻과 상관없이 대장이 되었지만 날 따르든 말든 네 맘대로 해.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할 생각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것으로 끝내자. 어차피 라할트 지역으로 가면 우리들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알겠어?!”
루카스의 말에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인상만 썼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것이 무언의 승낙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머지 녀석들도 보았다.
“너희들도 들었지?”
“……네.”
“드, 들었습니다.”
그들은 루카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의 말을 들은 루카스는 들고 있는 몽둥이를 한 곳으로 던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곳을 떠났다.

디온 남작과 기사들이 한곳에 앉아 지도를 보며 앞으로의 행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내일은 이 길을 통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길이 험하지 않는가.”
“하지만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서도 아니 됩니다.”
“으음…….”
기사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디온 남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이 길로 가지.”
“네, 남작님.”
어느 정도 회의가 끝이 날 때쯤 숲 속에서 루카스가 나타났다.
그를 본 기사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라? 멀쩡하네.”
디온 남작의 시선도 향했다.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다시 모닥불 근처로 온 루카스가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곧이어 그 숲 속에서 여섯 명의 소년들이 나타났다. 모두들 팔이며,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헛! 저 녀석들은 또 왜 저래?”
기사는 여섯 명의 소년병들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디온 남작이 말했다.
“후훗, 잘 해결된 것 같군.”
기사는 멍한 얼굴이 되었고, 반면 디온 남작은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루카스라고 했던가? 후훗, 흥미로운 녀석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