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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18화)
제07화 창술을 가르쳐 주마!(3)
“허허허, 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한 번 말해 봐. 뭐라 했지?”
“전쟁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헉, 진짜네. 요 녀석 보게, 어린놈이 전쟁에는 왜 참가해. 너는 목숨이 아깝지 않냐?”
바론은 황당하면서도 당돌한 루카스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다음 말이 더욱 황당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 전장에서 싸우다가 죽고 싶습니다.”
“……!”
바론은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요런 녀석이 이곳에 왔는지 말이다. 황당한 얼굴로 가만히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과 강인한 눈매, 게다가 확고한 결심이 어려 있는 눈동자까지 보통 소년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허참, 살다 보니 이런 경우가 다 있네. 그러나…….’
“이 녀석아! 지금은 우리 어른들만으로도 충분해. 소년들은 그냥 우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잡일만 하면 되는 것이야. 어린 녀석을 전쟁에 내보낼 만큼 우리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단 말이야. 요 녀석이, 감히 어른들이 할 일을 가로채려고 들어!”
콩!
바론은 루카스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고는 한마디 더하며 사라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군막으로 돌아가서 쉬고 있어. 내일 네가 할 일을 알려 줄 테니. 아, 그리고 알려 줄 것이 있는데, 다음부터 관리병사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자식, 그게 뭐냐, 민망하게.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바론은 자신의 말을 마치고 더 이상 루카스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재빨리 몸을 돌려 걸어갔다. 잔뜩 실망한 얼굴이 된 루카스는 풀이 죽은 채 몸을 돌려 군막으로 걸어갔다.
“제길!”
3
루카스가 맡은 일은 무기와 방어구 손질이었다.
루카스는 우선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은 군막 안에 설치된 무기 거치대에 항상 무기를 놓아둔다. 그때가 되면 루카스는 헝겊과 물통, 그리고 돼지기름을 들고 각 군막에 들어가 무기를 손질했다.
전쟁을 치른 후, 무기 곳곳에는 붉은 핏물과 함께 살점이 달려 있었다. 그것을 본 다른 소년병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루카스는 달랐다. 오히려 가슴이 뛰고 흥분이 되었다.
그럴수록 무기와 방어구에 더욱 신경을 쓰며 닦아 놓았다. 루카스의 손이 간 무기와 방어구는 다음 날이 되면 반짝반짝 빛이 나며 새것처럼 말끔하게 되었다.
처음 루카스가 닦아 놓은 무기를 본 병사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데다, 애착이 가고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루카스의 닦은 무기는 전부 다 새것처럼 바뀌어 있어 거부감이 들었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무기가 아닌 새것을 사용하는 느낌에 병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무기들이 전부 다 반짝이니 적의 눈에 쉽게 띄어 빨리 죽으라고 그러는 것 같아 싫었다. 그래서 루카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대충 닦아 놓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정성을 들려 무기와 방어구 손질을 했다. 루카스는 장비의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전쟁터에 나갔던 병사들이 돌아오면서 루카스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손질해 준 무기 때문에 살아 돌아오는 병사가 점점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말이다.
무기가 날카로우니까 좀 더 적을 쉽게 벨 수 있고, 방어구가 잘 손질되어 있어 날아오는 화살을 맞아도 죽지 않았다. 즉, 가벼운 부상만 당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리되자 점점 루카스를 신뢰하게 되고, 좋아하는 병사들이 늘어났다. 오히려 잘 부탁한다며 안심하고 무기와 방어구를 맡겨 주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때였다.
루카스는 모든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군막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루카스는 지나가던 바론의 눈에 띄게 되었다.
바론도 병사들에게 루카스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어디에 저런 녀석이 있냐며, 루카스가 손질해 준 방어구 때문에 살아났다는 둥, 칭찬이 끝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바론은 더욱 루카스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며 궁금해졌다.
“쉬고 있는 것이냐?”
바론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아, 바론 아저씨.”
“일은 다했고?”
“네, 다 끝냈어요.”
“허허허. 그보다 너 요즘 병사들에게 인기 많더구나.”
“뭘요. 그저 열심히 할 뿐인데요.”
루카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겸손의 말을 했다.
그 모습에 바론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루카스의 무릎에 하나의 창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건 창이냐?”
“아, 네. 이곳에 오기 전에 보급받은 거예요.”
“오호, 그렇구나. 근데 왜 그렇게 시무룩하게 있는 것이지?”
바론의 물음에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솔직히 저는 창보다 검이 좋아요. 그런데 검은 기사가 되어야지만 찰 수 있데요. 뭐, 검은 기사의 전유물이라면서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에요.”
루카스의 말에 바론이 놀란 얼굴이 되었다.
“엥? 뭐, 뭐라고! 검이 기사의 전유물이라니. 누가 그런 헛소리를 지껄였어!”
바론의 언성에 루카스의 눈이 번쩍였다.
“이곳에 배치받기 전에 보급해 주는 병사 아저씨가 그러던데요.”
“이런 역시 후방에 있는 녀석들은 멋도 모르고 지껄인다니까. 잘 들어라, 루카스! 검은 말이다, 병사가 되어도 찰 수가 있다. 절대 기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뭐, 기사가 되면 좀 더 멋지고, 폼 나는 검을 찰 수는 있지만, 우리 병사들도 검을 사용할 수 있어.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검술을 모른다는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 창에 익숙한 것이고, 창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터에서 무기 가릴 것이 어디 있어. 무작정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휘두르고 싸워야지.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말이야.”
바론의 말에 눈을 크게 뜬 루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에? 정말이에요? 저, 저도 검을 가질 수 있어요?”
“뭐,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바론이 말을 얼버무리며 말하자, 루카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나도 검을 가질 수 있구나. 하하하. 나도 검을 가질 수 있어.”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던 바론이 주먹을 쥐고 꿀밤을 때렸다.
“에이, 요 녀석아!”
콩!
“아얏!”
루카스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찔끔거렸다. 무서운 얼굴로 서 있는 바론이 말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너는 아직 좋아할 단계가 아니야.”
바론의 말에 루카스의 표정이 금세 심각해졌다. 그런 루카스의 모습에 바론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솔직히 소년병들에게는 검이 지급되지 않아. 넌, 검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철이 들어가는지 모르느냐. 그 비싼 검을 굳이 소년병에게까지 지급한다는 것이 웃기지 않느냐. 물론 많은 공을 세우고, 상급 병사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그때가 되면 너에게도 검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야. 그러니 당분간 창으로 만족해.”
바론의 솔직한 답변에 루카스는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전 창을 다룰 줄 모르는 걸요.”
그러자 바론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창? 그까짓, 거 뭐가 어렵다고. 내가 가르쳐 주마.”
바론이 큰소리를 치더니 이내 연습용 창을 두 개 가지고 왔다. 그중 하나를 루카스에게 던졌다.
“자, 이것을 받아라.”
루카스는 바론이 던진 연습용 창을 잡았다.
“우선 내가 하는 것을 잘 보아라.”
바론은 곧바로 창술을 시연해 보였다. 루카스는 옆에 서서 바론이 시연하는 창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몇 번의 동작을 보여 주던 바론이 루카스를 보며 말했다.
“방금 내가 했던 동작을 해 보거라.”
“네.”
루카스는 바론이 했던 동작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을 했다. 그리고 똑같이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움직여 주지 않았다.
바론이 했을 때는 제법 각이 잡혀 있었는데, 루카스가 하니까 영 이상했다. 창이 이상하게 움직였다.
루카스는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더니 혼잣말을 했다.
“여기서 이렇게 움직였나?”
그러고는 또다시 창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바론은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단 한 번 본 것인데 곧장 따라 하는 것이다. 비록 각도 잡혀 있지 않고, 뭔가 어정쩡하게 보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흉내는 내었다.
게다가 열심히 하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바론이 대뜸 말했다.
“뭘, 그렇게 열을 내고 있어. 그냥 대충 흉내만 내도 괜찮아.”
“아, 아니에요. 어차피 창을 들었으니 완벽하게는 해야죠.”
루카스는 고집을 피우며 계속해서 연습했다. 창을 휘두르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전 말이죠. 꼭 전장에 나가 많은 공을 세울 거예요. 그리고 기사가 될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저 모습. 바론은 꼭 옛날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 창술을 배웠을 때 바론도 꿈이 있었다. 전장에 나가 공을 세워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병사로 지내고 있다. 그 일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물론 공을 많이 세우겠다고 자신 있게, 호기롭게 나섰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 꿈은 시들해졌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 다 늙어서 기사가 되는 것도 우스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루카스라면 다를 것 같았다. 기사가 되겠다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바론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
“훗, 이것도 인연인가.”
바론은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루카스에게 말했다.
“에효, 이 녀석아. 그만하면 됐다. 내가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 그만 휘둘러라.”
바론의 말에 루카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요?”
“그래, 요 녀석아.”
“와아, 감사합니다.”
루카스가 진심으로 인사를 했다. 그런 모습에 바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일부터다!”
“알겠습니다.”
루카스도 환한 얼굴로 힘차게 말했다. 그 모습에 바론은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녀석…….”
4
다음 날 바로 창술 수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에 따른 조건이 있었다. 창술을 배우는 동안 먼저 자신이 맡은 일은 다 끝내 놓을 것. 창술을 배우겠다고 일을 대충 하지 않을 것.
위 두 가지 상황을 어겼을 때는 다시는 창술을 연마하지 못한다는 조건이었다.
루카스는 곧바로 승낙을 했고, 바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술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소년병은 대개 자대 배치를 받고 3년이 지나야지만 창술을 배울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일반 병사처럼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들보다 앞서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먼저 연습용 창을 가지고 온 바론이 루카스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먼저 창을 쥐는 법부터 알려 주겠다.”
바론은 루카스에게 다가가 창을 쥐는 법을 일러 주었다.
“기본적인 파지법은 왼손과 오른손 모두 정확하게 잡으며 왼손을 앞에 둔다. 뭐, 창술에 따라서 왼손을 역수로 잡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정확한 파지법이니 절대 잊지 말도록 해.”
그렇게 말을 하며 왜 이렇게 잡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를 보여 주며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다음은 창술의 보법인 스텝을 알려 주었다.
“창술의 스텝에는 총 4가지가 있다. 전진, 보통 걷기, 측면 이동, 런지. 이렇게 구분이 된다. 먼저 전진을 보여 주마.”
바론은 대답을 하며 루카스가 자세히 볼 수 있게 자세를 취했다.
“먼저 전진은 창술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스텝이다. 창을 겨누고, 왼발이 먼저 앞으로 나가고 곧바로 오른발이 왼발이 전진한 만큼 따라가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나의 전방이 항상 적에게 노출될 수 있으니, 세밀하고 정확하게 간격 조절을 하는 것이다. 알겠지?”
“네, 아저씨!”
“좋아, 한번 해 보아라.”
바론이 한 행동대로 루카스도 똑같이 따라 해 보았다. 하지만 처음 하는 것이라 잘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간격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루카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바론이 자세를 고쳐 주며 말했다.
“처음이라서 조금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수련하면 익숙해질 거야. 자, 다음은 보통 걷기.”
바론은 곧바로 다음 스텝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