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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19화)
제07화 창술을 가르쳐 주마!(4)
보통 걷기는 적과의 간격이 멀어졌을 때 사용하는 스텝이었다. 창을 겨누고 오른발이 각도를 유지한 채 왼발이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발끝은 평상시와 똑같이 측면을 향해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왼발이 다시 앞으로 나온다. 발꿈치가 서로 일직선으로 맞아야 하므로 볼 때는 마치 팔자걸음처럼 보여야 맞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쓰이는 스텝임으로, 교전 간격에 들어서면 다리가 꼬여 중심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다음은 측면 이동.
창술의 교전은 기본적으로 빠른 전진과 후퇴를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상대의 중심선에서 벗어나 반격한다는 개념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측면 이동은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스텝이었다.
먼저 왼쪽으로 이동할 때는 왼발이 먼저 움직이고, 오른발이 뒤에 따라붙는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오른발이 먼저 움직이고, 왼발이 뒤에 따라붙으면 된다.
이러한 순서를 지키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다리가 꼬이거나 중심이 불안전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런지.
이것은 먼 거리에서 최고 빠른 속도로 신속히 움직여 창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는 스텝이었다. 동작은 몸을 던져 왼쪽 다리가 90도로 꺾이고, 오른 다리는 쭉 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스텝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창이 길고 무겁기 때문에 자세 회복이 매우 어렵다. 공격 후 창을 떨어뜨리기 쉽고, 반격에 대처할 수가 없는 것이 단점이기에 바론은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간혹 일대일 상황에서 의외의 한 방을 노리고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바론은 오늘 창술의 스텝에 관한 4가지를 알려 주었다. 비록 창을 한 번도 휘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창술에 눈을 뜬 것만으로도 루카스는 기뻤다.
게다가 자신이 언제 스승을 두고 직접 배울 기회가 있었나. 오직 자신 혼자 연습하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바론이 옆에서 자세를 알려 주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니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이 자세가 왜 그런지 알려 주니 이해도 빨랐다.
“삼 일 후 스텝을 어느 정도 하면 그때 창술의 기본자세를 알려 주겠다. 그때까지 연습을 게을리하지 마.”
“네, 아저씨!”
루카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흐뭇한 얼굴이 된 바론이 루카스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요 녀석아, 그리 좋으냐? 어쨌든 나랑 약속한 것 잊으면 안 돼! 절대 다른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단 말이야.”
“걱정 마세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오냐! 믿겠다.”
그 말을 하고는 바론이 창을 들고 사라졌다.
루카스는 바론이 사라지고 곧바로 스텝을 연습했다. 검술과 마찬가지로 창술에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알게 되었다.
삼 일 후.
루카스는 바론 앞에서 그동안 연습한 스텝을 보여 주었다. 바론은 루카스의 스텝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삼 일 만에 완벽하게 스텝을 구사한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다 제쳐 두고 스텝만 연습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맡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하고, 남는 시간에 연습한 것을 바론은 잘 알았다.
게다가 일도 전보다 더욱더 꼼꼼히 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부터 절대 창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험, 스텝 연습을 제법 잘했구나.”
“감사합니다.”
“좋다, 오늘은 창술의 기본자세를 알려 주겠다. 창술의 기본자세도 스텝과 마찬가지로 4가지로 되어 있어. 미들가드, 하이가드, 로우가드, 프라임. 이렇게 4가지 동작이 있지. 먼저 미들가드부터 알려 주마.”
바론이 자세를 취하며 먼저 미들가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미들가드는 먼저 창을 잡은 손을 허리 높이에 두고, 창끝은 배와 가슴, 목과 얼굴 등 다양한 곳을 노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것은 창술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세이며, 찌르기를 전제로 하는 동작이었다.
두 번째로 하이가드.
역시 창을 잡은 손을 허리 높이에 두고, 창끝은 적의 머리 위 높이로 올린다. 이 자세는 창을 들어 올려 때리거나 베기를 하거나, 프라임 자세에서 들어오는 찌르기를 막는 등의 역할을 한다.
완전히 창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지 않는 것은 그럴 경우 방어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적의 공격이나 반응에 따라 빠르게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들어 올리면 대응하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자세가 매우 중요했다.
세 번째로 로우가드.
창을 잡은 손을 머리나 어깨 높이에 두고, 창끝은 적의 다리나 땅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이 자세는 아래를 찌르는 데에 사용되고, 아래를 찔러 들어오는 창을 막기에 좋은 자세였다.
하지만 별개의 이유로 상당히 많이 쓰이기도 했다. 우선 하단을 취하면 적이 나와의 간격을 재기가 어려워지고, 초보의 경우 방어가 해제된 것으로 알고 치고 들어오다가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창끝을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올리면서 들어가는 찌르기는 오히려 중단 자세에서 그대로 찌르는 것보다도 위력이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라임.
창을 잡은 손을 머리나 어깨 높이에 두고, 창끝도 상대의 머리나 어깨 높이로 겨누는 자세였다. 창끝이 적의 얼굴을 향하므로 느껴지는 심리적인 압박감도 크지만, 적의 창이 베기나 내려치기를 방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방어한 자세에서 그대로 찌를 수도 있고, 적의 찌르기를 걷어 프라임 자세로 전환하면 상대의 찌르기가 위쪽으로 날아가 버려 반격의 가능성을 차단하며, 오히려 자신이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그런 원리였다. 물론 상대의 얼굴이나 상체 상부를 공격하기 위한 자세이기도 했다.
이렇게 4가지 동작을 다 배운 후 또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라할트 지역의 전장이 급속도로 변하였다. 치열한 공방이 있고, 점점 부상자와 사상자가 늘어났다. 급기야 소년병을 관리하는 바론도 전장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자 루카스는 바론이 돌아올 때까지 홀로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상황도 있었지만 꾹 참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 후 바론이 돌아왔다.
제08화 기회가 찾아오다(1)
1
한 달 전, 알비온 왕국이 병력을 보충하면서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라할트 지역에 2개의 공작사단이 머물고 있지만, 그들만으로 알비온 왕국의 보충된 병력과 상대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한 개 사단의 총 병력은 1만 5천. 하지만 지금은 두 공작사단을 합쳐도 2만이 넘지 않았다. 거의 1만이나 되는 병력이 죽거나 다친 상태였다.
문제는 그들도 병력을 쉽게 충원할 방법이 없었다. 왕국에 요청을 하기도 답답한 것이, 함부로 병력을 많이 움직였다가 주변국들이 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재 알비온 왕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와 함께 옆의 토르만 왕국이 도발할 준비를 하고 있기에 그곳에도 병력을 배치해야 했다.
게다가 동맹을 맺고 있지만 제국과의 국경도 병력을 빼지 못한다. 항상 상시적으로 대비하고 있기에 실직적인 부대를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라할트 지역의 사령부.
긴 사각의 회의 탁자를 두고 양쪽으로 두 공작사단의 간부들이 나와 있었다. 왼쪽은 라미레즈 공작과 그의 가신들이 있었고, 오른쪽은 맥스웰 공작과 그의 가신들이 앉아 있었다. 두 공작은 라할트 지역을 맡고 있지만, 항상 대립을 하고 있었다.
라미레즈 공작은 검게 탄 피부에 부리부리한 눈빛을 하고 있는 반면 맥스웰 공작은 서글서글한 눈빛과 배가 불룩 나와 있었다.
사령부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두 공작은 서로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맥스웰 공작이 입을 열었다.
“거참, 요즘은 전쟁이 정말 힘들어. 안 그런가, 라미레즈 공작.”
“후훗. 참, 말을 편안하게 하는군. 이게 다 누구 때문에 이리되었는지 모르는가?”
라미레즈 공작이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맥스웰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 속에 뼈가 있군.”
“인지를 하지 못하면 그것이 바보지!”
쾅!
순간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맥스웰 공작이 라미레즈 공작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보자보자 하니까,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가!”
라미레즈도 지지도 않고 언성을 높였다.
“그럼 지금 병사들이 죽어 가고, 전선이 위태로운 것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다, 지난 작전 때 자네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뭐, 뭣이? 그 작전은 자네도 동참을 한 내용이지 않는가.”
맥스웰 공작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동참은 했네만……. 한데 그렇게 작전을 망칠 줄은 몰랐지.”
라미레즈 공작의 조소에 맥스웰 공작은 더 광분했다.
“이런, 미친! 그럼 모든 것이 내 잘못이란 말인가?”
“허허허, 눈치는 빠른 것 같네 그려.”
“이보게, 라미레즈 공작!”
맥스웰 공작은 더욱 큰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라미레즈 공작은 짐짓 딴짓을 했다. 그 모습에 맥스웰 공작이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며 눈에 불을 켰다.
그런 두 공작의 모습을 지켜보던 월터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중재했다.
“두 분 공작님께서는 그만들 하십시오. 지금 우리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알비온 왕국은 현재 병력을 충원해 그 수가 무려 5만에 이릅니다. 저희는 고작 2만의 병력으로 전장을 막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작전을 세워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험!”
“어험, 내 말이 그 말이다.”
월터 후작의 말에 두 공작은 헛기침을 했다. 맥스웰 공작도 흥분한 얼굴을 풀며 자리에 앉았다.
월터 후작이 두 공작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왕국에 증원군을 보내 달라는 공문은 보냈지만, 아시다시피 현재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현재의 병력으로 적을 막아야 합니다. 다들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말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월터 후작이 나서며 회의를 주도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들 굳게 입을 다문 채 딴짓을 하였다.
월터 후작은 그들을 보며 깊은 한숨이 나왔다.
‘후우, 서로 으르렁거릴 때만 입을 열지. 정말 답답하구나.’
그때였다.
라미레즈 공작의 가신 중에서 누군가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경우에는 소년병들을 전장에 내보냈습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소년병들을 전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년병?”
“소년병이라니…….”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그들을 전장으로 보내야 하다니.”
“드디어 소년병들까지…….”
그의 말에 모여 있는 가신들 대부분이 탄식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선뜻 반박의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월터 후작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입으로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마침 이 이야기가 나오자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도 그 말에 동의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부족한 인원을 소년병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 말씀들 해 주십시오.”
월터 후작의 말에 회의장은 일순간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그 누구도 더 좋은 방법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월터 후작이 말했다.
“그럼, 소년병을 전장에 투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공작님께서는 허락을 하시는 것입니까?”
월터 후작의 물음에 라미레즈 공작과 맥스웰 공작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게.”
“뭐,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회의장에 모인 가신들을 향해 물었다.
“여기 계신 모든 가신들도 동의를 하십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신들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소년병을 전장에 보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소년병을 전장에 보내는 것으로 중점적인 것은 정해졌다. 나머지 소년병들의 기초 훈련을 며칠로 정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세세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2
“얘들아, 큰일 났어! 다들 모여 봐.”
한 소년이 부랴부랴 뛰어가며 다른 소년병들을 불렀다. 그 소년의 이름은 레이다였다.
레이다는 이곳 라할트 지역의 소년병들 사이에서 정보 캐치 능력이 가장 빠르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또 레이다가 가지고 온 정보는 대부분 정확해서 주위에서 뭔가 알아내려고 하면 모두 레이다에게 물어보았다.
곧이어 그 아이 주위로 다른 소년병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레이다 주위로 십여 명의 소년병들이 모여들었다.
“왜?”
“뭔데?”
“또 어떤 간부가 바지에 똥이라도 쌌데?”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레이다의 입을 주목했다. 레이다는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소년병을 보았다.
“그게 어제 저녁에 간부들이 회의를 한 것은 알고 있지? 그 회의에서 소년병들을 전장에 보내기로 했대.”
“뭐라고?”
“에이, 설마! 우리들은 소년병이라고, 아직 전장에 나갈 군번이 아니야.”
“맞아, 왜 우리가 전장에 나가?”
소년병들은 저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현실을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