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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21화)
제08화 기회가 찾아오다(3)
3
1대대에 속한 인원은 기사 20명, 일반 병사 200명, 소년병 1,000명이었다. 이들은 또 소대별로 나뉘게 되었고, 100명의 소년병들은 두 소대로 나뉘게 되어, 각기 50명씩 2명의 소대장의 지휘를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루카스가 50명의 소년병 중에서 소대장으로 임명되었고, 나머지 50명의 소년병은 제임스라는 친구가 맡게 되었다.
이를테면, 50명의 소년들도 각자 마음에 맞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제임스는 라할트 지역에 먼저 들어와 소년병 생활을 해 왔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놈이 갑자기 소대장이 된 것이 못내 못마땅했다. 게다가 루카스를 따르는 애들이 제법 있는 것도 이상했다.
제임스는 창을 만지고 있는 루카스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굴러 들어온 개뼈다귀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밑에 있는 소년병들이 불쌍하네. 저 애들은 무슨 죄야. 전쟁에 나가자마자 죽게 생겼네.”
“푸하하하!”
“하하하!”
제임스의 말에 뒤에 있는 소년병들이 크게 웃었다. 반면 루카스는 입꼬리를 올린 채 피식 웃었다.
“어라? 웃어! 내 말이 우스워!”
제임스가 열을 내며 소리치자,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네 쪽이나 신경 써.”
“뭐야?”
제임스가 눈을 부라리며 다가갔다. 그러자 곁에 있던 기사가 엄하게 꾸짖는다.
“이놈들, 지금 뭣들 하는 짓이야! 바로 전쟁에 나가야 할 녀석들이 지금 서로 싸울 때야.”
기사들은 소년병들의 미래에 대해 알고 있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자기들끼리 싸우면 더 빨리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사의 꾸지람에 제임스는 루카스를 째려보며 침을 뱉었다.
“퉤! 너 재수 좋은 줄 알아.”
그리 말을 하며 자기 소대 소년병을 이끌고 한곳으로 갔다. 루카스는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아힐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괘,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뭐, 문제 있어?”
“아, 아니.”
루카스의 당당한 말에 아힐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 아힐을 보며 루카스가 말했다.
“어서 애들보고 준비하라고 해. 조금 있으면 출격할 것 같으니까.”
“아, 알았어.”
아힐이 동료 소년병들에게 달려가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루카스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과연, 이번 작전에서 저들 중에 몇 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때 1대대 대대장인 기사가 소리쳤다.
“모두 집합!”
소년병들은 재빨리 기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기사는 줄을 선 채 서 있는 소년병들을 쭉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1대대가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 임무는 적의 보급을 끊는 것이다.”
“보급요?”
“그렇다. 보급은 수비 병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탈취할 수 있을 것이다. 탈취한 보급은 우리 군에 다시 보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자 한 소년병이 질문을 던졌다.
“그 일은 저희만 하나요?”
순간 기사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원래는 지원군은 없다. 여기 있는 소년병을 데리고 해야만 했다.
하지만 기사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제 첫 임무를 수행하는 데 굳이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다. 우리가 먼저 떠나고 곧바로 병사들이 뒤를 따를 것이다. 위험할 때 즉시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그 말에 소년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끝에 있는 몇몇의 소년병들은 달랐다.
“흥! 거짓말이야.”
“맞아, 저 어색한 웃음 봐.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야.”
“제길, 끝내 우리는 죽게 되는 거 아냐?”
“인마, 재수 없게.”
이렇게 믿는 소년 반, 의심하는 소년병들 반으로 나뉘었지만 루카스는 달랐다.
그러한 것에 크게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로 손에 쥐고 있는 창에 힘을 주었다. 오히려 창에 더욱 익숙해지기 위해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앞에 있던 대대장인 기사가 보았다. 루카스의 행동이 두려움에서 나타나는 모습처럼 보였던 것이다.
“너, 두렵나? 떨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루카스가 창을 세우며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아뇨, 절대 떨리지 않습니다.”
전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자신 있게 말하는 루카스를 보고 대대장은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훗, 그래? 특이한 아이로군. 이번 임무가 끝날 때까지 꼭 살아남길 바란다.”
그 말을 하며 기사는 몸을 돌렸다. 그 기사의 뒷모습을 보며 루카스가 나직이 말했다.
“네, 꼭 살아남을 것입니다.”
4
1대대 소년병들은 곧바로 작전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적의 보급을 끓기 위한 작전이기에 숲길을 한참 동안이나 빙빙 돌아서 이동했다.
소년병들은 잔뜩 긴장을 했지만 얼굴만은 편안해 보였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병사들도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같이 움직이는 기사들은 달랐다. 지원 병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은 실패를 했다가 자신들도 몰살을 당할 수 있기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굳어진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이동했다.
오늘따라 숲 속이 유난히 고요했다.
한참을 이동하던 그때 선두에 있던 대대장 기사가 손을 들어 병력을 멈춰 세웠다. 드디어 목표 지점에 도착을 한 것이다.
숲 속에서도 약간 외곽 지역에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산을 둘러서 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들은 즉시 언덕 위로 올라가서 대기했다.
루카스는 눈을 반짝이며 언덕 아래에 나 있는 길을 바라봤다. 적들의 보급대가 저 길을 이용해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대대장 기사는 소년병들을 향해 낮게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도록.”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옆의 기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기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홀로 어딘가로 움직였다. 먼저 정찰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정찰을 보낸 기사가 올 때까지 제대한 몸을 낮춰 주변을 경계했다.
루카스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손에 들고 있는 창을 움켜쥐었다.
잠시 후, 정찰을 보냈던 기사가 왔다.
“왔습니다.”
기사의 보고에 대대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뒤에 있는 소년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나의 지시가 내리기 전까지 이곳에 매복을 한다. 적의 보급대가 이곳을 지날 때, 그때 나의 지시에 떨어지면 그 즉시 공격을 하는 것이다. 알았나!”
대대장의 지시에 루카스를 비롯한 1,000명의 소년병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숨겨라.”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소년병들은 즉시 숲 속 양옆으로 몸을 숨겼다. 대대장을 비롯한 나머지 기사들도 엄폐를 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땅 울림이 느껴졌다. 마차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루카스도 땅의 진동을 느꼈다. 그 진동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적의 보급대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카스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 뛰었다. 처음으로 갖는 실전. 아이들과 병정놀이를 하며 뛰어놀던 상황이 아니라, 실제로 인간을 죽이는 그런 살육이 펼쳐지는 전장인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대장을 응시했다. 창을 쥐고 있는 그들의 손에는 벌써 땀이 흥건히 맺히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숲 속의 끝자락에서 말을 타고 있는 적의 기사가 보였고, 그 뒤로 수십 대의 마차가 나타났다.
양옆으로 호위하는 병사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첩자에 의해 얻었던 정보대로 비밀리에 움직이던 적의 보급대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대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 정도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손이 천천히 들려졌다. 적의 보급대가 매복하고 있는 길 중앙을 지날 때 대대장의 눈빛이 번쩍이며 손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그때 한 기사가 대대장을 향해 말했다.
“대대장님, 저길 보십시오.”
“응?”
대대장의 시선이 기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보급대 끝 부분을 보던 대대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 아니.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대대장의 눈에 엄청난 적의 병사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것이 들어왔다. 대충 어림잡아도 약 삼천 명은 될 것 같았다.
“저, 정보가 다르잖아. 저 병사들은 예정에 없던 것이야.”
대대장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일반 병사와 소년병들도 그 광경을 목격하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모두들 이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루카스도 많은 병사들의 모습에 다소 놀란 얼굴이 되었다. 저 정도의 병사라면 이 정도의 병력으로 막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여기 전력 대부분이 전장을 경험하지 못한 소년병들이지 않는가.
“루, 루카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힐이 무서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루카스를 불렀다. 그러자 루카스가 낮게 말했다.
“아무래도 보급대를 공격할 생각인가 봐. 너는 다른 것은 보지 말고 무조건 내 뒤만 따라와 알겠지.”
“아, 알았어.”
아힐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루카스가 예상했던 대로 대대장은 여기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지금 움직이는 저 보급대가 적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선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하물며 상부에서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꼭 일을 처리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제길, 그래도 적의 보급대를 처리한다.”
“하, 하지만 무리입니다. 우리 측 기사는 50명이고, 일반 병사도 고작 200명, 소년병들 역시 1,000여 명이 다입니다. 절대 무리입니다.”
기사가 강력하게 말했지만 대대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술을 잘끈 씹은 대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명령을 받았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든지 명령을 이행한다.”
낮게 말을 한 대대장은 다시 손을 들었다. 매복해 있는 일반 병사와 소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기사들도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
각기 자신들의 손에 무기가 쥐어졌다. 그리고 대대장의 손이 내려가며 소리쳤다.
“지금이다! 모두 공격하라!”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루카스와 제임스가 창을 쥐며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와아아아!”
하지만 반 이상의 소년병들은 마치 다리가 땅에 고정이라도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공포에 몸이 얼어붙은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적의 병력에 놀라고, 게다가 처음으로 갖는 실전에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 주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대대장은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 보급대의 선두에 있는 대장 기사가 큰소리를 외쳤다. 마치 매복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즉각 대응하며 소리쳤다.
“마차를 호위하라! 적의 위치는 저 언덕 너머다. 궁수들은 저곳을 공격하라!”
적의 병사들이 재빨리 방패로 마차를 에워쌌다. 곧바로 뒤를 따르던 병사들 중 200명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에 화살을 재었다. 목표는 소년병들이 매복해 있는 곳이었다.
“쏴라!”
쓩! 슈슈슈슝!
적의 화살은 공포에 휩싸여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병들을 공격했다. 넋 놓고 있던 소년병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화살 세례에 맥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파파파팟!
“으아아악!”
“크아아악!”
“내 다리이이이!”
여기저기서 소년병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적의 화살 공격을 맞고 죽어 나갔다.
그때 화살을 맞고 죽어 가는 한 소년이 울부짖었다.
“지, 지원병은 도대체 언제 오는…….”
하지만 지원병은 없다.
그 소년병은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그 주위로 제대로 공격해 보지도 못한 소년병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루카스는 오직 앞만 보고 언덕을 내려갔다. 창을 꽉 쥐며 적의 병사만 보았다. 루카스의 머리 위로 수많은 화살이 지나갔다. 화살의 파공음이 귀가를 스쳤고, 곧이어 뒤에 있던 소년병들의 괴성이 들려왔지만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내려가던 일반 병사가 소리쳤다.
“이놈들아, 어서 움직여. 여기서 화살에 맞아 죽고 싶어!”
그 병사의 말에 두려움에 떨며 움직이지 못하던 소년병들도 창을 들고 언덕 아래로 무작정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소년병들의 발이 떨어진 것이다. 헐레벌떡 언덕 아래로 뛰어가던 소년병들의 눈에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뛰어 내려가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소년병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창 하나만 달랑 주고 일주일 동안 창을 찌르는 법만 알려 주었지 제대로 싸우는 법은 알려 주지 않았다.
다만 루카스만이 제대로 된 창술을 배웠기에 구사할 수 있었다.
대대장과 일반 병사들은 그저 언덕 위에 숨어 불화살만 연신 쏘아 대고 있었다. 전면으로 부딪치는 쪽은 소년병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