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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영주 1권(14화)
Chapter Seven 검을 휘두르는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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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좋다고 그렇게 열심히 수련하냐?”
알렌이 옆으로 누워 심드렁하게 묻자, 아론은 목각 인형을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
“공자님을 위해서.”
빠악! 퍼벅!
손과 발이 연차적으로 오가며 목각 인형의 급소 부분을 연속적으로 타격했다.
“공자님을 위해서? 너 공자님 사랑하냐?”
“어.”
“…….”
담담하게 답하는 아론의 말에, 알렌은 아무 말 없이 눈을 수십여 번을 깜빡이고는 아론에게 물었다.
“뭐, 뭐가 좋은데?”
“내 생명의 은인이잖아. 너도 공자님한테 구원받았잖아? 공자님이 살려 주셨고, 지금 이 안락한 생활도 공자님 덕분이야. 그러는 너는 공자님을 싫어하냐?”
아론의 말을 들은 알렌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죽마고우가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공자님이 우리에게 돈도 주고 하는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려는 목적 때문이 아니라 인체 실험을 위해서거든?’
이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왔으나, 알렌은 다른 말을 내뱉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래도 공자님을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지. 공자님이 뭐 잘해 준 게 있다고. 돈 주는 거밖에 없지 않냐?”
빠아악!
처음에는 차분하다가 갈수록 뺀질거리는 목소리로 알렌이 답하는 순간, 아론의 주먹이 누워 있던 알렌의 광대뼈를 정확하게 때렸다.
“큭. 무슨 짓…….”
“은혜도 모르는 새끼.”
알렌이 채 다 말하기도 전에 아론이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목각 인형을 치는 것에 열중했다.
빠악! 퍼벅!
1
잠에서 깨어난 루멘은 성인식 축하 선물로 아버지가 준 보검, 세아드라를 꺼냈다.
검은빛을 뽐내는 검신이 태양 빛을 반사시키며 번쩍하고 빛났다.
“후우!”
루멘이 짧게 호흡을 한 번 내뱉은 뒤, 자신이 알고 있는 검술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루멘이 알고 있는 검술은 타밀론가의 것이 전부였는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타밀론가의 검술은 수십 가지가 넘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전부 뛰어난 검술들이었다.
루멘이 자연스레 펼칠 수 있는 검술의 수는 일곱 가지.
소드 웨이브, 일루전 소드, 소드 댄싱, 퍼스트 블레이드, 블레이드 크러쉬, 드롭 해머, 페인팅 소드.
우선 루멘이 가장 먼저 펼친 것은 소드 웨이브였다.
소드 웨이브는 검을 휘두른 다음, 손목을 꺾어 검이 허공에 곡선을 그리듯이 하여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것이다.
중상을 입히기는 상당히 힘든 검술이지만, 그래도 상대의 공격 기회를 차단하고, 적잖은 피해로 서서히 상대를 굴복시켜 가는 검술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야 간단하지만, 이 소드 웨이브를 익히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의 검로를 찾아야 하고, 그 검로마다 수천 번씩 검을 휘둘러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꾸준하게, 매일매일 휘둘러야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인 것이다.
슈왁! 슈왁! 슈왁!
루멘의 검이 허공에 곡선을 그리며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휘둘러졌다.
한 삼십여 분을 소드 웨이브만 펼친 루멘이 잠시 한 호흡을 쉰 뒤, 일루전 소드를 펼쳤다.
일루전 소드는 재빠른 속도와 차크라의 응용력이 뛰어나야 펼칠 수 있는 상승의 검법이다.
그냥 사지만 멀쩡하다면 펼칠 수 있는 소드 웨이브와는 달리, 차크라를 사용하여야 하기에 루멘이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후우! 후우!”
거칠게 숨을 몇 번 뱉은 뒤 평범한 자세로, 느릿느릿 팔을 움직였다.
그런데도 그의 검은 희끗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루멘의 검이 허공에 그려 낸 적의 바로 코앞에 닿으려는 순간,
샤아악―!
루멘의 검이 아래서 치고 올라왔다. 놀라운 사실은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단 것이다.
어깨의 움직임도 그대로!
‘여기서 피하고.’
루멘이 그렇게 생각하자, 루멘이 생성해 낸 가상의 적이 뒤로 빠지며 루멘의 검을 피했다. 루멘이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다시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이 빠른 속도로 가상의 적의 심장을 베어 버리려는 듯 움직였다. 검에 실린 위력은 빠른 속도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피하고, 다시 치고 들어온다.’
가상의 적이 루멘의 공격에 뒤로 한 번 빠지며 피한 뒤, 곧장 검이 지나친 루멘의 왼쪽 옆구리로 자세를 낮추며 파고들었다.
그 순간, 횡으로 휘둘러졌던 루멘의 검이 감쪽같이 사라지며, 가상의 적의 머리 위에서 세아드라가 나타났다.
샤악!
가상의 적이 죽었다.
“이건 이 정도만 하고. 이번엔 소드 댄싱인가…….”
루멘이 혀를 쯧 찼다.
소드 댄싱은 그가 그리 좋아하는 검법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우선 스태미나 소모가 크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펼치는 자신 또한 어지러울 정도로 허식(虛飾)이 많기 때문.
“그냥 이건 연습하지 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곧 고개를 저었다. 소드 댄싱은 그가 알고 있는 검술 중에서 다수와 싸우기에 가장 적합했고, 공방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으며, 적은 피해로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사기적인 회복력을 생각한다면 그까짓 것쯤 간단하게 넘어가 줄 수도 있으나, 아픈 것은 매한가지기에 그냥 조금 더 지치고, 피곤한 것이 백배, 천배 나았다.
‘일곱 명? 아니, 열 명으로 해 보자.’
루멘이 열 명의 가상의 적을 떠올렸다. 원을 그리듯 자신을 뱅 둘러싸고 있는 열 명의 적.
대충 검은색에 두루뭉술하게 생긴 적들이지만, 열 명이나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다 깨질 정도였다.
‘덤벼.’
루멘의 생각과 동시에 열 명이 한꺼번에 루멘을 향해 달려들었다.
루멘이 가볍게 지면을 박차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곧장 몸을 틀며 검을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한 놈 잡고.’
가상의 적 중 한 명의 머리를 찔렀다. 가상의 적 한 명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루멘이 자신의 동료 한 명을 죽이자, 가상의 적들은 위기감을 느끼고는 곧장 뒤로 물러나며 루멘을 주시했다.
바닥에 착지한 루멘이 곧장 자신의 정면에 있는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샤아악!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가상의 적이 뒤로 물러서며 피하자, 루멘이 노렸던 가상의 적의 양옆에 있던 가상의 적 두 명이 일시에 루멘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루멘이 왼쪽 다리에 가볍게 힘을 뺐다. 자동으로 무릎이 구부러졌고, 루멘의 신형이 왼쪽으로 쏠렸다. 그와 동시에 루멘이 왼쪽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왼쪽에서 다가오던 가상의 적이 뒤로 물러났고, 루멘이 곧장 바닥에 엎드린 뒤 팔을 구부렸다가 강하게 펴며 몸을 위로 튕겨 올렸다.
그와 함께 루멘이 허리를 비틀었다. 루멘의 다리가 현란하게 회전을 하며 오른쪽에서 다가오던 가상의 적의 턱을 걷어찼다.
루멘이 곧장 뒤로 물러나며 가상의 적들을 노려보았다.
‘이번에도 한 번에 덤벼.’
그러자 말 잘 듣는 가상의 적들은 루멘을 향해 일시에 달려들었다.
소드 댄싱은 총 열두 가지의 자세로 되어 있다.
그것들 모두가 어우러져야 진정한 소드 댄싱이라 할 수 있었다. 소드 댄싱의 자세들 대부분은 가볍고, 유연한 움직임이 생명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흘리거나, 아예 닿지 않을 곳에서 상대를 공격한다.
검술에서는 전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동작들이기에, 이것은 기교(技巧)에 가까운 춤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30분간의 사투 끝에 소드 댄싱으로 가상의 적을 모두 쓰러트린 루멘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소드 댄싱으로 적들을 상대했기에 장난 아닌 체력 소모에 기진맥진했지만, 그래도 수차례 크게 심호흡하며 거칠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후우! 후우!”
루멘이 세아드라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퍼스트 블레이드는 그냥 발검(拔劍)이다. 더 추가할 것도 없는 간단한 발검.
그럼에도 어엿하게 타밀론가의 검술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세 때문이다.
퍼스트 블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반신인데, 이 하반신을 자신이 밥 먹는 손과 같은 위치에 놓인 발을 앞으로 내밀어 굽히고, 다른 발을 살짝 옆으로 벌리며 뻣뻣이 펴 서는 것이다.
안정적인 공격 자세와 더불어 언제든 자유롭게 스텝을 밟을 수 있는 자세였다.
이것 또한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나, 사람의 신체마다 맞는 자세가 따로 있어 수십, 수백 번을 실험해 보아야 하며, 만약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세로 서게 되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 퍼스트 블레이드의 하체 자세였다.
루멘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자세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또 키가 클 때마다 변하는 자세 때문에 성장기 때는 얼마나 지랄발광을 했었는가?
솔직히 말해서 퍼스트 블레이드는 검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그렇다고 하체 수련법이라고 하기에는 선조가 지은 이름이 ‘블레이드’이기에 그냥 검술로 넣어진 것이다.
샤아악―!
루멘이 가볍게 발검을 했다.
그러고는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다른 검로로 발검을 했다.
샤아악!
그렇게 발검(拔劍)과 착검(着劍)을 수십 회 반복하고 나서야 루멘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검술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블레이드 크러쉬, 드롭 해머, 페인팅 소드까지 모두 연습을 마친 루멘이 땀범벅이 된 채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스카에게 말했다.
“물 좀 떠 와.”
“예.”
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는데, 영주가 되어서도―영지는 내팽개쳤더라도―검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이 기사로서 보기 좋았기 때문.
반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 가는 스카와는 반대로, 루멘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전직을 희망하는 걸까?
“아니, 무슨 기사 놈이 물 떠 오라는 명령을 저렇게 좋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