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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기드온 백작은 한때 제국서부귀족 연합 참모진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참모진이었다고 해도 머리가 명석해서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제국제일검이라고 불리는 현 루겐바인 후작인 진과 달리,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음흉하고 속이 검고 협잡했으며, 또한 입에 발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이 물러나기 전까지 기드온 백작은 그의 뒤를 빨면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그 신기루 탑은 루겐바인 후작가의 가주가 바뀌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진 루겐바인 후작은 자신의 아버지인 선대와는 달리 간신배를 싫어하는 진성 무인이었다.
그나마 실력이라도 있으면 제국 서부귀족연합에서 기드온 백작을 기용했을 테지만, 실력도 없이 아부만 할 줄 아는 그를 진 후작이 써줄 리는 만무했다.
결국 기드온 백작은 실권했고, 지금은 자신의 영지에 틀어박혀 영광스럽던 옛날을 기억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뀔 줄 알았다면, 뇌물로 전부 갖다 바치지 말고 몰래 빼돌려서 챙길 것을 그랬어.’
보통의 인물이라면 실력을 키워 복귀할 생각을 할 테지만, 기드온 백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도리어 횡령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기드온 백작.
그런 그에게 있어 현재 화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에게 비밀리에 접촉한 늑대교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들어 모종의 이유로 서부 순회순찰대에 입대한 진 후작의 장남, 아멜 루겐바인이었다.
진 후작은 성정이 올곧은 무인이지만, 그 자식인 아멜은 아비보다는 할아버지를 닮은 인물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아멜은 야망이 넘쳤고, 주색을 즐겼으며, 계략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모든 면에 있어 아멜은 기드온 백작과 쿵짝이 잘 맞을 주군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아멜이 장자인 것은 맞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재 루겐바인가의 정식 후계자인 케인 루겐바인은 제 아비를 닮아 정도(正道)만을 걷는 인물이었다.
그나마 케인은 진과 달리 무에 재능이 없고, 또한 친모인 아이리 후작부인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아 유약했다.
그렇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비롯한 제국 서부귀족연합이 케인을 구워삶아 바지대표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혹독한 야생이 될 가능성이 컸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아멜이 차기 후작이 되고 그에게 빌붙는 것이 기드온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드온은 아멜에게 어떻게 잘 보일까 궁리하던 찰나였다.
이미 영내를 수색해 어리고 예쁜 여식들을 수탈한 상황이기도 했다.
평소 여색을 밝히던 기드온임에도 불구하고, 아멜에게 바치기 위해 꾹 참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망했다…….’
이 모든 계획은 시작부터 망해 버렸다.
“하, 하하… 하하하! 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최대한 비굴한 웃음을 지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인사를 다시 건네는 기드온.
“…오랜만?”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지, 아멜은 기드온을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자신이 아멜을 못 알아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아멜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접니다, 저. 기드온 백작.”
“아,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기드온 백작님.”
이름을 알려 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못 알아보는 척을 하는 아멜.
그 모습을 보고 기드온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
그와 아멜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아직 아멜이 아직 어렸을 때였다.
23년 전, 당시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제국 서부귀족연합을 이끌고 제국 남부로 세력을 점차 확장해 나가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되었고,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본가로 돌아와야만 했다.
— 이런 도둑고양이 같은 년이! 감히 평민 주제에 내 자식을 꼬셔!
선대 루겐바인 후작과 참모진이 본가에 돌아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어느 붉은 머리의 여인.
— 아멜, 인사하렴. 네 할아버지란다. 어서 오시지요, 시아버님.
— 닥쳐라, 이 개년아! 누가 네 시아버지라는 거냐! 난 너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선대 루겐바인 후작과 가신 및 그를 따르는 참모귀족들이 남부진출로 인해 집을 비운 사이, 애니라 불리는 어느 농가의 여인이 무도(武道)를 걷고 있던 진을 꼬셔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이미 아이까지 출산된 상황이라 여인의 입지는 이미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이었고, 천박한 평민 따위가 루겐바인가의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는 사실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노발대발했다.
이후, 거진 10여년간 루겐바인가 내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정치싸움이 이어졌다.
기나긴 싸움은 참모귀족들의 활약으로 애니가 계략에 걸려들면서 끝이 났다.
그 결과, 애니는 처형당하게 되었다.
기드온 역시 그 과정에서 애니와 시시때때로 부딪쳤다.
그렇기 때문에 아멜에게 있어 기드온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한 장본인들 중 하나로 인식될 터였다.
기드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멜은 소년이기 때문에 못 알아볼 수 있지만, 아멜은 자신의 어머니가 참모귀족들과 선대 루겐바인 후작의 합작으로 처형을 당할 때부터 단 한순간도 잊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아멜.
기드온은 그런 아멜의 모습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의 모습이 겹쳐졌다.
‘주군께서도 때에 따라서 과거의 일을 없던 취급을 하시고 장기 말로 받아들이신 적이 있었지. 역시 도련님은 진보다 주군을 더 닮으신 건가.’
비록 오랜만의 재회는 첫 인사부터 어긋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멜이 애니의 처형에 대해 잊어 준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저희, ‘처음’ 만나는 거였지 말입니다.”
일부러 처음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어 말하는 기드온.
“아, 예. 뭐… 처음이죠.”
말끝을 흐리는 아멜.
아멜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은 기드온에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직 관계를 다시 정립해 나갈 기회가 있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도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연회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뭣들 하느냐! 연회장으로 안내해 드려라!”
***
기드온 백작이라는 사람은 조금 이상한 사람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못 알아보더니 내가 정체를 밝히자 오랜만이라고 하고, 혹시 아는 사이인가 하고 되물으니 처음 보는 거라 말하고,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 하는 사람인가?
기드온은 종이를 갖다 대면 그대로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콧날이 인상적이었다.
외모만 봐서는 40∼50대 정도쯤 되어 보였다.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나, 자세만큼은 무척이나 올곧았다.
그 때문인지 자존심이 꽤나 드세 보였다.
“소대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트린이 귓속말로 나에게 이후 일정에 대해 물어봤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그렇게 말하며 잽싸게 장교수첩을 펼쳐 행동강령을 살펴봤다.
문득 머릿속에 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본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 장교가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시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술과 선물을 잔뜩 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누군가 청원을 넣었고, 해당 장교는 징계를 받았다.
군대라는 곳은 규율이 다른 조직보다 엄격한 곳이었다.
기드온 백작의 호의를 받는 게 어쩌면 규율에 어긋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관한 지 이제 한 달 되었는데, 징계를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참고로 저번에 중대장이 혼을 낸 것은 그녀가 따로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찾아보니 임무 중 현지에서 유력자와의 관계는 자율에 맡긴다고 적혀 있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점이지, 대놓고 뇌물을 수수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순회순찰대는 엄연히 관군이니까.
현물은 금지, 현금은 3만 원 이하, 뭐 이런 식으로 빡빡한 규정만 없다뿐이지 선은 지켜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부패한 군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으음, 희대의 난봉꾼이라 불리는 아멜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 아멜의 속에는 내가 들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난봉꾼에 망나니라 불리는 아멜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를 개선하고 전역해서 후작가에서 여유롭게 살아갈 거다.
게다가 아멜은 후작가의 장남이 아닌가.
아마도 작위의 계승권자 역시 나일 게 분명했다.
더 늦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이미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겠어.
기드온 백작을 따라 식당으로 이동하니, 부엌 안쪽에서 요리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급하게 요리를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우 어수선한 게 준비가 되어 있다기보다는 허겁지겁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요리사는 자다가 왔는지 머리에 쓰고 있는 게 조리모가 아닌, 잠잘 때나 쓸 법한, 방울 무늬 새겨진 고깔모자였다.
“크흠,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고개를 돌려 잠시 부엌을 쳐다보고 있자니, 기드온이 안절부절못하면서 물어 왔다.
흐음…….
아무리 내가 후작가 장남이라지만, 이 백작 아저씨 너무 쫄아 있는 거 아냐?
백작이면 나름 높은 작위일 텐데,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의외로 순회순찰대가 가지는 공권력이 귀족들한테 강하게 먹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은 금방 수정되었다.
“잠깐. 네놈은 밖에서 기다리지 그래?”
나를 먼저 식당 안으로 들여보낸 기드온 백작은 뒤따라오던 카트린을 저지하며 말했다.
카트린을 쳐다보는 기드온 백작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내게 줄곧 보여 오던 비굴한 표정과는 달리, 매우 거만한 표정이었다.
기드온 백작은 인상을 잔뜩 쓴 채 카트린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카트린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뒷걸음질로 식당에서 멀어지는 그녀.
“잠깐.”
내가 소리를 내자, 기드온 백작과 카트린이 나를 쳐다봤다.
“카트린은 제 동료이자 이번 임무의 파트너입니다. 저를 연회에 초대한다 해 놓고서 정작 파트너는 입장 불가라니… 그렇게 나오시면 저 역시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백작님.”
내 말에 기드온 백작이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도련님의 파트너인 줄도 모르고… 자자, 들어오시죠. 여봐라! 지금 당장 1인분 더 준비해라!”
곁눈질로 부엌을 보니 주방장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뒤 부엌에 들어가 조미료 통을 더 가져와 끓이고 있던 국인지 스프인지 모를 무언가에 더 때려 박았다.
“하하, 그러고 보니 저 여인의 붉은 머리는 도련님의 어머니를 닮은 것 같군요.”
“제 어머니를 아십니까?”
“아…….”
난 그냥 아멜의 어머니인 후작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기드온 백작이 엄청 당황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아, 그… 모, 모르지요. 보, 본 적도 없습니다. 네, 모르는 사람입니다.”
“아까는 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 제가 말입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하하!”
엄청 어색한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기드온 백작.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아멜의 어머니를 안다고 했다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뭔가 머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이렇든 저렇든, 일단 민정 시찰 암행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지 영방군의 수장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우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 둘이 걸어와 식당과 이어져 있는 통로를 지키기 시작했다.
“하하, 요리는 금방 나올 겁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드시죠.”
기드온 백작이 기다란 테이블의 상석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상석에 앉으시죠.”
“아이고,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감히 어떻게 도련님보다 상석에 앉겠습니까.”
“…불편해서 그럽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상석에 앉도록 하겠습니다.”
기드온 백작은 허겁지겁 자리를 옮겼다.
그가 옮기기 전의 자리에 내가 앉았고, 그 맞은편에 카트린이 앉았다.
잠시 앉아 있자 요리사가 음식을 가져와 식탁 위에 올리며 말했다.
“식사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애피타이저부터 내드리겠습니다. 오늘 드실 것은 라즐리베리를 메인으로 샐러드입니다.”
접시 위에는 무색의 드래싱이 묻은 과일 샐러드가 있었다.
서홍빛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조그마한 딸기가 인상적인 샐러드였다.
“흠?”
그런데 샐러드를 보자마자 카트린이 갑자기 신음을 흘렸다.
“카트린, 알레르기인가?”
보통 베리류는 알레르기가 있다고 알려진 바가 없지만, 여기는 다른 세계인 만큼 혹시나 해서 한 번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단지 쉽게 보기 힘든, 귀한 과일을 봐서 놀랐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렇지! 군부의 개치고는 보는 눈이 있군. 그래, 맞네. 라즐리베리는 쉬이 구하기 힘든 과일이지.”
군부의 개라는 말에 내가 살짝 째려보자, 기드온 백작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죄송합니다, 도련님. 자, 드시지요.”
나는 숟가락을 뻗어 샐러드를 앞접시에 조금 던 후, 맛을 음미했다.
“오…….”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 안을 감도는 산뜻한 과일향.
씹자마자 흘러나오는 당도 높은 과즙.
그리고 천천히 퍼져 흐르는 알 수 없는 청량감까지.
귀족의 식사 예절이나 복작한 것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소심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라즐리베리는 그런 것을 잊게 할 정도로 맛있었다.
“백작님. 손님이 왔습니다.”
한창 라즐리베리를 음미하는 동안 집사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기드온 백작에게 귓속말을 했다.
집사의 이야기를 듣던 기드온 백작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저어, 도련님.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잠시 누굴 만나고 와야겠습니다. 본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돌아올 테니, 그동안 코스를 즐기고 계셔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기드온 백장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백작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카트린이 잠시 주위를 둘러본 뒤에 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소대장님, 라즐리베리는 북부 특산물입니다. 서부에서는 구하기가 힘든 과일이기도 하죠. 진 후작님조차 자주 드시지 못할 정도로 귀한 과일입니다. 그런 귀물을 기드온 백작이 어떻게 구한 걸까요?”
서왕이라 불리는 아멜의 아버지조차 몇 번 먹지 못한 북부의 특산물을 백작이 손님 접대용으로 쉬이 내놓았다.
확실히 카트린의 말대로 뭔가 수상했다.
“흐음, 확실히 수상하긴 하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정말 좋아해서 발품을 팔아 구해 왔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
“…소대장님, 기드온 백작령은 부유한 영지가 아닙니다.”
기드온 백작은 한때 제국서부귀족 연합 참모진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참모진이었다고 해도 머리가 명석해서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제국제일검이라고 불리는 현 루겐바인 후작인 진과 달리,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음흉하고 속이 검고 협잡했으며, 또한 입에 발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이 물러나기 전까지 기드온 백작은 그의 뒤를 빨면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그 신기루 탑은 루겐바인 후작가의 가주가 바뀌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진 루겐바인 후작은 자신의 아버지인 선대와는 달리 간신배를 싫어하는 진성 무인이었다.
그나마 실력이라도 있으면 제국 서부귀족연합에서 기드온 백작을 기용했을 테지만, 실력도 없이 아부만 할 줄 아는 그를 진 후작이 써줄 리는 만무했다.
결국 기드온 백작은 실권했고, 지금은 자신의 영지에 틀어박혀 영광스럽던 옛날을 기억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뀔 줄 알았다면, 뇌물로 전부 갖다 바치지 말고 몰래 빼돌려서 챙길 것을 그랬어.’
보통의 인물이라면 실력을 키워 복귀할 생각을 할 테지만, 기드온 백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도리어 횡령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기드온 백작.
그런 그에게 있어 현재 화두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에게 비밀리에 접촉한 늑대교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근 들어 모종의 이유로 서부 순회순찰대에 입대한 진 후작의 장남, 아멜 루겐바인이었다.
진 후작은 성정이 올곧은 무인이지만, 그 자식인 아멜은 아비보다는 할아버지를 닮은 인물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아멜은 야망이 넘쳤고, 주색을 즐겼으며, 계략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모든 면에 있어 아멜은 기드온 백작과 쿵짝이 잘 맞을 주군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아멜이 장자인 것은 맞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재 루겐바인가의 정식 후계자인 케인 루겐바인은 제 아비를 닮아 정도(正道)만을 걷는 인물이었다.
그나마 케인은 진과 달리 무에 재능이 없고, 또한 친모인 아이리 후작부인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아 유약했다.
그렇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비롯한 제국 서부귀족연합이 케인을 구워삶아 바지대표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혹독한 야생이 될 가능성이 컸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아멜이 차기 후작이 되고 그에게 빌붙는 것이 기드온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드온은 아멜에게 어떻게 잘 보일까 궁리하던 찰나였다.
이미 영내를 수색해 어리고 예쁜 여식들을 수탈한 상황이기도 했다.
평소 여색을 밝히던 기드온임에도 불구하고, 아멜에게 바치기 위해 꾹 참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망했다…….’
이 모든 계획은 시작부터 망해 버렸다.
“하, 하하… 하하하! 오,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최대한 비굴한 웃음을 지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인사를 다시 건네는 기드온.
“…오랜만?”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지, 아멜은 기드온을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자신이 아멜을 못 알아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아멜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접니다, 저. 기드온 백작.”
“아,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기드온 백작님.”
이름을 알려 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못 알아보는 척을 하는 아멜.
그 모습을 보고 기드온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
그와 아멜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아직 아멜이 아직 어렸을 때였다.
23년 전, 당시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제국 서부귀족연합을 이끌고 제국 남부로 세력을 점차 확장해 나가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계획은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되었고,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본가로 돌아와야만 했다.
— 이런 도둑고양이 같은 년이! 감히 평민 주제에 내 자식을 꼬셔!
선대 루겐바인 후작과 참모진이 본가에 돌아왔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어느 붉은 머리의 여인.
— 아멜, 인사하렴. 네 할아버지란다. 어서 오시지요, 시아버님.
— 닥쳐라, 이 개년아! 누가 네 시아버지라는 거냐! 난 너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선대 루겐바인 후작과 가신 및 그를 따르는 참모귀족들이 남부진출로 인해 집을 비운 사이, 애니라 불리는 어느 농가의 여인이 무도(武道)를 걷고 있던 진을 꼬셔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이미 아이까지 출산된 상황이라 여인의 입지는 이미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이었고, 천박한 평민 따위가 루겐바인가의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는 사실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은 노발대발했다.
이후, 거진 10여년간 루겐바인가 내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정치싸움이 이어졌다.
기나긴 싸움은 참모귀족들의 활약으로 애니가 계략에 걸려들면서 끝이 났다.
그 결과, 애니는 처형당하게 되었다.
기드온 역시 그 과정에서 애니와 시시때때로 부딪쳤다.
그렇기 때문에 아멜에게 있어 기드온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한 장본인들 중 하나로 인식될 터였다.
기드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멜은 소년이기 때문에 못 알아볼 수 있지만, 아멜은 자신의 어머니가 참모귀족들과 선대 루겐바인 후작의 합작으로 처형을 당할 때부터 단 한순간도 잊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아멜.
기드온은 그런 아멜의 모습에 선대 루겐바인 후작의 모습이 겹쳐졌다.
‘주군께서도 때에 따라서 과거의 일을 없던 취급을 하시고 장기 말로 받아들이신 적이 있었지. 역시 도련님은 진보다 주군을 더 닮으신 건가.’
비록 오랜만의 재회는 첫 인사부터 어긋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멜이 애니의 처형에 대해 잊어 준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저희, ‘처음’ 만나는 거였지 말입니다.”
일부러 처음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어 말하는 기드온.
“아, 예. 뭐… 처음이죠.”
말끝을 흐리는 아멜.
아멜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은 기드온에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직 관계를 다시 정립해 나갈 기회가 있다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도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연회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뭣들 하느냐! 연회장으로 안내해 드려라!”
***
기드온 백작이라는 사람은 조금 이상한 사람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못 알아보더니 내가 정체를 밝히자 오랜만이라고 하고, 혹시 아는 사이인가 하고 되물으니 처음 보는 거라 말하고,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 하는 사람인가?
기드온은 종이를 갖다 대면 그대로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콧날이 인상적이었다.
외모만 봐서는 40∼50대 정도쯤 되어 보였다.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나, 자세만큼은 무척이나 올곧았다.
그 때문인지 자존심이 꽤나 드세 보였다.
“소대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트린이 귓속말로 나에게 이후 일정에 대해 물어봤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그렇게 말하며 잽싸게 장교수첩을 펼쳐 행동강령을 살펴봤다.
문득 머릿속에 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본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 장교가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시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술과 선물을 잔뜩 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누군가 청원을 넣었고, 해당 장교는 징계를 받았다.
군대라는 곳은 규율이 다른 조직보다 엄격한 곳이었다.
기드온 백작의 호의를 받는 게 어쩌면 규율에 어긋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관한 지 이제 한 달 되었는데, 징계를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참고로 저번에 중대장이 혼을 낸 것은 그녀가 따로 기록으로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찾아보니 임무 중 현지에서 유력자와의 관계는 자율에 맡긴다고 적혀 있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점이지, 대놓고 뇌물을 수수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순회순찰대는 엄연히 관군이니까.
현물은 금지, 현금은 3만 원 이하, 뭐 이런 식으로 빡빡한 규정만 없다뿐이지 선은 지켜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부패한 군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으음, 희대의 난봉꾼이라 불리는 아멜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 아멜의 속에는 내가 들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난봉꾼에 망나니라 불리는 아멜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를 개선하고 전역해서 후작가에서 여유롭게 살아갈 거다.
게다가 아멜은 후작가의 장남이 아닌가.
아마도 작위의 계승권자 역시 나일 게 분명했다.
더 늦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이미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겠어.
기드온 백작을 따라 식당으로 이동하니, 부엌 안쪽에서 요리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급하게 요리를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우 어수선한 게 준비가 되어 있다기보다는 허겁지겁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요리사는 자다가 왔는지 머리에 쓰고 있는 게 조리모가 아닌, 잠잘 때나 쓸 법한, 방울 무늬 새겨진 고깔모자였다.
“크흠,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고개를 돌려 잠시 부엌을 쳐다보고 있자니, 기드온이 안절부절못하면서 물어 왔다.
흐음…….
아무리 내가 후작가 장남이라지만, 이 백작 아저씨 너무 쫄아 있는 거 아냐?
백작이면 나름 높은 작위일 텐데,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의외로 순회순찰대가 가지는 공권력이 귀족들한테 강하게 먹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은 금방 수정되었다.
“잠깐. 네놈은 밖에서 기다리지 그래?”
나를 먼저 식당 안으로 들여보낸 기드온 백작은 뒤따라오던 카트린을 저지하며 말했다.
카트린을 쳐다보는 기드온 백작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내게 줄곧 보여 오던 비굴한 표정과는 달리, 매우 거만한 표정이었다.
기드온 백작은 인상을 잔뜩 쓴 채 카트린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카트린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뒷걸음질로 식당에서 멀어지는 그녀.
“잠깐.”
내가 소리를 내자, 기드온 백작과 카트린이 나를 쳐다봤다.
“카트린은 제 동료이자 이번 임무의 파트너입니다. 저를 연회에 초대한다 해 놓고서 정작 파트너는 입장 불가라니… 그렇게 나오시면 저 역시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백작님.”
내 말에 기드온 백작이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도련님의 파트너인 줄도 모르고… 자자, 들어오시죠. 여봐라! 지금 당장 1인분 더 준비해라!”
곁눈질로 부엌을 보니 주방장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뒤 부엌에 들어가 조미료 통을 더 가져와 끓이고 있던 국인지 스프인지 모를 무언가에 더 때려 박았다.
“하하, 그러고 보니 저 여인의 붉은 머리는 도련님의 어머니를 닮은 것 같군요.”
“제 어머니를 아십니까?”
“아…….”
난 그냥 아멜의 어머니인 후작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기드온 백작이 엄청 당황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아, 그… 모, 모르지요. 보, 본 적도 없습니다. 네, 모르는 사람입니다.”
“아까는 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 제가 말입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하하!”
엄청 어색한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기드온 백작.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아멜의 어머니를 안다고 했다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뭔가 머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이렇든 저렇든, 일단 민정 시찰 암행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지 영방군의 수장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우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 둘이 걸어와 식당과 이어져 있는 통로를 지키기 시작했다.
“하하, 요리는 금방 나올 겁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드시죠.”
기드온 백작이 기다란 테이블의 상석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상석에 앉으시죠.”
“아이고,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감히 어떻게 도련님보다 상석에 앉겠습니까.”
“…불편해서 그럽니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상석에 앉도록 하겠습니다.”
기드온 백작은 허겁지겁 자리를 옮겼다.
그가 옮기기 전의 자리에 내가 앉았고, 그 맞은편에 카트린이 앉았다.
잠시 앉아 있자 요리사가 음식을 가져와 식탁 위에 올리며 말했다.
“식사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애피타이저부터 내드리겠습니다. 오늘 드실 것은 라즐리베리를 메인으로 샐러드입니다.”
접시 위에는 무색의 드래싱이 묻은 과일 샐러드가 있었다.
서홍빛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조그마한 딸기가 인상적인 샐러드였다.
“흠?”
그런데 샐러드를 보자마자 카트린이 갑자기 신음을 흘렸다.
“카트린, 알레르기인가?”
보통 베리류는 알레르기가 있다고 알려진 바가 없지만, 여기는 다른 세계인 만큼 혹시나 해서 한 번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단지 쉽게 보기 힘든, 귀한 과일을 봐서 놀랐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렇지! 군부의 개치고는 보는 눈이 있군. 그래, 맞네. 라즐리베리는 쉬이 구하기 힘든 과일이지.”
군부의 개라는 말에 내가 살짝 째려보자, 기드온 백작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죄송합니다, 도련님. 자, 드시지요.”
나는 숟가락을 뻗어 샐러드를 앞접시에 조금 던 후, 맛을 음미했다.
“오…….”
먹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 안을 감도는 산뜻한 과일향.
씹자마자 흘러나오는 당도 높은 과즙.
그리고 천천히 퍼져 흐르는 알 수 없는 청량감까지.
귀족의 식사 예절이나 복작한 것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소심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라즐리베리는 그런 것을 잊게 할 정도로 맛있었다.
“백작님. 손님이 왔습니다.”
한창 라즐리베리를 음미하는 동안 집사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기드온 백작에게 귓속말을 했다.
집사의 이야기를 듣던 기드온 백작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저어, 도련님.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어서 잠시 누굴 만나고 와야겠습니다. 본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돌아올 테니, 그동안 코스를 즐기고 계셔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기드온 백장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백작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카트린이 잠시 주위를 둘러본 뒤에 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소대장님, 라즐리베리는 북부 특산물입니다. 서부에서는 구하기가 힘든 과일이기도 하죠. 진 후작님조차 자주 드시지 못할 정도로 귀한 과일입니다. 그런 귀물을 기드온 백작이 어떻게 구한 걸까요?”
서왕이라 불리는 아멜의 아버지조차 몇 번 먹지 못한 북부의 특산물을 백작이 손님 접대용으로 쉬이 내놓았다.
확실히 카트린의 말대로 뭔가 수상했다.
“흐음, 확실히 수상하긴 하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정말 좋아해서 발품을 팔아 구해 왔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
“…소대장님, 기드온 백작령은 부유한 영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