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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영주 1권(21화)
Chapter Ten 나약한 괴물과 나약한 인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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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24살의 나이에 마스터에 오른 천재.
그는 뛰어난 스승 밑에서 수련을 받은 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악행을 보면 참지 못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싸운다.
뛰어난 검술로 악적을 물리치고, 억울한 이들을 구하는 등의 행위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꺄악―!”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리따운 여성의 비명 소리!
수도 못지않을 만큼 거대한 타밀론 후작령의 본성에서 이러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어떤 미친놈이 악행을 저지르는가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고자가 아니기에 남자로서 당연히 발정 난 수컷으로서의 반응…… 따윈 없고, 빨리 여인을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진짜로 데릭은 100퍼센트 그런 반응 따윈 없었다.
……라고 속으로 되뇌며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자기세뇌를 하고 있었다.
아무튼 데릭은 전속력을 다해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소리가 난 후미진 골목에 도착했을 때, 데릭은 생전 처음 보는 끔찍한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피를 온몸에 덕지덕지 묻힌 소년이 여인의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의 옆에는 중년의 사내가 몸 이곳저곳이 뜯겨진 채 죽어 있었다.
참담한 상황에 데릭은 저도 모르게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눈앞에 비친 소년은 인간이 아니었다. 괴물이다.
“크르?”
그때, 소년이 데릭을 쳐다봤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데릭은 반사적으로 필드를 개방했다.
마스터의 상징인 필드! 비록 지나치게 필드를 넓히면 필드 안의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차크라를 상당히 많이 소모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다.
본능이 그리하라고 시켰다.
거의 직경 10미터 가까이 필드를 개방시킨 데릭은 자신의 대검을 소년을 향해 겨누었다.
그의 대검 끝이 번쩍이는 순간, 소년이 물고 있던 여성을 집어 던진 후 데릭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이익―
소년의 몸이 바람 소리를 낼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데릭에게 도달했다. 소년의 몸이 데릭의 필드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데릭은 소년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을 수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하지만 알 수 있다.
소년의 근육의 움직임, 바람의 움직임 등을 따져 볼 때, 소년이 공격할 곳은.
‘왼쪽.’
데릭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샤악!
소년의 손톱이 데릭의 머리 바로 옆을 지나쳤다. 데릭이 재빠르게 왼발로 원을 그리듯 돌며 소년의 뒤로 움직였다. 그 순간, 작게 어깨를 움직였다.
데릭의 대검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소년의 몸을 절단할 듯했다.
하지만 소년은 곧장 데릭의 대검에 한 손을 얹고는 대검 위에 한 손으로 물구나무섰다.
아주 묘기를 부린다.
데릭이 손목을 비틀어 대검의 날을 세웠다. 소년은 곧장 대검에서 내려와 데릭의 하체 부위를 파고들었다.
소년의 움직임은 예측한 바다. 소년의 움직임은 자신보다 빠르지만, 소년은 필드를 펼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필드를 펼칠 줄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튼 간에 소년이 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필드는 그의 영역이다.
집으로 따지면 안방이다.
소년이 빨라도 그는 예측하고 막아 낼 수 있다. 그래, 그래야만 한다.
데릭은 소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피함과 동시에 검으로 소년을 베려고 했다.
하지만 소년의 속도는 데릭이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빨랐다.
소년의 움직임을 알아도, 막을 수 없다.
데릭은 소년에게 하체를 잡혀 바닥을 굴렀다.
“크윽!”
소년을 떼어 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소년이 데릭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길게 자란 송곳니가 보였다.
“배, 뱀파이어……!”
데릭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소년의 송곳니가 곧장 데릭의 목을 파고들었다.
푸슉!
데릭이 마지막 느낀 감각이었다.

“쯧. 아무튼 대단하다니까.”
알렌이 혀를 차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알렌을 본 소년은 곧장 알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악! 제발 적아 구분은 하란 말이다!”
소년에게 목이 물린 상태에서 알렌은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죽지야 않겠지만, 기분은 엄청나게 더럽다고!”

1

가장 가까운 마을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여섯 시간 이상 움직여야 했다. 피터는 큰 나무 위로 올라가 멀리 내다보았다. 아직 괴물은 죽지 않았다. 내면 깊숙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하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물론 그런 엄청난 대군을 상대하려면 시간이야 오래 걸리겠지만, 너무 조용했다.
집중을 하면 수만, 수천 개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긴 하였으나, 너무 규율이 있었다.
“아주 깨끗한데 말이야…….”
대충 미러 영지가 있는 곳의 위치를 쳐다보며 피터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먼지라도 일어나든가, 아니면 숲에 불이라도 나던가 해야 ‘아! 저기서 아주 박 터지게 싸우고 있구나!’라고 생각이라고 할 터인데, 여기선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는 수 없이 피터는 다른 이들을 불렀다.
“너무 오래 걸리는 듯한데…… 알렌, 네가 좀 갔다 와라.”
“뭐? 내가 왜?”
“왜는 뭐가 왜야? 넌 영주님이 시체로 발견되면 기분이 좋겠냐?”
“시체는 개뿔이. 괴물이 들락날락하기만 해도 느껴지는데, 죽으면 몸이 파르르 떨리겠지.”
가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며 투덜거리는 알렌의 말에 피터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 때문에 그렇게 싫다고 하는 거야?”
루멘과 그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응당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내 하루 최소 수면 시간은 12시간이라고! 그런데 벌써 14시간이 뛰어다녔어! 이러다가 내 피부 다 푸석푸석해지면 책임질 거야?”
“…….”
할 말은 잃은 피터가 멍하니 알렌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런 녀석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귀찮은 건 죽어도 하기 싫어하고, 제 피부와 여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녀석이다.
“더군다나 괴물이 멀쩡하게 돌아다니잖아! 넌…… 아니, 영주 대리님께선 목이 물려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요.”
“그래서 안 간다고?”
“그래! ……요. 아나, 짜증나네. 이놈의 경어는 제대로 붙지도 않아.”
경어가 제대로 붙지 않는 게 아니고, 피터에게 경어를 사용하기 어색하고, 싫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그걸 알아들은 피터이나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아론에게 말했다.
“그럼 아론 네가 좀 가 줄래?”
“갑자기 말투가 온순해지는군요.”
알렌에게와는 달리, 상당히 친절한 말투였다. 알렌이 이죽거리자, 피터가 그를 향해 인상을 와락 썼다.
“…….”
“아…… 뭐, 그러지요.”
“내가 갈게.”
아론이 고개를 끄덕일 때, 루시가 슬쩍 손을 들었다. 그러곤 곧장 아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너도 영주님 꼭지 돌아가면 무섭잖아.”
“그, 그렇긴 한데…….”
“난 안 무서워. 난 어떤 모습의 영주님이라도 좋아하는걸. 헤헤. 그러니까 내가 갈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루시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그에 아론이 우물쭈물 미묘하게 대답했다.
“아…… 응, 뭐.”

한편 스카는 이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괴물은 또 뭐고, 목이 물린다는 말은 또 무엇이며, 꼭지가 돌아간다는 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
‘꼭지가 돌았다는 건…… 화가 났다는 걸 말하는 건가? 그럼 괴물하고 목을 물리다니?’
왠지 왕따가 된 기분이다.
아니, 이들은 자신이 알기 전부터 매우 친했던 듯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신과 같이 꽤나 멀찍이 떨어져 강 건너 불구경하듯 눈만 껌뻑껌뻑거리고 있는 이는 아이린 한 명밖에 없었다.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좋아. 그럼 루시가 갔다 오고, 우린 여기서 야영을 할 준비를 하도록 하죠.”
피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스카를 향해 말했다. 스카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죠, 영지민들도 많이 지친 듯하니요.”
“아, 그리고 촌장님 어디 계시죠?”
피터가 로칸을 찾았다. 곧이어 피터의 부름을 받은 로칸이 달려왔다.
“왜 그러십니껴, 영주 대리님?”
“영지민들 중 지금 꽤나 편히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됩니까?”
“남자들만 해서 대충 30명 정도 될 깁니다.”
“그럼 그중 20명은 식량 조달을 시키고, 나머지는 잠을 청할 자리와 장작을 구해 오도록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로칸이 곧 피터의 명령에 따라 사내 서른 여명에게 일을 시켰고, 피터는 곧장 루시를 쳐다봤다.
“뭣하면 그냥 영주님은 버리고 와.”
“전 영주님하고 같이 싸울 건데요?”
“싸우다간 너만 피 보니까, 설렁설렁해. 어차피 그 인간은 칼 맞아도 멀쩡하게 돌아다니잖아.”
“알았어요. 그럼 전 다녀올게요.”
“팔은 부러져도, 다리는 조심해서 좀 빨리 갔다 와.”
“네, 네.”
루시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몸을 날렸다.

루시가 달려가자, 스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겁니까?”
“누구요? 루시요?”
“예. 저기에 얼마나 많은 고블린들이 있는데, 어떻게 여자 혼자 보냅니까? 제가 지금 당장 따라가겠습니다.”
“놔두세요. 쟤가 보기엔 여려도 나보다 주먹이 세니까요. 맞으면 뼈도 못 추립니다.”
무엇이 생각났는지, 피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 그게 무슨…….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여자 혼자 보내는 겁니까?”
“음…… 왜 여자는 혼자서 행동하면 안 되죠?”
“제가 언제 여자 혼자서 행동하면 안 되다고 했습니까? 저길 혼자서 걸어 들어가다니, 위험하니 그런 거죠!”
스카의 말에 피터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1년간 딱히 알려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알려 준다고 믿을 거라고 기대도 안 한다.
하지만 이렇게 귀찮게 굴어선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었다.
피터는 뭐라고 대답할까 하다 그냥 간단하게 대답했다.
“루시가 보입니까?”
“……?”
“지금 이 자리에서 눈에 보이면 따라가세요. 그 정도라면 루시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
피터의 말에 스카가 두 눈을 껌뻑였다.
“아, 안 보이네?”
기껏해야 1, 2분이었는데, 루시가 보이지 않았다.
스카는 엑스퍼트에 오른 기사다. 그의 시력을 상상을 초월한다. 최대한 집중을 하면 5킬로미터 밖의 글자는 못 읽어도,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정도의 시력은 된다.
이곳에서부터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대충 10킬로미터는 직진이다. 커브길이 없다.
그런데 루시가 보이지 않았다.
루시의 실력이 스카의 생각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거다.
그가 황망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무슨 하녀가 저렇게 달리기를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