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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5화)
2장 로엔하르트와 여인들(2)
-3-
“그런데 그 녀석 이름 뭐야.”
엎드려서 꼬리뼈 부근에 안마를 받고 있는 로엔하르트는 애린의 말에 응수하기도 싫었지만, 안 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뜸을 들이며 말했다.
“가필드야.”
“그래? 가필드야! 오랜만에 나도 운동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이리 와서 어깨 좀 두드려라.”
냐아아아아.
두려움에 떠는 안마 고양이 가필드.
꼬리뼈를 두드리는 가필드의 다리가 진동이 된다.
“그만 좀 해, 애가 무서워하잖아, 내려와.”
냐앙.
타닥.
바닥으로 내려선 녀석은 엎드린 자리에서 앉는 자세로 고쳐 앉은 로엔하르트의 무를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가필드는 명백하게 애린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누나, 솔직하게 말해서 누나 혼자 다 들고 올 수 있으면서, 왜 아이들을 시키는 거야.”
“뭐어?! 내가? 이 가냘픈 팔로 어떻게 그 무거운 것들을 들고 오라고 하니! 넌 참, 동생이 되어서, 그런 걸로 좀생이 같이.”
“누나의 이능이 ‘괴력’이란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잖아, 괴력으로 들고 오면 되지.”
“너어어!! 도대체 알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 누구니!”
“에이, 다 알면서.”
호들갑을 떠는 누나를 재밌게 놀려 먹었다.
누나는 ‘마술사’―‘괴력’―‘소드 어뎁터’다.
보통 소드 어뎁터라 하면 일반적인 프로 전사급으로 혼자서 오크들도 찜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괴물인데. 거기에다가 이능인 ‘괴력’까지 포함되어서 한 단계의 위에 있는 로엔하르트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괴물이다.(남자의 중심부를 맞은 것도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런 밑바탕이 있기에 로엔하르트가 패배한 것이었다.)
누나의 괴력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황실의 물건을 도둑 길드에 팔다가 딱 걸려서 용돈을 안 주는 벌을 받게 된 누나는 바로 황금 탑에 딱 붙어서 힘을 주어 황금 탑의 벽을 떼어서 팔아넘기려는 일을 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누나가 팔아넘기려고 한 황금 탑의 황금 벽은 그 무게가 무려 450t을 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소문이다.)
“어서! 작업이나 시작해!”
“예예, 참! 그러기 전에 나 배고픈데.”
애린의 눈이 도끼처럼 변했다.
금방이라도 뚝딱뚝딱 나무꾼이 나무를 두드리듯 애린의 눈동자가 이제는 로엔하르트의 온몸을 두드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
나이스 타이밍!
“뭐야?!”
애린의 노처녀 히스테리 같은 느낌으로 고함을 질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것은 리즈였다.
“나머지 언니들 왔어요.”
“아, 그렇군. 식사부터 하는 게 순서군. 누나 밥 먹고 하자.”
“야!”
우렁찬 누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리즈와 함께 로엔하르트를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갔다.
그녀들은 총 다섯 명으로 로엔하르트가 여러 가지의 의미로 아끼는 존재들이었다.
각각 호마 그리폰, 피나, 크리스티나 에멘로스트, 일리아 키즈, 이프릴 키즈였다.
다섯 모두 최소 ‘로드 스타트’의 사람들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로드 스타트’에 이르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그녀 5명 모두 그것이 가능했다.
“로엔하르트!”
환한 표정과 함께 다섯 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렇지만 다섯 중에서는 중간 나이인 크리스티나가 일어났다.
매끈한 금발, 푸른 눈, 고압적인 입매, 높은 코, 풍만한 가슴 라인은 네 아이의 어머니라 느껴졌지만 탄탄한 복근으로 만들어진 잘록한 허리 라인은 원래 연령에 10살 정도 내려보이게 하는 매력적인 몸의 소유자였다.
크리스티나는 외모로만 따져서 다섯 중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가장 어리광이 심한 여인이었다.
자신보다 아직은 살짝 작은 키의 로엔하르트에게 매달려서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강하게 다른 네 사람에게 어필하였다.
“식사는 내가 말한 대로 먹지 않고 왔지?”
로엔하르트의 말에 일리아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일리아는 크리스티나와 같이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상이 크리스티나와는 완전하게 달랐다.
일리아는 순종적인 분위기와 요리와 가사 활동이 특기이자 취미인 정숙하고 순수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능도 그런 성격과 맞추어서 ‘하우스’였다.
귀를 아프게 하지 않는 낮고 조용한 고저와 정확한 발음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다듬는 몸가짐의 예절이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배여서 나왔다.
외모는 솔직하게 다섯 명 중에서 가장 수수하였지만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일리아였다.
이프릴은 언니인 일리아와 그리고 엄마인 크리스티나와도 달랐다.
그녀 역시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녀의 금발은 두 사람의 금발과는 조금 달랐다.
모발이 더 가는 느낌으로 진하고 뚜렷한 크리스티나, 일리아의 금발과 달리 희미하게 털실 같은 머릿결이었다.
그녀는 마도 제국에서 만든 안경이라는 것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요염한 크리스티나와 순수한 일리아와도 다른 지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눈은 현기와 재기로 반짝이고 누구보다 총명하며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녀는 상당히 뛰어난 머리의 소유자였다.
그런 이프릴의 이능은 ‘삼차원 기억 재생’이었다.
두 사람은 저돌적인 크리스티나처럼 안기지는 않았지만 로엔하르트에게 그래도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려는 행동이 지극하였다.
“예.”
“그럼요.”
그 둘은 로엔하르트를 배려하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런 둘과 달리 피나와 호마는 딴청을 피우고, 눈을 감고 있었다.
“…….”
“…….”
크리스티나, 일리아, 이프릴, 피나, 호마, 리즈, 애린을 데리고 간 곳은 별궁의 다락방이었다.
다락방이라고 하였지만 어지간한 레스토랑 못지않게 멋졌다.
일곱 명의 여인들과 로엔하르트는 익숙하게 자신들이 할 일을 찾았다.
요리 솜씨가 있는 리즈와 일리아가 조리를 하였고 크리스티나와 이프릴이 와인저장고로 내려가 와인을 골라서 와인에 맞는 잔을 들고 옮겼다.
로엔하르트와 피나, 호마, 애린은 무거운 물건들과 의자, 식탁의 보를 깔고 식사의 준비하였다.
사실 이 모든 일을 메이드들에게 시켜도 되었지만 로엔하르트가 그리하길 거부했기에 모든 일은 귀족도 감히 올려다 볼 수 없는 여인들이 손수 움직였다.
치익치익.
그릴 위에 5cm의 두툼한 고기를 올렸다.
전기 곰이라는 명칭을 가진 곰의 등심으로 이 전기 곰은 전기뱀장어처럼 전기를 뿜어내는 곰으로 몬스터, 마물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꽤나 상위의 동물로 일반적인 곰 고기보다 이 전기 곰의 고기가 더 쫄깃하고 맛있었다.
그 이유는 온몸으로 뇌전을 뿜어내는 터라 세포들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들어 있다는 마도 제국의 견해이 있다.
이 전기 곰은 일반적인 곰 고기보다 10배는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두툼한 고기 옆에 둥그런 고기가 올라갔다. 와이번 고기였다.
와이번은 몬스터로 분류되는데 보통 몬스터, 마물 고기가 마약 효과를 내는데 마도 제국은 이 마약 성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이후 정제된 몬스터 고기는 식용으로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와이번의 고기는 그 맛이 정말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었다.
특히 하늘을 날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날개와 이어지는 등 부근에 살들은 쫀득쫀득 찰진 느낌의 도저히 고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동방에서 가져오는 찰떡이라는 것과 비슷한 식감의 고기였다.
치이이이익.
한 와이번 당 딱 두 쪽만 나오는 최상급의 고기였기에 그릴에 올라가는 와이번 고기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고기의 옆에는 당연하게 채소가 있었다.
꿀벌 호박.
벌들에게 호박을 집으로 주어서 호박에 꿀을 저장하게 만들어서 나중에는 꿀이 가득 찬 호박으로 채소이면서도 고기 못지않은 고단백질 식품이자, 희귀한 것으로 따졌을 때는 다이아몬드보다 찾아내기가 힘들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마도 제국은 자체 생산하였다.
그냥 평범하게 쪄 먹어도 이미 꿀이라는 천연의 조미료로 가득 차 있어 맛은 끝내준다.
그릴에 구워 먹기 위해서는 얇게 잘라서 건조시킨 것은 흔하게 구워 먹었다.
고기 버섯, 보통 버섯은 흔하게 고기 대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이 고기 버섯은 정말 눈으로 보이는 버섯 모양만 아니면 완전하게 고기와 똑같은 질감을 가졌다.
동시에 영양가는 일반적인 고기보다 훨씬 좋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을 뿐더러, 숲에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채소이며, 간단하게 기를 수 있어서 상당히 서민과 귀족, 황족 모두에게 사랑받은 버섯이었다.
단 고추는 본래 맵다는 인식이 많은 고추가 단맛과 만났다.
말 그대로 설탕처럼 달달한 고추로 마도 제국에서 만든 고추였기에 상당한 고가품으로 그냥 구워 먹을 경우 상당히 과자를 먹는 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였다.
그밖에도 바다에서 공수한 황금 조개, 그레이트 크랩, 투명 대하(새우), 크림 진주 등등이 공수되어 있었다.
황금 조개는 조개껍데기가 황금인 사람 얼굴만 한 조개였고, 그레이트 크랩은 정말 거대해서 무슨 몬스터처럼 보이는 게였다. 투명 대하는 말 그래도 투명했는데, 보이지 않아서 잡기 어렵다는 것이 큰 희소성으로 굽거나 쪘을 빨갛게 변하여 엄청 매운 육즙을 뿜어내기도 했다. 크림 진주는 얕은 막이 쳐져 있는 진주인데, 이 막은 사람이 힘을 주면 터지며 안에는 크림이 들어가 있다. 크림이 막 안에 숨겨져 있는 모습이 마치 진주 같아서 크림 진주라 불이는 것으로 사실은 한 물고기의 새끼알들이다.
준비가 적당하게 되자 메이드들을 불러서 요리를 옮기게 하였다.
그릴에 있는 음식만 먹기에는 그들의 입맛이 너무 까다롭고 다양했다. 그렇기에 뷔페식으로 여러 요리들을 가져왔다.
드래곤 하트 카피 구이였다.
드래곤 하트란 드래곤의 심장으로 전 대륙적으로 진짜 드래곤 하트라면 왕국도 팔 거라는 소문이 있는 것으로 먹는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전설의 식재료였다.
지금 여덟 명이 먹는 것은 그 드래곤 하트 카피로 마도 제국이 드래곤 하트를 모방하여 만든 식재료였다.
그렇다 하여도 마도 제국표이기에 싼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품위에 맞게 흔하게 귀족들과 왕족, 황족들의 에피타이저로 가볍게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참고로 이것을 요리한 것은 황실의 요리장이었다.
그 뒤로도 뱀들의 왕이자 최악의 독사라 칭해지는 바실리스크의 눈알 조림, 마도 제국표로 우유가 아닌 치즈를 쭉쭉 짜내는 치즈 젖소의 치즈로 만든 그라탕, 매운 핫 굴을 요리한, 등등 갖가지의 요리들이 선보였다.
“먹자!”
로엔하르트는 가장 먼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매운 핫 굴을 접시에 담았다.
덥썩!
“음! 아!”
‘부드러워! 매워!!! 그리고 맛있다!’
굴의 그 부드럽고, 싱그러우며 향긋한 감촉 속에 숨어 있는 혀를 따끔하게 하는 매운 맛이 스르륵 입 안으로 넘어가면서 온몸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전율로!
빠직빠직!
머리카락이 부르르 떨리는 가운데 리즈가 옆에 있는 매운 레몬을 들었다.
“로엔하르트 님, 매운 레몬을 뿌려 먹으면 더 맛있어요.”
찍찍.
강렬한 신맛과 적절한 매운맛이 들어간 매운 레몬즙을 짜서 로엔하르트의 그릇에 쏟아 넣었다.
코끝을 알싸하게 하는 레몬의 신 내음과 매운 향이 눈을 따갑게 할 정도였지만, 수저는 이미 싹싹 비워진 그릇을 계속 두드릴 뿐이었다.
크리스티나는 느끼한 그라탕을 들고 와서는 수저에 떠서 호호 불어 로엔하르트에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매운 음식에는 느끼한 그라탕이 중화시켜 주겠다는 크리스티나의 생각이었다.
“자, 앙―”
“앙―”
덥썩, 우물우물.
정말 그런지는 몰라도 먹어 주었다.
꿀꺽!
“티나가 먹여 주니깐, 더 맛있는데!”
티나는 크리스티나의 애칭이었다.
어릴 때야 부모님들과 오빠에게 많이 들었던 애칭이었지만, 제이 황제와 결혼하여 황실로 와서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명칭이었다.
그리운 애칭을 사랑스럽게 불러 주는 로엔하르트.
“왜 그래? 우는 거야?”
얍!
매운 굴을 먹으며 찌르르 몸을 떨던 로엔하르트가 되물었다.
훌쩍.
“울지 말고 티나도 이거 먹어 봐.”
포크로 찍어서 굴을 주자, 크리스티나는 굴을 앙! 하고 먹었다.
깜짝 놀랄 만한 매운 맛과 거기에 뿌려진 매운 레몬에 신맛이 어울려 코끝이 간질간질 눈물이 글썽글썽 훌쩍거리며.
“로엔하르트∼!”
로엔하르트에 안겨 들었다.
갑자기 안겨 드는 크리스티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크리스티나를 안아서 지탱할 시간도 없이 두 사람 목의 무게가 기우뚱하며 의자가 옆으로 넘어졌다.
“으악!”
“꺄악!”
크리스티나와 로엔하르트가 바닥을 우당탕탕 굴렀다.
다행히 음식을 쏟아지지 않았고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