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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8화)
3장 레드 옥토퍼스(2)
-3-
7살까지 레이온은 천재였다.
현명하고 똑똑했으며, 다소 오만스럽고 모두에게 따뜻한(로엔하르트와 애린, 진소율은 제외)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7살까지만.
외가인 에렌로스트 공작가로 놀러갔을 때, 우연히 레이온은 낙마했고, 눈을 떠 보니 천재는 사라지고, 보통보다 못한 평범한 소년만이 남았다.
시간이 흘러 로엔하르트가 그 특별함을 알리게 되자 레이온은 참을 수 없는 격정에 휩싸였다.
본래부터 싫어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재능이 사라진 직후 승승장구(乘勝長驅:싸움에 이긴 형세를 타고 계속 몰아침)하는 로엔하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훔쳐간 것 같았고, 그런 것이 너무나 미웠으며 나중에는 증오스러웠다.
레이온은 자신의 증오로 로엔하르트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레이온에게 좋은 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레이온의 예가 있었기 때문에 황실이 전체적으로 로엔하르트의 재능을 보호하고자 나선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기분이 나빠서 레이온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 스트레스가 쌓였다. 오죽 심했으면 탈모까지 왔다.
그러던 중 로엔하르트처럼 남색의 눈동자를 지닌 시녀를 발견했다.
로엔하르트와 동일한 점은 눈동자의 색이 같다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레이온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옆에 있는 은촛대를 들어 시녀의 배를 찔렀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시녀.
레이온은 시녀의 배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은촛대로 시녀의 머리를 찍고 가슴을 때리고 발로 밟고 얼굴을 차고 옷을 벗기고……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잔혹한 행위를 퍼부었다.
심지어 이미 죽은 시녀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고 불을 질렀다.
그 모습이 너무나 광기에 가득 차 인간이 아닌 악마의 모습이라 표현할 수 있어 시녀들은 말려야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말리지 못하고 그저 바들바들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황실의 시녀는 일반적인 시녀가 아니다.
대체적으로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의 딸들이었다.
그녀들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했고, 레이온의 이야기는 그녀들의 입과 입을 타서 황실 전체로 퍼질 수 있었다.
황제는 재빨리 그녀들의 입을 막았고, 기억을 제거하였다.
그 이후 레이온은 로엔하르트에 대한 분노가 풀 게이지로 차 있을 때, 남색 머리 혹은 남색 눈동자를 한 시녀를 마구잡이로 갈기갈기 죽여 버렸다.
그것이 세 번쯤 반복되자, 황제가 자체적으로 나서서 그만두게 하였다.
레이온은 아버지를 존경했기에 그 말을 들었고, 대신 지하에 있는 인간 취급을 못 받는, 정확하게 제국법상 인간이 아니라고 표시된 노예들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주먹으로 쥐어 패기도 하였지만, 차츰 시간이 흘러서 도구를 사용했고, 그러면서 레이온은 본의 아니게 사람을 잘 죽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쉽다는 것은 생명을 빼앗은 것이었고, 어렵다는 것은 생명 빼앗고 생기는 죄책감 등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자 부분이 무감각해질 경우 생명을 뺏는 것은 매우 쉬워진다.
인간의 몸은 의외로 질긴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죽일 때 확실하게 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인간의 몸이 둔기에 의한 충격은 의외로 약한 것에 반해서 검이나, 도 등 날카로운 것에 의한 충격은 강했다.
그건 정말 예상외의 것이었다.
검으로 사람의 몸을 찌르는 것은 어지간한 힘과 기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욱이 3∼5cm 정도 들어가고 난 뒤부터는 중노동이라 부를 정도로 의외로 근육이 단단하여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살짝 훑는 식의 상처에는 또 약한 것이 인간의 몸이었다.
그밖에도 뼈가 검보다 단단하고, 강하다는 점도 정말 예상 밖이었다.
레이온은 그렇게 하나씩 배워 가며 사람을 죽였다.
싸움은 못하는 주제에 사람은 잘 죽인다니, 아이러니 하지만 그것이 레이온이었다.
까작!
가위로 손가락의 첫째 마디를 잘랐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정말 고난이도의 기술이었다.
가위는 날카로워 보여도 의외로 검이나, 도처럼 사람의 몸에게 상당히 약하였다. 아무리 힘을 준다고 해도 가위로는 뼈와 뼈 사이의 물렁뼈도 잘라 내기 힘들었다.
“시끄럽긴.”
코를 잡아 높이 올렸다.
소년의 코를 우뚝하게 만들어 미남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일까?
싹뚝!
“크아아아아아악!!”
그럴 리가 만무했다.
침이 경련하는 입 사이로 튀어나오는 것이 불쾌했다.
“럼주.”
럼주도 병기고에 나왔다.
아서는 처음에는 럼주가 어떻게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간혹 되기로 하였다.
콸콸콸콸콸콸콸.
노예의 입으로 알콜 도수 75.5도의 럼주가 계속 들어갔다. 처음에는 꿀꺽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갔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럼주를 세 병 비웠을 때.
온몸으로 경련을 떨면서 럼주를 토해 내고, 더 이상 먹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입을 다물었다.
천민들은 노예가 입을 다물자 힘으로 입을 열었다.
위장에 럼주가 가득차서 입으로 흘러나오는 상황 속에서 레이온은 아서에게 또 손을 내밀었다.
“성냥.”
성냥을 건네자, 레이온은 성냥에 불을 붙여 럼주로 가득한 노예의 입에 집어 던졌다.
쏘옥!
화아아악! 화르륵! 활활!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
“골인!”
유쾌하게 웃으며 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망치!”
1m 자루가 달린 검은 망치는 건네주자, 타고 있는 노예 머리 위족으로 자리를 이동하여 골프 자세를 취하였다.
골프란, 마도 제국에서 시작된 스포츠로 일정한 장소에서 채로 공을 쳐서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넣는 경기로 9홀 또는 18홀을 돌아서 경기하여 총 타수를 계산하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각 홀마다 승패를 겨루는 매치 플레이의 형식의 스포츠였다.
스윙 자세로 무거운 망치를 든 레이온.
아서의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망치 같은 무거운 물건을 아주 세련되고 굳건하게 들어 올리는 주군의 근력이 기쁘면서도 그 모든 것이 더러운 노예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아서는 가슴이 조금 아팠다.
‘더러운 노예보다는 적의 포로가 더 나을 것인데.’
타닥타닥타닥.
불꽃이 날리는 노예 소년의 입.
관자놀이(귀와 눈꼬리 사이)를 향해서 깨끗한 스윙을 선보였다.
휘익!
빠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노예 소년의 옆머리가 흉측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스 샷!”
즐겁게 망치를 높이 들어 떡을 찍어 낼 때, 전력을 다해 누워 있는 노예 소년의 갈비뼈에 망치로 내려쳤다.
콰작!
푸욱!
과연 둔기류 최강의 무기 망치였다.
검이었다면 결코 뼈를 뚫지 못했을 것이다.
훌륭하게 갈비뼈 세 개를 가루로 만들며 심장까지 쳐들어가서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출렁!
몸이 파도를 치듯 움찔거리며 떨었다.
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쇠못을 건넸다.
두 눈에 박았다. 그리고 망치로 쳤다.
움찔움찔.
죽는 시체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몸을 떨었다.
생명을 다한 시체에 꼬챙이를 꽂았고 도끼로 두개골을 갈라 하얀 뇌에 럼주를 뿌렸고 성냥을 던졌다. 손목을 토막 내고 성 벽돌(50킬로그램)로 머리로 강하게 내려찍고 꼬챙이로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막았다.
마도 제국에서 만들었다는 에어 펌프기를 목의 동맥과 심장에 찔러 넣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였다.
펌프에서는 묘한 소리가 들렸다.
뿍뿍뿍뿍.
왜 펌프기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이윽고 펑 하고 혈관과 심장이 터지며 피가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피가 너무 화려하게 튀었다. 레이온은 두 측근인 쇼렌과 아서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아서, 쇼렌…… 뒤로 물러나, 똥 튄다.”
노예의 피는 피로도 인정 안 해 주는 레이온이었다.
아서와 쇼렌을 물러나지 않았다.
분명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물러날 수가 없었다.
“황자님이 참으시는데, 저희가 어찌 감히.”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해.”
죽어 버린 첫 번째 노예 소년, 옆에는 아직도 4명이나 되는 노예 소년들이 있었다.
노예 소년들의 표정이 기묘했다.
혼이 빠져나간 모습? 얼이 빠져나간 모습?
울 것 같으면서도 온몸으로 공포에 떨며 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지냈던 노예와 엄마, 아빠, 누나, 여동생, 형, 남동생,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리며 너무나 두렵고 무섭고 괴롭고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했지만…….
철그랑!
차가운 금속성과 함께 쇠사슬이 그들의 신체를 억압했다.
“으허어어어어엉.”
“아아아아아아앙.”
“끄어어어어어엉.”
“멍…….”
철그렁! 철그렁! 철그렁!
살고 싶다! 나도 살아 있다! 엄마! 아빠!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
문자와 언어가 허락되지 않은 노예들이기에 두 손을 모아 수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노예 소년들은 절박하고, 처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삶을 쟁취하고자 하였다.
“자, 다음은…… 너다!”
쿠궁!
지목된 소년은 강철을 뜯고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나는 살아 있다 외치고 싶다!
엄마가, 아빠가 보고 싶다!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공포, 두려움.
검고, 깊은 어둠이 보인다.
사방이 칠흑처럼 검다.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
덜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둠을, 암흑을 걷어 낸다.
빛이……!
생사가 오가는 혼돈의 두려움 속에서 노예 소년의 몸이 각성을 맞이했다.
번쩍!
소년의 심장에서 초록빛의 생명력이 피어올랐다.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소년은 ‘로드 스타트’에 오르려 하였다.
팟!
레이온의 손길은 가차 없었다.
과감하게 창으로 심장을 꿰뚫었다.
넘치던 생명력은 채 피어 보지 못하고 꺼져 갔고, 레이온의 분노는 힘을 더해 갔다.
‘내가 얻지 못했던 그 힘에 감히 천한 네놈이!’
죽어 버린 노예 소년에 방금 노예 소년보다 더 심하고 잔혹한 행위를 마음껏, 힘 있게 가득 퍼부어 주었다.
쇼렌은 창고 밖으로 나가 대천민을 불러 방금 각성하려고 하였던 노예 소년을 기본으로 한 칠족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다.
노예 소년이 로드 스타트에 올랐다는 것은 결코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괜히 노예들에게 부질없는 희망만 안겨줄 뿐이었다.
노예 소년의 피와 동일한 피를 지닌 모든 노예를 죽이도록 명했다.
그리고는 창고 안에 있는 천민들도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기 전에 죽이라고 말했다.
대천민은 창고 안에 있는 천민들이 자신의 충직한 수하들이었지만 냉철하고, 강철 같은 눈동자로 내려다 보는 젊은 귀족의 매서운 눈빛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촤악!
차악! 차악!
퍽퍽퍽퍽! 쿵쿵!
서걱 서걱 서걱.
아이가 장난감을 가져다 노는 그런 느낌의 소리가 들리는 창고 안으로 쇼렌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