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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13화)
6장 황실 회의(2)
딱!
귀족들의 시선이 어린 집사에게 모였고 이윽고 자신들이 너무 방자하게 행동한 추태를 알고는 정숙했다.
“3일 전, 오후 남부의 러스트 변경백 영지의 다섯 마을이 반란군에 의해서 정복당했습니다. 그 이후, 마을에서 주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오오.”
남에 일이라고 소리 지르는 그들의 목소리가 활기차다.
하기는 전투 민족이라는 카론 랜드의 민족들이 전쟁도 안 하고 300년간 살고 있으니 기분은 이해했지만, 정복당한 마을들의 주인인 러스트 변경백의 심사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쳇, 나쁜 놈들!’
러스트 변경백의 기분이 나쁘든지 말든지 슈마허는 말을 이었다.
“반란군의 수괴는 갑자기 나타난 자로 현재 그의 밑에 있는 반란군의 규모는 무려 1만 5,000명으로 추산됩니다.”
귀족들은 의외로 많은 숫자에 많이 놀랐다.
“병력에 놀라운 바가 많은데, 정찰대에 의하면 그들 중 다수가 동방인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슈마허의 말이 끝나마자 바로 또 웅성웅성거렸다.
동방인이 왜 갑자기 반란군이 되어서 나타난 것인지 그들은 알 수가 없었다.
“예측은 세 가지로, 최근 요 몇 십 년간 계속 되는 배를 타고 제국으로 밀항하는 밀항자들일 가능성과 둘은 반란군이 동방으로 가서 무사들을 고용해서 데려왔다는 가능성 마지막으로 가장 유력한 가능성으로는 반란군의 뒤에는 배후가 있어 그 배후가 동방에서 무사들을 데려와 반란군에게 주었을 가능성입니다!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대공!”
슈마허의 표정은 ‘나는 니가 범인인 걸 알고 있다.’ 싶은 표정이었다.
크리온 에멘로스트는 강하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크리온은 지지 않겠다는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슈마허 공작…… 그 표정, 행동, 모두 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고 느껴지는구려.”
“동방의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어떤 뜻인지 아시오?”
“그 말 몹시 불쾌하구려! 감히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라면 내 용서치 않겠소!”
슈마허는 목소리를 높이 올리는 대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한 수 아래로 깔보는 행동이었다.
“어린아이같이 뭘 그런 것을 가지고 화는 내는 것이오. 더욱이 지금 이 자리를 황제 폐하의 앞, 목소리를 낮추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대공.”
편안한 자장가 같은 말이었지만, 척 봐도 에멘로스트를 도발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대공, 사실 대공이 지금 이 의제에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알지요? 우리 키즈 제국 내에서 동방과의 거래는 모두 대공의 대공령의 항구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키즈 제국인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 마당에 동방인이 반란군에 끼어드는 일, 동방과 모든 무역의 권한을 가진 대공이 이 문제에 대해서 온전하게 빠져나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슈마허는 대공을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았다.
어차피 물증도 없는데, 괜히 상대를 더 찔러 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여기에 있는 무지하고 대세를 볼 줄 모르는 멍청하게 자리만 꿰차고 있는 백작 놈들에게 배후가 대공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면 되는 것이었다.
“인정하네, 그렇다 하여도 반란군의 배후로 나를 지목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행동과 언행은 조심해 주길 바라네!”
대공은 아주 함정에 빠져 나오는 것 같았다.
‘뭐지 이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대공은 아주 노회한 괴물이었다.
외견은 레이온이 18살 때와 똑같이 닮았지만 속은 과거부터 키즈 제국의 전통귀족파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이었다.
이중, 삼중의 꿍꿍이가 있겠지만, 슈마허는 일단 의제를 계속 앞으로 나가게 하면서 크리온에 대한 꿍꿍이를 밝혀 나갔다.
입으로는 의제를 떠들면서 생각은 크리온에 대해서 하다 보니, 둘 다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생각을 하며 의제를 끝맺었다.
‘이번 일은 왠지 수상하다. 로엔하르트에게 공적을 쌓게 하기 위해서 반란군 진압 사령관으로 임명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냥 둬야겠다.’
“1만 5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최소 3만 군대와 뛰어난 지휘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슈마허는 군대의 최고 책임자인 홀드를 보았다.
슈마허와 홀드는 비슷한 나이대에 정치 관계를 둘째 치고, 본래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홀드 공작, 현재 기용 가능한 군대의 숫자를 알려 주시겠습니까.”
“황제 폐하, 키즈 제국이 가진 총 군대의 수는 110만, 그중 경계선과 바다, 변경백 휘하로 내려 준 70만 병사를 제외하면 황제령의 안과 밖으로 20만 명씩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명령하신다면 5만 명의 군사를 바로 집결시킬 수 있습니다.”
과연 300년 전통의 제국다웠다.
“그럼 기다릴 것이 있나, 당장 3일 후, 집결시키도록 하여라.”
“예!”
“그리고 총사령관으로는 누가 좋겠느냐.”
황제의 말에 홀드는 두 명의 황자를 힐끔힐끔 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들이 측근으로 있는 레이온을 생각하고 말했다.
“총사령관으로 로엔하르트 황자님이 어울릴 것으로 사료됩니다!”
홀드의 말에 백작들을 비롯한 귀족들 중 반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누가 봐도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세 사람이 일어났다.
며칠 전, 크리온 에멘로스트 대공과 점심을 함께 하였던 홀드 공작을 제외한 전통귀족파의 수뇌 그리폰 공작, 제네거 공작, 둠스 후작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모두가 놀랐다.
“황제 폐하! 저희가 레이온 황자님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하라.”
황제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리폰 공작이 먼저 말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레이온 황자님은 아직 전투에 나가실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네거 공작이 두 번째로 말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레이온 황자님에 비해서 로엔하르트 황자님은 완벽한 준비가 되어 보입니다.”
마지막은 둠스 후작이었다.
“황제 친위기사단의 기사 20명과 20대 1의 대련을 8시간을 하고도 20명의 기사들이 승부를 점칠 수 없었다고 말입니다.”
세 사람의 말이 끝나고 후작이 말을 이었다.
“이번 작전에는 로엔하르트 황자님이야 말로 완벽한 적격이십니다!”
로스만 키즈는 이속에 어떤 스토리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추측했다. 그리고 자신의 첫째 아들인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느냐?”
레이온은 이미 대공과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제 생각에도 로엔하르트가 저보다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한껏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온.
초한국의 말을 빌리자면 참으로 어른스러운 미소였지만, 속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앙 다문 입 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누가 봐도 이건 레이온 측에서 함정을 파 놓은 느낌이 진하게 났다.
황제는 그런 레이온 일파를 보고 로엔하르트를 보았다. 아무래도 로엔하르트에게도 의중을 묻는 것 같았다.
“로엔하르트, 어찌하겠느냐?”
슈마허는 제발 로엔하르트가 거절하기를 바랐다.
어떤 함정인지 모르는 이상 상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적어도 적들이 어떤 계략을 숨기고 있는지는 추측할 수 있을 만한 단서라도 아는 것이 좋았다.
로엔하르트는 생각했다.
‘척 봐도 함정이다.’
검술 사부인 슈마허와 마법 사부인 리드미스를 모두 보았다.
거절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위험이 있다고, 공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런 겁쟁이 같은 생각으로 어떻게 나보다 세력이 큰 레이온 일파를 누르고, 황제가 되겠어!’
로엔하르트는 이미 정했다.
“하겠습니다!”
로엔하르트의 말에 슈마허와 리드미스가 침울해졌고, 다른 쪽은 담담해하였다.
계획대로 된 것이기는 하였지만 역시나 상대에게 공적의 자리를 뺏긴다는 생각이 사기 저하를 가져왔다.
리드미스와 슈마허도 로엔하르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았지만,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여기에 너무 많은 눈들이 있고, 로엔하르트의 명예와 직위가 걸린 문제였다.
레이온은 이빨을 필사적으로 앙 다물었다.
‘씨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결코 칭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칭찬을 하고, 나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였던 오늘 하루는 레이온에게 지우고 싶은 하루 중 베스트 스리였다.
으드득!
레이온의 분노.
슈마허와 리드미스의 걱정.
로엔하르트는 오늘 많은 귀족들의 생각과 눈빛들을 받았다.
“로엔하르트는 짐의 앞으로 오거라.”
“예.”
재빨리 아버지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허리에서 국기에 있는 황금 검과 같은 키즈 제국의 신물을 빼 들어 로엔하르트의 양 어깨를 한 번씩 툭툭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으로 반란군 토벌 총사령관으로 로엔하르트 황자가 임명되었음을 선포한다!!”
정적.
황제가 차가운 눈으로 귀족들을 내려다본다.
압도하는 존재감!
백작들은 앞을 다투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짝!!!
-3-
“축하한다.”
황실 회의가 끝나고 문 밖으로 나오는데, 레이온이 말을 걸었다.
‘억지도 말하기는…….’
로엔하르트는 아직 다른 귀족들도 많아서 최대한 성실하고, 순수한 웃음으로 대꾸하였다.
“고마워요. 형, 다 형이 양보해 줘서 그렇지요.”
“큭, 내가 너에게 이렇게 양보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인상을 찌푸리는 레이온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척 알아볼 수 있는 적의로 가득했다.
일그러진 얼굴 사이로 번쩍 빛을 내뿜는 살기 어린 눈동자. 사람 몇 명은 죽여 본, 살인자의 눈이었다.
“무슨 소리야!”
로엔하르트가 유쾌하게 웃었다.
“항상 양보하고 있잖아, 엄마도 누나도 동생도, 안 그래∼?”
으드득.
“참! 사르엘이 전해 달래, 저번에 헷갈린 것은 미안하다고 자신은 진짜 로엔하르트 오빠이길 바랬다고…….”
빠드득!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내 동생한테 다가가지 마, 너 같은 놈이 얼쩡거리니깐, 묘한 소문이나 나고, 사르엘이 너처럼 찌질하고 능력 없는 인간이 될까, 난 정말 걱정되니깐.”
“……이 새끼가!”
“암튼, 능력도 없는 놈들이 자존심은 더럽게 높아요. 하긴 능력도 없는데, 자존심도 없으면 황자 자리는 진작 때려 쳐야지.”
부들부들 떨면서 눈빛으로 사람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 노려보고 또 노려보고 노려보아도 로엔하르트는 죽지 않았다.
눈에서 도끼가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로엔하르트가 죽을 리가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함정이나 파세요.”
로엔하르트는 한껏 여유로운 미소로 앞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로엔하르트의 말을 곱씹던 레이온은 자신의 붉은 머리와 눈동자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쳐 죽인다! 너만은 반드시, 누가 말려도 반드시 완전 박살을 내어 버린다!”
광기에 눈동자가 번쩍이며 레이온은 이미 사라진 로엔하르트의 자리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