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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14화)
6장 황실 회의(3)
27개의 대영지 중 하나인 상해(上海).
상해에도 여지없이 구파일방이 있고, 구파일방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마도칠성이 있다.
상해 무림에 암약 중인 병적인 존재 마도칠성은 천마신교의 무공을 이었다는 천마신교, 마왕궁, 북명천, 사황림, 해적선, 만독방, 음살문이다.
그중 천마신교를 감시하던 광진자 현묘는 천마신교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제일 가까운 지부로 몸을 움직였다.
도착한 곳에는 차를 홀짝이는 네 명의 여아와 한 소동이 있었다.
광진자 현묘의 입장에서 여아였지만,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한 여인들이었다.
“아! 현묘 아저씨!”
네 명의 여성은 현묘와도 이미 안면이 꽤나 있는 여아들로 각기 주작검(朱雀劍) 권자연, 유선검(柔線劍) 도영, 강남도화(江南刀花) 상관혜, 신술묘낭(神術猫娘) 모용운지였고, 한 명의 소동은 유선검 도영의 사제로 천지술(天地術) 도진이었다.
도진를 제외한 넷은 상해 무림에서 알아주는 여자 후지기수들이었다.
넷 모두 남자 못지않은 기량으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직 너무 어렸다.
넷 전부 18살로 광진자와 함께 동행 하며 천마신교의 뒤를 따르기에는 어렸기에 재빨리 종이에 글자를 적어서 모용운지에게 건네주었다.
“운지야, 잘 들어라, 지부장이 오면 이 편지를 건네 주거라. 알겠지.”
“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리고 지부장이 올 때까지는 절대로 여기서 벗어나지 말거라.”
현묘를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상해 무림에서도 그 실력과 연배가 높은 광진자 현묘가 급히 맡기고 간 것에 주작검 권자연과 강남도화 상관혜가 깊은 관심을 가졌다.
“뭐야?”
“뭔데?”
모용운지는 현묘가 보지 말라는 말은 안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그 쪽지를 보았다.
“아!”
“아!”
“아!”
세 여인은 동시에 놀랐다.
쪽지 담긴 내용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교 준동, 교도 10만 바다로 향함! 천마신교 주(主) 전력인 강시는 한 마리도 없음!
권자연과 상관혜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사건이다!”
“사건이다!”
권자연과 상관혜는 무척 기뻐하는 얼굴로 쪽지를 빼었다.
본래 뺏기면 안 되는 것이지만, 무공으로 두 사람보다 떨어지는 모용운지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뭐하는 거야!”
운지가 경악하여 소리를 지르자 권자연과 상관혜가 웃으면서 쪽지를 도영의 사제인 도진에게 맡겼다.
둘은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둘은 각기 유선검 도영과 신술묘낭 모용운지를 데리고 지부를 나섰다.
“사건이다!”
“도진은 여기서 지부장 기다려!”
도진이 말리기도 전에 두 사람은 친구들을 데리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도진은 순식간 사라진 네 명의 누나들을 보며 한마디했다.
“네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도진이 볼 때, 이번 일은 정말 상당히 어려운 일로 보였다.
7장 출정식 Ⅰ(1)
-1-
출정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 이틀 사이에 로엔하르트가 할 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5만의 군대를 지휘할 때, 누구를 부지휘관으로 앉히는지 러스트 백작령에 도착해서 전투를 할 때, 작전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지, 거기까지 가는 경로, 군사들을 먹일 식량은 어디서 구입하는지, 그런 세세한 것들을 모두 하나둘씩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 로엔하르트에게는 전장 경험이 뛰어난 두 사람, 슈마허 공작과 리드미스가 있었다.
그들의 동행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조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논의는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이제 하루 남은 시간은 로엔하르트는 자신들의 사람들 중 데려갈 사람과 데려가지 않아야 할 사람을 경정, 그리고 만나 보아야 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백금 별궁이었다.
백금 별궁은 황금 별궁 다음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상층부에서도 그 크기와 위용이 황금 별궁 다음인 곳이었다.
층수도 황금 별궁에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반짝반짝 아름다운 대리석에 은으로 세공된 커다란 조각상의 길을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이미 많은 시녀들과 시종들이 나와서 맞이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기사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황실 소속보다는 에멘로스트 대공의 기사들이었다.
당연하게 그들은 로엔하르트의 등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빠!”
기사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상관없었다.
철통같이 로엔하르트의 침입을 거부하는 기사들 사이로 앙증맞은 목소리로 한 명의 소녀가 백금 별궁 안쪽에서 뛰어왔다.
이제 13살, 풋풋한 그 나이 또래의 싱그러움과 살아오면서 햇빛과 사랑을 듬뿍 받아 태양처럼 빛나는 밝음을 지닌, 증오하고 또 증오해야 할 레이온의 동생이지만 조금쯤은 마음을 열어 버린 그런 순수를 지닌 소녀, 사르엘이었다.
비단결처럼 빛나는 금발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초록의 눈은 계속 보고 있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는 편안함을 주었다.
“사르엘.”
폴짝!
“오빠!”
한달음에 달려와 하늘을 날듯이 점프하여 로엔하르트의 품속에 정확하게 들어와 안겨 꼼지락거리는 작은 소녀, 미워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마음을 열게 되는 소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있어 줬으면 하였다.
만약 이 소녀가 과거의 크리스티나나, 친 오빠인 레이온처럼 변한다면 배신감까지 합쳐 이 귀여운 소녀를 파멸로 몰아넣을지도 몰랐다.
“어서 와, 왜 자주 안 왔어!”
투정부리는 사르엘.
“어이쿠! 사르엘, 많이 컸구나, 어깨가 빠지겠는걸.”
“피! 성장한 거다. 뭐!”
새침하게 말하면서 두 손에 주먹을 쥐어 로엔하르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모기 무는 것보다 약하게 두드리지만, 로엔하르트의 어깨를 걱정하는 사르엘의 마음이 갸륵하고, 귀엽다.
“하하, 확실히 키도 더 크고 몸무게도 훨씬 무거워진 것 같네.”
“그렇지?”
사르엘은 몸무게가 늘었다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로엔하르트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어 소근 거렸다.
“오빠, 나 사실…… 가슴이 4cm나 커졌어, 보여 줄까?”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르엘.
사르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쳐 지나가는 기사들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아무리 작게 말했다 하지만 지근거리에서 말하는 사르엘의 목소리를 기사들이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런 기사들 사이를 걸으며 사르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쪽!
“나중에.”
기사들을 스쳐 지나가 백금 별궁의 안으로 들어가자 척 봐도 로엔하르트를 위해서 잔뜩 치장한 세 모녀(크리스티나, 일리아, 이프릴)가 로엔하르트를 맞이해 줬다.
세 사람의 얼굴은 하나같이 슬퍼하고 있었다.
“로엔하르트!”
크리스티나의 음성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전장이 위험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에 로엔하르트가 혹여 전투 중에 어찌 되나 그것이 걱정되어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울지 마, 티나.”
“우왕!”
“엄마도 참! 창피하게!”
사르엘이 어린아이처럼 우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우와아앙!”
티나는 정말 슬프게 로엔하르트의 목을 껴안고 울었다.
로엔하르트는 티나를 달래며, 백금 별궁에서 저녁을 먹었다. 크리스티나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대공가의 요리사에게 시켜서 요리들을 만들었다.
임신한 하피 우유, 황제 오리의 간, 비행류 최강 몬스터 드래곤 비늘 튀김, 해류 가장 큰 크레이트 고래 스테이크, 지류 가장 큰 맘모스 꼬치구이, 싱싱한 샐러드 요리까지. 진귀하고 그 맛도 특별한 음식들이 선보였다.
“오빠, 나 그림 그렸다.”
사르엘이 재잘거리며 자신의 방에서 하얀 도화지를 들고 왔다.
마도 제국에서 만든 것으로 천감으로 쓰기에는 그 부드러움이 조금 부족했지만 그림을 그릴 때 쓰기에는 적당한 종이였다.
그 종이 위에는 상당히 편안한 느낌의 언덕이 그려져 있었다.
초록과 붉은색 바탕의 언덕과 푸른 하늘, 드문드문 나 있는 나무들과 멀리 연기가 피어나는 마을.
상상화여서 그런지 더욱 그윽하고 편안한 기분을 들게 하는 그림이었다.
“와, 잘 그렸는데.”
“그치! 내가 이걸로 비앙카 아줌마한테 얼마나 칭찬받았는데.”
비앙카는 백작 부인으로 뛰어난 그림, 예절, 댄스 실력으로 사교계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이었기에 황녀의 교육 담당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사르엘이 한창 칭찬을 받자 일리아가 방에서 네 벌의 옷을 가져왔다.
고급스러운 질감과 옷 위에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자수가 눈을 부시게 하였다.
자수를 보고 사르엘이 감탄하였다.
“와아!”
크리스티나가 옷을 들어 자수 한 올, 한 올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며 놀랐다.
“어쩜, 아름다워라.”
이프릴이 일리아의 행동에 자신도 방으로 돌아갔다.
“……이거, 당신 거예요.”
나이는 일리아가 한참 위였지만, 일리아는 로엔하르트에게 존대를 하고는 하였다.
건네주는 옷은 정말 화려하며, 뛰어난 자수가 들어간 옷이었다.
“한 번 입어 볼까.”
그중 재킷 하나를 들어서 입어 보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옷이 조금 더 큰 느낌이었다.
“왠지 옷이 큰데?”
소년이 형의 옷을 빌려 입은 느낌을 받는 로엔하르트였다.
일리아는 그런 로엔하르트의 말에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
“언니…….”
사르엘이 안타깝게 부르며 소매를 들어 곱게 닦아 주었다.
일리아는 사르엘을 꼬옥 껴안으며 귓속말을 하였다.
말을 다 들은 사르엘은 울상을 지으며 로엔하르트에게 큰언니에게 들은 말을 전해 주었다.
“오빠, 언니가 오빠 진짜, 진짜, 진짜! 오우거 같이 못생겼대!”
“사르엘!”
일리아가 울다 말고 놀라서 사르엘의 입을 막으며 놀랐다.
로엔하르트가 눈을 깜빡이며 일리아에게 되물었다.
“진짜?”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사실 이 옷들은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로 드릴 생각이었어요.”
일리아는 한 벌, 한 벌, 옷을 들어서 보여 주며 말했다.
천감이 얕은 옷으로 화려한 자수가 아닌 흠 없는 재봉으로 깔끔한 느낌의 옷을 들었다.
“이건 여름에…….”
다음은 두꺼워 보이는 옷이었지만, 자수가 세련되고 정확한 제복을 들고…….
“저건 겨울에…….”
로엔하르트가 입고 있는 재킷을 보며…….
“그건 내년에, 그렇게 줄 생각이었는데…… 전쟁터에 가시면.”
무슨 말인지는 십분 이해가 갔다.
일리아는 전장에 가서 로엔하르트가 죽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다시 눈물을 흘리는 일리아.
로엔하르트는 재킷을 벗어서 오히려 일리아에게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는 일리아를 한껏 끌어안아 주었다.
“일리아의 말대로 이 옷도 저 옷도, 여름에 주고 겨울이 주고 내년에 줘, 나 반드시 무사하게 살아 돌아올 테니깐.”
솔직히 말해서 괜한 걱정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