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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16화)
8장 출정식 Ⅱ(1)


-1-

눈을 떴다.
6명의 누워서 자도 되는 크기의 침대였지만, 실제로 8명이 누워서 자면 넘쳐났다.
아침. 로엔하르트보다 먼저 일어나서 행동하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대표적으로 호마, 리즈, 루나, 아마테라스였다.
리즈는 메이드 일 때문에.
호마, 루나, 아마테라스는 기사로서 소임 때문인지 아침부터 일어나 간단한 검술을 하고 있었다.
그런 넷과 너무나 다르게 아직도 침대의 뽀송뽀송함에 취해 있는 미첼과 잠이라는 것이 필요 없음에도 잠을 즐기는 다프네라던가, 일생 동안 잠자는 시간이 로엔하르트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합쳐도 넘는 피나는 아직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리즈를 포한함 에이드들.
한 명당, 하나의 금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금 대야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며 물이 찰랑거렸다.
대야는 총 세 개. 세수를 하고 메이드들이 발을 씻겨 주고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로 아침을 시작하였다.
간단한 옷차림과 함께 사람들을 깨워서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는 일곱 기사들과 함께 간단한 지형적 모의전을 하였다.
5만대 1만 5천.
전쟁이든 싸움이든 누구와 경쟁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점은 승리가 아닌 손실 없는 이득이다.
동방에서 가장 이상적인 승리가 무혈입성(無血入城:피를 흘리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하듯이 대부분의 장군은 손실 없는 이득을 목표로 전장에 임해야 하였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투라던가.
대국을 위하여 병사들을 아낌없이 보내서 한 명의 적장을 죽이는 전투라던가 말이다.
“일단 다섯 개의 마을은 러스트 백작령의 율리아 강의 포구에 자리 잡은 강과 뒤쪽 암흑 숲에서 채집과 어업으로 생활하는 마을이야.”
마을들의 앞에는 강이, 뒤에는 암흑 숲이.
“강의 너비와 깊이는?”
호마는 제국에서도 한 명뿐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였기에 로엔하르트와는 말을 트고 있었다. 호마는 황제만 아니라면 대공과도 말을 틀 수 있을 만한 높은 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너비는 100m, 깊이는 그리 깊지 않은데, 평균적으로 5m에 깊은 곳은 10∼20m까지 된다고 해, 세 개의 마을 중에서 두 개는 나무로 된 다리가 있고, 다른 셋은 작은 조각배를 운영해서 사람들이 오간다고 하였어.”
강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반란군과 진압군.
전장 경험이 있는 호마와 아마테라스가 여러 가지 방책들을 내놓았다.
그렇게 논의를 오전에 끝내고, 점심은 일곱 기사들과 함께 리드미스의 현무 별궁으로 가서 이 전장에서 필요한 마법에 대해서 논의하며 배웠다.

-2-

마법이란, 마도 제국에서 시작된 학문으로 마법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의 이능을 따라’하는 것이다.
마법이 생겨나기 전.
한 사람당, 사용할 수 있는 이능은 단 한 종류였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 마도 제국의 마도 황제가 다른 사람의 이능을 배울 방법을 강구하도록 했고, 결국에는 이능의 원천이 되는 생명력 성질과 성향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여 이 성질과 성향만 바꾸면 다른 사람의 이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마법이었다.
마법은 빠르게 성장했다.
워낙 강력한 학문이었고 범용성과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그렇게 뛰어난 학문이었지만 그렇게 쉽게 보급되지는 않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로드 스타트’에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인들과 심각한 차이를 보여 주었고, 그 후에도 상대의 생명력을 따라한다는 점에서 또 여러 가지 부분으로 제한되었다.
상대방의 생명력을 따라하는 방법, 즉 마법을 익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호흡하는 시간을 일치하는 것, 심장의 두근거림, 가장 중요한 것은 생채 시계, 바이오리듬의 크기와 속도의 일치였다.
호흡, 심장의 두근거림, 바이오리듬.
세 가지가 일치하여야 상대의 이능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세 가지가 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방의 말을 빌리자면 상생상극(相生相剋:서로 조화를 이루는 일과 서로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아마테라스의 이능은 화염, 그녀가 마법을 쓴다고 하였을 때, 쓸 수 있는, 즉 상생되는 마법은 물질이 없는 열기, 발광, 분신 정도이고, 사용할 수 없는 즉 상극되는 마법은 물, 비. 안개, 구름, 식물 등이었다.
즉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능에서 상생하는 것은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상극하는 것은 사용하지 못하였다.
일곱 기사와 로엔하르트를 예로 들었는데.
정신 계열의 이능인 ‘다중인격 현신화’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루나는 정신 계열의 마법인 자백, 환몽, 환시, 최면, 타심(상대의 마음의 소리를 드는 것) 등을 쓸 수 있었다.
인력이 들어간 암흑을 사용하는 미첼은 앞으로 나가려는 혹은 벗어나려는 성향을 지닌 마법들을 쓸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몸에 한해서 가능한 마법으로 체력 흡수, 정신 흡수, 생명력 흡수, 독 흡수, 타격 흡수 등을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화염을 사용하는 아마테라스는 열기, 발광, 분신, 환영 정도이고, 역시 같은 계열이라고 화염 마법은 그 위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거의 통하지 않았다.
물의 다프네 오시리스의 능력은 물질화, 그녀의 본체는 정령이었기에 정신 마법은 통하지 않았고, 육체도 사실 능력으로 만든 것으로 그녀가 물질화를 통해서 드래곤의 육체를 만들고자 했다면 드래곤의 육체도 만들 수 있는 그녀에게 육체에 타격을 주는 마법들은 거의 통하지 않았다.
호마의 이능은 신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도 신체 마법으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거나, 근력을 더 강하게 하는 등의 마법이었지만 딱히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호마가 다리에 생명력을 집중하면 발이 빨라지고, 팔에 집중하면 힘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했으니깐, 정신 마법도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뇌도 신체로 포함되어서 뇌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 정신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리즈의 이능은 공간 투시로 마법도 눈에 관련된 마법들을 사용했고, 그 외에는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피나의 이능은 변신, 이런 이능은 매우 특수한 것이었다. 변신의 반대는 변하지 않는 것, 문제는 마법은 변화를 주어서 그 특징, 이능을 얻어내는 것이니 피나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이란 없었다.
로엔하르트가 피나와 비슷한 변화, 로엔하르트 역시 피나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무한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마법에서 상생상극은 되도록 피하는 법이 좋았다.
그래도 마법을 써서 상대를 이기고 싶다면 제3의 마법을 사용하면 되었다.
화염의 이능은 지닌 아마테라스에게는 상생이 되는 화염의 마법은 큰 효과가 없었다.
그렇다고 상극이 되는 물이나, 얼음의 마법은 ‘질량대비’로 만약 화염보다 압도적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제3의 마법, 땅이나 정신, 번개 등의 마법을 쓰거나, 지형적으로 동굴일 경우 동굴을 무너트리는 제3의 방법 등.
상대의 이능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이능에 상생상극에 피해서 제3의 마법과 방법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마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마법은 결국에는 흉내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마법을 잘 써도 로엔하르트나 피나 같은 존재들은 모든 마법에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에 마법이 별 효용이 없었다.
그러니깐 본래 가지고 있는 이능이나 잘 간수하고 활용하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마법에 대해서 의논은 끝낸 사부와 제자를 헤어졌다.
그리고 일곱 기사들과도 잠시 헤어져야 했다. 그 모든 것이 저녁에 있는 파티 때문이었다.
저녁에는 황실 파티가 있었다.
이번에 출전하는 군인들과 귀족들의 출정 파티로 그들이 전쟁에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큰 승리를 거두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게 된 파티였다.
파티의 주최자는 황제였으니, 그 의미가 중했고 황실만이 아니라 수도 전역에 축제를 함께 열어 내일 떠나게 된 병사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저녁 파티를 위해서 준비해야 돼요.”
여름의 별궁으로 돌아오자 리즈가 옷들을 꺼냈다.
사넬의 칼 라펠트, 라방의 알버 엘즈, 규찌의 프리다 지아니, 그린마린의 안나 몰나리, 니니리찌의 몰리비에 스켄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들이 주르륵 나왔다.
“이거랑, 이거 입혀!”
“예!”
“예!”
메이드들의 손이 바빠졌다.
비싼 옷인 만큼 옷을 만지는 데에 그녀들의 행동이 부드럽고 재빨랐다.
황실 파티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로엔하르트에게 더더욱 중요했다.
이번 파티의 주최자는 황제였지만, 주인공은 로엔하르트였기 때문이었다.
진압군 총사령관.
당연히 그 휘하에 있는 메이드들이 주인이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중요한 역을 수행하는 데에 힘쓰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때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서 보너스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꿈이 부풀었다.
파티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로엔하르트.
당연히 복장도 주인공답게 누구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옷을 입어야 하였다. 누가 봐도 척하니! ‘아! 주인공이구나.’, ‘과연 주인공답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포인트를 줄 필요가 있었다.
칙칙한 검은색보다는 노란 바탕의 황금 수실로 장식한 군인들의 총지취관인 만큼 군식으로 하양과 노랑, 금실로 지창하고, 피부의 톤도 하양보다는 조금 건강미 넘치는 톤으로 바꾸는 등, 로엔하르트는 인형 삼아서, 도화지 삼아서 한참 동안 벅적지근하게 입히고, 벗기고,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여 저녁을 위한 준비를 하였다.
“꺄악! 귀엽다.”
“이런 모습을 보고 다른 귀족들이 총사령관으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어! 이게 최선이야?! 당장 고쳐!”
“아앙, 귀여운데.”
지우고 다시 그렸다.
“꺄악! 색기 쩐다.”
“그런 상스러운 말은 하지 마! 그리고 이 모습은 마치 남자가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얼굴이잖아! 이게 최선이야?! 당장 고쳐!”
“아앙, 망상에 사용할 수도 있겠는데.”
“어서!”
리즈의 거듭되는 강조에 몇 번의 고침을 당하고 결국에는 꽤나 늠름한 인상으로 변했다.
하얀 바지에 노란 제복, 금실과 수실, 순금으로 된 지팡이.
그리고 성격만 좋으면 아니 입만 다물면 어머니의 뒤를 이을 미녀라 칭송되는 애린 공주를 파트너로 삼았다.
“어쩜, 이 지팡이 몹시 탐난다.”
“누나가 잘만 해 주면 파티 끝나고 줄게.”
“오, 예스!! 아자!”
드레스 입은 차림새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복싱의 어퍼컷과 킥봉싱의 무릎 찍기를 연달아 하며 기뻐하는 누나.
애린은 로엔하르트와 마찬가지로 샛노란 드레스에 하얀 손장갑(팔꿈치까지 오는 장갑), 황금으로 만들어진 귀걸이와 목걸이, 긴 머리카락을 곱게 올려서 마무리하였다.
두 사람의 의상 선택이 끝나자, 메이드들은 재빨리 다른 별궁과 이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이 선택한 색상을 알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파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로엔하르트와 애린을 온전하게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참석자들이 같은 색상의 옷을 입지 않음으로 배려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