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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22화)
11장 출정식 Ⅳ(3)
-3-
정말 무섭고, 나중에는 불쾌했던 기분으로 팔콘이 동방인 무리의 수장과 만났다.
수장은 거검철탑(巨劍鐵塔) 방무(方武)로 담대한 성품에 무지막지한 강함으로 동방에서도 이름난 고수였다.
방무의 좌우로 비검술의 달인 독비검(獨飛劍) 손상(孫上)과 뛰어난 잔머리로 명성 있는 혈린적서(血吝積鼠) 십이봉(十移封)이 있었다.
“준비가 끝났소?”
십이봉의 말에 팔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눈앞에 거검철탑 방무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아서와 대련할 때의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소.”
다행인 것은 방무는 한마디도 안 하고, 십이봉만이 말하고 있어 십이봉과 눈을 마주쳐 대화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십이봉은 방무와 달리 정말 편안하다 못해 깔보이는 인상의 남자였다.
기세도 한없이 약해서 이 정도면 자신도 한 번 해 볼 만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자였다.
팔콘이 그렇게 깔보면서 바라보는 혈린적서 십이봉.
그는 사실 방무보다 확실하게 약하기는 했지만 사람 죽이는 걸로 따지면 방무보다 더 많이 죽인 살인귀였다.
눈 달렸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듯 팔콘은 한참 십이봉의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
“이 마법진을 이용하면 당신네 8만 5천 명을 모두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러스트 백작령의 마을로 이송시킬 수 있소.”
“이번 일을 수락했으니, 당신들도 우리들의 주군이 원하는 일을 해 주어야 하오.”
“물론이오.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시오.”
“그 말 믿겠소.”
“믿어도 되오.”
그 뒤로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10만 명이 머물러야 되니 필요한 식료품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인물로 선택된 2황자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였다.
팔콘이 그들과 이야기를 끝나고,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굴욕적인 형태로 돌아갔다.
“으아아악! 이렇게는 싫……!”
점혈에 또 당했다.
팔콘을 보낸 방무, 손상, 십이봉은 다른 다섯 명의 대장들을 불러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계획을 짰다.
모든 계획이 끝이 나자.
그들은 죽엽청주(竹葉靑酒)를 들었다.
“한 잔 마시자!”
“우오!”
“우오!”
방무의 거친 입담과 함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술이 한 잔, 한 잔 돌면서 그들의 얼굴도 하나씩 변해 가며, 작은 투정을 하였다.
“후우, 천마후(天魔后)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그러게 말이야,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해서 일을 시키시다니.”
“다 우리 천마신교를 위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렇겠지?”
그런 사람들과 달리 구석의 둘은 술을 홀짝 마시며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에휴, 나 벌써 취화루에 앵앵이 엉덩이가 보고 싶어.”
“나도 앵앵이가 보고 싶네.”
“어, 자네! 자네가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자네야 말로! 서, 설마 자네도 앵앵이와?”
“자, 자네도?”
두 남자는 기묘한 동질감에 더 친하게 술을 마셨다.
그들은 천마신교의 무사들로 이곳에서는 이렇게 풀어진 모습을 하지만 그들의 진실한 모습은 잔학한 살인귀 집단이었다.
천마신교는 본래 무율 제국 초기에 생겨난 반역 집단 파멸신교의 한 갈래로 강자존(강한 자가 지배자가 되는 규칙)을 맹신하는 집단으로 상해 무림에서는 마도칠성(魔道七星)들 중의 하나로 거대한 마도 세력이었다.
총 문도 수 20만 명의 집단인데, 그 20만 명 중에서 10만 명이 이 멀고 먼 키즈 제국으로 넘어 온 것이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떤가?”
방무가 십이봉에게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서양 코쟁이들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느냐는 말일세,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천마신교의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이런 먼 곳까지 와서 저런 녀석들이랑 손을 잡아서 이런 짓까지 하고…… 원 참, 내가 나 하나 행복하게 살려고 교에 들어왔더니, 이건 완전 군대의 군인들과 다를 바가 없구먼.”
“그래서 반역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방무가 크게 성을 내었다.
십이봉은 그런 방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뭐든지 충분하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지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잘 때도, 남자 쪽에서는 충분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여자 쪽에서는 한참 부족할 때가 많지요. 남자 쪽에서는 일각도 되지 않아 찍 싸고 끝난 것인데 그걸 보고 최선을 다했다니, 해 봐야 여자 쪽에서는 기억도 못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방무 님 입장에서야 천마신교의 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천마후께서는 불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이겠지요.”
“하! 천마신교의 힘은 마도칠성에서도 수준급이야! 천마후가 무얼 하실지 모르겠지만, 하신다면 무엇이든 가능하신 분이라구!”
“무율 제국 전부에도요?”
“제국 전부?”
“예, 만약 천마후께서 무율 제국의 정복을 꿈꾸신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래도 아직도 천마신교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천마후께서 무율 제국을 정복하신단 말이더냐?”
“만약이요.”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힘들겠지만, 천마신교만으로는…….”
“천마후께서는 그때를 대비하여서 미리 손을 잡아 놓는 것이 아닐까요?”
방무는 십이봉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해 봐도 그럴 수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꼭 무율 제국만이 아니라 이쪽과 밀수를 트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행복한 일이겠죠. 안 그렀습니까?”
“밀수라니, 그건 무율 제국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조직이 우리인데, 그런 법에 얽매이다니 방무 님답지 않습니다.”
“하하하! 하긴 그렇군!”
***
감옥에 갇혔다. 다행스럽게 대화는 통했다. 기사들은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여인들을 인정하고, 한 번 연락을 넣어 보겠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진실로 전해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황실 감옥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어두침침한 느낌도 없고 쇠창살만 빼면 여느 여관방의 방처럼 느껴지는 꽤나 호화로운 감옥이었다.
“화장실도 있네!”
권자연이 놀랐다.
“욕실도 있어!”
상관혜도 놀랐다.
“침대도 푹신해.”
도영도 놀랐다.
“감옥 들어 올 만하네.”
모용운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모용운지의 말에 세 친구들이 동시에 말했다.
네 사람이 감옥이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을 때, 간수와 귀족이 함께 나타나 감옥의 문을 열었다.
“나오십시오. 현자님이 만나 보겠다 하십니다.”
“알겠습니다.”
“아싸!”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네 여인들은 감옥을 나와서 상당히 걷고, 또 걸어서 사람이 땅에 기어가는 개미가 보일 정도로 높이까지 올라왔다.
“어, 얼마나 올라가는 거예요?”
“노, 높다!”
“……정말 높아.”
모용운지도 너무 높은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살짝 겁이 났다.
“도착했습니다.”
귀족이 멈춰선 곳은 처음 황금 탑 입구에서 보았던 그 거대한 문과 같은 크기의 높이가 10장(30m)은 훌쩍 넘기는 크기의 문이었다.
“들어오십시오.”
귀족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은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무겁지는 않은지 귀족은 아주 손쉽게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네 여인들도 귀족을 따라서 문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곳은 땅과 나무, 호수와 시냇물, 새와 토끼와 같은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건물의 안으로 보이지 않는 숲이었다.
숲의 중심에는 거대한 별장이 있었는데, 별장을 보고 귀족이 말했다.
“현무의 별궁입니다.”
저택의 이름만 말해 주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귀족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노인 한 분과 젊은 아가씨, 총 두 사람이 네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전부 딸 아이 또래네요.”
“이오린, 동방의 여성들은 대부분 외모가 계속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간단히 말해서 동안들이 많지.”
“흥! 그래요. 난 빨리 늙어요!”
리드미스는 부인의 삐침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여보! 내가 미안해, 내가 완전히 잘못했어!”
“그 정도로 풀 줄 알아요!”
“그런 루이바롱 핸드백 어때? 저번에 갖고 싶다고 했잖아.”
“흐흥! ……손 핸드백도.”
“알았어.”
겨우 이오린의 화를 풀었다고 생각한 리드미스는 본격적으로 네 여인들과도 이야기했다.
대화는 대륙 공용어를 할 수 있는 모용운지가 맡았다.
이오린도 남편의 과거가 궁금하여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니깐, 네가 예전에 내가 가르친 모용지황의 딸이라 이 말이구나.”
“예!”
“그놈이 벌써 딸을 지닐 나이라고?”
“예!”
“증명, 증명할 방법이 있느냐? 네가 모용지황의 딸이라는 증명 말이다.”
또다시 나왔다.
증명!
하지만 모용운지는 그 좋은 머리로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아니, 방금 전 이오린과 리드미스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있습니다!”
“어떤 것이냐?”
“아버지께서 흑현자 독실 님을 이야기하실 때, 항상 말씀하시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를 궁금하게 만드는 화법을 구사했다.
“무엇이냐?”
리드미스는 모용운지의 화법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독실 그 늙은이는 얼마나 손이 넓고, 호색한인지, 그 늙은이가 오고 난 이후로 세가의 시녀들이 모두 임신하여 일할 사람이 모두 출산 휴가를 내어서 당시 세가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그 이후로 그 늙은이는 우리 세가에서 쫓겨났고, 절대 들이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현재 우리 세가의 시녀들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득인지, 화인지…….’라고요.”
“잠깐!”
리드미스는 절실하게 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이었다.
“여보! 그러고 보면 나도 당신 시녀였어!!!!!”
“으아아아악!!! 아니야! 그건 모두 과거야! 제발 화 풀어! 난 이제 당신 것이란 말이야!”
쿠당탕탕!
쾅쾅쾅쾅쾅!
리드미스와 이오린은 정말 지독하게 싸웠다.
그렇게 1시간.
네 여인들은 얼굴 가득하게 손톱자국이 나 있는 리드미스에게 확실하게 증명을 받았다.
그리고 천마신교와 상의하였고, 리드미스는 네 사람의 말에 아주 좋은 정보를 얻었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제자의 상황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저희들, 그 제자분을 돕고 싶습니다!”
“맞아요! 그분이 천마신교와 싸우게 되었다니, 저희가 돕게 해 주세요!”
“괜찮을까요?”
모용운지는 한참 생각하더니 리드미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친구들의 말처럼 하게 해 주세요. 이 일은 저희의 일이기도 합니다.”
“뭐, 별로 어렵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