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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23화)
12장 출정식 Ⅴ(1)
-1-
이른 새벽에 잠을 설치며 일어나야 했다.
피곤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대충 세안을 끝내고 로엔하르트는 깔끔하게 준비를 끝마쳤다. 아침은 대강 먹고 메이드들의 도움으로 옷과 화장, 머리를 하였다.
“참, 리즈. 저번에 내가 백금 별궁에서 가져온 외투에 맞게 옷을 맞춰 줘.”
리즈는 로엔하르트를 위해서 미리 준비한 옷을 가져오던 중에 그 말을 듣고 눈이 번쩍 거리더니,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에에! 그런 말은 진작했어야죠!”
“미안, 리즈.”
“어떡해!”
“부탁해.”
“히잉, 거기 누구 없어! 로엔하르트 님이 백금 별궁에서 가져왔던 그 외투 가져와.”
“예에, 메이드장님.”
어린 메이드가 일리아가 만든 외투를 가져왔다.
상당히 뛰어난 솜씨로 자체적으로 만든 외투였는데 리즈는 외투의 색과 맞추어서 이번 출정식에 어울리는 옷의 스타일을 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울 수가 없었다.
“메이드장님! 시간이 없어요!”
“알아! 안다고! 하지만 어설프게 입힐 수는 없어!!!”
옆에서 머리가 지끈거리며 스타일을 고를 때, 로엔하르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홍차를 즐겼다.
리즈의 눈빛이 오늘이 바쁜 날만 아니었다. 허리케인 촙―스콜피온 꺽기―미들 하이 킥으로 연속 공격을 하였을 텐데 라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로엔하르트.”
애린이 일어나 있었다.
“누나, 빨리 일어났네.”
“빨리 잤잖아, 그래서 빨리 일어났어. 그런데 로엔하르트 준비하는 거야?”
애린은 머리를 손질하고 손톱을 세공하는, 로엔하르트에게 6명의 메이드들이 달라붙어서 움직이고, 언제든지 시키는 분부를 기다리는 10명의 대기조 메이드들을 보았다.
“응.”
“헤에, 좋겠네.”
“참, 따라올 생각은 하지 마.”
뜨끔!
애린은 로엔하르트의 말에 고개를 획 돌렸다.
“내가 왜 따라가는데! 나도 갈 마음 같은 건 없어!”
“난 누나가 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
“걱정 마! 안 따라가! 절대 안 갈 거야!”
“절대 안 오면…… 내가 아주 멋진, 아주 엄청난 선물을 가지고 돌아갈게.”
“서, 선물?”
“응! 엄청난 거!”
“엄청난 거?”
“어! 엄청! 그레이트 그랜드 갓 뎀 스폐셜 초 울트라 선물 말이야.”
“그레이트 그랜드 갓 뎀 스폐셜 초 울트라 선물? 그럼, 알았어! 황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 반드시 들고 와야 돼!”
“걱정하지 마.”
“거, 걱정 안 해!”
애린은 재빨리 로엔하르트의 방을 빠져나왔다.
로엔하르트는 그런 애린을 보며 속으로 얼마나 안심하였는지 모른다.
“무사히 선물 가져와!”
복도 끝에서 애린의 목소리가 울린다.
“예에.”
“다 됐다!”
로엔하르트는 엉망진창이 된 침대 속에서 옷을 다 고른 리즈를 볼 수 있었다.
리즈는 얼마나 머리를 굴렸는지, 그 짧은 시간에 눈이 퀭하게 변해서는 다크 써클이 코까지 내려와 흉측하게 보였다.
“수고했어.”
“그 말이 끝이에요! 난! 내 선물은요?!”
“아아, 그거.”
“황녀님과 같은 그레이트 그랜드 갓 뎀 스폐셜 초 울트라 선물은 아니더라도 그랜드 갓 뎀 스폐셜 초 울트라 선물 정도는 되어야 해요!”
리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는 초 울트라 큐티 베리베리 러블리 선물요!”
“전 초 시크 울트라 섹시 촙 그랜드 선물이요!”
“저, 전……!”
“저는……!”
메이드들의 선물 타령 바다가 만들어져 로엔하르트는 그 선물의 바다 속에 풍덩 빠져들었다.
‘어푸! 어푸!’
-2-
바다에서 건져진 미역처럼 쨍쨍한 태양에 말려진 로엔하르트는 곧 일리아가 만든 외투와 그에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과 부츠, 장갑, 액세서리 등을 하였다.
“로엔하르트 님, 리드미스 님이 오셨습니다.”
“사부님이?”
“예, 로엔하르트 님에게 소개해 드릴 사람들이 있다면서 동방인 4명과 함께 오셨습니다.”
“동방인?”
동방인 하니, 생각나는 것은 반란군 중 대부분이 동방인이라는 정보, 로엔하르트는 혹여 리드미스가 자신을 위해서 동방에 정보를 알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사부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철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홍차를 마시고 있는 사부님과 네 명의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그 복장은 동방보다는 서양의 드레스였지만, 외모는 전형적인 동방의 신비한 얼굴이었다.(동방인이 서양인을 보면 신기하듯이, 서양인도 동방인이 신비하다.)
그나마 로엔하르트를 비롯한 카론 랜드의 사람들이 동방과 무역을 통해서 상당히 문화를 흡수한 덕택에 이 정도지, 동방인을 전혀 못 보았던 라 제국인들은 동방인은 유사 인간 종족(오크, 드워프, 엘프)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
같은 제국인데도 그럴 정도다.
“사부님!”
리드미스는 로엔하르트 정도로 상당히 풍성하면서도 정갈하게 옷을 입었다.
색도 반짝거리기보다는 황토색과 노란색, 검은색으로 차분한 느낌을 많이 주었다.
리드미스가 벌떡 일어나 로엔하르트를 안았다.
“멋지게 차려입었구나.”
“사부님도 멋져요.”
“허허, 그렇지? 이오린의 센스가 남다르단다. 참, 여기 있는 소녀들은 내가 동방에 있을 때, 잠시 신세를 졌던 집안의 혈육과 그 친구들로…….”
잠시 말을 끊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란군에 있는 동방인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단다.”
“확신해요!”
모용운지가 언어를 알고 바로 말했다.
모용운지를 따라서 권자연, 상관혜, 도영이 일어났고 권자연과 상관혜는 서로 귓속말로 로엔하르트에 대해서 떠들었다.
물론 무율 제국의 언어로…….
“우리 또래도 보이는데, 서양인 치고 꽤 잘생겼는데? 남궁검 오라버니 정도로 마음에 든다.”
“응, 꽤 마음에 들어.”
“귀엽다.”
도영도 끼어들었다.
모용운지는 네 사람의 말에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힘이 빠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모용운지도 친구들과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흑현자 독실(리드미스)의 제자인 로엔하르트는 왠지 모르게 서양인이 분명한데도 그들과 묘한 동질감을 지닌 상해 무림의 후기지수로 있는 팔룡 중에서 옥룡 화무용과 검룡 남궁검처럼 참으로 잘생긴 소년이었다.
“우리보다 어려 보이는데.”
무율 제국의 언어로 모용운지도 끼어들었다.
“키워서 잡아먹으면 되지.”
“맞아!”
“…….”
무서운 말을 하는 권자연과 상관혜 그리고 조용히 상상하는 도영.
리드미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내 제자는 무율 제국의 말도 할 수 있다네.”
“꺅!”
“꺅!”
“꺅!”
“……!!”
네 여인들은 모두 놀랐다.
로엔하르트는 오래전 리드미스에게 배우고 동방인을 직접 데려와 연습까지 하였던 무율 제국의 언어로 유창하게 말했다.
“재미있으신 분들이시군요. 저는 로엔하르트 키즈입니다.”
그렇게 유쾌(?)하게 대화를 시작하였다.
모용운지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겪었던 내용과 연계하여서 어젯밤 리드미스와 나누었던 대화들까지 첨언하여 말했다.
로엔하르트는 상대의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내뱉었다.
“……10만인가요.”
“예.”
“그럼 나머지 8만 5천은…….”
“아마도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로엔하르트, 이건 심각한 이야기다. 1만 5천대 5만이 아니라 10만대 5만이다. 병법에 병력에서 차이가 나면 수비를 하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우리들이 공격하는 쪽이니, 이번 작전에 그 어려움이 상당할 것이다.”
리드미스의 말에 로엔하르트도 같은 생각을 하였다.
그도 리드미스나 슈마허에게 배울 때, 그런 말을 들었다. 문제는 지금이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
“대신 그쪽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 예를 들어서 ‘패스트’ 길드의 이동 마법진으로 식량을 이동시켜 준다던가.”
마법진이란, 마법을 일반적인 사람도 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최근 마법계에서 일진광풍(一陣狂風)을 불며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도 간단한 시동어(始動語)만으로 이능을 따라 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무료가 아니다.
시동어를 외치는 사람에게 생명력을 강제로 강탈하여서 부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몸속에는 생명력이 있다. 단지 그걸 한계까지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로드 스타트’에 올랐느냐, 안 올랐느냐와 동일하다.
마법진의 시동어를 외치면 마법진이 스스로 시동어를 외친 장본인의 ‘생명력 흡수’하여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마법진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자신의 생명력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마법진을 쓰다가 미라처럼 모든 생명력이 빨려서 죽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하더라도 일반인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패스트’ 길드는 그중에서 이동 마법진을 개발한 학파가 뒤를 봐주는 길드로 어디로든 물건과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하여도 저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부님.”
“로엔하르트.”
“걱정 마십시오. 5만대 10만? 저는 적들이 100만이라 하여도 추호도 패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알겠다.”
사부님의 대견하다는 눈빛에 로엔하르트는 자신감을 잃지 않은 미소로 네 여인들에게 말했다.
“그럼, 즐거웠습니다.”
로엔하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용운지는 어느새 일어나서 방문으로 향하는 로엔하르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로엔하르트는 자신을 향해 소리를 치는 모용운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도 돕게 해 줘요!”
로엔하르트는 모용운지의 말에 리드미스를 보았다. 무슨 말인지 리드미스에게 대답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깐, 저희도 제자분을 도와서 그 10만 명을 상대하겠어요.”
“괜찮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모용운지가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리드미스가 대신 끼어들었다.
“로엔하르트, 돕게 해 주렴.”
“하지만 사부님, 전쟁은 아이들의 장난이 아닙니다. 여인들이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로엔하르트, 내 부탁이라고 하여도 안 되겠느냐?”
로엔하르트는 리드미스의 말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모용운지는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전하여 함께 기뻐하였다.
―그래도 말이다. 되도록 다치지 않게 지켜 주렴.
전음으로 네 소녀의 안전을 부탁하는 리드미스.
―휴우,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로엔하르트는 좋게 생각하였다. 천마신교에 대한 어느 정도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그런 좋은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