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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다음 날, 진서의 강의가 끝나고 과대표인 형석이 그에게 선물을 건넸다. 진서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넥타이와 넥타이핀이 선물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모두들 고맙다.”
학생들을 바라보며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진서는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에게 노트 검사를 받기 위해, 어제 오후에 만든 휴대폰 줄과 카드가 담긴 작은 상자를 들고 민영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여학생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선물 공세를 받고 있는 진서의 모습이 민영의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선물 상자와 쇼핑백 등 한 아름 선물을 받아 들고 교수실 안으로 들어가는 진서를 보고 있자니 민영은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선물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냥 안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민영은 아쉬운 얼굴로 주머니 안에 상자를 밀어 넣었다.
교수실로 들어가자 책상 가득 쌓여 있는 선물 상자들이 민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서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왔어?”
책상 위 선물을 바라보며 민영이 놀라 입을 벌리고 있는데, 진서가 그런 그녀를 반기며 말했다.
“여기 노트요.”
“흠, 오늘은 정리를 잘했군. 훌륭해.”
노트를 받아 들고 훑어본 진서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만 나가 볼게요.”
진서에게서 노트를 건네받은 민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뭐야, 벌써?”
“왜요? 무슨 할 말이라도…….”
“나한테 할 말 있는 사람은 너 같은데. 무슨 할 말 없어?”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서의 시선에 민영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진서의 휴대폰이 울어 댔다.
“잠깐. 전화 좀 받고 오지.”
민영을 향해 이렇게 말한 진서는 휴대폰을 들고 교수실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겨진 민영은 주머니 속 자신의 선물을 매만지며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초라한 선물을 건네기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진서를 위해 만든 건데 그냥 들고 가기도 그랬다.
민영은 크게 숨을 내뱉으며 선물을 꺼내 수많은 선물들이 쌓여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워낙 자그마한 상자여서, 다른 선물들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생일 축하해요, 선생님.”
민영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을 열고 교수실 밖으로 나갔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화를 받으며 검은 눈을 살짝 위로 치켜뜨는 진서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건넨 민영은 서둘러 교수실을 벗어났다. 그래도 선물을 올려놓고 나와 마음은 편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 ♣ ♣

하여튼 매정해도 너무 매정했다. 민영에게 선물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그 한마디도 들려주지 않고 사라진 민영이 진서는 무척이나 야속했다.
사실 생일 같은 거에 별로 큰 의미를 두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민영에게 축하한다는 말도 못 들으니 기운이 빠졌다. 예쁘게 웃으며 딱 그 한마디만 해 주면 되는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반한 여자가 그런 여자인 것을.
집에 들고 온 선물 상자들을 바라보며 진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선물들은 하나도 안 받아도 좋으니, 민영이나 하루 종일 봤으면 싶었다. 그게 자신에게 가장 큰 선물일 것 같았다.
진서는 쌓여 있는 선물 상자들을 풀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주방으로 걸어가 양주를 꺼냈다. 양주잔에 얼음과 함께 양주를 따른 후 거실로 다시 걸어 나오는데, 현관 앞에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진서의 눈에 들어왔다.
들고 들어올 때 아무래도 저기에 떨어뜨린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상자 앞으로 걸어간 진서는 천천히 그 상자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상자는 열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양주잔을 올려놓고, 진서는 손을 뻗어 상자 포장을 뜯었다. 그러자 작은 카드 하나가 보였다. 별 기대하지 않는 눈빛으로 카드를 열던 진서의 검은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선물은 보잘것없지만, 선생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민영-

이라고, 적혀 있는 카드를 읽는 진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눈이 저절로 반달 모양이 되고,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카드가 마치 민영이라도 되는 듯 애틋한 손길로 쓰다듬던 진서는 재빨리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직접 수를 놓은 깔끔한 디자인의 휴대폰 줄이 진서의 눈에 들어왔다.
바보같이 자꾸만 웃음이 났다. 오늘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이 선물이 훨씬 귀하고, 값지게 느껴졌다. 카드와 휴대폰 줄을 보는 순간, 우울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34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다.
민영이 준 이 선물 하나로 인해서.

♣ ♣ ♣

“마케팅이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다. 그래서 요즘 모든 기업에서 마케팅을 굉장히 중요시하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자, 모두 이 휴대폰을 봐라.”
진서가 강의 중에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각자 이 휴대폰을 팔 수 있는 단 한 마디의 멘트를 생각해 보도록. 시간은 5분 주지. 5분 뒤엔 무작위로 발표를 시키겠다.”
학생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진서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휴대폰을 바라보는 민영의 시선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 만들어 준 휴대폰 줄이 진서의 휴대폰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많은 선물에 가려져 보지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혹시 보더라도 저런 선물 따위 진서가 무시할 줄 알았는데. 그의 휴대폰에 달려 있는 줄에 민영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한참 동안 놀란 시선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던 민영이 진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갑작스러운 진서의 행동에 민영은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다들 진서가 내준 과제를 하기 바빠 그런 그의 행동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민영도 고개를 숙인 채 과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때였다. 천천히 학생들 사이를 거닐던 진서가 민영의 앞에 멈춰 선 것은.
“고맙다.”
그리고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민영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는, 진서는 천천히 멀어져 갔다. 가슴이 묘하게 뭉클거렸다. 보잘것없는 작은 선물을 좋아해 주는 진서의 모습에 민영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진서가 좋아해 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 ♣ ♣

MT, 참으로 설레는 단어였다. 사실 대학에 오면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MT였다. 중,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자유와 낭만이 느껴지는 단어에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래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 MT를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 무척이나 부러웠었다. 그런데 드디어 민영에게도 그 MT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새내기 MT로 이번 신입생들과 선배들, 그리고 교수님들까지 참가하는 제일 큰 행사였다.
과 동기들과 아직은 많이 어색한 상태라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지훈이 자신의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런 걱정을 많이 덜게 해 주었다. 워낙 꽃미모인 녀석이다 보니 여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그 덕분에 민영도 그 녀석에게 관심 있는 여학생들과 조금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지훈과의 친분이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역시 자신에겐 무척이나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녀석이었다. 자연스럽게 근처에 앉은 여학생들에게 민영에 대한 소개를 하며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지훈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민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MT가 끝나고 나면 꼭 지훈이에게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버스에 탄 한진서, 그 남자와 이혜연 교수의 모습에 민영은 좀처럼 동기들과의 대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려 보여서 마음에서 자꾸만 이상한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저 사람에게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시선이 가는 걸까? 그러면서 민영은 자신이 예뻐 보였다는 그 남자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자신이 저 사람에게 예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그럴까? 자신보다 훨씬 예뻐 보이는 이혜연 교수가 곁에 있는데도 저 사람 눈엔 여전히 자신이 예뻐 보일까? 유치하고 바보 같은 자격지심이 민영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다.
“누나, 민영 누나.”
자신을 부르는 지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제야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뗀 민영은 애써 덤덤한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피곤해요?”
“아니야, 괜찮아.”
“MT 가서 정말 재미있게 놀아요. 누나 많이 오고 싶어 했잖아요.”
말로 내뱉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지훈의 말이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지훈과 함께하는 MT란 사실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아는 이 하나도 없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 녀석이었으니까.
“응. 그래야지.”
“그리고 술 못 마시겠으면 나한테 슬쩍 신호 보내요. 내가 다 막아 줄게요. 이래 봬도 제가 여기서 짬밥 좀 되거든요.”
씩 하고 웃으면서 하는 지훈의 말에 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이럴 땐 오히려 오빠 같은 그런 녀석이었다. 그렇게 지훈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던 민영은 문득 한진서, 그 남자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스치듯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흔들리는 자신과 다르게 태연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는 진서의 모습이 민영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보고 있었던 걸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한 기대가 마음을 침범했다. 11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한진서, 그 남자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열아홉 철부지 소녀도 아니면서 눈길 한 번에 괜한 기대를 하는 자신이 싫어졌다.
도대체 왜 이러니, 유민영?
속으로 자책하며 민영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원하게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를 따라 빠르게 지나가는 푸르른 풍경에도 이상하게 아까처럼 마음이 설레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영의 신경을 온통 앗아 가는 한진서란 남자로 인해 들뜨던 그녀의 마음도 같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 ♣ ♣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골 마을을 한참 달리던 버스가 도착한 곳은 바로 강원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였다. 원래는 자그마한 분교였다는데, 학교가 폐교된 후 하나의 숙소로 바꾼 그런 곳이었다. 숙소로 개조된 교실은 무척이나 넓어 수십 명의 인원이 함께 잘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강당까지 갖추고 있어,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교실에다가 각자 짐을 푼 사람들은 강당으로 모여 달라는 광고학부 회장의 말에 하나둘씩 강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미리 짜 놓은 조별로 모여 앉았다. 나머지 조 애들은 아직 어색했지만 그래도 지훈과 같은 조여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오늘 꼴찌 조는 설거지 당번이란다.”
조장인 한 남학생의 말에 민영의 조원들은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꼴찌 조가 되면 100여 명 분량의 설거지를 단 10명이서 해야만 했다.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조장의 말을 이어 조원들은 다 함께 외쳤다. 민영의 조뿐만 아니라 다른 조 역시 긴장의 눈빛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학부 회장의 진행으로 조별 게임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게임은 인간제로, 회장이 부르는 숫자와 같은 수의 인원이 일어나면 지는 게임이었다. 민영의 조는 조장의 지시대로 모두 다 일어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회장이 민영의 조를 향해 외친 숫자가 바로! ‘제로’였던 것이다.
“아악!”
“으!”
“제길!”
민영의 조원들 입에선 모두 절망의 탄성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다른 조원들의 입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명백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그렇게 첫 게임을 패배로 시작한 민영의 조는 연이은 게임에서도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장기자랑에서도 끝에서 두 번째라는 비운의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아직 포기는 이르다.”
의욕을 상실하고 비틀거리는 민영의 조원들을 다독이며 조장은 말했다.
“우리에겐 마지막 희망이 있다. 가장 많은 점수가 걸려 있는 여장 대회! 지훈아, 믿는다.”
조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훈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우리 조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과를 통틀어 가장 꽃미모를 빛내는 녀석이 바로 지훈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조원들은 이번만큼은 우승이다, 라고 단정 지어 생각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마의 꼴찌에서 민영의 조는 벗어날 수 있었다.
“지훈아, 믿을게.”
여장만큼은 절대 싫어, 라고 울부짖던 지훈이었지만 자신마저 이렇게 말을 하자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영을 향해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메이크업과 코디를 담당하게 된 여자 신입생 두 명의 손에 잡혀 분장실로 끌려가는 지훈이었다.
그렇게 잠깐 동안 주어진 분장의 시간이 끝이 나고 대망의 마지막 코너, 여장 대회가 시작되었다.
“많이들 기다렸습니다. 그럼 우선 1번 참가자부터 만나 볼까요? 청순미녀는 가라! 이제 터프한 미녀의 시대가 도래할 테니! 내 근육질 몸매에 모두들 쓰러질 것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선포한 1번 미녀 강찬순!”
회장의 소개와 함께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짧은 미니스커트에 쫙 달라붙는 나시티를 입은 우락부락한 남자(?), 아니 여자가 무대에 등장했다. 꽉 끼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팔자걸음으로 등장한 그 사람의 모습은 강당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장기자랑 또한 어찌나 엽기적이던지. 심사를 보고 있던 이혜연 교수를 한 팔로 번쩍 안아 들어 힘자랑을 하는 그 모습에 웃음이 끊이지가 않았다. 1조는 아무래도 아름다움보단 코믹함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1번 강찬순 씨의 시간이 끝이 나고, 단아한 모습에 2번 미녀, 그리고 귀엽고 발랄한 3번 미녀가 연이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리 과엔 정말 미녀들이 많군요. 하지만 이번에 등장할 미녀만큼 아름다운 미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이 사람이 여자로 태어나지 못했는가, 하는 회의마저 드는군요. 제 마음까지 송두리째 앗아 간 그녀, 막 동남아를 돌아 미국 공연까지 마치고 돌아온 미의 절정! 4번 미녀 윤지수 씨를 소개합니다!”
회장의 거침없는 소개와 함께 드디어 지훈이 무대 위에 등장을 했다.
“오!”
“와우!”
“너무 예뻐요!”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 가발을 쓰고 사뿐사뿐 무대 위로 걸어 올라오는 지훈의 모습은 그만큼 아름다웠다. 정말 남자로 태어난 게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미모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 지훈이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화장까지 시켜 놓으니 웬만한 미인들도 울고 갈 뛰어난 미모가 더욱 돋보였다.
“안녕하세요, 윤지수입니다.”
목소리는 조금 걸걸했지만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수줍게 인사하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목소리 같은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1등이야, 1등.”
“그래. 안 봐도 뻔해.”
“그르게 지훈 선배 너무 예쁘다.”
민영의 조원들은 모두들 흥분하며 지훈의 1등을 확신했다. 그만큼 지훈의 미모는 우월했으니까. 지훈의 뒤에 등장하는 다른 미녀들은 그의 엄청난 미모에 가려져 잘 빛이 나지 않았다.
민영의 조는 공포의 설거지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라는 희망을 가지며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렸다. 지훈의 1등만이 이 조의 살길이었기에. 그런데 이게 웬 하늘의 장난이란 말인가?
“미스 선! 아, 이건 정말 의외인데요? 전 분명 이분이 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말입니다.”
미스 선 발표를 앞두고 하는 회장의 말에 민영의 조원들의 표정은 급격하게 흐려졌다. 그리고 그 말대로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미스 선은 바로! 4조 윤지수 양입니다!”
회장의 발표와 함께 무대 위에 있던 지훈은 휘청거렸고, 민영의 조원들 역시 바닥에 철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것은 음모야!”
라고 외치면서.
하지만 음모든 뭐든 간에 이미 판정은 났고, 민영의 조에겐 설거지 당번이라는 끔찍한 벌칙이 주어졌다. 엄청나게 끔찍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