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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 얼굴 빨갛다.”
“아, 진짜?”
“응. 울긋불긋해.”
그렇게 심한가? 나는 다시 한 번 음료수를 내 뺨에 가져다 대었다.
아아, 시원하다. 시원해. 하며 말하자, 녀석이 기습을 하듯이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예뻐, 형은.”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왠지, 아주아주 귀여운 아기가 엄마 다리에 매달려서 우리 엄마가 제일 예뻐! 나, 엄마랑 결혼할래! 할 때의 느낌이랄까. 아니, 그것보다 더 강한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현수의 팔을 잡았다.
“예쁜 건 네가 더 예쁘네요.”
하지만 녀석은 지지 않고 형이 더 예뻐! 하고 일갈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내 반박을 듣지 않겠다는 듯이 말을 돌려 버린다. 하여간 이상한 곳에서 고집은. 나는 더 이상 밀어붙이지 않고 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정말이지 예뻤다. 남들 눈에는 그저 잘생긴 사내 녀석으로밖에 안 보이겠지만, 내게는 달랐다. 부드러운 새카만 머리카락하며, 깜빡깜빡 여닫히는 맑은 두 눈동자. 어느 한 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는 손을 뻗어 현수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져 보았다. 여름이어서 조금 짧게 자른 머리카락 덕분에 녀석의 시원한 목덜미가 드러나 있었다. 언제 이렇게 부쩍 큰 걸까. 나는 새삼 기특한 기분이 되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내게 맞춰 주려는지 현수가 고개를 숙인다. 정말이지 예쁜 녀석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게는 마냥 아기 같은 놈의 뺨에 쪽 입을 맞추고는 떨어졌다. 주위에서 놀란 얼굴로 쳐다봤지만 뭐 어떠랴. 엄마가 아기한테 뽀뽀한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라고.
게다가 녀석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는다. 그러곤 다시 조잘조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현수. 혹여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특한 녀석은 기분 좋다며 오히려 더 해달라고 보챈다. 나는 거기에 대고 집에서 해줄게. 하고 웃어 주었다. 그런 내 말에 녀석 또한 웃었다.
폭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시원스런 녀석의 미소였다. 그에 나는 기쁨이 배로 늘어났다. 어렸을 때는 제대로 웃지도 못하던 녀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뿌듯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현수를 이렇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

***

현수와 내가 만난 건 아주 어렸을 때였다. 나는 아직 6살, 그리고 현수는 4살 때였다. 우리가 만났던 곳은 다름 아닌 고아원이었다.
5살 때 부모로부터 버려졌던 나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 따위는 포기한 건방진 어린아이였다. 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인우 부모님도 꼭 오실 거야. 아주 잠깐 여행을 가신 것뿐이야. 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그런 눈에 보이는 거짓말 따위를 믿어 줄 의무가 내게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원에서 그런 말을 믿는 애들은 한 명도 없었다. 선생님들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우리는 믿지도,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버린 강아지를 다시 주우러 가는 인간은 없다. 버린 장난감을 다시 가지러 가는 아이도 없다. 버려진 시점에서 그들은 그 존재를 잊을 뿐이다. 그리고 버려진 그것들은, 우리들은 단지 기다릴 뿐이었다. 기약도 없는 약속과 기다림. 그것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고아원의 문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기다림조차 없었다.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절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부모님은 아주 일찍 결혼을 하신 분들이었다. 어머니는 당시 대학생이었고, 그만큼 꿈도 미래도 창창했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분들 사이에서 나는 원치 않았던 자식이었다. 그래도 핏덩어리를 내다 버리기에는 그들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대학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들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 아버지만이 포기했던 것이니까. 어머니의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그 꿈은 그녀의 자존심이었으며,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라는 현실적인 압박이 그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들은 노력했다. 아등바등 나를 키우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써 보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친정에 알리자니, 후환이 두려웠고. 결국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게 아닌가.
그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치달았다. 매일매일 다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집 안 여기저기에 물건을 던져 흠집이 나는 것도 예사였다. 나는 그런 집에서 항상 웅크리고 있었다. 최대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
가끔씩 손찌검이 날아올 때도 울지 않고 버티려 했다. 울면 더욱더 그 강도가 더해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내 몸에는 상처가 끊이지 않았다. 뺨을 맞기도 했고, 걷어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언제 매가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언제 ‘너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정말 끔찍하다.’라는 말을 또 듣게 될까. 그것이 제일 무서웠다. 매일이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서 처음으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셨다. 동물원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고. 나와 같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보였다.
어머니는 상냥하게 저건 무슨 동물이고, 이건 무슨 동물이라며 설명도 해 주셨다. 난생 처음 장난감을 선물해 주셨고, 난생 처음 그녀가 나에게 먹으라며 도시락을 내밀었던 날이었다. 항상, 라면이나 빵만으로 허기를 채웠던 날과는 달랐다. 나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 만큼이나 기뻤다. 이것으로 이제는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나를 [축복의 집]이라 불리는 곳에 데려가기 전까지는.
그곳은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였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 나이가 더 많은 형 누나들이 많은 곳이었다. 아기자기한 파스텔 톤의 벽이 인상 깊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즈음, 선생님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 사람들과 무어라 말을 주고받더니, 내 키에 맞춰 쭈그려 앉았다. 그러곤 내게 말했다. 그 입을 타고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이해하기 쉬운 말들이었다. 하지만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입에 발린 말로 나를 속이지도 않았으며, 빤한 약속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회상/‘이곳이 인우가 새로 살게 될 집이야. 어때, 넓지? 이제는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옷도 새 거로 입을 수 있어. 장난감도 많아. 공부도 할 수 있어. 우리 인우를 위해서 엄마가 준비했단다. 이제부터는 여기에서 사는 거야. 응?’/
나는 물으려 했다. 엄마도 여기에서 같이 살아요?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이 너무도 흉흉해서 차마 입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그녀는 누군가―지금의 원장 선생님―에게 내 손을 쥐여 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리고 그 후로는 그녀는 단 한 번도 나를 찾지 않았다. 소식조차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거짓말 따위는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지 1년째 되던 나의 생일이었던 날.
그 날, 나는 현수를 처음 만났다.

천장에 알록달록 예쁜 색의 풍선들과 색종이 고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한 상 가득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음식. 무엇보다도 달콤하고 예쁜 케이크. 나는 놀란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머리를 덮을 정도로 커다란 고깔모자를 쓰고, 난 친구들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빙그르르, 케이크를 둘러싼 친구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선생님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셨다.
조각조각 잘라낸 케이크들이 각자에게로 나눠졌고, 나는 아까워서 먹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주위에 있는 선물 상자는 뜯을 생각조차 없었다. 처음으로 하는 생일 파티. 처음으로 받는 생일 선물. 처음으로 보는 케이크.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생일날이 이렇게 즐거운 적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홀로 웅크리고 있던 내게는 생일이란 것은 의미조차 없는 것이었다. 아니, 내 생일이 언제인지 나조차도 몰랐다. 이 날은 처음으로 내게 생일의 의미를 가르쳐준 날이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이들 속에서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 지나기 딱 1시간 전.
정확히 밤 11시에 사건은 터졌다.
그날은 웬일인지 잠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평소보다 들떴던 탓일까, 아무리 눈을 꾹 감아도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밖에는 언제부터 쏟아지고 있었던 건지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고, 간혹 번쩍번쩍 하는 번개와 우르르 땅을 울리다가 쾅― 하며 무서운 소리를 내는 천둥도 함께였다. 하필이면 이런 밤에 잠도 오질 않다니. 낭패다. 라고 생각했다.
뒤척뒤척 몸을 이리저리 굴리기도 하고, 옆에서 자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천둥이 칠 때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잠은 오지 않았다. 공포가 잠을 집어삼켜서 더 그랬던 것일 것이다.
그런 시간이 몇 분가량 흘렀을 즈음, 야단법석이 난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나!”, “빨리 좀 와 봐요!”, “말도 안 돼!” 하는 소리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졌다. 결국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불을 걷어냈다. 그러고는 살금살금 일어나 문을 열었다.
창문 새로 들어온 비바람에 바닥이 흥건했다. 찰팍찰팍, 물웅덩이를 밟으며 나는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어느 한 방을 바라보았다. 소리가 들리고 있는 곳은 그 방이었다. 나는 주위를 휘휘 돌아보다가 냅다 뛰었다. 캄캄한 복도에 홀로 서 있자니, 그것도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선생님들이 계셨다. 선생님들은 뭐에 그리 정신이 팔린 건지 내 기척을 알아채지는 못했다. 나는 발뒤꿈치를 들어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려 애썼다. 바닥에 무언가가 눕혀져 있었다. 두꺼운 이불을 아래에 깔고 선생님들이 주위에 수건과 약을 두고 있었다. 아픈 아이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곧 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탄성이 나왔다.
“우와, 예쁘다아.”
커다랗고 똘망똘망한 새카만 두 눈동자. 부드러워 보이는 까만 머리카락. 말랑말랑하고 보송보송한 아기 피부. 갓난아기는 아니었지만, 너무도 아파 보였고 가녀려 보였기에 나의 눈에는 충분히 아기로 보였었다.
“히익! 이, 인우야!”
“에그머니! 인우야, 너 언제 온 거니?!”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선생님들이 놀란 건지 다들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셨다. 그리고 그런 통에 그들 사이에는 자그마한 틈이 생겼다. 나는 황급히 그 틈을 비집고 가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예뻤다.
“얘, 누구예요?”
“착한 어린이는 잠이나 자세요.”
“누구냐니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 모양인지 선생님이 한숨을 쉬셨다. 그러고는 말 하셨다.
“이제부터 친구가 될 아이.”
“헤에, 예쁘다.”
“그렇지? 이렇게 예쁜 애를 왜 버렸을까.”
“그러게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날씨에 아이를 버릴 수 있나 몰라. 내가 마트 간다고 나가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선생님들이 혀를 찼다.
버려졌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창밖을 보았다. 투둑투둑 창을 때리고 있는 빗줄기는 상당히 거셌다.
─이런 날씨에?
다시 시선을 내려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아픈지 얼굴이 빨갰다. 그리고 간혹, 콜록콜록 기침도 내뱉었다. 나는 측은한 마음에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굉장히 아파보였다. 하지만 더 아픈 건 따로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텅 빈 아이의 눈동자를 보자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울먹거리며 물었다.
“아기, 아파요?”
“으응, 인우야. 아기 많이 아파.”
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아프다니. 가슴이 지끈거리고 순식간에 두 눈이 뜨거워졌다. 색색, 가쁘게 숨을 내쉬는 아기가 안타까워 보였다.
“흐으, 아가야, 아프지 마아, 우아아앙!”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자,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 나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기가 너무 아파 보여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기도 내가 우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고, 나는 어느새 아이의 옷자락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를 붙잡고서 울었던 것이다.
선생님들이 당황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울음이 나는 대로 울었고, 천둥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 소리는 더 커졌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한밤중에 선생님들의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다음 날, 비가 내렸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우와! 진짜, 예쁘다!”
동우가 아기에게 손을 뻗었다.
반사적으로 내 손이 먼저 뻗어 나갔다. 찰싹,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손을 쳐내고는 아기를 보호하듯이 앞에 섰다. 감히, 누구 마음대로 만진단 말인가!
“이씨, 연인우! 나도 한 번만 만져 보자!”
“싫거든?”
“치사하게!”
“메―롱.”
우리 아기니까 나만 만질 거다 뭐.
나는 혀를 내밀었고, 토라진 동우는 볼을 잔뜩 부풀리며 저 멀리 사라졌다.
헤헤, 나의 승리다.
나는 녀석의 등 뒤에서 브이를 날렸다. 그 때 나는 옷자락이 잡아당겨지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기가 나의 옷을 꽉 잡고 있었다. 많이 무서운 건지 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기를 꼭 끌어안고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아가야, 형아가 지켜 줄게.”
“…….”
아침이 되어서야 안 사실이었지만, 아기는 말이 없었다. 인어공주처럼 목소리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모양인지 입만 꾹 다물었고,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고개라도 끄덕이라는 선생님의 닦달에도 그저 침묵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기가 찾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항상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조금이라도 낯선 사람이 보이면 등 뒤로 숨어서는 이렇게, 내 옷을 꽉 쥐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삭여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형이 있어. 같이 있어 줄게. 형아는 우리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해. 몇 번이고 속삭여 주었다.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해 주던 것처럼 이마에 뽀뽀도 해 주었다.
물론 아기는 그럼에도 무반응이었고 표정도 하나 없었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그저 나를 믿고 따라주는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었으니까.
그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며 뛰어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계신 선생님이었다. 이번에도 아기의 일인 것 같았다. 선생님들은 이제 아기를 찾을 때면 항상 나를 찾고는 했다. 그야 당연히 아기가 있는 곳에는 내가 있고, 내가 있는 곳에는 우리 아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인우야아!”
“왜요?”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내 앞까지 다가온 선생님을 보았다. 아기도 내 뒤에서 내 옷을 꼭 쥐고는 두 눈을 깜빡이며 선생님을 보았다. 둘이서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자 선생님이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우리를 쳐다보았다.
“으으, 귀여운 것드으을!”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선생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뒤에서 현수도 선생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때, 정신을 차리신 것인지 선생님이 말했다.
“아, 이게 아니지. 인우야! 아기랑 같이 빨리 들어가자.”
“왜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선생님과 아기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이윽고 선생님의 입에서 말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아기 이름이 정해졌어, 인우야!”
처음에는 쉽사리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 말이 뇌에 빠르게 입력되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더 커질 것도 없을 것 같았던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리고 외쳤다.
“우와아! 진짜요? 진짜예요?!”
“그래!”
나는 옆에서 눈을 도르륵 굴리고 서 있는 아기를 꽉, 껴안았다. 아기는 갑자기 끌어안는 내가 당황스러운 듯했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 이것도 나의 특권이라면 특권이었다.
“축하해, 아가야! 너한테 이름이 생긴대!”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가자, 아기가 나를 세게 붙잡았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겁을 먹은 듯했다. 불안하게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아기를 다시 꽉, 안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품에 기대도록 해 주자, 그제야 굳은 몸에서 힘을 푼다. 우리 아기는 너무도 여렸다.
“아가야, 괜찮아. 형아가 있잖아.”
쪽. 뺨에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그제야 아기가 안심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 곁에서는 떨어지질 않았다. 이제는 옷이 아닌 내 허리를 꽉 껴안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우리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성급하게 물었다. 아기라는 말 말고, 이름으로 불러 주고 싶었다. 그에 아기가 반응할 수 있도록.
“아기, 이름 뭐예요?”
“녀석, 급하기도 하지. 그렇게도 아기, 아니 현수가 좋니?”
현수, 그게 누구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나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