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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칼 1(14화)
4. 준비된 기연을 만나다(3)


동굴을 기어 나가는 아버지. 그것이 연걸이 기억하는 장문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클클클.”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괴소(怪笑)를 토하며 연걸이 품에서 단도 하나를 빼들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전을 베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푸욱!
갈라진 단전에 손을 집어넣었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연걸의 손은 계속 움직였다. 밖으로 빼낸 그의 손에 뭔가가 쥐어져 있었다.
금박으로 쌓인 동그란 물체.
바라보는 연걸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잊으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결코 잊지 않기 위해 이것을 상처 난 제 뱃속에 담아두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인 저에게 잊으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아들에게 그날을 반드시 기억하라 말하겠습니다. 저는 아버지 같은 군자가 아닌 모양입니다. 크크크크”
연걸의 입에서 다시 괴성이 흘러나왔다.
한동안 그렇게 미친듯 어깨를 들썩이던 연걸이 웃음을 멈추고 천천히 금박을 벗겼다.
구슬같이 생긴 물체가 은은한 빛을 뿌리며 나타났다.
인예의가를 멸문에 이르게 한 마물(魔物).
천하제일극양지물(天下第一極陽之物)이라 불리는 만년화리(萬年火鯉)의 내단(內丹).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화기를 담고 있는 불덩어리.
일반인은 복용도 할 수 없다. 아니, 복용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 날 변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될 뿐이다. 내단의 표면은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내단의 표면을 녹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백 년 이상의 공력을 가진 자의 운기가 필요하다. 단단한 표면을 녹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렇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내단의 극양지기로 인해 온몸이 순식간에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견딜 수 있다면 단박에 일백 년 공력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독이 들어오더라도 모두 몸속에서 녹여 버릴 수 있는 만독지체(萬毒之體)가 된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구슬, 일백 년 공력의 고수에게는 온몸을 태워 죽이는 극독, 이백 년 이상의 공력을 지닌 절대고수에게는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의 영물.
먹을 수는 없어도 팔 수는 있다.
사람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효능을 나타내지만 만년화리의 내단은 모든 사람들이 꿈속에서도 찾아 헤매는 귀한 물건이다.
연걸의 몸속에 들어간 지 삼십여 년이 넘었는데도 내단은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며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약탕기로 다가간 연걸이 들고 있는 내단을 조심조심 천년자애실이 담긴 약탕기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열화사가 든 자루와 대롱을 들고 달아나듯 탕기에서 멀어졌다.
약 이십여 장 가까이 달려갈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던 약탕기 안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극양지물과 극음지물 만남.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천년자애실이다.
흰 연기와 함께 엄청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변 십여 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나무와 풀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하며 부서졌다.
이십여 장 밖에서 지켜보던 연걸도 천년자애실이 뿜어내는 엄청난 한기는 견딜 수 없었다. 급히 삼십여 장을 더 물러났다. 그래도 온몸이 쩍쩍 갈라질 것 같은 한기가 밀려왔다. 북해에 몰아친다는 대설풍(大雪風) 속을 맨몸으로 걷는 사람처럼 작은 고드름이 그의 턱수염 밑으로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신과 상극인 극양지물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천년자애실은 더욱 맹렬하게 한기를 뿜어냈다.
쩌저적!
꽁꽁 얼어붙었던 만년화리 내단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강석처럼 단단한 그것 역시 천년자애실이 내뿜는 한기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쩡!’하는 소리와 함께 내단이 부서졌다.
순간.
쿠아아아―앙!
맹호의 포효 같은 굉음과 함께 화염이 솟구쳤다. 참고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만년화리 내단은 용암보다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쏟아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불에 휩싸인 듯 꽁꽁 얼어붙었던 주변이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이보게! 저저, 저기 좀 보게.”
등에 심마니 망태기를 맨 것으로 보아 약초꾼으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금양산 입구에서 휘둥그레 눈을 뜨고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동료인 듯 보이는 사내가 약초꾼의 손을 따라 얼굴을 돌렸다.
불꽃과 연기가 자욱한 것이 한눈에 산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보게, 관에 알려야 하지 않겠나.”
“알리긴 뭘 알려! 알린다고 놈들이 올 것 같아? 보아하니 호유곡 같은데, 알려봐야 괜히 사람 귀찮게 했다고 욕이나 배 터지게 처먹을 걸세.”
“하긴, 그놈들이 산불 났다고 올 놈들이 아니지. 고관 댁 뒷간에 불이 났다면 뭐 처먹을 것 없나 하고 미친듯 달려오겠지만 말이야. 어, 그런데 좀 이상한데?”
“뭐가?”
“잘 봐! 한 번은 불꽃이 피어오르고, 한 번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하지 않는가? 불꽃을 냈다가 연기가 피면 불이 꺼져 간다는 소린데 다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어.”
“젠장 꺼졌다 다시 붙었나 보지. 지금 우리가 한가하게 불구경이나 할 처지야? 마누라 자식새끼 먹여 살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신경 끄고 약초나 캐세.”
“그럴까. 어쨌든 오늘은 그럴듯한 산삼 한 뿌리 캤으면 좋겠는데.”
“산삼은 개뿔.”
사내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으로 들어갔다.

일각을 사이에 두고 불꽃과 찬바람이 교차하기를 두 시진.
지쳤는지 아니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건지 천년자애실과 만년화리 내단은 더 이상 한기나 열기를 토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덥지 못한 연걸은 다시 반 시진을 기다렸다.
더 이상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약탕기로 향했다.
주변은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되었건만 정작 천년자애실과 내단을 담아두었던 약탕기와 약탕기를 바치고 있는 풍로는 그동안 뭔 일이 있었느냐는 듯 멀쩡했다.
혹 약탕기가 잘못됐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일단은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탕기가 멀쩡하더라도 내용물이 잘못됐으면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한 사발 정도 되는 진한 약물이 담겨 있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동굴에 남겨둔 인예의서(仁禮醫書)에 의하면 천년자애실과 만년화리의 내단이 섞인 약물을 얻으면 구 할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열화사를 이용해 진액을 다려 환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물론 사이사이에 귀한 약재를 섞어야 하지만 약재는 이미 준비가 된 상태다.
유심이 매품을 팔아서 구해온 약초 중에 몇 가지가 바로 그것들이었다. 연걸은 환을 만드는데 필요한 약재는 단 한 입도 먹지 않고 모두 모아 말려둔 상태였다.
풍로에 어렵사리 불을 살리고 열화사가 있는 뒤쪽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이게 뭐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보였다.
분명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보이지 않던 물건이었다.
대부분이 흙에 덮여 무슨 물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영롱한 빛을 뽐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흙을 털어냈다.
단도 한 자루가 영롱한 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고 보니 그 모습이 낯익었다. 조금 전 뱃속에 감춰둔 내단을 꺼내기 위해 사용했던 단도. 모습으로는 분명 그것이었다.
단도를 잡고 뒤에 있는 바위를 향해 걸어갔다.
푸욱!
단도를 천천히 바위에 대고 힘을 주자 자루만을 남긴 채 쉽게 틀어박혔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사용한 단도는 평범한 정강단도(精鋼短刀)였다. 그런데 지금은 바위도 간단히 파고드는 보도(寶刀)로 변한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연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이나 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숙철을 단련하고 담금질한다. 물론 보검이나 보도라 불리는 것들은 만년한철과 같은 귀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얼마나 잘 단련하고 담금질하였는가에 따라 그 품질이 좌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철장들은 단련을 위해 어떻게든 로(爐)의 온도를 높이려고 하고 담금질을 잘하기 위해 물을 차갑게 하려고 한다. 그 온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좋은 검과 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쇠를 단련시키고 담금질함에 있어 만년화리 내단에서 쏟아지는 열기와 천년자애실이 뿜어내는 한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것이 평범한 정강단도를 보도로 만든 것이다.
“그래, 아비의 피와 한이 묻어 있는 이놈으로 원한을 갚아준다면 더 좋겠지.”
바위에 박힌 단도를 천천히 빼냈다.

* * *

불과 한 달.
운지학이 공격을 퍼부을 때마다 유심은 몸을 살짝살짝 돌리며 정타를 피했다. 어쩌다 정타를 날렸다 하더라도 스스로 익힌 운기법으로 충격을 줄임과 동시에 날카로운 반격을 펼쳤다.
그렇지만 운지학에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유심의 자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고작 한 달 동안의 수련―그것도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 만하는―으로 백전노장 운지학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운지학을 괴롭히는 진짜 골칫거리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꺽다리와 뚱땡이였다.
처음에는 한 대만 맞아도 뻗어 버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맷집이 생겨 어지간한 공격에는 잘 뻗지도 않을 뿐더러 뻗는다 하더라도 악착같이 일어나 덤비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격이란 것은 유심의 반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발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가 가슴에 박힌 비수보다 더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두 사람의 어설픈 반격은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공격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려는 찰나.
“그래. 패 버려!”
여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
그대로 몸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꺽다리, 뚱땡이가 언제 일어났는지 운지학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고 있었다.
“감히!”
급히 팔을 들어 두 사람의 주먹을 막음과 동시에 운지학의 발이 바람을 갈랐다.
빠악!
격타음과 함께 두 사람이 “사람 살려.”라는 외마디를 토하며 삼 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급히 몸을 돌리며 한 발로 땅을 딛고 몸을 차올렸다.
슈슈슉!
그의 발밑으로 유심의 주먹이 흘러갔다.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당황한 유심이 급히 주먹을 회수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유심을 향해 발을 뻗었다.
그의 발이 향한 곳은 목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선기(璇璣)혈.
“어어!”
유심이 깜짝 놀라며 외마디를 토했다.
선기혈은 아이의 주먹 한 방에도 그대로 혼절해 버린다는 급소. 이번 공격에 걸리면 적어도 사나흘은 일어나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황급히 몸을 틀었다. 그러나 선기혈은 노렸던 곳이 아니었다. 유심의 몸을 공격하기 편하게 만들어두려는 허초였다.
운지학이 선기혈을 향해 날리던 발을 살짝 들어 올려 유심의 어깨를 짚으며 다른 발로 유심의 등 신주(身柱)혈을 힘껏 밀어 찼다.
신주혈은 등뼈의 중심이 되는 독맥의 한 곳이다.
독맥은 본래 신경을 다스리는 곳. 그곳에 타격을 받게 되면 정신이 흐려지고 또한 신경이 무뎌져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처음부터 운지학이 노렸던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유심을 일순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만든 후 그의 기혈을 마음껏 두드릴 작정이었다. 예상한 대로 신주혈에 타격을 받은 유심은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운지학이 하루 종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손을 뻗지 않았다.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석상처럼 굳어 버린 유심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빨라도 석 달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허허허허!”
허탈한 웃음을 토했다.
조금 전 신주혈을 공격할 때 발끝으로 미세한 탄력이 느껴졌다. 범인이라면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미세한 반탄진력(反彈眞力). 그것은 유심의 내공이 온전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몸이 완성된 것이다.
이제 그가 유심에게 해줄 것은 없었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무의미했다. 운지학이 막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유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예? 그게 무슨……?”
유심의 얼굴이 밝아졌다. 운지학의 말뜻을 알게 되었다.
급히 포권하며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운지학이 대견하다는 듯 유심의 어깨를 툭툭 쳤다. 참으로 기쁜 일이었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저 영감, 아니, 사부 뭐하는 거냐?”
“몰라. 그렇지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꺽다리와 뚱땡이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눈을 부라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 눈웃음이 있었다.
눈웃음의 고함 때문에 모처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못내 분하고 억울했다. 그러나 눈웃음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관혜령이 양손으로 작은 소반 하나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천하에 잠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눈웃음이 아침 일찍부터 이곳 남촌에 들어오는 이유도 바로 관혜령 때문이었다.
“어디서 호박 같은 게!”
관혜령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지만 눈웃음은 그녀를 원수처럼 생각했다. 그것은 유심 때문이었다. 눈웃음은 그녀가 유심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작 관혜령은 유심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유심의 애간장을 녹이기 위해 꼬리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여우 같은 년.’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그녀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찢어졌다.
그 사이 관혜령은 들고 온 소반을 관무백 앞에 내려놓았다.
“점심이냐?”
“예, 할아버지.”
점심이라는 말에 꺽다리와 사기꾼이 미친 듯 달려왔다. 그렇지만 소반을 덮고 있는 보를 열지는 못했다. 지난번 보를 먼저 열었다가 버릇없다고 운지학에게 오후 내내 얻어터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오늘도 마령서(馬鈴薯=감자)예요.”
마령서라는 말에 꺽다리와 뚱땡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령서만 먹었더니 이제 마령서라는 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았다.
“한 끼도 먹지 못하는 백성이 지천인데 마령서면 진수성찬이지.”
관무백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보를 걷었다. 혜령이 말한대로 소반에는 감자 열댓 개가 들어 있었다.
“흥,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소반 앞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눈웃음이 심드렁한 얼굴로 소반에 있는 감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손에도 제법 큰 보자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