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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체른의 서 1(15화)
6. 아울즈(3)


“다 와가는 것 같은데… 레이나?”
“아니, 아직이야. 조금 더, 한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처음 와 보는 숲 속, 그러나 그들은 정확한 방향으로 백랑과 네른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근데 근데, 도착하면 어떻게 하는 거야?”
기대 가득한 카인의 물음에 레논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 해.”
그는 가볍게 옆에 찬 검을 뽑아 보였다.
“당연히 전부 체포하는 거지.”
“와아, 체포다 체포!”
아울즈. 그것은 마법대국 아프로스 황제 직속 비밀 친위대였다. 단 4명으로 구성되었지만 각각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이들은 아프로스 최고의 부대이자 최악의 부대로 유명했다.
그들은 수많은 비밀 임무와 일반 부대나 일반 수사 기관이 처리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들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이 해결했던 수많은 임무들 사이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고 때문이었다.
아프로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둔 퍼핀이라는 대상인의 탈세와 밀수, 그리고 각종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아울즈가 파견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삼백이 넘는 사병이 지키던 퍼핀의 저택은 불길에 타 사라졌다.
사악한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이름이 높던 스위니 토드를 체포할 때는 어땠는가? 그의 연구실이 있던 마의 숲 바니렌은 바로 그날 지도에서 사라졌다.
“카인, 레논 또 오라버니한테 혼나고 싶은 게 아니면 좀 진정해. 특히 카인. 넌 이번엔 그 힘 쓰지 마.”
“에, 왜?!”
그녀의 말에 카인은 반박했지만,
“쓰지 마.”
미소를 띠며, 하지만 단호히 말하는 그녀에 의해 그는 입을 닫았다.
“훗!”
“웃지 마 레논.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흥분하면 사고 치잖아.”
“흥! 남 말하지 마 레이나. 우리 중에서 흥분하면 제일 큰 사고 치는 게 너잖아.”
레논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곤 갑자기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는 듯하더니.
“……!”
“어머나, 그건 무슨 말일까?”
레논은 갑자기 코앞에서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레논을 마주보고 있다는 것은 뒤를 돈 상태라는 것인데, 그들은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뭇가지 위를 뛰어넘고 있었다.
“응, 레논? 뭐라고 했어?”
“…….”
부드러운 미소로 웃고는 있었지만 레논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려 카인을 흘깃 쳐다보았지만, 카인은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왜 그래. 다시 말해 보라니까?”
“아, 아니야. 아무 말도 안 했어.”
그 말에 다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는 듯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의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레논은 조용히,
“……마녀.”
“응? 뭐라고 했어?”
“아냐. 대장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글쎄. 오라버니라면 아마 지금쯤은 이쪽으로 출발했겠지.”

“…….”
홀로 숲으로 들어온 슈펜트는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서 있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뼈와 흙들이 쌓여 있었고 주변에는 쇠갈퀴 같은 무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곳은 바로 펜릴이란 이름 아래 괴기스런 축제가 벌어졌던 곳, 그리고 저승 등대가 밝혀진 곳, 샨 마을이 멸망한 곳이었다.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이는군. 그저 검을 뿐이야. 하지만 분명 뭔가 있었어.”
붉은빛이 사라지고 슈펜트는 발아래 쌓여 있는 뼈들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린아이 그리고 저건 여자, 그리고 저건 노인.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슈펜트는 들었던 뼈를 자신의 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의 눈이 다시 한 번 붉은빛을 발했다. 그러나,
“완전히 막혀 있군.”
그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암흑이었다.
“아니 잠깐…….”
하지만 암흑만 있다고 생각한 그 뒤에 뭔가가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고 마치 그 암흑을 걷어 버리려는 듯 이번엔 한층 더 밝게 빛났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찾아냈다.
“……차가움, 슬픔, 미련… 명계의 잔재군. 그래. 마을의 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자들은 여기를 통해 불려 나왔었나?”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다면 가능하겠군. 명계를 연다고 만든 틈으로 이자의 과거도 볼 수 있을 테니.”
그의 눈동자는 또 한층 더 빛을 밝은 빛을 발했다. 그가 시전한 마법으로 살짝 어둠을 쫓았을 뿐, 여전히 칠흑과도 같던 주변이 이제 그의 눈에서 나오는 붉은빛으로 대낮처럼 변해 있었다.
“슬픔, 공포, 원망… 살해당했군. 그것도… 여러 사람, 남자들에게… 뭐지? 이건… 세레머니? 늑대, 이빨… 고기.”
슈펜트는 눈앞에 떠오르는 그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한참, 눈으로 보이는 것을 계속해서 쏟아낸 그는 천천히 붉은빛을 거두고는 들었던 뼈를 내려놓았다.
“그렇군. 이 마을에서는 인신 제물을 바쳤나 보군. 펜릴에서는 인신 제물은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분리된 시간 속에서 토착화되며 자연히 생겨났던 건가?”
슈펜트는 몸을 돌렸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어차피 마을은 텅 비었고, 원래 임무인 그림 늑대의 흔적도 찾아냈다.
이 마을에서 제물 의식을 해 왔든 아니든 이제 와서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아까부터 자신의 눈을 가리는 암흑, 그 정체였다.
“이들의 죽음은 명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누군가 이들의 뼈를 이용해 명계의 문을 열었다. 대체 왜?”
그는 자신의 눈을 매만졌다. 이제 더 이상 그 눈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니, 설사 더 있다 한들 더 이상 이 힘을 끌어내는 것은 그에겐 부담이었다.
“그림 늑대와는 상관없는 거 같은데… 대체 이 어둠은 뭐지? 접근할 수가 없다니.”
그는 마을 쪽으로 몸을 날렸다.
“어쩔 수 없군. 오랜만에 기본에 충실해 볼까?”
눈으로 볼 수 없다면 다른 걸로 흔적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찾는 대상을 알고 있을 때 이야기. 텅 빈 마을에서 찾아야 할 대상이 뭔지도 모른 채 그 흔적을 찾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동물 발자국들 사이에서 먹이를 가장 먼저 먹었을 동물을 찾는 일과 같은 일. 아무리 뛰어난 탐정이나 수사관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슈펜트를 우습게 보지 마라.”
아무래도 오늘 밤 그가 다른 이들과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았다.



7. 고이브누(1)


“저기야?”
마침내 아울즈는 백랑의 비밀 기지가 있는 오두막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오두막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서 그런 오두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데? 잘못 온 거 아냐?”
카인의 말에 레논은 가만히 오두막 앞을 가리켰다.
“한번이라도 비밀 기지라고 써 붙여 놓은 거 본 적 있냐? 저길 잘 봐.”
그가 가리킨 것은 오두막 앞 발자국이었다.
“들어간 발자국은 저렇게 많은데 지금 저 안에 몇 명이나 있지?”
카인은 그 말에 곧바로 나무에 내려가 창문 안이 보이는 위치의 수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창문 속 방 안에는 허름한 가죽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있었다. 사냥꾼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과 걸음에는 숨길 수 없는 기품과 절도가 배여 있었다.
“…….”
카인은 조용히 다시 나무 위로 올라와 그들 옆에 앉았다.
“봤지?”
레논은 그런 카인을 향해 득의만만한 얼굴로 말했고 카인은 그런 레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아, 그럼 어떻게 할까? 대장을 기다릴까?”
“오라버니는 여기로 가라고 했지 다른 명령은 내리지 않았어.”
“…….”
그녀의 말에 카인은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갑자기 레논이 카인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나뭇가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다리란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지.”
“……!”
레논의 그 말에 숙였던 카인의 고개가 들리며 그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기대에 부푼 카인의 태도에 레논 또한 장난스런 형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레논!”
레이나가 저지하려 해도 이미 늦어 버렸다. 그들은 이미 몸을 날리고 있었다.
“따라오든가 거기서 쉬든가!”
“하하하! 체포다 체포!”
그들은 그대로 오두막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레이나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도 끝내 옅은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보아, 그녀 또한 내심 이런 것을 바란 것인지도 몰랐다.

* * *

“휴우. 이제 좀 살겠네.”
바닥에 앉은 네른의 앞에는 빈 접시들과 또 그만큼의 음식들이 널려 있었다. 어느새 주방까지 가서 음식을 챙겨와 체력 보충까지 마친 그였다.
그렇게 먹고 이 늦은 시간에 이만큼의 음식을 또 받아 가는 그 행동에 주방 일꾼들의 눈총과 약간의 비아냥을 사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양의 피를 쓴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이거 또 외워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체력 보충을 했다고는 해도 또 피를 사용하는 것이 걱정이 되는 네른이었다. 물론 식염은 크레이돌에 비해 하위 주문이었으니 문제될 건 없었지만, 네른은 지금 약간 겁을 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마법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며, 그 원리에 대해선 생각한 적도 없다. 단지 네체른의 서가 피를 매개로 주문을 사용하게 해 준다는 것을 몸으로 알아냈을 뿐, 그것이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그 무지함 속에서 새삼 두려움이 피어난 것이다.
“…….”
그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곧 다시 책을 펼쳤다.
“좋아.”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곳에서 도망치려면 꼭 필요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고는 식염의 페이지를 펼쳤다.
“자, 탐욕의 불길이 일었다. 분노의 불길도 일었다. 불은 생명이요, 또한 파괴일지니…….”
그가 주문을 읽어 나감에 그의 피는 또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하지만 크레이돌 때와는 달리, 손가락에 상처는 벌써부터 아물어 가고 있었다.
“불을 먹여라. 파괴를 먹여라. 생명을 장작 삼아 그 파괴를 키우라. 심장 깊은 곳에서 그 불씨를 키워라.”
주문은 금방 끝났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붉은 기류가 그와 똑같이 생긴 인형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그 눈동자가 한 번 붉게 번뜩이며 식염은 완성되었다.
“뭐, 별거 아니군.”
너무 금방, 그것도 쉽게 끝나 버린 주문에 네른은 안도감과 그에 몇 배나 될 허탈감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