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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10화)
4. 레벨보다 중요한 것(2)
크어엉!
프레이가 늑대 2마리를 몰고 왔다. 그러자 스칼은 가장 앞에 서 있던 늑대에게 슬로우 마법을 걸어서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고, 뒤에 있던 늑대에게는 인탱글 마법을 걸어 주었다. 프레이 덕분에 넉넉한 캐스팅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지라 마법 시전은 어렵지 않았다.
“좋아요! 공격 개시입니다!”
스칼의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프레이의 검이 쏘아져 나갔다. 일차 목표는 슬로우에 걸린 늑대의 다리! 다리를 베어 버림으로써 운동 능력을 상실케 만든다. 늑대에게 있어서 그만큼 치명적인 공격은 없었다.
공격 능력이 상실되니까 말이다.
“프리즈!”
프레이의 공격에 의해 운동 능력을 상실한 늑대에게 퍼부어지는 자비 없는 프리즈. 그것은 블리딩(Bleeding, 출혈) 상태에 빠진 늑대의 상처를 파고들어서 세포를 괴사시켜 버렸다.
현실성을 지향하는 언리미티드 월드에서 이런 공격은 곧 크리티컬 데미지로 이어진다. 1서클 마법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프리즈가 크리티컬 데미지로 터졌고, 뒤이어진 프레이의 결정타 또한 급소 공격으로 인한 크리티컬 데미지.
연속적인 크리티컬 데미지에 의해 늑대가 순식간에 죽었다.
“다음 늑대로.”
전투의 긴장감 따위란 없다.
일방적인 학살뿐만이 있을 뿐. 더 이상 토끼에게 쩔쩔맸던 스칼이 아니었다. 프레이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마음 놓고 적을 때려 부술 수 있다.
신바람이 난 스칼이 남은 한 늑대에게도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안 가 남아 있던 늑대도 최후를 맞이했다.
그와 함께 올라가는 레벨!
―레벨이 올랐습니다. 포인트를 분배해 주십시오.
“11이 되었…….”
―강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서와의 만남
등급:?
내용:페일 마을의 도서관 사서, 케일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프라임으로부터 당신에 대한 얘기를 들은 그는 당신이 도서관에 와 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퀘스트에 응할 경우, 당신은 생각지도 않은 스킬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보상:?
“어라?”
11이 되자마자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에 스칼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놀라워했다. 갑자기 웬 퀘스트가 떠오른 것일까?
퀘스트 내용 중에서 그의 눈길을 끄는 것은 ‘생각지도 않은 스킬’. 설마 이번 퀘스트도 스킬 습득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퀘스트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레벨이 높아지면 강해지는 것은 확실하나 그것은 스킬 습득과는 또 다른 종류의 강함이다. 이번에 습득하게 되는 스킬은 아마도 마법사 관련 스킬일 확률이 높다.
프라임이 사서에게 자신의 얘기를 했다고 했으니, 얻을 수 있는 스킬은 역시 마법사 관련 스킬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던 것이다.
―강제 퀘스트이므로 자동 승낙됩니다.
사냥은 잠시 그만두고 퀘스트를 수행하기로 결심한 스칼이 퀘스트를 승낙하기도 전에 강제적으로 부여 받았다.
“에, 프레이 님. 잠시…….”
“저도 11이 되었는데, 퀘스트가 떠오르네요. 스칼 님도 퀘스트가 떠오르셨나요?”
“예. 도서관으로 와 달라는 퀘스트가 떠올랐네요.”
“저는 무기점으로 와 달라는데……. 그러면 일단 오늘 사냥은 여기서 그만두도록 할까요? 각자 퀘스트를 완료하고 다시 만나죠.”
프레이도, 스칼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파티이니 놓치고 싶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퀘스트를 받고는 헤어졌다.
파티를 해산시키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와중에 스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군. 프레이 님도 나처럼 11에 퀘스트가 생성되다니?’
아무래도 시스템 내에 설정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초반에 특별한 능력을 입증한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일정한 패턴.
언리미티드 월드 내에는 그와 프레이 말고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자신과 맞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겠지.
이 게임을 위협하는 세력들 안에 그런 사람들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더욱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후우…… 이참에 마법사에게 도움이 되는 스킬에 대한 정보도 한 번 열람해 봐야겠군.”
정보가 가득한 웹하드 안에는 분명 마법사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스킬에 대한 정보가 나열이 되어 있으리라. 도서관 퀘스트까지만 클리어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 정보를 열람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참에 연산책도 풀어야지.”
프라임으로부터 받은 ‘연산의 달인’을 풀어 봐야겠다. 도서관이라면 아주 조용하고 문제를 풀기 적당한 장소일 테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 앞.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이니 로브에 묻은 먼지를 털고, 차림새를 깔끔하게 한다. 그리고 문을 열고 도서관 내에 입장했다.
도서관. 그것은 대부분의 마을에 존재하는 시설이다. 유저들은 퀘스트에 관한 정보를 이곳에서 얻기도 하며, 퀘스트 해결의 단서를 얻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은 마을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 아무리 페일 마을이 상대적으로 작은 마을이라고 할지라도 유저들이 시작하는 마을이기에 도서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도서관 시설이 없었다면, 페일 마을에서 생성된 유저들은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른 마을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머리 위에 ‘케일’이라는 이름을 띄운 여성 NPC가 그에게 다가왔다. 퀘스트에 적혀 있는 도서관의 사서의 이름과 일치하는 것을 본 스칼이 부드럽게 그녀에게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프라임 님의 소개로 온 마법사, 스칼이라고 합니다. 케일 님께서 제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호기심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어머나! 스칼 님이셨군요! 어쩐지 잘생기셨더라! 듣자 하니 연산 능력이 대단하시다던데, 그게 궁금해서 불렀어요. 이방인 마법사 중에서 연산을 좋아하는 마법사는 없거든요.”
밝게 웃으면서 말하는 케일.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스칼은 속으로 그녀가 발랄한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사서라면 대부분 조용하고 꼼꼼한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이 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풍부한 수다를 뽐내고 있으니, 말 다했다.
“연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서관부터 찾아오시지 그러셨어요?”
“예?”
“저희 도서관에서는 연산에 대해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 드린답니다. 이방인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연산력이라는 스텟을 상승시켜 준다고 할까요?”
초보자들을 도와주는 NPC 중 한 명인 케일답게 유저의 언어에 대해서도 해박했다. 그것은 운영자들이 초보자 마을의 NPC에게 내린 특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케일이 스칼에게 연산력 스텟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케일의 입에서 연산력이 나오자 깜짝 놀란 스칼!
“연산력 스텟을 아십니까?”
“물론이죠. 그 정도도 모르면 도서관 사서가 아니에요. 도서관 사서는 많은 지식을 습득해서 도서관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도와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도서관에 찾아오는 유저들의 질문에 답해 주려면 풍부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니, 각종 지식을 두루 섭렵해야 하리라. 그렇기에 연산력에 대해서 알고 있을 법했다.
그런데 어떻게 연산력 스텟을 높여 줄까?
“연산력은 연산책을 풀어야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연산력 스텟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예?”
문제를 풀어야만 높일 수 있는 스텟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떻게 스텟을 높일 수 있단 말인가!
스칼의 얼굴에 궁금증이 가득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케일은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바로 선대 마법사들의 문제 풀이 방법을 보는 것이지요. 그것을 통해서 연산력이 오른답니다. 물론 풀이를 이해해야겠지만요.”
“그것이 사실입니까? 문제 풀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연산력이 올라간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산력 스텟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 풀이를 읽기 위해서는 선행 스킬이 필요하답니다.”
“예?”
“옛날 책을 읽기 위해서는 ‘고차원적인 이해’라는 스킬과 독서 스킬이 중급에 이르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죠.”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었다. 선대 마법사들의 책인 만큼 이해를 위해선 스킬이 필요했고, 그 스킬은 스칼이 들어 본 적도 없는 스킬이었다.
고차원적인 이해라니? 그것도 스킬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디서 얻는 스킬인가?
스칼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듯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부가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고차원적인 이해
내용:프라임의 소개 덕분에 당신은 도서관에서 연산력 수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것은 소수에게만 허용되어지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연산력 수련을 위해서는 선대 마법사들의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서 케일은 당신에게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독서 스킬을 중급으로 올림과 함께, 도서관 내에 있는 책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고차원적인 이해를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상:스킬―고차원적인 이해
다행스럽게도 그 스킬은 사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퀘스트를 승낙할 수밖에 없는 스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를 승낙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케일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도서관 이용료는 2골드랍니다.”
“에엑? 2골드씩이나 됩니까? 뭐가 그렇게 비쌉니까! 다른 유저들은 20실버 내고 들어오잖습니까!”
“연산력 수련이 가능해질 때까지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하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거랍니다. 아마 스칼 님께 유리할 걸요?”
퀘스트 완료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단다. 그렇다면 스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이득이다. 독서 스킬을 중급까지 올리고 고차원적인 이해를 습득할 때까지 단 돈 2골드라면 그야말로 엄청난 어드벤티지다.
2골드에 대한 계산을 끝낸 스칼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2골드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에게 유리한 거래였다.
스칼은 인벤토리에서 2골드를 꺼내서 케일에게 줬고, 케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2골드를 받았다.
“그러면 제가 독서 스킬을 올릴 수 있도록 좋은 책들만 골라드릴게요.”
“그러시겠습니까? 귀찮으실 텐데…….”
“오랜만에 오신 손님인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 드려야죠. 자, 저를 따라오세요.”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케일이 스칼을 안내해서 데리고 간 곳은 표지에 인상 깊은 제목들이 적혀 있는 책이 잔뜩 모여 있는 서재.
‘왕실 스캔들’, ‘기사록의 비밀’, ‘왕족의 사생활’ 등, 약간 외설적으로 보이는 책들이 가득했다.
“…….”
그것들을 본 스칼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도대체 이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책들이기에 이런 무지막지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이어지는 케일의 부연 설명. 그것은 스칼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렸다.
“이 책들은 제가 추천하는 지상 최고의 책들입니다. 아마 읽으시다 보면 순식간에 빠져들 거예요.”
“장르가?”
“후후? 무엇일까요? 남자로서의 호기심을 매우 자극하는 책일 거라고 확신해요. 스칼 님도 읽으시다 보면 반쯤 미치실 수도…….”
남자로서의 호기심을 매우 자극하는 책?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스칼 또한 케일의 말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후후.”
묘한 콧소리를 내면서 물러간 케일. 그런 그녀의 뒤를 허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스칼이었다.
스칼은 그 서재에서 ‘왕실 스캔들’이라는 이름의 책을 꺼내고는 중얼거렸다.
“……재미는 있겠네.”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 * *
제목:마법사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들.
내용:언리미티드 월드 내에는 수많은 스킬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들은 각 직업들을 살려 주는 스킬들이다. 그것은 마법사도 마찬가지. 애초에 마법사 직업을 제작했을 때, 마법사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스킬들도 제작했다. 하지만 마법사를 선택하는 유저들은 스킬을 발견하기보다는 마법의 숙련도만 올린다.
마법사에게 주어진 스킬들은 아주 막강하다. 스킬을 배운 마법사와 그렇지 않은 마법사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만큼 마법사에게 주어진 부가 스킬은 강력하다. 그러나 그만큼 습득하기가 어렵다.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 한 마법사 전용 스킬의 습득은 하늘의 별따기다.
마법사의 위력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스킬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연산’ 스킬이다. 연산력 스텟을 생성시키기도 하는 스킬인데, 이것을 배우게 되면 고질적인 문제점인 캐스팅 속도를 대거 단축시킬 수게 된다. 습득 과정 또한 다른 스킬에 비해서 간단한데, 그것은 바로 마법책에 나와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연산’ 스킬 말고도 마법사의 힘을 증가시켜 주는 스킬을 뽑자면 ‘고차원적인 이해’가 있다. 그것은 마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숙련도를 상승, 마법 공격력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독서 스킬이 중급이라는 선행 조건에다가 사서와의 친분을 통해 고대의 연산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가 허용되어야만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 밖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