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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12화)
5. 스킬 생성(2)
스칼은 독서 스킬의 레벨을 중급에서 멈출 생각이다. 독서 같은 경우엔 당장 시급한 스킬은 아니다. 물론 마법 숙련도를 올려 준다지만, 고작 숙련도 몇을 올릴 바에 차라리 사냥을 하면서 숙련도를 올리는 것을 택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당장 시급한 스킬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고차원적인 이해’의 습득. 그리고 ‘암산’의 습득이다.
아버지의 정보에는 연산 스킬보다는 암산 스킬이 캐스팅 속도 단축 폭이 높다고 나와 있다. 중복이 가능한 스킬인 그 둘이 만난다면 경이로울 캐스팅 속도가 탄생하리라.
‘암산 스킬 획득 조건이…… 미쳐 버릴 정도라는 것 빼고.’
암산 스킬 획득 조건은 바로 연산책 30권을 연속해서 암산하는 것.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딴 식으로 스킬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스킬 습득 조건을 알아도 포기해 버릴 어마어마한 조건임에는 분명했다.
스칼이 질릴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다음은 역사 서재네요. 역사책 13권만 읽으시면 중급에 올라가시겠죠? 아참, 역사책을 많이 읽어 두시면 후에 퀘스트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된답니다. 읽은 책에 들어 있는 정보는 ‘독서 기록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한번 소환해 내 보세요.”
“독서 기록부.”
―스칼 님의 독서 기록부입니다.
1. 왕실 스캔들.
2. 임금님의 뜨거운…….
“닫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그가 읽었던 소설 목록이 적나라하게 튀어나왔다면, 아마 그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들지를 못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좋은 시스템임은 확실했다.
언제라도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니,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그야말로 독서가 힘인 시스템.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을 듯했다.
케일은 그런 스칼의 모습을 보자마자 웃고는 그녀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괜스레 머쓱해진 스칼은 역사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에 가서 눈에 띄는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
“호오?”
책 이름:비상하는 새, 아브락사스.
내용:대륙의 역사에서 중심에 위치했던 인물들에 대한 책. 다른 역사책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이 책은 대륙에 얼마 되지 않는 책. 이런 시골 마을 도서관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브락사스라? 꽤 멋있는 이름인걸? 그래, 이거 한번 읽어 보도록 하지.”
책장에서 그 책을 꺼낸 스칼은 천천히 걸어서 도서관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빛내며 책의 표지를 펼쳤다.
당신은 페일 마을에 존재하는 숨겨진 책을 발견한 세 번째 인물이자 첫 번째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하면 당신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이 책을 모두 이해했을 때 가능한 것. 부디 완벽히 이해해서 그 행운을 쟁취하시기를 바랍니다.
“퀘스트인가? 그런데 나보다 이 책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2명이나 더 있네…… 쩝. 첫 번째였으면 좋았을 텐데.”
세 번째라도 이 책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데, 첫 번째가 아니어서 아쉬워한다? 상당히 탐욕스러워 보이는 혼잣말.
스칼은 입맛을 다시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이방인들이 이 대륙의 역사를 모르고 있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게 역사를 알려 줌과 동시에 내 뜻을 전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
서장에는 필자의 말인 듯한 글이 적혀 있었다.
이곳. 즉, 케아스 대륙에는 한때 혼란스러웠던 암흑시기가 존재했다. 그 시기에는 살육과 파괴가 거리낌 없이 행해졌었고, 질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암흑시기였던 것이다.
“암흑시기? 이거…… 정말 퀘스트랑 관련되어 있는 건가?”
책의 내용에서 퀘스트의 냄새가 풍겨 오고 있다. 케아스 대륙은 언리미티드 월드의 본 대륙이자 스칼이 현재 플레이를 하고 있는 대륙이다.
신대륙이 존재한다고 들었으나 아직까지 신항로가 개척이 되지 않았다.
본 대륙의 암흑시기라?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임은 확실하다.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한다. 그것은 시간이 보여 준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법칙.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륙에는 영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사들의 영웅이었던 샤이크가 가장 유명했던 영웅이었고, 그 밖에 마법사의 영웅, 궁수의 영웅 등 여러 영웅들이 등장하였다. 필자는 그들에 대해서 적으려고 한다.
스칼은 케아스 대륙의 역사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아버지의 정보에서 미리 공부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암흑시기는 게임 시간으로 약 200년 전에 도래했던 시기다. 그리고 인간이 가장 잔인해지고 폭력적이었던 시기.
그리고 인간들의 힘이 절정에 다다랐던 때였다. 인간들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비극은 번영했던 인간 사회를 멸망시켜 갔다. 그렇게 인간이 몰락해 가던 그때, 영웅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등장한 영웅들은 서로 힘과 세력을 모아 대륙의 질서를 차차 회복시켜 나갔다. 난세를 정리했고, 왕국을 세웠다.
그것이 현존하는 왕국들의 탄생 배경이다.
이 정도는 언리미티드 월드 역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기초 상식.
“흐음…….”
스칼은 약 1시간 동안 두꺼운 책을 빠르게 넘기며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이 책 안에 들어 있었고, 그에 스칼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비밀. 세상의 비밀이 들어 있다.
잠들어 있던 비밀이 촌구석의 책 안에 잠들어 있었고, 그 비밀은 책을 읽음과 함께 스칼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영웅들에 대한 정보와 대륙의 역사가 기억된다. 몇몇 유저들만 알고 있던 비밀에 그가 발을 들여놓은 것.
탁.
책을 다 읽고 한숨을 내쉬며 덮은 스칼의 눈앞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붉은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대륙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 정보는 앞으로 당신을 예측할 수 없는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진정한 마법사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당신이 합당한 자격을 갖췄을 때, 그 길이 열릴 것입니다.
“이게 뭐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메시지가 떠오르자, 스칼은 잠시 동안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것은 비밀의 책을 본 자에게만 허용되는 행운.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많아 봐야 1,000명도 안 될 것입니다. ‘비상하는 새, 아브락사스’는 대륙의 4대 금서 중 하나입니다. 후에 당신이 합당한 자격을 갖춘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4대 금서……?”
스칼은 한참 동안 4대 금서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 *
“케일 씨, 이 책 도대체 어디서 난겁니까?”
스칼이 한참 동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케일에게 물어보자’였다. 도서관 안에 있던 책이니 케일이 알고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서.
케일은 그가 건네준 책을 보더니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 이 책을 제가 아직도 거기에 두었었나요? 흐응. 제가 깜빡하고 이 책을 정리하지 않았네요. 설마 보신 거예요?”
“예.”
“축하드려요. 대륙에 몇 존재하지도 않는 금서를 보셨어요. 앞으로 스칼 씨는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그 기회를 살린다면 책에 나온 영웅처럼 될 수가 있을 걸요?”
책에 나온 영웅처럼 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충격적인 말인가? 책에 나온 영웅들은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
그들은 강했다. 한 분야에 정통한 이들이었기에 그들은 일당 천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의 강자였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사실 그 책은 봉인을 하려고 했어요. 이미 2명의 이방인들이 그 책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그게 약 1년 전이니…… 지금쯤이면 꽤 강해졌을지도. 물론 아브락사스를 본다고 해서 강해지는 건 아니랍니다. 노력이 필요하죠.”
그런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을까? 마법사라면 강해질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직업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그런 의문점이 스칼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의문점을 포착한 케일이 아브락사스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역사책들의 책장에서 계속 계시다 보면 아시게 될 사실이겠지만, 대륙에는 4대 금서가 존재해요. 내용이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금지된 책들이죠. 그런 4대 금서 중 하나가 아브락사스. 암흑시기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죠.”
“그렇군요. 그러면 이 책에는 어떤 힘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까?”
“애초에 4대 금서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요. 다만 그 내용이 위험할 뿐이지요. 특히 아브락사스는 4대 금서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책이라고 하죠.”
스칼은 어째서 이 책이 위험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매력적인 내용의 책이다. 하지만 케일의 말처럼 위험하지도, 세상을 진동시키지도 않을 책이다.
하지만 스칼은 뒤이어진 케일의 말을 듣고 이 책의 진정한 힘에 대해서 깨우칠 수 있었다.
“그 책은 진정한 ‘각성’의 길로 이끌어요. 그 책 안에 써져 있는 영웅들의 정보는 이방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줘요. 이미 앞선 2명의 이방인들은 깨달음의 힘을 얻었을 거예요.”
앞서서 떠올랐던 메시지가 각성의 단서였던 것일까?
만약 이 책이 ‘각성’이라는 것에 다가가게 만들어 준다면, 그는 엄청난 행운을 맞이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약 1,000명의 유저가 이 책을 읽었다면, 그들이 곧 스칼의 경쟁자가 되리라.
‘케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난 이 책의 정보를 이용해야 해.’
스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각성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해 줬다.
“제가 알기로는 ‘각성’이라는 것은 또 다른 길을 의미해요. 이방인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레벨 100일 때, 새로운 2차 전직을 하게 된다지요?”
“새로운 2차 전직!”
새로운 2차 전직이라는 소리에 스칼이 눈을 크게 떴다.
‘금지 마법학, 고급 마법학과 관련이 있는 전직인 건가? 허어! 이런 행운을 얻다니?’
아버지의 정보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 딱 들어맞았다. 아브락사스가 새로운 2차 전직의 실마리였다니!
그렇다면 마법사에도 숨겨진 2차 전직이 존재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는 직감적으로 그 직업이 위에서 나열한 스킬과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다.
“독서 기록부. 비상하는 새, 아브락사스에 대해.”
스칼 님의 독서 기록부―비상하는 새, 아브락사스
내용:암흑시기의 저술된 책으로서 현재 대륙 4대 금서 중 하나. 이 책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또 다른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저들을 또 다른 길로 인도하는 것. 그것을 이 책에서는 ‘각성’이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운 좋게 각성의 기회를 얻게 된다면, 당신은 가장 순수한 2차 전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시스템은 이 책이 새로운 2차 전직, 그것도 가장 순수한 2차 전직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나머지 4대 금서를 다 읽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것 참 기대…….”
그때였다. 독서 기록부를 확인한 그의 눈앞에 스킬 등급 상승을 뜻하는 메시지와 스킬 습득을 뜻하는 스킬창 떠올랐다.
―독서 스킬이 중급에 올랐습니다.
독서
종류:성장형 패시브 스킬(중급 1/700)
내용:마법사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스킬이다. 마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줌으로써 마법 숙련도를 상승시킨다. 마법을 획득 시, 독서를 습득하지 않은 마법사들보다 더욱 높은 숙련도를 가지게 된다. 마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숙련도가 올라간다.
효과:마법 숙련도가 상당히 증가한다.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고차원적인 이해
종류:성장형 특수 패시브 스킬(초급 1/300)
내용:대부분의 유저들이 모르는 스킬이지만, 부가 효과만은 최고에 속하는 스킬이다. 고대 시대에 쓰인 책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마법에 대한 고차원적인 이해가 가능해짐으로써 숙련도와 공격력을 상승시켜 준다. 다만 흠이라면 숙련도를 올리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효과
1. 독서를 할 경우, 독서 스킬의 숙련도가 2배 상승한다.
2. 마법 숙련도가 상승하며 공격력이 소폭 상승한다.
3. 고대의 책을 이해할 수가 있다.
“금서를 읽었기 때문인가? 케일 씨, 고차원적인 이해를 습득했는데요?”
“생각해 보니까 스칼 씨가 4대 금서를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데요? 4대 금서는 암흑시기의 책이라서 이해하기가 굉장히 힘든 책인데…….”
따지고 보면 그렇다.
아브락사스는 암흑시기에 집필된 책. 따라서 독서 스킬이 초급밖에 되지 않는 그가 읽을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책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앞선 2명은 어떻게 읽었나요?”
“아…… 그것도 그렇네요. 그렇다면 금서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나?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말이죠.”
그것은 정말로 미스터리였다. 금서가 누구나 다 쉽게 읽을 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설마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비밀이 수도 없이 숨겨져 있는 금서였기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