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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15화)
6. 결심(2)
“슬슬 움직여 볼까? 다시 사냥을 시작해야지.”
연산책을 읽음으로써 그의 연산력 스텟은 90을 찍을 수 있었다. 거기에 칭호 ‘연산의 대가’의 효과로 10%가 상승하니 99.
거기에 연산 스킬을 중급으로 상승했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연산
종류:성장형 패시브 스킬(중급 4/1,000)
내용:연산책에 나와 있는 문제들을 풀면 풀수록 좋아지는 머리는 당신의 마법을 강하게 만든다. 당신의 굳은 의지를 통해 중급까지 올렸으나, 앞으로의 길은 멀다.
효과:스킬 레벨에 따라 마법 공격력이 상승한다.
중급 효과:캐스팅 시간이 소폭 단축된다.
“2주가 되었으니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레벨 20은 만들고 나가야지.”
도서관에서 지내니 2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현재 그는 초보자 마을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초보자 사냥터에서 레벨 20을 찍고 나갈 생각이었다.
초보자 마을에 입장이 가능한 레벨은 20 이하. 그렇다는 말은 레벨 20까지는 초보자 마을에서 사냥하는 것이 적당하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현재 스칼의 연산력과 연산 스킬은 상당히 높아져서 혼자서 사냥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전처럼 캐스팅 시간이 부족해서 그가 위험을 맞이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동 캐스팅을 배우면 단점도 보완이 되겠지?”
고레벨 때 배운다는 이동 캐스팅이라면 도망을 치면서 캐스팅이 가능해지니까, 가만히 서서 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이동 캐스팅이 없었기에 일단은 단축된 캐스팅 속도를 이용해서 사냥을 진행해야 하리라.
“케일 씨?”
책을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자리에 일어나서 케일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2주 동안 정이 쌓였던지라 작별 인사 정도는 하고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부르셨어요?”
“아, 예. 이만 가 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읽을 책들은 다 읽었거든요. 케일 씨 덕분에 연산력과 연산 스킬이 상당히 상승했네요. 감사합니다.”
“뭘요, 스칼 님이 매력적이어서 도와 드린 건데요. 아아, 도서관에서 밥만 얻어먹던 식객이 나가니까 속이 후련하네요!”
2주 동안 도서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스칼. 그에게 음식을 주었던 것은 케일이었다. 그녀가 자주 빵을 가져다줌으로써 허기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복도가 높아지면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어진다. 그러다가 공복도가 최고치에 다다르면 아사하게 되고.
초보자 시절에는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힘겨울 때가 있다. 그런데 스칼은 그 모든 것을 케일이 해결해 줬으니, 그녀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금서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브락사스를 보니, 나머지 금서의 내용이 굉장히 궁금해졌거든요.”
“예…….”
속이 후련하다고 말하기는 하는 케일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진득하게 묻어났다.
“아참, 만약에 페일 마을에서 나가시면 편지를 제 친구에게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친구분께요?”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편지 전달
내용:페일 마을의 케일은 당신에게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마지막 부탁을 해 왔습니다. 그것은 페일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케로아 도시의 도서관 사서로 있는 그녀의 친구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만약 편지를 케로아 도시의 사서에게 전달 시, 좋은 일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보상:케로아 도시의 사서와의 친밀도, 연계 퀘스트 ‘?’의 발동.
보상에 있는 연계 퀘스트 ‘?’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굉장히 흥미로운 퀘스트였기에 스칼은 퀘스트를 승낙했다.
어차피 초보자 마을에서 나가면 케로아 도시로 향할 참이었으니, 겸사겸사 가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잘 만하면 케로아 도시의 도서관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짧게 생각을 마친 그는 케일에게 인사를 한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좋은 곳이구나!”
문을 열고 나가자,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느라 도서관에서만 생활하다가 바깥의 빛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사람은 빛을 보고 살아야지.”
2주 동안 노력해서 연산력과 연산 스킬을 올리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또 하라고 하면 사양할지도 모른다. 책만 줄창 보니까 머리가 지끈거렸었다.
사소한 것들까지 구현한 것인지 ‘난독증’ 같은 이상한 상태이상이 떠오르기도 했었으니…….
“이번에는 혼자서 사냥을 가 보도록 해 볼까?”
마법 정보창에 마법들을 확인해 보니, 캐스팅 시간이 무려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프리즈 같은 경우에는 6초의 캐스팅 시간이 소요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이나 줄어든 것이다.
1서클 마법이라서 캐스팅 시간 감속의 폭이 큰 것 같았다. 2서클 마법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2서클 마법의 캐스팅 시간은 절반으로 줄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꽤 많이 줄어들기는 할 테지만.
마법 확인을 끝낸 스칼은 오랜만에 나서는 사냥에 대한 기대감을 품으며 사냥터로 향해 걸어갔다.
* * *
“후웁! 이 정도라면 충분하지!”
크어엉!
“인탱글!”
현재 스칼은 늑대의 영역에서 사냥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선제공격은 프리즈로 시작했는데, 달라진 점이라면 프리즈 뒤에 인탱글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캐스팅 시간에 있었는데, 인탱글의 캐스팅 시간은 무려 3초! 연산 노가다의 힘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될 것이라면 최대 마력량이다. 마법의 캐스팅 시간이 빨라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빨라진 시간에 비례해서 마력 소비 속도도 빨라졌다.
덕분에 지능에 올인을 한 스칼의 마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 들어갔다.
그 결과는 바로 이것.
“젠장. 마력이 부족해!”
벌컥.
마을 잡화점에서 사 온 마력 포션을 마시는 것이었다. 프레이와 함께 사냥할 때는 프레이가 몬스터의 피를 꽤 깎아 두었기에 마법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고서도 몬스터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양상은 다르다. 100% 그가 체력을 깎아야 했기에 마법을 이전보다 많이 사용해야 했고, 마력이 부족함에 따라서 부족한 마력을 포션으로 대체해야 했다.
급하게 포션을 들이킨 스칼은 인탱글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서 버닝을 날렸다. 버닝 또한 캐스팅 시간이 대폭 단축되어서 5초 만에 캐스팅이 가능했고, 곧 늑대는 내부로부터 타오르는 불길을 느끼며 한 줌의 경험치가 되어 버렸다.
“또 포션 하나를 써 버렸네…… 돈도 없는데. 후우. 솔로 사냥은 정말 힘들어. 지혜를 조금이라도 찍어 놓을 것을 그랬어.”
지혜 스텟은 최대 마력량뿐만 아니라 마력 회복 속도도 증가시켜 준다. 때문에 마법사들이 반드시 찍어야 하는 스텟 중 하나. 그렇지만 스칼은 지혜 스텟을 하나도 찍지 않았기에 마력 회복 속도가 더디었다.
그것이 지금 그의 단점이 된 것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텟을 분배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좀 지혜를 찍어야겠어. 아니다, 지혜에 5개를 다 줘야겠군. 마력량이 너무나 부족해. 크흐음.”
마법을 빠르게 많이 사용해서 사냥을 해 온 만큼, 사냥 속도도 빨랐다. 덕분에 현재 그의 레벨은 13. 도서관에서 나왔을 때가 불과 5시간 전이라고 하면, 2업을 굉장히 빠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연산의 힘이었다.
연산을 하지 않은 채로 사냥을 했다면 혼자서 이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암산은 또 언제 배우지? 끄응. 인벤토리에는 프라임이 준 연산책 2권이 있고, 암산 스킬은 30권을 연속으로 암산해야만 생성할 수 있는 스킬인데…… 솔직히 말해서 30권은 심했는데.”
스킬 습득 조건을 떠올려 본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30권 연속 암산은 무리인 듯싶었기에, 즐기면서 하는 게임이라기에는 너무 하드 코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운영자한테 말해서 편하게 만들어 달라고 해 봤자 그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할 테니까.
운영자들은 유저들의 편의를 봐주기는 했지만, 스킬이나 퀘스트에 관련된 일은 일체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하지 위한 방침. 그 때문에 게임 내부의 시스템에 관련된 일은 운영자를 불러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스칼은 잘 알고 있었다.
“돈도 다 떨어졌네.”
그는 포션을 사느라고 남은 돈을 전부 다 써 버렸다. 빈털터리가 되니 돈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20골드가 수중에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음이 안정되었었는데, 돈이 사라지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러다가 굶어 죽을지도 모르니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해 봐야겠는데…… 늑대 가죽만 줄창 팔았다가는 포션을 사기도 벅찰 거야.”
파티 사냥을 한다고 하더라도 포션을 필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파티 사냥인데, 비상용으로 포션 하나쯤은 소지하고 있어야 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사냥하다가는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포션의 가격은 하급 마력 포션이 50실버.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큼지막한 거금이다.
그렇기에 현재 스칼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칼은 고민에 빠졌다. 마진이 안 남는 사냥은 게임 진행을 힘들게 만든다. 여윳돈을 만들어야 퀘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유저 ‘타이에스’ 님으로부터 1:1 대화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누구지?”
―‘타이에스’ 님은 레벨 167의 원소 마법사이며, 메데이아 길드 소속입니다.
“현성이구나? 좋아. 수락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1:1 대화를 수락하자, 그의 눈앞에 타이에스. 즉, 현성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작은 대화창이 함께 생성되었다.
스칼은 휴식 모드로 전환한 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쩐 일이냐?”
[정말로 언리미티드 월드를 하고 있네? 그런데 아직도 레벨이 13밖에 안 되냐? 너 게임 안 했어?]
“그럴 일이 있었어.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알아서 하니까.”
[네가 게임 잘하고 있는지 걱정돼서 안부 차 연락해 본 거야. 네 꼴을 보아하니 사냥 중인 것 같은데…… 설마 솔로로 사냥하고 있냐? 마법사 주제에?]
화상 채팅창을 통해서 스칼 주위의 모습을 봤는지, 타이에스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미친놈! 마법사가 솔로 사냥이 말이 되냐? 캐스팅 속도도 긴 마법사가 파티 없이 사냥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 야, 설마 너 연산 노가다 했냐? 2주 동안?]
무엇인가가 느껴졌는지 그는 스칼에게 물었다. 과연 고레벨 마법사답게 연산 스킬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던 타이에스는 단번에 스칼이 어째서 혼자서 사냥할 수 있는지를 알아냈다.
그런 타이에스의 행동에 작게 감탄한 스칼이 말을 이었다.
“눈치가 정말 빠르네. 흐으.”
[연산 노가다도 노가다지만, 혼자서 사냥하려면 마력이 많이 들 텐데? 돈도 없잖아.]
“그래! 내가 한 가지만 물어볼게. 돈 잘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냐? 지금 포션 값 때문에 내가 미쳐 버릴 지경이다.”
[쯔쯔. 잠깐만! 너 설마 올 지능이냐? 지혜도 적절하게 찍었으면 그렇게까지 마력이 부족하지는 않았을 텐데?]
과연 예리한 타이에스였다.
“올 지능 맞…….”
[아, 돌겠네. 너 RPG 게임 한두 번 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 한 스텟에 올인하는 건 다른 스텟을 뒤받쳐 줄 만한 아이템을 낄 수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야. 너처럼 무자본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거라고.]
“알아, 이 자식아.”
스칼이 원하는 돈 버는 방법에 대한 말이 아니라 잔소리만 늘어놓는 타이에스였다. 아무래도 친구가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한 모양인 것 같다.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 봤자 스칼의 스텟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지혜에다가 스텟을 투자하고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하는 스칼의 말에 타이에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도 다행이네. 저레벨 때 그런 미친 짓을 그만둬서. 너 그대로 50레벨이라도 찍었어 봐라. 캐릭터 망한다.]
“됐고! 돈 벌 수 있는 방법 있으면, 그거나 말해라. 잔소리는 지겹다.”
지금 그가 잔소리나 듣자고 타이에스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레벨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듣고자 대화를 허용한 것이지.
그런 스칼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타이에스는 곧바로 답변을 해 주었다.
[마법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그래.”
[마법사가 돈을 벌 방법이라? 전사 계열은 도축을 통해서 돈을 벌고, 도적 계열은 소매치기 퀘스트를 통해서 돈을 벌지. 그런데 마법사는 딱히 없…… 아! 하나 있긴 하네.]
역시 고레벨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 많았다.
아버지가 주신 정보에도 이런 정보가 있겠지만, 직접 경험하고 들은 타이에스의 정보가 훨씬 더 영양가가 높으리라.
[마법 지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야. 초보자 때의 아르바이트랑 성격이 다르지. 왜냐?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일이니까.]
“아티팩트라면 마법이 각인된 물건을 말하는 거냐?”
[그래. 내가 듣기로는 그 퀘스트를 수행하면 ‘마법물품 제작’이라는 스킬도 얻는다던데? 뭐, 쓸모없는 스킬이라는군. 아…… 그 아르바이트는 레벨 15부터 가능하대.]
타이에스는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제공 받는 것인지 약간 늦게 답변을 해 주었다. 그래도 그것이 어딘가?
“아르바이트? 페일 마을의 마법 지부에도 그런 아르바이트가 있을까?”
페일 마을이 하도 낙후되어 있기에 아티팩트 제작 아르바이트가 없을지도 모른다.
[걱정 마라. 초보자 마을 전체에 있는 아르바이트라니까.]
“끄으응.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나 10주일 안에 100을 찍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따위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프라임이 마법 지부장을 보상으로 내건 시나리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4서클 마법을 익힐 수 있는 100레벨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아끼며 사냥을 해도 모자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낭비할 시간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