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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16화)
6. 결심(3)


[이상한 퀘스트를 받았나 보네? 10주 안에 100레벨이면 4서클 마법을 익히는 퀘스트겠군.]
“……너 게임만 죽도록 했나 보구나. 눈치 하나는 귀신이야.”
[너도 나만큼 하면 이렇게 돼. 4서클 마법을 익히는 퀘스트라면 생각 외로 간단한 걸? 굳이 레벨을 100으로 안 만들어도 돼.]
어깨를 으쓱거린 타이에스는 씨익 웃은 뒤, 스칼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퀘스트의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너도 알고 있듯이 4서클 마법책을 풀면 그 마법을 습득할 수가 있어. 4서클 마법은 굉장히 비싼 가격이지만…… 물론 마법만 배우고 있다고 해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레벨이 100이 아닌 상태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4배의 마력이 소비되는 건 알아 두렴. 즉, 마력량이 중요해.]
“그렇다면……?”
[4서클 마법 중 가장 마력 소모가 적은 마법은 프리징 필드야. 기본 소모 마력은 2,500이지.]
“1서클과 4서클의 마력 상승 폭이 너무 큰 거 아니냐?”
[위력도 그만큼 강해지는 거니까, 밸런스는 유지된다. 그 마법 사용하려면 마력이 10,000 정도는 있어야 할 거야.]
타이에스가 말해 주는 방법이라면 레벨에 100에 도달하기도 전에 프라임의 퀘스트를 완료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뭐, 그도 얼핏 예상하고 있었던 방법이었지만 실제로도 가능할 줄은 몰랐다.
다만 마력이 꽤 압권. 10,000의 마력량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최대 마력량을 10,000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캐릭터 이름:스칼 ―성향:중(中)
―레벨:13 ―직업:마법사 ―종족:인간
―칭호:연산의 대가
―능력치
힘:10, 민첩:10, 지능:70(65+5), 지혜:20, 체질:10, 매력:10
―특수 능력치
연산:99(90+9)
―보너스 포인트:0
―체력/마력:425/1,250(625*2)
―장착하고 있는 장비
초보 마법사의 지팡이(마법 공격력 3∼5)
견습 마법사의 방어구 세트(방어력 +15, 지능 +5)

“기본 마력량을 5,000까지만 만들면 되는 것인데…… 하아. 이렇게 되면 지혜에 또다시 올인을 해야 하나? 지혜 1에 마력 10이니까…….”
따져 보면 레벨 100 정도는 되어야 할 듯싶었다. 아니, 애초에 올 지혜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체질에도 어느 정도 투자를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솔로 플레이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낀 스칼은 앞으로 체질에도 분배하기로 마음먹었다.
스칼이 홧김에 소리친다.
“뭐야, 이 자식아!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힘들잖아!”
[내가 한 가지 안 알려 줬군? 아티팩트를 제작하면 지혜가 올라간다고 하던데?]
“뭐?”
[그리고 내가 그 퀘스트 깰 수 있도록 도와줄게. 딱 한 번만 도와주는 거고, 너도 나중에 나를 한 번 도와준다는 조건하에.]
타이에스가 스칼을 유혹한다. 퀘스트를 깰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확신이 있는 듯했다.
이럴 때 스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친구가 도와준다는데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설마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할까? 그렇게 생각한 스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해결해 준다면, 까짓것. 어떻게 퀘스트를 도와주겠다는 건데?”
[간단해. 지혜를 100 올려 주는 레어 장신구 하나를 빌려 주도록 하지. 하지만 남는 스텟은 네가 알아서 채워야 한다. 50레벨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는 50레벨부터 하는 게 좋을 거야.]
“지혜를 100씩이나 올려 주는 아이템이 있었어?”
[우리 길드에도 딱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야. 차세대 대마법사로 성장할 너한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너, 한 달 반 안에 50찍을 수 있겠냐? 50까지는 쉬워.]
꽤나 빠듯한 시간이겠지만, 지금부터 죽자고 사냥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 다만 마력 포션이 받쳐 준다면.
“마력만 부족하지 않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아, 그렇네. 마력 포션 문제를 해결해 줘야겠구나? 이참에 너도 길드에 가입해라. 길드에 가입하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
“레벨 100은 찍어야 가입할 수 있다면서.”
[길드장 마음대로지. 게다가 우리 길드 간부들이 전부 다 연구회 동료들이잖아. 까짓것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이제는 길드에 가입시켜 준다고 한다. 메데이아 길드는 정예 마법사들이 모이는 길드라서 가입 조건도 굉장히 까다롭고, 시험도 본다고 들었다.
무작정 서클만 높아서 될 것이 아니라 마법 숙련도도 높아야 길드원으로 받아 준다고 하는데, 고작 레벨 13인 그가 가입하는 것은 굉장히 불공평한 일이다.
길드장의 독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길드장뿐만 아니라 길드의 주요 간부들도 스칼과 친분을 나누고 있다. 만약 그들이 전폭적으로 찬성하면, 스칼이 메데이아 길드에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닐 터였다.
타이에스가 스칼에게 길드 가입을 권유한 이유는 이렇다. 길드에 가입하면 메데이아 길드의 시스템에 따라서 상당한 수의 마력 포션이 주어진다. 게다가 길드 레벨이 높은 덕분에 추가 경험치도 무려 10%나 더 받는다. 왜냐하면 메데이아 길드가 타 길드에 비해 길드 레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마법사들이 메데이아 길드에 들어가는 것을 꿈꾼다. 무려 10%에 달하는 추가 경험치의 유혹은 굉장히 달콤하면서도 필요했으니까.
“그래 주면 나야 고맙겠지만, 길드원들이 반발할 것 같지는 않냐?”
[설마 세계 제일의 수학 천재가 길드 가입한다는데, 찍소리를 낼 녀석이 존재하겠냐? 나라도 그런 소리 못 내뱉는다. 마법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머리가 좋아야 하는 직업인데. 다른 유저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마법사로 전직하지만, 대부분은 마법사의 본질에 관한 정보를 모르고 있어. 우리 길드는 마법사의 본질에 대해서 일부분이라도 깨달은 유저들만 끌어들이고 있지. 그렇게 보면 너는 우리 길드의 가입 조건에 가장 적합한 유저야. 물론 100레벨이 아니란 것 빼고.]
스칼은 친구의 권유를 두고 잠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현재 그는 비밀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혹시 길드에 가입하면 개인적인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퀘스트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길드전이니 뭐니 하는 잡다한 단체 행사에 이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새 퀘스트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길드에 가입하면 여러 가지 행사 때문에 귀찮아지지는 않냐?”
[설마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거였냐? 큭. 우리 길드는 길드전 같은 야만적인 짓은 하지 않아. 물론 우리에게 시비를 걸면 확실하게 밟아 주지만, 길드 전체의 일 때문에 길드원을 곤란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다.]
‘강하니까 아무도 안 건드린다, 이거지? 뭐, 그렇다면 길드에 가입할 만도 하네. 어차피 100레벨을 찍으면 녀석의 길드에 가입하려고 했으니까.’
타이에스의 답변을 듣고 결정을 내린 그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수락을 표했다.
“좋아.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입을 해야지. 마력 포션에다가 경험치도 추가로 준다는데…….”
[잘 생각했다. 메데이아 길드는 마법사 유저들이 선망하는 길드란 건 알지? 영광으로 알아.]
―메데이아 길드의 길드장 ‘타이에스’ 님께서 당신을 길드에 초대했습니다.

길드명:메데이아 길드
―길드 레벨:31 ―길드원 수:약 4만 명 ―길드원 평균 레벨:132
―길드 본부:라키에스 도시
설명:현존하는 언리미티드 월드의 길드 중에서 영향력이 강한 5대 길드 중 하나. 유저 ‘타이에스’가 길드장으로 있으며, 구성원 모두가 마법사인 특이한 길드다. 그들의 힘은 굉장해서 마탑과 협력 관계를 맺은 채로 대륙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메데이아에 가입하시겠습니까?
“가입한다.”
짤막하게 말하자 요란한 팡파르가 울리며 그의 시야를 괴롭히는 화려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 시간부터 메데이아 길드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축하 선물로 중형 마력 포션 50개가 지급됩니다. 그리고 길드 레벨 31의 어드벤티지로 몬스터 사냥 시 10%의 경험치가 추가로 주어집니다.
가입 방식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았고, 그는 수월하게 메데이아 길드원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2골드나 하는 중형 마력 포션이 50개나 지급되었다. 현실의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00만 원에 달하는 돈! 한동안 스칼은 입을 쩍 벌린 상태로 감탄했다.
[마탑이 우리를 후원해 줘서 우리 길드에 가입하는 신입 길드원에게 중형 마력 포션 50개를 무료로 선물해 줘. 어때, 마음에 드냐?]
“들다마다!”
[앞으로 너 다른 사람이랑 사냥할 때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메데이아 길드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유저들이 호감을 사려고 달려들 테니까.]
마법사 길드 중에선 단연코 최강인 메데이아 길드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의 모든 유저들이 스칼을 파티에 합류시키려고 할 것이다.
메데이아 길드가 가지고 있는 위명은 대단해서, 그 길드에 가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마법사들 중에선 엘리트 클래스에 든다고 할 수 있으니까.
“100레벨도 아닌데.”
[그래도 우리 길드의 이름은 영향력이 있어. 앞으론 다른 유저들에게 도와 달라고 하면 다 도와줄 거다.]
타이에스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 스칼은 비교적 편하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그가 파티를 구하러 나가게 되면 각 파티에서 그를 모셔 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티 사냥을 할 때 꽤 많은 양의 전리품을 분배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만 길드 업무 처리하러 간다. 50레벨 만들고 다시 연락해.]
“그래. 들어가라.”
[수고해.]
뚝.
화상 채팅이 종료되었고, 다시 늑대의 영역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에스의 도움으로 중형 마력 포션이 무려 50개나 생겨났다.
50실버짜리 포션보다 4배의 효과를 보여 주는 중형 마력 포션이니 20레벨까지는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녀석 말대로 20레벨부터는 파티 사냥을 해 볼까?”
속으로 사악하게 웃은 스칼은 서둘러서 사냥을 시작했다. 빨리 20레벨을 만들어서 편하게 파티 사냥을 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늑대를 찾는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늑대 한 마리. 그런데 그 늑대는 평범한 늑대가 아니었다. 흔히들 말하는 네임드 몬스터로서 ‘초원의 붉은 늑대, 적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늑대였다.
네임드 몬스터들은 보스 몬스터들보다 약하지만 일반 몬스터들보다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출몰이 잦다.
물론 일반 몬스터에 비해 드랍하는 아이템의 질도 높고, 경험치도 높았다. 다만 네임드 몬스터가 일반 몬스터 주위에 리젠됐을 경우가 위험할 뿐.
일반 몬스터 주위에 리젠된 네임드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들을 모아서 집단을 형성한다.
유저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경우.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포착된 적랑은 아직까지 집단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다른 네임드 몬스터에 비해서 수월히 잡을 수 있다는 말.
‘과연 혼자서 잡을 수 있을까?’
그가 파티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무난히 잡을 수도 있을 몬스터다. 적랑의 레벨은 14밖에 안 되니까.
그렇지만 그는 현재 체질에 아무런 스텟도 투자하지 않은, 체력이 빈약한 마법사다. 공격력이 강한 적랑에게 몇 대 스치기만 해도 뻗어 버릴 수 있는 상태다.
그런 그가 혼자서 달려든다면 처음에 토끼와 맞붙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크아아앙!
“이런! 적랑이 선공 몬스터였다는 것을 까먹었군!”
스칼이 고민을 하면서 멍하니 서 있었을 때, 그의 기척을 느낀 적랑이 거칠게 공격해 왔다. 적랑은 선공 몬스터라서 적을 발견하는 즉시 달려든다.
원거리에서 차근차근 적을 공략하는 스칼의 전투 스타일에 있어선 쥐약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털썩.
일단 스칼은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 적랑의 공격을 피했다. 몸집이 상당히 큰 적랑의 공격 딜레이는 일반 늑대에 비해서 길다.
따라서 스칼은 망설임 없이 캐스팅 시간이 짧은 인탱글을 사용한다.
“인탱글!”
나무뿌리가 적랑의 다리를 감싸 맸고, 그에게 시간이 허용되었다. 인탱글의 시전 시간이 짧았기에 그가 이렇게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만약 연산 노가다를 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이제야 노가다의 소중함을 깨달은 스칼이었다.
“늑대면 늑대답게 몰려다닐 것이지, 왜 사람한테 다짜고짜 달려드는 거냐? 프리즈!”
선공을 펼친 적랑 때문에 심히 당황했던 그가 말을 거칠게 내뱉으면서 프리즈를 날렸다. 명색이 1서클 최강의 마법인 프리즈였기에 곧 적랑의 가죽이 빠르게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