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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21화)
8. 첫 던전 탐색(2)
콰앙.
꽤나 큰 폭발음을 내면서 폭발한 파이어 볼은 강력한 데미지를 고블린에게 선사했다. 과연 2서클 최강의 데미지 딜용 마법!
그 위력에 감탄한 스칼은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새로운 마법을 배운다는 건 유쾌한 일이군. 좋아.’
그리스와 파이어 볼의 위력에 미소를 지은 스칼은 앞으로 새로 배울 마법에 대한 기대감을 품으면서 공격을 이어 갔다.
“프리즈! 카인! 어서 죽여.”
프리즈는 어느새 캐스팅 시간이 눈 깜짝하면 끝날 정도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1서클 마법을 이용해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스칼!
그는 앞에 있던 고블린을 얼린 다음, 카인에게 뒤처리를 부탁했다.
마법사가 혼자인 파티에서는 고루고루 공격 보조 마법을 사용해 주어야 한다. 데미지 딜러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적들에게 상태이상 마법을 걸어 줘야 하는 마법사.
그들이야말로 세밀한 컨트롤이 필요한 힐러 다음으로 어려운 직업일 것이다.
카인에게 고블린 하나의 처리를 맡기고, 곧바로 세라와 레리아가 상대하고 있는 고블린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어느새 고블린은 그리스에서 벗어나서 다시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상태. 저들은 체력이 많지 않으므로 고블린의 공격에 체력이 많이 깎여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마법을 시전했다.
“인탱글.”
―이곳은 땅 속의 던전입니다. 던전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탱글 마법에 사용될 뿌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던전 내에서는 인탱글 마법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풀이나 나무의 뿌리가 없는 던전이라서 사용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하지만 스칼은 머뭇거리지 않고 적절한 마법을 찾아서 고블린에게 걸어 주었다.
“슬로우.”
그러자 고블린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레리아와 세라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좋아. 이제 남은 건 고블린을 얼리고 끝내는 거지.”
카란이야 체력통이 워낙 빵빵하니 타운트를 쓰며 잘 싸우고 있으리라. 발정기에 빠졌다고 해도 타운트가 아예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레리아의 화살과 세라의 단검이 허공을 가름과 동시에 스칼의 마법도 허공을 갈랐다.
“매직 미사일.”
짜릿한 사냥의 감각을 느끼기에는 매직 미사일만큼 적당한 스킬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무속성의 매직 미사일들은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갈라서 고블린들을 습격한다. 비록 레리아의 화살보다는 위력이 약하지만, 양에서 차이가 난다.
1초마다 1발씩, 5초 동안 사용하니 무려 5개의 매직 미사일이 고블린들을 덮쳤다.
파티원들의 매서운 협공에 한 마리 고블린이 죽음을 맞이한다.
―아이템을 습득하셨습니다.
<발정 난 고블린의 피>
내용:발정 난 고블린들의 피다. 굉장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복용을 하면 필시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던전의 비밀
등급:C
내용:현재 당신은 고블린의 던전에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던전에는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던전 내부에 식물이 살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던전임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던전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거기다 이런 던전에 어째서 발정 난 고블린들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자! 이제 당신에게는 이 던전의 비밀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던전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고자 하면, 고블린들의 피 100개를 모으면 됩니다.
보상:연계 퀘스트 ‘던전의 비밀2’
“어어? 퀘스트다.”
“너도 떴구나. 아무래도 이 던전에 속해 있는 퀘스트인 것 같아.”
파티원 전원에게 뜬 것을 보아하니 개인 퀘스트는 아니다. 던전에 귀속되어 있는 퀘스트인 듯싶었다. 이런 퀘스트가 뜨는 것을 보니 평범한 던전은 아니었다.
“발정 난 고블린의 피가 4마리 잡았을 때 몇 개 떴어?”
“4개 뜨네. 아마 드랍률이 100%인 것 같아. 아니면 50%인데 드랍률이 2배가 돼서 뜨는 것일지도.”
결론은 한 마리당 하나의 피가 나온다는 것이다. 파티원들을 고개를 끄덕인 뒤, 제대로 전열을 갖추었다.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땐 고블린들의 예상치 못한 공격 때문에 순식간에 전열이 흐트러졌다. 레리아와 세라의 도주가 한몫을 했었던 것이다.
“어그로는 역시 세라가 났겠지?”
세라와 카인의 나이는 스칼과 동갑이다. 그렇기에 스칼은 가볍게 세라에게 말했고, 세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움직였다.
“그딴 더러운 녀석들을 몰기는 싫은데…….”
“평소보다는 쉬울 거야. 널 보기만 하면 달려올 테니까.”
세라는 투덜거리면서도 어그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렇지만 곧 걸음을 멈춘다.
“……어깅할 필요 없겠는데.”
“그렇겠네.”
세라가 움직이려는 순간 앞쪽의 통로에서 발정 난 고블린 5마리가 출현했다. 그것들의 모습은 방금 전의 사냥한 녀석들과 똑같다. 동족이니까 당연한 것이리라.
스칼은 그것들이 나타나자마자 시전을 준비했다.
키에에엑!
역시나 눈을 뻘겋게 붉히면서 세라와 레리아를 향해 달려오는 고블린들! 그들의 패턴을 예상한 스칼이 그리스를 준비했다.
“카란 형님, 타운트를 써서 그리스를 쓸 시간을 벌어 주세요.”
“저것들에겐 잘 안 먹히는 걸 알잖아!”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단 낫죠.”
만약 고블린들이 선공 몬스터가 아니었다면 보다 쉽게 사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선제공격으로 스칼의 강력한 마법 공격을 먹이면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것들은 적을 보면 무작정 달려가는 선공 성향이 강한 몬스터들. 그러니 캐스팅 시간을 벌어 줄 카란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 발정 난 무뇌충들아! 덤벼!”
키에에엑!
리치가 긴 바스타드 소드로 최대한 고블린의 관심을 이끄는 카란. 고블린들은 그런 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고블린들의 무기는 녹슨 칼이나 몽둥이. 몽둥이는 맞으면 그만이지만 녹슨 칼 같은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다. 파상풍에 걸리면 무시하지 못할 지속 데미지를 입게 된다.
카란은 칼을 들고 있는 고블린을 조심하면서 타운트롤 계속 사용했다.
“그리스.”
스칼의 마법이 시전되었고, 고블린들이 넘어졌다. 아까와 똑같은 양상. 나머지 파티원들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
* * *
“피 하나가 남았는데…… 뭐야. 중간 보스인가?”
사냥 시작 4시간째. 스칼과 파티원들은 각자 1레벨씩을 올릴 수 있었다. 엄청난 성장 속도는 분명 2배의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발정 난 고블린들의 레벨이 40인 덕분이기도 하다.
레벨은 40인 주제에 체력은 바닥을 기는, 그야말로 광렙에 적당한 몹.
현재 그들은 99마리에 달하는 고블린을 잡고 이상한 내용의 글이 써져 있는 문 앞에 도달했다.
질풍같이 돌파한 그들의 앞을 막아선 문에는 이런 글이 써져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 치명적인 것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의 치명적임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이곳에 고블린들을 가둬 두게 된 첫 번째 이유다.
“중간 보스겠네. 이렇게 빨리 최종 보스가 나올 리가 없으니까.”
피가 하나 남는 것을 보니 이 안에 존재하고 있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남은 피 하나를 습득해야 하는 것 같다.
파티원들을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도 이상한 녀석들을 사냥해서 더 이상 게워 낼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끼이익.
“크르륵. 어서 오거라, 인간들.”
“…….”
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고블린이었다. 지금까지의 고블린들이 그나마 평범한(?) 고블린이었다면 여기에 있는 고블린은 그 이상이다.
충격과 공포! 그 말이 어울릴 것이다.
“오오! 인간 여자들도 있구나. 아주 좋아. 남자들은 죽여 버리고, 여자들은 살려 주도록 하마.”
“저 미친 고블린은 또 뭐야! 발정 난 것치고는 너무 똑똑하잖아.”
얼마나 신경질이 났으면 카란이 얼굴 안면을 심하게 일그러트리며 소리를 지를까?
“인간!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 감히 수컷 인간 따위가 이 몸의 앞에서 괴성을 지르는 것이냐?”
파티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블린의 머리 위에 떠오른 이름을 보았다.
{고블린 마법사.}
“네까짓 것이 마법사란 말이냐? 개나 소나 마법사를 다하는군. 하다못해 멍청한 고블린도 마법사를 해. 언제부터 마법사가 이렇게 만만한 직업이었지?”
스칼이 불쾌감을 표하면서 말했다. 저딴 불결한 고블린이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니? 눈이 붉은 것을 보아하니 저 녀석도 발정기임이 확실하다. 고블린들은 발정기가 되면 눈이 벌게지니까.
그런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스칼은 간단히 찾아내 버렸다.
“저 녀석이 우리가 앞에서 죽였던 고블린들을 발정기에 빠트린 주원인일 거다. 내 생각에는 고블린들이 집단으로 발정기에 빠진 것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정은 딱 하나뿐이지.”
스칼이 손가락을 들어서 마법사 고블린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다른 고블린들에게 이상한 술수를 부렸다는 것. 앞선 고블린들과는 달리 판단력과 사고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일단 면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생각해 봐. 발정기에 걸렸다고 무작정 뛰어오는 동물 봤냐? 그것도 동족이 아닌 다른 종족에게?”
“아니.”
“원래 같은 종족이 아닌 이상 그런 반응은 보이기 힘들 거다. 아니, 같은 종족이라도 그런 격렬한 반응은 유도할 수 없어.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저 녀석이 고블린들에게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말과 연결되지.”
확실히 고블린들의 공격은 너무나도 무모했다. 발정기에 빠졌으면 암컷 고블린들에게 달려들 것이지, 왜 인간들에게 달려든 것인가? 설마 종족을 잊어버렸을 리도 없다.
스칼은 그 이해 불가 행동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마법이겠지?”
“인간, 똑똑하군. 그것을 알아차리다니.”
“……멍청한 녀석.”
아무리 사고력과 이해력이 높더라도 고블린은 고블린. 고블린 마법사는 유치원생도 걸리지 않은 아주 간단한 유도 심문에 순순히 비밀을 털어놓았다.
고블린 마법사의 말을 통해 문의 글을 이해할 수 있었고, 발정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너는 왜 발정기냐? 설마 네 자신에게 마법을 건 것은 아니겠지?”
“종족 번식의 본능이 끓어올라서 그런 것이다.”
“아아, 그래?”
만족할 만한 답을 다 얻은 스칼은 씨익 웃어 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프리즈.”
마법을 날린다. 기습적인 공격에 의해 준비하지 않았던 고블린 마법사의 발이 얼렸고, 파티원들은 각자의 무기로 공격을 시작했다.
중간 보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비겁한 인간 녀석들! 그리스!”
쿠다당!
“2서클 마법사였나? 아니, 2서클 마법사면 이렇게 즉시 마법을 사용했을 리가 없잖아!”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파티원들을 향해 그리스를 날린 고블린 마법사. 스칼은 믿기지 않는 듯 소리쳤다.
2서클 마법을 즉시 캐스팅이 가능하다면 5서클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고블린 마법사가 5서클일 리는 없다. 그 정도의 서클을 가진 마법사가 이딴 던전 안에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5서클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리스를 즉시 캐스팅하는 거냐!”
단순한 고블린이기에 아주 단순한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스칼. 웃기게도 고블린 마법사는 그 스트레이트에 걸려들었다.
“이건 마법 아티팩트에 저장되어 있는 마법이다. 바보 같은 인간 녀석!”
“큭. 멍청한 쪽이 누구인지 묻고 싶군.”
아티팩트라면 마법이 각인되어 있는 아이템을 뜻한다. 아무래도 저 녀석을 레이드하면 그리스 마법이 저장되어 있는 아이템을 드랍할 것 같다.
그것을 깨달았을까? 넘어져 있던 파티원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났다.
“대박 아이템을 드랍하겠네? 그리스 내장 아티팩트면 대단한 거잖아!”
그리스를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티팩트라면 전 직업이 사용할 수 있을 터. 굉장한 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블린 마법사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괴한 웃음을 지으면서 주문을 외웠다.
“나의 충실한 부하들아, 나를 지키기 위해 나타나라!”
그러자 빛과 함께 생성되는 고블린 호위병 5마리. 명색이 중간 보스라서 그런지 몬스터도 소환한다. 그 모습에 스칼이 잠시 감탄했다.
그러나 곧 레이드를 위해서 마법을 시전했다.
“프리즈!”
숙련도가 거의 정상에 오른 프리즈는 역시나 강력한 위력으로 고블린 마법사의 손을 얼렸다. 캐스팅을 하는 지팡이가 쥐어진 손을 봉쇄시킨다면, 잠시 동안은 녀석의 마법을 방해할 수 있다.
스칼의 마법과 함께 카란을 선두로 해서 나머지 파티원들이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타운트. 이리로 와라, 이 땅딸보 녀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