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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22화)
8. 첫 던전 탐색(3)
키에엑!
고블린 호위병들은 전사 계열의 몬스터에다가 발정기 상태도 아니어서 카란이 수월하게 타운트를 할 수 있었다.
파티원들이 카란이 타운트한 몬스터들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스칼이 소리쳤다.
“마법사부터 죽여! 어차피 보스 사라지면 같이 사라질 녀석들이야!”
“포이즌 대거.”
세라가 독이 묻은 단검을 고블린 마법사의 목에 꽂아 넣었다.
정상적인 몬스터라면 쇼크를 받았을 만한 공격. 하나 고블린 마법사는 눈살을 찌푸릴 뿐, 쇼크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다.
고블린 마법사의 상태이상 저항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을 본 카인이 정신을 집중해서 고블린 마법사를 베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 고블린 마법사가 순식간에 전개한 매직 미사일은 여지없이 카인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고, 그 결과 카인은 기절 상태에 빠져 버렸다.
매직 미사일로 기절 상태에 빠트릴 정도라면 꽤 강력한 마법 공격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젠장. 빨리 해치우란 말이야!”
고블린 호위병 5마리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카란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빨리 보스를 처치해야만 이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그다지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런 카란의 모습을 본 스칼은 맹공을 펼치기 시작한다.
“매직 미사일. 똑같이 갚아 주도록 하지.”
힘에서는 밀린다. 하지만 스칼에게는 굉장한 연사력이 존재한다. 고블린의 마법이 강할지는 몰라도 그만큼 빠르게 캐스팅할 수는 없다. 그 점을 이용한 스칼의 작전은 인해전술이다.
보다 많은 매직 미사일로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계속해서 매직 미사일들이 허공을 가른다. 그만큼 빠르게 소진되어 가는 스칼의 마나. 그 어마어마하고 압도적인 공격에 동료들이 감탄했다. 같이 사냥하면서 이 정도의 매직 미사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인, 인간. 괴물이냐!”
심지어 고블린 마법사도 당황할 정도로, 즉시 시전에 가까운 속도로 매직 미사일들이 소환되고 있다.
스칼의 전투는 기존의 마법사와는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연산력과 연산 스킬 덕분에 극도로 시간이 단축된 매직 미사일은 유저들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고작 2서클밖에 안 되는 마법사가 4서클처럼 매직 미사일을 난사해 대고 있다.
파티원들은 곧 공격에 동조했다.
“정밀 사격.”
레리아의 화살이 고블린의 눈을 향해 날아간다. 매직 미사일에 정신이 팔린 고블린은 레리아의 화살에 시력이 멀어 버렸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세라가 재차 공격을 해서 고블린을 중독 상태에 빠트려 버렸고, 성이 난 카인의 검이 허리를 벤다.
“크아아악!”
어마어마한 수의 매직 미사일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집중하기에는 약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파괴력이다. 매직 미사일이 누적이 되니 상당한 데미지가 된다.
그것 때문에 고블린 마법사가 매직 미사일 방어에 정신이 팔렸었던 것이고, 그것이 방금 전의 공격과 연결되었다.
파티원들의 공격이 통함과 함께 고블린 마법사의 방어가 무너졌다. 매직 미사일도 통쾌하게 마법사의 몸에 작렬했고, 데미지가 쌓여 갔다.
시시한 전투가 아닐 수 없다. 고작 매직 미사일 세례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중간 보스는 어디까지나 중간 보스일 뿐일까?
“크르르륵.”
그때였다. 공격에 의해 쓰러져 가던 마법사가 눈을 벌겋게 붉히면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녀석의 위에는 새로운 이름이 떠올랐다.
{병의 원인, 가우라.}
“변신이냐?”
「감히 하찮은 인간들이, 이 몸을 깨우다니? 나는 병마, 가우라다. 감히 내가 기생하고 있는 숙주를 죽이려 들었군.」
“기생충이로군. 알겠어.”
역시나 터지는 스칼의 호쾌한 도발. 병마라면 악마의 일종인데, 그런 가우라에게 ‘기생충’이라고 한 것은 모욕이나 다름없다.
가우라는 스칼의 말에 흥분한다.
「감히, 인간 따위가!」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도발
종류:성장형 패시브 스킬(초급 1/100)
내용:타운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킬. 상대방을 모욕시키는 말을 할 경우, 상대를 흥분시켜서 명중률을 저하시킨다. 단, 데미지가 상승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스킬이니, 요긴하게 쓰도록 하자.
효과
1. 적의 명중률을 하락시킨다.
2. 상대방이 NPC일 경우, 흥분 지수를 높인다.
쓸 만한 스킬이 생성됨과 동시에 가우라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흥분한 가우라의 공격은 피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저 몸을 뒤쪽으로 날려서 레인지에서 벗어날 뿐.
가우라는 흡사 개와 비슷한, 사족 보행을 하고 있어서 늑대를 혼자 사냥했던 스칼은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수월히 공격을 회피했다.
―현재 가우라의 ‘역병의 숨결’ 스킬 범위 안에 들어왔습니다. 3초당 체력이 60씩 줄어듭니다.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유저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인 역병의 숨결은 지속적인 데미지를 줌으로써 전체적인 전투 양상을 바꾸어 유저들을 패배하게 만드는 스킬이다.
아마 이 상태로 계속 전투가 진행되었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하리라.
“호위병들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저 녀석이 저렇게 변해서 그런 거냐?”
어느새 카란이 파티원들 앞에 서서 말했고, 그런 그에게 스칼이 답했다.
“그런가 보네요. 전투를 지속하면 불리한 건 저희 쪽입니다.”
“역병의 숨결이라는 스킬, 배우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탱커에게는 괜찮은 스킬이 될 거야.”
“그 얘기는 전투가 끝난 다음에 하도록 하죠. 카인, 세라, 합동 공격 시작하자.”
역시나 카란은 타운트를 사용하면서 뛰쳐나갔고, 그의 뒤를 이어서 스칼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마법은 그리스. 현재의 상대방에게는 쥐약과도 같은 스킬이다.
네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공격하는 것이 가우라의 전투 스타일일 것이다.
그런 녀석에게는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스칼은 거침없었다.
카란이 타운트를 걸자마자 카인과 세라가 합동 공격에 나섰다. 마비독을 바른 단검과 힘줄을 끊는 공격을 시도하는 그들. 레리아 또한 화살을 쏨으로써 견제를 한다.
「캬아아악!」
―가우라가 ‘악마후’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두려움에 질려 공격력이 20% 하락합니다.
그 정보창에 레리아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뭐, 이런 스킬이 다 있어!”
공격력 20% 하락이라는 사기적인 스킬은, 듣도 보도 못했던 스킬이다. 그 사기적인 스킬에 경악하는 레리아.
이로써 이 던전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던전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파티원들이 고전하고 있을 때, 드디어 스칼의 그리스가 완성되었고 곧바로 시전된다.
“그리스!”
쿠웅.
그와 함께 육중한 가우라의 몸이 쓰러졌다. 아쉽게도 그리스의 지속 시간은 단 3초. 가우라의 항마력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스 지속 시간은 3초. 빨리 체력을 깎…….”
「감히 나에게 같잖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냐? 이딴 마법 따위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특정 조건(마법 사용)에 의해 퀘스트가 무산되었습니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던전의 비밀2
등급:C+
내용:발정기에 빠진 고블린들의 비밀 중 하나. 그것은 다름 아닌 하급 병마 ‘가우라’였습니다. 가우라는 고블린들이 이 던전 안에 갇혀 버리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마법사 고블린을 잠식해서 이상한 병에 감염시킨 가우라 때문에 고블린들은 던전에 격리가 되었습니다.
고블린 던전은 깊습니다. 아직 숨겨진 비밀들이 더 존재하고 있으며, 가우라는 그것들 중에 일부일 뿐입니다.
이제 당신과 당신 파티에게는 가우라를 처치하고, 던전을 계속 탐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주어졌습니다. 가우라를 쓰러트리십시오.
힌트는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있습니다.
제한:던전의 비밀을 밝혀내기 전까지 출입이 불가능해집니다(단, 죽을 경우에는 퀘스트가 자동으로 취소되며 다시는 이 던전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보상:가우라의 마법 아티팩트, 연계 퀘스트 ‘던전의 비밀3’
‘가지고 있는 것.’
방금 전 가우라는 스칼의 마법을 흡수했다. 2서클의 마법이라서 쉽게 흡수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과 함께 떠오른 퀘스트창에는 가우라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신에게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일까?
동료들이 흥분한 가우라를 상대로 분전을 하고 있을 때, 스칼이 깊은 생각에 잠겨서 가우라를 공격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레리아가 짜증을 냈다.
“스칼 오빠! 뭐하고 있어요!”
자신들은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고 있는데, 스칼은 혼자 서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다. 그야말로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러나 스칼은 레리아의 말은 무시한 채로 방법을 강구해 냈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진다. 2서클 마법도 먹히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 가우라를 죽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존재하고 있다.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파티는 전멸하고 퀘스트는 실패한다.
퀘스트를 실패하는 것은 그리 두렵지 않다. 레벨이 1 다운되는 것은 분명 큰 타격이지만 언젠가는 복구시킬 수 있다.
스칼을 집념에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 그것은 승부욕이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승부욕을 불태웠던 그는 난제를 풀 때의 그 승부욕을 발휘하면서 퀘스트 속에서 힌트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인벤토리를 살펴보면 되겠네.”
지금까지 사냥해서 얻은 것들 중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스칼이 곧바로 인벤토리를 소환, 내용물들을 확인해 본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것은 포션 내지는 잡템, 그리고 발정 난 고블린의 피.
“으응?”
발정 난 고블린의 피를 본 스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던전 안에서 얻은 첫 번째 수확물이자 첫 번째 던전 퀘스트의 조건이었던 발정 난 고블린의 피. 첫 번째 퀘스트가 무산된 이상 이 아이템이 필요할 리는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피가 그의 인벤토리 속에 존재하고 있다.
원래 퀘스트 전용 아이템들은 퀘스트가 종료됨과 함께 사라진다.
돈이 많은 유저가 퀘스트 전용 아이템 구매라는 편법을 통해 퀘스트를 깨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정 난 고블린의 피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쓰임새가 있다는 것!
“……그래, 이거다.”
스칼이 조용히 웃은 뒤 인벤토리에서 피 한 병을 꺼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부우웅. 파악!
바로 고블린의 피가 담긴 병을 투척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98병에 달하는 피가 남아 있었기에 수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잘 먹히느냐가 문제지만. 그때, 스칼의 눈앞에 엄청난 광경이 벌어졌다.
치이익.
「이, 이게 무엇이냐! 크아아악!」
고블린의 피를 맞은 가우라의 피부가 마치 산성이 닿은 것처럼 녹아들어 간다. 순식간에 피부가 타들어 가는 광경은 꽤나 끔찍한 장면임이 틀림없었으나, 그것을 지켜보는 스칼의 동료들에게는 통쾌하고 신기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칼로 아무리 베어도 상처도 잘 나지 않는 가우라가 한낱 고블린의 피 앞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퀘스트 해결 방법이 이것이었군? 어쩐지. 마법도 안 먹히더라.”
그의 혼잣말을 들은 카란이 다가와서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어떻게 한 거냐?”
“간단합니다. 저희가 앞서서 사냥했던 고블린들의 피가 저 녀석에게는 강한 산이나 다름없는 것 같군요. 자, 여기. 나머지 애들에게 22개씩 나눠 주세요. 그리고 가우라에게 던지라고 하세요.”
스칼이 인벤토리에 남아 있던 98개의 고블린의 피 중, 66개를 꺼내서 카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카란이 투덜거렸다.
“왜 내 건 없냐?”
“형은 계속 타운트를 걸어 주면서 가우라를 고정시켜야죠. 이번 사냥에서 얻는 전리품을 많이 챙겨 가세요. 그러면 됐죠?”
“쳇. 알았다.”
탱커의 역할은 원래 타운트를 걸어 주며 몬스터를 고정시키는 것이었지만, 카란의 성격으로는 이쯤에서 구슬려 주지 않으면 짜증을 낼 것이 확실하다. 그는 호쾌한 성격만큼이나 호전적이어서, 탱커를 선택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전투 센스야 탁월하지만 말이다.
스칼은 고통스러워하는 가우라를 향해 한마디를 내뱉어 준 뒤 피를 날렸다.
“이제 끝이군. 생각보다 쉽네? 잘 가라, 기생충.”
「크아아악!」
가우라의 비명 소리와 함께 중간 보스 레이드는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