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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23화)
9. 아티팩트(1)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가우라의 힘이 담긴 반지>
착용 가능 레벨:35
등급:반지―매직(마법 아티팩트류)
내용:병마 가우라의 힘이 담겨 있는 반지다. 그리스가 각인되어 있으며, 추가 스킬로는 역병의 숨결이 존재하고 있다.
효과
1. 지능 +10
2. 그리스 마법의 즉시 시전(쿨 타임:2분)
3. 역병의 숨결(초당 50의 마력 소비)
“허! 매직 등급의 아이템이잖아?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줄이야…….”
“쉽게 얻은 것은 아닙니다. 퀘스트 공략 방법을 알아내서 얻은 거니까.”
“솔직히 말해서 병만 던지면 끝나는 퀘스트였잖아?”
카란이 투덜거렸다. 남들은 신나게 병을 던졌지만, 자신은 가우라의 공격을 받아 내면서 꽤나 고전했었다.
그런 그에게 스칼이 사근사근 말했다.
“알고 보면 쉬운 문제가, 알기도 전에 쉬운 문제라고는 증명하지 못합니다. 그건 수학자들도 밝혀내기 힘든, 굉장히 어려운 난제임에는 틀림없어요.”
“머리 아프군. 됐다. 그 얘기는 그만하고, 아이템은 누가 가질래?”
‘쩝.’
스칼이 속으로 입맛을 다졌다. 아무래도 일반인에게 P대 NP문제에 관한 얘기를 해 주는 것은 무리수인 듯싶었다.
수학자들도 밝혀내기가 불가능한 P대 NP문제에 대한 설명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것이다.
일단, 파티장인 레리아가 아이템 배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솔직히 이번 레이드는 스칼 오빠의 공이 컸어. 고블린의 피로 공격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분명 전멸했을 거야.”
“그렇긴 하지.”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레리아는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러니까 이 가우라의 반지는 스칼 오빠에게 주도록 하자. 나머지 아이템들도 많이 드랍되었잖아? 카란 오빠도 투덜대지 말고!”
“스칼의 공로는 인정해야지. 뭐, 우리가 스칼이 아니었다면 죽을 뻔한 것은 분명하니깐.”
카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했고, 세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칼이 빠르게 전투의 핵심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전멸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게 해서 반지는 스칼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으음.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건가?”
파티원들의 호의에 스칼이 멋쩍은 듯이 중얼거렸지만, 레리아가 또박또박 말한다.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요, 오빠.”
레리아로부터 건네받은 반지를 곧바로 착용해 봤다. 그러자 눈앞에 2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마법 아티팩트를 소유하셨습니다. 마법 아티팩트는 마법이 내장되어 있는 아이템을 뜻하는데, 이것을 가지게 되면 마법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그리스’입니다.
―병마, 가우라의 권능인 ‘역병의 숨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병의 숨결을 키시면 효과가 나타납니다.
“캐릭터 정보창.”
그는 가우라를 잡으면서 레벨이 하나 올랐기에 보너스 포인트를 올릴 겸, 캐릭터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소환했다.
―캐릭터 이름:스칼 ―성향:중(中)
―레벨:37 ―직업:마법사 ―종족:인간
―칭호:연산의 대가
―능력치
힘:10, 민첩:10, 지능:85(65+20), 지혜:140, 체질:10, 매력:10
―특수 능력치
연산:99(90+9)
―보너스 포인트:정보 없음
―체력/마력:1,025/4,000(2,000*2)
―장착하고 있는 장비
초급에서 벗어난 마법사의 지팡이(마법 공격력 20∼25)
초급에서 벗어난 마법사의 방어구 세트(방어력 +50, 지능 +10)
가우라의 힘이 담긴 반지(지능+10)
“마력이 아직 3,000이나 남았나…… 크으. 레벨을 빨리 올려야겠네. 시간이 없어.”
던전을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고 레벨 50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아까웠다. 아직까지 시간이 여유롭기는 했지만,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퀘스트를 수행해 봤자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그쪽이 더 마음이 편하다.
가우라의 반지는 쓸 만한 것 같다. 부가 스킬도 들어 있고, 지능을 10 올려 주니까. 게다가 가장 끌리는 것은 그리스의 즉시 사용이다.
그리스는 상황에 따라서 파티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스킬이기에 그것이 각인되어 있는 반지라면 가치가 크다.
‘아티팩트 제작 기술이란 건 생각보다 쓸 만한 기술일 것 같은데?’
마법의 즉시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아티팩트를 제작한다면, 제법 쏠쏠한 돈벌이에, 유용하게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스칼은 레벨 50이 되자마자 아티팩트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가우라의 반지 같은 아티팩트 몇 개만 소지하고 있어도 홀로 사냥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쿨 타임만 잘 계산하면서 전투를 진행한다면 솔로 플레이가 쉬우리라.
아이템 배분이 간단하게 끝나고, 퀘스트 완료음이 들려왔다. 던전의 비밀2가 해결되었다는 완료음. 그 완료음이 들림과 함께 막혀 있던 벽에 문 하나가 나타났고, 곧 활짝 열렸다.
다음 구역으로 진입하는 문인 것 같았다.
“자, 들어가 볼까.”
카란이 앞장을 서서 문 안쪽으로 진입한다.
그와 함께 연계 퀘스트가 떠올랐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끔찍한 비극1
등급:B―
내용:당신은 드디어 추악한 비밀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이것은 ‘아브락사스’를 읽은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기회이며, 아브락사스를 보지 아니하고 들어온 자들에게는 다른 퀘스트가 주어졌습니다.
이 던전 안에는 인간과 이종족들의 추악한 욕망이 잠들어 있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첫 번째로 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던전. 사실, 발정 난 고블린의 던전의 진짜 이름은 ‘진실의 무덤’입니다.
던전의 최하층에서 목격하게 될 진실은 역겹고 끔찍한 것입니다. 자, 당신은 이제 죽어 버린 진실을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
제한:이 퀘스트를 받은 순간부터 3달(게임 시간) 내에 완료를 해야 하며, 던전 출입이 허용된다.
보상:진실의 증표, 연계 퀘스트 ‘끔찍한 비극2’
아브락사스가 또 언급되었다. 그 말인즉슨, 이 던전에는 고대와 관련된 것이 잠들어 있다는 소리다.
“던전의 비밀3이 떠올랐네? 여기서부터 또 다른 몬스터가 출연하려고 하나?”
“쾌속 질주네. 아주 좋아. 이러다가 우리 폭렙하는 거 아닌가 몰라?”
파티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으며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의 말을 들어 보니 역시 끔찍한 비극이라는 퀘스트를 부여 받은 것 같진 않다.
‘일이 꼬이는군. 후우. 이런 던전에는 고대의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 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던전들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 모르겠군.’
깊숙이 들어가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는 스칼.
아브락사스에는 대륙 곳곳에 고대의 비밀이 남아져 있다고 써져 있었는데, 아마 던전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스칼은 방법을 하나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던전에 대한 정보를 아버지의 정보 베이스에서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막연했던 아브락사스 퀘스트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것은 카란이 이 던전으로 안내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카란이 이 던전의 지도를 얻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스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퀘스트를 승낙했다.
“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이 던전 아래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밝혀 보도록 한다. 이곳의 비밀이란 게 무엇인지 알아낸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또 다른 퀘스트가 생겨나리라.
그렇게 해서 조금씩 커져 가는 퀘스트는 곧 아브락사스 퀘스트와 연결이 되어서 결국에는 아브락사스 퀘스트의 해결에도 다가갈 수 있을 터였다.
“자! 갑시다!”
나름대로 행복한 상상을 해 본 스칼이 큰소리로 파티원들을 다독였고, 그들은 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광렙을 꿈꾸면서.
* * *
“으아아아! 타운트!”
“던전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지는군요. 예상을 했었지만, 이 정도 난이도라면 적정 레벨 50일 것 같은데?”
“몰라, 이 자식아! 공격이나 해!”
병마 가우라를 잡은 뒤 열린 문을 통해 내려간 지 어언 4일째다. 현실에서 놀고 있는지, 파티원 전원이 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사냥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도 빠지지 않는다. 한 몸이라도 되는 듯 거의 동시에 접속한다.
그런 그들의 플레이에 감탄을 하는 스칼 또한 그들과 같은 시간에 접속했다. 그렇게 게임 시간으로 4일 동안 사냥하자, 어느새 레벨이 39에 다다랐다. 그야말로 광렙. 하지만 한 가지 부작용이 있기는 했다.
그것은 바로 전투가 진행될 때마다 정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다는 것.
전투의 난이도가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어서 집중을 조금이라도 푼다면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다.
힐러가 없는 파티라서 오로지 휴식에 체력을 맡겨야 하는 상황. 가지고 있던 포션도 거의 떨어져 가는 상황인지라 이대로는 던전의 최하층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힐러만 있었어도 편했을 텐데.”
쿠우웅.
현재 그들의 앞을 막아선 몬스터는 가고일이었다. 그것도 돌로 된 석상 가고일. 레벨은 44에, 물리 공격에는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어서 스칼을 제외하고는 데미지를 거의 입히지 못했었다.
그러나 언제나 사냥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
채석장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카인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가고일에게도 ‘채석’ 스킬이 먹혀든다는 것.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채석. 채석.”
카인은 그가 쓰던 장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채석용 곡괭이를 들고 열심히 돌을 캐는 중이었다. 물론 그 돌은 가고일이라는 이름의 돌이지만.
스칼의 마법보다 훨씬 효과적인 데미지를 주는 카인의 채석은 사냥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만들었다.
쾅쾅.
곡괭이의 충돌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가고일의 몸뚱이가 허물어져 간다. 스칼은 곡괭이로 인해 일어난 균열에 프리즈를 사용한 뒤, 버닝을 사용한다. 그러자 균열 속에 물이 생겨난다.
얼음이 녹은 물이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프리즈의 효과가 사라지는, 무의미한 일인데.
하지만 스칼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프리즈.”
프리즈로 인해 생성된 물을 다시금 얼린 것이다. 그렇게 되자 균열이 급격하게 벌어지면서 가고일의 몸이 굉장한 속도로 파괴되었다.
이런 식으로 데미지를 주면 가고일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게 된다. 몇 번 사용하지 않고도 가고일이 무너지는 것이다.
가고일은 죽을 때마다 ‘가고일의 핵’이라는 이상한 퀘스트 아이템을 드랍했다. 아마 가우라의 경우처럼 쓸 때가 있으리라.
가고일 3마리를 빠른 시간 안에 처치하고, 아이템 습득까지 끝낸 그들은 잠시 휴식을 가졌다. 카란의 체력과 스칼의 마력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은 스칼이 카인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카인이 재치가 있는 것 같아. 어떻게 가고일을 채석으로 죽일 생각을 하냐?”
“이 정도야 기본이지. 뭐, 프리즈를 녹인 다음 다시 프리즈를 사용하는 너도 만만치 않잖아.”
“누구나 다할 수 있는 생각일 뿐이지.”
기분 좋게 서로에게 칭찬을 건네준 카인과 스칼은 씨익 웃었다. 그들이 이번 사냥에 일등 공신들이었기에 나머지 파티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해 준다.
“가고일의 핵은 30개가 나왔네? 으음. 60마리를 사냥했는데 30개라. 드랍률이 50%인가?”
“드랍률 2배 시간이 거의 끝나가니까, 4마리당 1개꼴로 나오겠네. 이럴 시간이 없어! 빨리 사냥하자.”
카란이 흥분하며 외쳤다. 시간이 없다. 2배 타임에 최대한 사냥을 해서 핵을 모아야 하니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아직 스칼은 마력이 부족했기에, 그가 카란에게 말했다.
“마력이 다 안 찼어요.”
“아이템 떨어진 거 많아서 금방 복구할 수 있을 거야. 나중에 던전 나가면 내가 포션 사 줄게!”
“뭔 돈으로?”
“아이템 팔아서 번 돈으로 사 주면 되지, 알겠지?”
그렇다면 스칼이야 손해 볼 것 없다. 카란이 사 준다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던전에서 드랍된 아이템의 양은 꽤 상당하다.
그것들을 다 팔면 거금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에 스칼은 흔쾌히 카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파티는 휴식도 다 취하지 않은 채로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갔다. 스칼의 입에 포션병이 달린 것은 두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다시 사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