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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6화)
제3장 수련(2)


최고 종합병원.
강남구에 있는 제법 큰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항상 많은 곳이었다.
철호는 투시와 염력, 순간이동을 수련하면서 로렌스 마나심법을 매일 운용하였다.
그래서인지 몸은 활력으로 넘쳐났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뇌종양 같은 큰 병이 있는지 모른단 생각에 그걸 알아보려고 종합검진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용기가 나지 않아서 지난 5일간 고민하다가 큰마음을 먹고는 최고 종합병원을 찾아왔다.
철호는 원무과에 종합검진을 접수하고 줄을 섰다.
직장인들이 50명이나 단체로 종합검진을 받으러 왔기에 철호는 뒤에서 차례가 되기만 기다렸다.
이윽고 자신의 차례가 되어 기초 검사장으로 들어갔다. 문진, 신장, 체중, 혈압, 비만도, 청력을 검사했다.
간호 원들이 철호와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키 크고 잘생겼으며 온몸이 근육질인 철호는 굳이 종합검진은 안 받아도 될 거 같은데 왜 왔냐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당신들,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나에게 혹시 큰 병이 있는지 모르잖아?’
다음으로 소변검사를 했는데 방광 질환이나 요로 질환, 신장 질환, 당뇨병 등이 있는지 검사하는 거였다.
빈혈이나 백혈병, 림프성백혈병, 부종, 염증성 질환, 혈소판감소증, 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검사하기 위하여 혈액질환 검사라는 걸 받기 위하여 철호의 피를 뽑았다.
간암이나 악성종양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간기능검사를 받았으며, 심혈관계 검사, 신장 기능 검사, B형 C형 간염검사, 갑상선 검사, 심전도 검사, 안과 검사, 호흡기능 검사를 받았다. 식도 질환이나 위암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상부 소화기 검사를 받았으며 폐결핵이나 폐암의 흉부 방사선 검사, 상 복부 초음파검사, 동맥경화 검사까지 각종 검사를 받았다.
‘무슨 검사들이 이렇게나 많아?’
철호는 오늘 처음 알았다. 종합검진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기에 더 정신없었다. 어쨌든 검사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고 했다.
이제 기다려 보면 결과를 알 수 있었지만 이상 없을 것으로 보였다.
철호의 생각대로 일주일 후에 건강한 몸이라고 결과가 나오게 되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저벅저벅!
철호가 병원을 나서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오랜만이야.
“응? 누구시죠?”
―나야, 장미.
‘장미라고? 누구지?’
철호는 사귀는 여자가 없었기에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잠시 기억을 떠올려 보니 며칠 전에 친구들과 함께 홍대 클럽에 갔었던 게 떠올랐다.
스모키 화장에 깊게 패인 옷과 짧은 치마를 입고 검은 스타킹을 신어 섹시했던 여자의 이름이 장미였다.
“아…미안, 홍대에서 만난?”
―그래, 이제 기억나?
“엄청난 미인인데 당연히 기억나지.”
―최고 종합병원에는 무슨 일이야?
“어? 내가 병원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나도 그곳에 있으니까 알지.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철호가 고개를 돌려보니 눈부신 미녀가 서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몸매가 드러나는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었는데 잘 어울렸다. 장미는 오늘 소모키 화장이 아닌 기초화장만 했지만 그게 더 아름다웠다.
철호는 멍한 표정으로 장미를 쳐다보았다.
장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랜 만이야?”
“응? 그러네?”
“난 연락 기다렸는데 왜 전화 안 했어?”
“아…미안,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후훗, 나 같은 미인에게 너무한 거 아냐?”
“……!”
철호가 일순간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하였다.
“오늘 시간 있지?”
“그, 그래. 있어.”
“그럼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지금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점심을 못 먹었어?”
“응, 간단하게 근처에서 롤 초밥이나 먹자.”
길가에 보이는 캘리포니아 롤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한가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여고생 두 명하고 철호와 장미가 전부였다.
장미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롤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철호는 장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왜? 너도 먹어.”
“그, 그래.”
“부끄럽게 왜 자꾸 쳐다봐?”
“그때와 너무 다른 모습과 분위기라서…….”
“이 모습이 이상해?”
“아, 아니, 지금 모습이 더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병원에 무슨 일로 온 거야?”
“그냥 종합검진이나 받아 보려고 왔어.”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아픈 사람 같아 보여?”
“아, 아니, 그냥 종합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그런데 넌 무슨 일로 왔어?”
“호호… 난 누구 좀 만나려고 왔어.”
“그랬구나.”
철호는 눈치를 보니 장미가 쉽게 보내 줄 거 같지 않았다.
‘오늘도 일정대로 수련해야 하는데… 어쩌지?’
“뭘 그렇게 생각해?”
“아, 아니야.”
철호가 식사비를 내고 밖으로 나오자 장미가 말했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커피는 내가 살게.”
“그, 그래.”
철호는 자신의 의사와는 반대로 자꾸 끌려가는 게 신경 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장미가 갑자기 철호의 손을 잡더니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장미는 키가 175센티미터에 하이힐을 신었지만 철호가 193센티미터나 되어 잘 어울려 보였다.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가 몇 대 없었는데 장미가 은색 벤츠의 차문을 열었다.
“조수석에 타!”
“이, 이게 니 차야?”
“응? 이상해?”
‘장미의 분위기에서 제법 잘사는 딸로 보였는데 진짜였구나.’
“아, 아니야.”
철호가 조수석에 타자 장미는 차에 놓아두었던 선글라스를 꼈다.
‘으음… 선글라스 하나를 쓴 거뿐인데도 화보구나.’
철호는 장미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벤츠는 주차장을 빠져나가더니 청담동으로 향했다.
테라스가 있는 커피전문점 앞에 주차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철호와 장미에게 집중되었다.
철호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볼 때 장미가 바리스타에게 카푸치노 두 잔을 주문했다. 고급스럽고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서 그런지 커피 값이 다른 곳의 배나 차이가 났다.
철호가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셔 보니 맛은 훨씬 좋은 거 같았다.
철호와 장미가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을 때 2층에서 내려오던 남자가 장미를 보고는 다가왔다.
머리에는 무스를 발라 멋을 내고 고급 정장을 입어서인지 세련되게 보이는 남자였다.
“장미야!”
“어? 현성 오빠!”
장미가 아는 사람을 만난 모양이었다.
철호도 호기심에 현성이라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잘생기고 건장한 미남자가 장미 옆에 앉아 있었기에 현성도 궁금해서 물었다.
“누구?”
“아… 친구야!”
“그래? 오빠는 잘 있지?”
“응, 집에 한 번 놀러와.”
“그래, 알았다.”
현성은 철호를 아래위로 살펴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뭐야? 저 기분 나쁜 눈빛은?’
철호는 현성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장미 때문에 참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장미는 계속 철호에 대한 것들을 물어 보았다.
“어디에 살아?”
“선릉 부근에서 살고 있어.”
“선릉이라면 삼성동?”
“어, 맞아.”
“우리 집은 도곡동인데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네?”
철호는 장미가 왜 살고 있는 집까지 물어보는 것인지 그게 이상했다. 예감이지만 앞으로 장미 때문에 피곤할 거 같았다.
카푸치노도 다 마셨기에 철호가 일어나려고 하자 장미가 말했다.
“나랑 사귀자.”
“뭐라고?”
“나랑 사귀자고. 난 철호 씨가 마음에 들어.”
철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턱을 만지면서 고민했다. 장미는 아름답고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남자라면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세한 건 아직 모르지만 벤츠를 몰고 다닐 정도면 집안이 부유할 것이다. 대학에 다니는 것을 보면 머리도 그렇게 나쁜 거 같지는 않았다.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철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싫어?”
“으음…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뭐? 나랑 사귀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말이야?”
“그래, 넌 독과 가시가 많은 거 같아.”
“호호호… 내가 위험한 여자라는 뜻이야?”
“맞아, 넌 너무 위험해 보여.”
“철호 씨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정말 신선하다. 좋아, 그렇게 해.”
철호와 장미가 밖으로 나왔다.
“집까지 태워 줄게.”
“아니야, 들릴 때가 있어.”
“알았어. 다음에 봐.”
장미가 벤츠를 타고 먼저 떠나는 걸 본 철호는 그제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장미는 달리던 벤츠를 길가에 멈추고는 핸드폰을 들었다.
―아가씨?
“네, 이 부장 아저씨.”
―저에게 전화를 다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부탁 하나 하려고요.”
―말씀해 보십시오.
“김철호, 케이대 이과대학 수학과 2학년이에요. 군대를 다녀왔다고 했어요. 뒷조사를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이 부장 아저씨!”
장미는 청담동의 명품 디자이너 슈즈 매장의 주차장에 벤츠를 주차하고는 신상 구드를 사려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