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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7화)
제3장 수련(3)


삼릉 공원.
서울 도심 한복판 삼성동에 있는 삼릉 공원은 조선왕릉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성종의 묘 선릉, 중종의 묘 정릉, 성종계비의 묘 정현왕후 릉이 있어 삼릉이로 불리운다.
도심 숲 사이에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인데 철호가 입장료 천 원을 내고 들어왔다.
개나리 빌라나 콘크리트 건물로 이루어진 도심보다는 이렇게 숲이 있는 곳이 마나가 더 풍부하기에 이곳에서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려고 마음먹고 찾아왔다.
사람들이 없는 선릉과 정릉 사이의 숲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었다.
“흐음… 역시 숲 속이라서 그런지 마나가 풍부하군?”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여 마나를 몸속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시간은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몸에 활력이 넘치고 기분도 좋아졌다.
“아… 계속 로렌스 마나심법만 운용하고 싶다. 당분간 북한산에 들어가 수련하고 돌아올까?”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7시가 약간 넘었다.
관람 시간은 밤 9시까지였지만 공원을 나온 철호는 집으로 가기 전 저녁을 하기 싫어 설렁탕집에 들어갔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마침 식사를 마친 사람이 일어나자 철호가 빈자리에 앉았다.
예전에 철호가 이집에 여러 번 와서 설렁탕을 먹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고기가 많이 들어 있었다.
머리를 갸웃거리며 맛있게 설렁탕을 비웠다.
철호가 맛있게 설렁탕을 먹는 모습을 훔쳐보는 여종업원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개나리 빌라로 돌아온 철호는 거실에 가부좌를 틀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요즘 틈만 나면 이렇게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는 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새벽 5시가 되어서 로렌스 마나심법을 중지하고 일어난 철호는 북한산에 들어가 당분간 수련하기로 마음먹고는 등산용 점퍼와 각종 등산 장비가 들어 있는 등산용 배낭을 메고 빌라를 나섰다.
버스를 타고 북한산 인근에 도착해 마트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라면과 생수, 김치, 오렌지 주스, 빵을 넉넉하게 구입하여 북한산 정릉매표소로 향했다.
“아차, 취사 용품이 있어서 안 되겠군.”
철호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없는 나무숲으로 들어가 매표소를 2백 미터나 지난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이럴 때에는 순간이동이 참 편리하고 좋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등산객들이 많았다.
철호는 높이 올라갈 생각이 없었기에 30분 정도 등산하다가 등산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나무가 많고 경사진 비탈 쪽으로 들어갔다.
당분간 수련하기 좋은 적당한 곳을 발견해 그곳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후웁!
철호는 가부좌를 틀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다.
한 번에 3시간씩 하루에 7번이나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여 막대한 마나를 몸속으로 흡수했다. 철호가 가공한 마나력은 심장과 단전, 이마에 각각 모이면서 뭉쳐지더니 점점 커졌다.
하루에 세 번 식사와 생리적인 것만 해결하고는 대부분 시간을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는데 투자했다. 투시와 염력, 순간이동의 수련은 일체 하지 않고 오직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일주일에 한 번 북한산을 내려가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먹을 것을 구입하여 돌아왔다.
벌써 북한산에서 수련한 지가 3주가 넘어갔다. 처음에는 일주일 정도 수련하려고 했었는데 어느덧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는데 푹 빠져서 3주가 넘도록 미친 듯이 수련에 임하였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마와 단전에는 마나력이 덩어리처럼 뭉쳐지는 거 같았고 심장에 모여 있는 마나력은 심장 겉을 빙글빙글 돌았다. 마치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거 같았다.
철호는 로렌스가 처음 마법을 수련하다가 서클을 형성하는 걸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곧 자신도 심장에 서클을 형성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저녁으로 라면 두 개와 밥을 말아 먹고서도 부족하여 빵과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가부좌를 틀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였다.
자정이 가까워 올 때 느닷없이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우우웅!
공명음이 들렸다.
보통 사람은 들을 수 없는데 철호는 듣고 느끼기까지 하였다.
심장을 휘도는 마나력이 점점 띠가 짙어지더니 환하게 빛이 일어났다.
하지만 철호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빛이었다.
파파팟!
순간 심장을 휘도는 마나력이 서클을 형성했다.
파란색 빛의 고리가 심장 겉을 계속 휘돌며 궤도를 형성했다.
철호가 드디어 일 서클 마법사가 된 것이었다.
기쁨으로 충만해졌기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
“후후후, 내가 드디어 일 서클 마법사가 되었어.”
흥분한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는 이미 암기해 놓았던 일 서클 마법 중에서 가장 시험해 보기 좋은 라이트 마법을 펼치기로 했다.
“라이트!”
철호가 외친 시동어에 반응하여 공중에 횃불 정도 밝기의 빛의 구가 생성되었다.
크기는 주먹만 했고 철호를 중심으로 약 10미터 정도가 환하였다.
마나력에 따라서 밝기와 지속 시간이 좌우된다는데 철호는 약 5분 정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철호는 자신이 펼친 라이트 마법이지만 무척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빛의 구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5분 정도가 흐르자 빛의 구가 소멸되었다.
다른 마법도 펼쳐보려다가 마나력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쩝…아쉽군.”
철호는 마나력을 좀 더 끌어 모아서 시험해 보려고 다시 가부좌를 틀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였다.
오늘은 철호가 서클을 형성한 최고의 날이었다.

“매직 미사일!”
하얀색으로 빛나는 화살 모양의 물체가 철호의 전방에 2개 생성되었다. 그중에 하나를 손짓하자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 나무에 명중되었다. 놀랍게도 나무에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렸고 매직 미사일은 사라졌다.
하나 남은 매직 미사일은 나무를 맞추는 게 아니라 손짓으로 원하는 곳으로 잘 날아가는지 시험했다.
매직 미사일은 유도 기능이 있어서 설사 목표물에 명중되지 않고 빗나가다 공중을 선회하여 다시 날아와 목표물에 명중되는 공격 마법이었다.
매직 미사일은 실제적인 형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손으로 잡을 수 없다.
마치 빛과 같아서 목표를 놓치는 일이 없으며, 결국 어떻게든 목표물에 타격을 입힌다.
한 번 생성하면 10분간 유지시킬 수 있으며, 유효 거리는 백 미터였다.
철호가 경지가 높은 마법사라면 매직 미사일의 수와 유효 거리, 유지시간도 대폭 늘어나지만 아직은 일 서클이기에 기본적인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나 남은 매직 미사일을 소멸시킨 철호는 주먹만 한 돌멩이 하나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염력을 펼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돌멩이는 철호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였기에 마음에 들었다.
“역시 나의 염력은 아직 녹쓸지 않았어.”
공중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던 돌멩이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철호에게 날아왔다.
쉐애액!
파공음이 일며 날아오는 돌멩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실드!”
철호의 전면에 투명한 방어벽이 생겨났다.
콰앙!
투명한 방어벽에 날아온 돌멩이가 충돌하자 폭음이 터졌다.
그러나 철호가 생성한 투명한 방어벽은 끄떡없었고 돌멩이만 박살났다.
실드 마법이 얼마나 방어에 효과적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나무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매직 미사일을 날아오게 하여 실험해 보면 좋겠지만 아직은 두 개의 마법을 한꺼번에 펼치기엔 무리였다. 그렇다고 총으로 시험할 수도 없었기에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어쨌든 실드 마법은 제법 쓸모가 있는 방어 마법이었다.
철호는 일 서클이 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매일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면서 일 서클의 각종 마법들도 펼치면서 익숙해지도록 연습했다.
“으음… 북한산에 들어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는데, 어쩌지?”
일주일 예정으로 북한산에 들어왔는데 마법을 익히는데 푹 빠져서 한 달이 넘었는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북한산에서 지낼 수도 없었다.
고민하던 철호는 3일만 더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3일 뒤에는 일주일 마다 북한산을 내려가 목욕하고 라면과 부식을 마트에서 사오는데 그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고 깨어나면 식사하고 소화도 시킬 겸 마법을 펼쳐 보고는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했더니 3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지속적인 로렌스 마나심법의 운용으로 인하여 마나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몸속의 그릇 3개가 커졌다.
아쉽지만 물건들을 정리하여 배낭을 메고는 산을 내려왔다.



제4장 아르바이트(1)


한 달이 넘도록 북한산에서 수련하다가 개나리 빌라로 돌아와 보니 집 안에 먼지가 가득했다.
힘이 남아도는 철호이기에 우선 창문을 활짝 열어서 환기를 시키면서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닦았다.
각종 공과금은 거래하는 은행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해 놓았기에 걱정이 없었지만 자꾸 잔고가 줄어들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만 하더라도 통장에 5천만 원이 들어 있었는데 그게 어느새 줄어들어 현재는 2천 2백만 원 정도 남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고 계속 쓰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진 돈이 떨어지게 생겼다.
“으음… 생활비라도 벌려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는데.”
꺼 놓았던 핸드폰을 켰더니 발신자 번호 표시가 무려 50통이나 들어와 있었다. 친구들에게서 온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장미에게서 온 것이었다. 특히 문자도 30통이나 되었다.
잠시 고민하던 철호는 장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시죠?
“나 철호야.”
―철호? 잘 모르겠는데요?
“날 모른다면서 전화나 문자를 많이 넣었던데?”
―글쎄요. 난 전화나 문자를 안 받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은데요?
“으음…미안해!”
―너 그동안 왜 전화도 안 받았어?
“산속에 들어가 있느라 그랬어.”
―산속에는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어.”
갑자기 장미에게서 대답이 없었다.
철호의 황당한 대답에 잠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어디야?
“집이야. 오늘 하루 종일 대청소 하느라 정신없었어.”
―내일 토요일인데 계획이나 약속 있어?
“약속은 없는데 계획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해.”
―아르바이트?
“어, 용돈이라도 벌어 보려고 말이야.”
―혹시 그 아르바이트 내가 소개해 줘도 될까?
“네가 나의 아르바이트를? 뭔데?”
―청바지 화보 모델 자리야. 어때?
“으음…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잘할지 모르겠는데?”
―철호 씨는 키가 크고 잘생겨서 어렵지는 않을 거야.
“그거 하는데 얼마를 받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보통 초보 남자 모델은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받는다고 알고 있어.
“그래? 그렇다면 한 번 해 볼게.”
―잘 생각했어.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나와 만나.
“어디에서 만나면 돼?”
―청담동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니까 우리가 카푸치노를 마셨던 곳에서 봐.
“알았어. 내일 그곳에서 봐.”
철호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뚱뚱한 외모 때문에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탈락해 일당 3만 원을 받는 전단지 배포하는 일을 주로 했었다.
하지만 이제 외모가 되니까 청바지 화보 촬영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겨서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