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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10화)
제5장 발리에서 생긴 일(1)
2000년 6월 19일 월요일 오전 8시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철호는 오늘 발리로 화보 촬영을 떠나기에 7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같이 떠날 스탭들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인 8시가 되자 우먼파워의 스탭들 16명이 나타났다.
철호는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런데 아직 여자 모델이 도착하지 않아서 좀 더 기다려야 했다.
20분 정도 지나자 여자 모델이 선글라스를 끼고 공항에 나타났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 탤런트 정아였다. 얼마 전에 끝난 일일연속극에서 인기를 얻어 3편의 광고도 찍었다.
철호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정아는 20살이고 귀여운 외모라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 탤런트였다.
여자 코디와 남자 매니저를 대동하고 나타났는데 모두 20명이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도착까지는 약 7시간이 소요된다고 했기에 지루한 비행이 될 거 같아서 철호는 눈을 감고 등을 기대었다.
스탭들이 보면 철호가 잠자는 거처럼 보일 것이었다. 하지만 철호는 그냥 잠이나 자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하였다.
가부좌를 틀고 하는 것보다는 불편했고 마나를 흡수하는 것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식을 기내식으로 먹은 철호는 또 눈을 감고 로렌스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어느새 7시간이 지나고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입국 수속을 마친 일행들은 가이드와 함께 리조트로 이동했다. 4성급 이상의 특급 리조트였기에 시설은 좋아 보였다.
저녁 식사는 해산물 뷔페였기에 스탭들과 같이 모여 맛있게 먹었다.
정아는 상대 모델이 철호라는 걸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어머, 키도 크고 잘생겼어.’
미남 탤런트도 여러 명 보았지만 철호가 더 멋있었다.
철호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조용히 식사에만 열중했다.
그런 모습이 더 좋게 보이는 정아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철호는 객실로 들어갔다.
객실을 혼자 사용하게 되었는데 내일 아침까지는 휴식 시간이기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객실 발코니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조명에 녹색 야외풀장이 비치니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모처럼 수영이나 해 볼까?’
야외풀장으로 가 보니 10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고 2명의 여자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검은색 삼각수영복과 은색 수영모를 쓴 철호가 다이빙대에 올라갔다.
풀장에 있던 사람들은 철호가 나타났을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키 크고 잘생긴데다가 온몸이 근육질의 멋진 몸이었으니 주시를 받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철호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다이빙과 수영을 배웠다.
자유형과 배영, 접영까지 할 수는 있었지만 비만이 되고부터는 수영을 하지 않았었다. 다이빙과 헤엄을 쳐도 멋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근육질의 멋진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모처럼 다이빙과 수영을 하려는 것이었다.
공중으로 도약하더니 공중 2회전을 하고 물속으로 잠수했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철호는 자유형을 펼치다가 접영으로 바꾸어 헤엄을 쳤다. 풀장의 가장자리에 도달하자 발로 차서 배영으로 바꾸었다. 물살을 가르며 쭉쭉 나아가는 철호의 헤엄치는 모습에 스탭들과 정아는 객실 발코니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영선수처럼 헤엄을 잘치고 멋있었다. 물 밖으로 철호가 나오자 물 묻은 몸이 더욱 섹시하면서 멋있었기에 정아는 입이 쩍 벌어졌다.
‘아… 너무 멋져!’
철호는 물기를 타월로 물기를 닦고는 객실로 올라왔다.
울루와뚜 절벽사원.
사원 내의 야생원숭이들이 많은 곳이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는 야생원숭이들에게 안경과 귀걸이, 모자 등의 물건을 뺏기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다.
스탭들이 주위에 배치되어 야생원숭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가운데 철호와 정아는 다정한 연인처럼 연출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들이 철호와 정아를 보려고 몰려들었지만 스탭들이 가까이 화보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한 시간 만에 이곳에서의 화보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모두들 다음 장소인 가루다 공원으로 이동했다.
가루다 공원에는 게와카 독립 기념관이 있었다. 관광객들과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곳곳에서 보였는데 철호와 정아는 어느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는 화보 촬영을 시작했다.
철호와 정아가 다정한 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연출하자 신이 난 사진작가는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조금 일찍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리조트에서 사진 촬영이 있었다.
정아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철호는 생생했다.
사진 촬영이 끝이 나자 정아는 쉬로 객실로 올라갔고 철호는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풀장으로 나와 헤엄쳤다.
객실 발코니에서 관광객들이 철호의 헤엄치는 멋진 모습을 찍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철호는 다이빙대에 올라가 멋진 다이빙 솜씨도 보여 주었다.
저녁 식사는 스테이크였는데 철호는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친 철호가 먼저 객실로 올라갔는데 3층 객실의 복도에서 낯선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객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객실은 정아가 묵고 있는 객실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철호는 투시를 발휘해 객실 안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객실로 들어갔던 남자가 정아의 여행용 가방을 뒤져 돈과 목걸이를 훔쳐 등에 메고 있는 가방에 집어넣었다.
‘흐음… 누군가 했더니 도둑이었구나.’
철호는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조심스럽게 객실의 문을 열고 나온 도둑은 복도에 철호가 서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순간 상황을 인식한 도둑은 잭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객실로 올라오던 정아는 도둑이 자신의 객실에서 나오는 것과 철호가 서 있는 걸 보고는 살짝 숨어 지켜보았다.
도둑이 잭나이프로 철호를 위협하더니 그게 통하지 않자 휘둘렀다. 철호는 상체를 흔들어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철호의 현란한 움직임에 당황한 도둑은 좀 더 대담하게 잭나이프를 휘둘렀다. 그러나 철호가 도둑의 팔을 붙잡았다.
우두둑!
엄청난 손아귀의 힘에 뼈에 금이 갔다.
“으악!”
철호는 재빨리 도둑의 멱살을 잡더니 벽을 향해 집어던졌다.
도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치고는 복도 바닥에 떨어졌다. 충격이 심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래도 철호는 도둑에게 접근하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도둑은 철호가 접근하면 기습 공격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도둑이 철호를 향해 플라잉 닉킥을 날렸다. 무에타이를 익힌 자들이 이런 위력적인 공격을 잘 펼치는데 철호는 도둑이 가소롭게 보였다.
도둑의 발을 붙잡더니 한 바퀴 돌려 집어 던져 버렸다. 7미터를 날아가 떨어진 도둑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났는데 어느새 접근한 철호가 가슴에 주먹을 먹였다.
퍼억.
“크아악!”
너무나 강력한 주먹에 도둑은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철호가 기절한 도둑의 양팔을 등 뒤로 하자 그제야 정아가 나타났다.
“어머, 무슨 일이에요?”
“도둑입니다. 어서 사람들을 불러 오세요.”
“예, 알았어요.”
정아가 스탭들에게 말했고 리조트 관계자들도 연락을 받고는 달려왔다.
리조트 관계자들이 도둑이 메고 있는 가방을 열어 조사해 보니 귀중품과 상당한 돈이 나왔다. 이미 리조트의 객실 여러 곳이 이 도둑에게 털렸던 것이었다.
여러 객실에 묵고 있는 관광객들이 도난당했다면서 신고를 해 왔는데 도둑이 가지고 있던 것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었다.
리조트 지배인은 철호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숙박비 일체를 무료로 서비스해 주었다.
정아는 철호에게 호감이 있었는데 도둑을 잡는 걸 보고는 반해 버렸다.
우붓 새공원.
약 250종류의 천여 마리의 새들과 발리 특유의 열대 자연식물원도 겸하고 있어 아름답게 펼쳐진 대자연의 정원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지난밤의 일로 인하여 스탭들과 정아는 철호를 더 대단하게 보았다. 잭나이프를 휘두르는 도둑과 붙어서 제압한 철호의 멋진 모습을 다 지켜본 정아는 코디와 매니저에게 이야기했고 이 이야기는 곧 스탭들에게 알려졌던 것이다.
철호와 정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철호가 도둑을 잡았다는 것만 알았었다. 그런데 철호가 잭나이프를 휘두르는 도둑과 싸워 붙잡았다고 하니 더 놀라워했다.
철호와 정아는 사진작가가 원하는 대로 포즈를 취하여 주었다.
배경이 좋아서 열 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화보 촬영을 했다.
어제 화보 촬영을 할 때만 하더라도 정아는 철호와 다정하게 취하는 포즈에 약간 어색해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정한 연인들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였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가장 신난 사람은 사진작가였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은 처음이라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들이 화보 촬영 하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한국 관광객들 중에는 정아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철호는 처음 보았다. 그래도 철호가 잘생기고 키도 큰 외모에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철호는 사인을 하는 건 처음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후후후, 이래서 연예인들이 사인을 하는 것인가?’
우붓 새공원 주위에 있는 다양한 힌두사원으로 이동하여 옷을 갈아입고 다시 화보 촬영을 했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다시 계단식 논 전경을 배경으로 삼고 사진을 찍었다.
신경을 많이 썼기에 철호는 약간 정신적으로 피곤했지만 정아는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스탭들도 지친 모습이었기에 오늘 화보 촬영은 여기에서 멈추었다.
리조트로 돌아온 철호와 일행들은 저녁을 먹고 휴식했는데 정아는 코디와 함께 스파를 이용하면서 피로를 풀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철호는 헬스센터로 들어갔다.
철호는 예전에 살을 빼려고 헬스센터에 3개월간 다닌 적도 있었는데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였다.
오늘은 옛 생각이 나서 들려 본 것이었다.
철호는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여 몸을 푼 이후에 바벨운동을 시작했다.
예전의 비만과는 다르게 몸이 근육질로 바뀐 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괴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역도 선수처럼 무거운 바벨을 어깨에 올려놓고는 앉았다가 일어나는 걸 반복했다. 엄청난 무게의 바벨을 운동 중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코치들도 철호의 괴력에 놀랐다.
‘으음… 2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바벨인데도 무겁지가 않아.’
바벨의 무게를 250킬로그램으로 맞추고는 어깨에 올려놓고는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을 반복했다.
코치들은 역도 무제한급 용상 세계신기록이 262.5킬로그램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철호는 용상은 아니었지만 세계신기록에 가까운 엄청난 무게의 바벨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었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바벨의 무게를 좀 더 올렸다가는 경악할 거 같아서 멈춘다.’
근력 강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한 시간 정도 한 철호는 헬스센터를 나왔다.
아침 식사 후에 각종 해양 스포츠를 찍기 위하여 해안으로 이동했다.
제트스키와 스노클링, 다이빙 등 발리의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철호의 멋진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철호는 정아와 호화 요트에서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리조트로 돌아와서는 부대시설인 와인 동굴과 메인풀장, 오아시스 바, 스파센터에서 의상을 번갈아 입으면서 촬영했다.
프로 사진작가 로버트 한이 철호와 정아, 스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했다.
“모두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발리에서의 모든 일정이 이제 끝이 났다. 저녁을 먹고 푹 쉬고 내일 출국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은 철호는 자신의 객실로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 철호의 객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철호가 문을 열어보니 정아가 와인을 들고 있었다.
“같이 와인이나 한 잔하려고요. 들어가도 돼요?”
“예, 들어오세요.”
정아가 와인을 따서 잔을 채웠다.
채앵!
와인 잔을 서로 부딪쳐 와인을 한 모금씩 마셨다.
“오빠,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철호는 장미가 떠올랐지만 선뜻 대답하지 못하였다.
“있구나.”
“사귀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만나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건 왜요?”
“오빠가 마음에 들어서 내가 사귀려고요.”
“예? 뭐라고요?”
철호는 깜짝 놀랐다.
느닷없이 정아가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순간 멍한 표정으로 있는 철호에게 정아가 다가오더니 팔로 목을 감고는 키스했다.
정아의 적극적인 유혹에 철호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자칫하면 스탭들에게 소문이 날수도 있고 신인 탤런트 정아에게 스캔들이 생기면 앞으로의 연예계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아 씨, 이러지 마세요.”
“오빠, 나와 사귀어요.”
정아가 상의를 벗고 브라까지 내리려고 하자 철호가 깜짝 놀라면서 팔을 붙잡았다.
“정아 씨, 이러지 마십시오.”
“오빠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나와 사귀어요. 예?”
“으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알았어요.”
정아는 귀엽고 이 정도 외모면 예쁘다고 할 수 있었다. 예전의 철호였다면 사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젠 자신만 보면 예쁜 여자들이 서로 사귀려고 하였기에 서둘 건 없었다.
사람의 외모가 이렇게 달라졌다고 철호는 간사하게도 선뜻 대답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아는 철호가 승낙한 것으로 착각했다. 귀엽고 예쁜데다 인기 연예인이니 당연히 사귀는 것으로 생각했다.